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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 있는 인공지능이 탄생한다면…

‘의식’ 있는 인공지능이 탄생한다면…

과학문명의 발달과 함께 인간 진화가 극점에 달하면 그 뒤에는 어떤 미래가 기다릴까? 지난주에 이어 그 해답을 찾아본다.
기술 특이점 이론가들은 멀지 않은 미래에 인공지능이 마침내 인간 지능을 능가하고 컴퓨터가 독립적으로 후세대를 설계하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고 믿는다.
영국의 튜링 봄베 머신(British Turing Bombe machine, 에니그마 암호 해독을 위해 개발한 기계)은 수학 천재 앨런 튜링과 고든 웰치먼의 발명품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블레츨리 파크의 암호 해독자들은 튜링 봄베 머신을 이용해 독일군 에니그마 머신이 만들어낸 암호를 풀어 하루 3000건이 넘는 적의 메시지를 가로챌 수 있었다.

우리 개개인이 소수 인터넷 대기업들에 날마다 건네주는 정보(우리의 삶, 사랑, 은행잔고, 필요와 욕구, 습관, 여행 계획)는 다이아몬드 광산과 같다. 구글·페이스북·아마존·트위터는 매 초마다 업로드되는 셀 수 없이 많은 사고와 욕구를 수집해서 원하는 대로 요리할 수 있다.

지금은 정보당국이 추적하지 않는 한 저장된 개인 정보를 열람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나 범죄 용의자로 찍힐 경우 에드워드 스노든이 지적했듯이 키보드를 몇 번만 두드리면 그의 모든 삶이 스크린에 뜬다. 그리고 정부는 우리가 자발적으로 넘긴 정보를 공짜로 입수했다. 우리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추적장치, 음향 도청장치, 감시 카메라를 자비로 마련했고 또 업그레이드도 받았다. 그 대가로 우리 자신에 관해 돌려받을 수 없는 정보를 건네줬다.

2014년 여름, 데이터 보호를 둘러싼 구글과의 투쟁에서 드러났듯이 일단 정부 손에 들어가면 영원히 돌려받을 길이 없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CEO는 한때 정보공유가 새로운 표준이라고 확신했지만 지금은 한발 물러 문은 트위터 메시지 중 80%가 이용자 개인의 경험이었다고 지적한다. 조사 중 연구팀은 피험자에게 자신, 유명인, 또는 일반 주제 중에서 선택하도록 했다. 대부분 자신의 경험을 떠벌릴 기회를 잡으려고 보수(대부분의 경우 1달러 이하)를 기꺼이 포기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분명 자신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 몇 센트의 가치를 뛰어넘는 수준의 도파민이 생성되는 듯하다. 소셜뉴스 사이트, 그리고 정신권(의식적 사고의 영역)에는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IT 전문가들은 모든 사고가 데이터 클라우드로 수렴되는 미래를 예측하고 통계학자들은 인간의 원자화를 목격하고 있다. 우리가 주방과 사무실에 앉아 있는 동안 육체적으로는 존재할지 모르지만 정서적으로는 인스타그램(사진 공유 소셜네트워크)화한다는 의미다. 미국의 13세 소년들은 주당 최대 43시간을 비디오게임으로 보내고 영국의 16~24세는 거의 페이스북이나 기타 소셜네트워킹 사이트에 매달려 있다. 그렇다면 식사 시간과 학교 시간 말고는 다른 일을 할 시간이 별로 없다.

하지만 몇 가지 장애물이 있다. 인공지능(AI)과 테크노크라시(기술의 지배)는 모두 선진국의 문제라는 점이다. 다행히 세상에는 다른 세계가 많다. 2013년 말 기준으로 세계 인구 중 5분의 1이 노트북을 보유했다. 20%는 상당히 큰 비중이다. 그리고 PC와 모바일의 사용이 급증하지만 아직 컴퓨터를 사용할 수 없고, 정신권으로 나아가기를 서두르지 않고, 인간 의식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완전히 다른 관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상당수다.

1943년 4월 19일 월요일 오후, 스위스 화학자인 알버트 호프만 박사는 에르고타민(ergotomine) 분자를 합성해 만든 새로운 약제 화합물 2억5000만분의 1g을 물에 녹여 마셨다. 1시간여 동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오후 5시 그는 실험실 조수에게 의사를 불러달라고 청한 뒤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호프만이 귀가한 직후 도착한 의사는 환자의 몸은 멀쩡했지만 정신이 나간 상태였다고 기록했다. 실제로 정신이 천장 어딘가를 떠다니며 자신의 시체라고 생각하는 육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호프만 박사는 약효를 없애기 위해 이웃에게 우유 한 잔을 부탁했다. 이웃은 호프만 박사가 악녀처럼 변하는 모습을 봤다.

다음날 아침에도 호프만 박사의 세계는 정상적이지 않았다. 감각들이 다시 태어난 듯하고 앞마당이 평소보다 1000배는 더 역동적이고 살아있는 듯했다. 자신의 경험을 상사 아르투르 스톨에게 보고한 뒤 두 사람은 동물을 대상으로 같은 실험을 했다. 엇갈린 결과가 나왔다. 코끼리에게 0.297g을 투여했더니 몇 분만에 죽고 말았다. 고양이들은 개가 아닌 쥐를 더 무서워했다. 침팬지는 침팬지다운 행동을 하지 않는 듯했다. 하지만 호프만 박사는 무리 이탈보다 질서 전복에 대한 침팬지의 반응이 흥미로웠다. 침팬지 한 마리가 이상하게 행동하자 나머지가 길길이 날뛰었다. 호프만 박사는 우리 안에 ‘큰 혼란’이 일어났다고 묘사했다. 환각 상태에 빠진 거미들은 안절부절못하고 파리 잡는 데 도움 되지 않는 3차원 거미줄을 만들었다.

10년 뒤 또 다른 호기심 많은 미래학자 올더스 헉슬리(당시 59세)는 미국 할리우드 힐즈의 자택에서 녹음기, 메스칼린 10분의 4g을 준비해 놓고 부인과 마주 앉았다. 소비의 유혹에 넘어가 국가의 마약에 취하게 된 사람들을 그린 그의 소설 ‘멋진 신세계’는 고전으로 평가 받고 있었다. 헉슬리는 호프만 박사의 LSD-25 실험에 관해 읽은 뒤 그의 주장들이 어떤 반응을 나타내는지 궁금했다.

훗날 헉슬리는 ‘인식의 문(The Doors of Perception)’에 자신의 경험을 기술하면서 “계속적으로 변하는 종말적 재앙으로 이뤄진 항구적인 현재”를 인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꽃병이 숨을 쉬고 테이블과 의자 다리로 변하는 모습을 한동안 목격했다. 부인이 시간에 관해 묻자 그는 “시간이 많은 듯하다”고만 대답했다.

헉슬리는 자신의 경험을 이렇게 요약했다. “사고력은 여전하고 지각은 크게 향상되지만 의지는 안 좋은 쪽으로 큰 변화를 겪는다. 메스칼린을 복용하면 특정 행동을 하지 않게 되고 평소엔 힘들어도 기꺼이 하던 일에 거의 흥미를 잃었다. 몰아의 마지막 단계에선 전체 속에 모두가 있고 전체가 사실상 각자라는 막연한 인식이 있다.”
‘멋진 신세계’의 작가 올더스 헉슬리는 LSD를 복용한 뒤 “사고력은 손상되지 않고 지각은 크게 향상되지만 의지는 안 좋은 쪽으로 큰 변화를 겪는다”고 평했다.
헉슬리는 자신이 단순히 환각상태에 빠지지 않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 4월의 오후는 현실에서의 출발이 아니라 진실에의 도착이었다. “메스칼린이 인도한 세상은 환상이 아니라 저 어딘가에 존재하는 세계였다. 두 눈을 크게 뜨고 그 세상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인식의 문이 드러난다면 모든 것이 있는 그대로 무한한 실재 모습일 것이다.”

“예술과 종교, 카니발과 잔치, 춤과 웅변, 이 모두는 H G 웰즈의 표현을 빌리자면 ‘벽에 달린 문’ 역할을 했다”고 헉슬리는 썼다. “식물 진정제, 마취약, 나무에서 자라는 온갖 도취제, 열매에서 익거나 뿌리에서 짜낼 수 있는 환각제는 먼 옛날부터 인간에게 체계적으로 사용돼 왔다. 사람은 자아와 환경으로부터 탈피하려는 욕구를 갖고 있다.” 그는 올바른 정신에 적당량의 환각제를 복용하면 더 깊은 자아에 도달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임종을 맞았을 때 편안하게 운명하도록 “LSD, 100마이크로그램, 근육주사”를 아내에게 요청했다.

헉슬리가 LSD에서 집단 의식확장의 잠재력을 깨닫고 있던 바로 그 시점에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완전히 다른 이유에서 그것을 연구하고 있었다. 그들은 그것을 무의식 세계로 들어갈 수 있는 새로운 고급 도구로 간주했다. 1950년대 중반~1960년대 초반 CIA는 심문에 사용하는 무기로 그 용도(마리화나, 코카인, 각성제 스피드, 헤로인, 웃음가스, 버섯, 바비튜레이트와 함께)를 조사했다.

마틴 리와 브루스 슐레인의 저서 ‘애시드 드림스(Acid Dreams)’에서 묘사한 바에 따르면 1953년 CIA는 용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결과에 크게 고무돼 과학자들 스스로 실험할 정도였다. 그해 12월에는 유럽 산도스 연구소에서 10억 명이 복용하기에 충분한 양인 10㎏을 주문했다. 회사 송년 파티에서 음료에 타서 먹는 방법도 고려했다. 하지만 얼마 뒤 한 생물학전 전문가가 환각상태에 빠져 창문 밖으로 뛰어내리면서 자가실험은 중단됐다.

직접 LSD를 실험하기가 두려워진 CIA의 간부들은 대신 매춘부, 죄수, 정신병원 환자 등에게 투약했다.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나 이집트의 압델 나세르에게 투여하면 어떨지 궁금해 했다. 한 동안 미군 시설에 대한 ‘위협상황에서’ 강제 투여해 진실을 말하는 약으로 LSD의 용도를 실험했다. 또한 적국 요원들을 전향시키거나 자국 요원들에게 사용하는 방안도 검토했다. 현장에서 선발된 요원들은 LSD 한 정만 삼키면 곧바로 알아듣지 못할 말을 중얼거리는 멍청이로 변했다.

실제로 그들은 아군에게 LSD(‘EA-1729’) 투약을 시도했다. 미군 병력 1500명에게 그 약을 투여했더니 ‘완전 무력감부터 숙련도의 현저한 감소까지’ 다양한 결과가 나왔다. CIA는 훨씬 더 강력한 환각제를 발견한 뒤에야 실험을 중단했다. BZ(quinuclidinyl benzilate)는 LSD를 뛰어넘어 더 큰 효과를 나타냈다. 이 약을 에어로졸 형태로 한번 뿌리면 피험자가 최대 3일 동안 흥분상태 또는 정신착란 상태에 빠지곤 했다. 그리고 솜씨 있게 투여하면 피험자를 완전히 무력화했다. BZ의 실험대상이 된 한 공수대원은 환각상태에서 회복되지 못했다. 한 동료는 “마지막으로 목격했을 때 그는 군복을 입은 채 샤워하면서 시가를 피우고 있었다”고 전했다.

더 강력한 환각제의 도입으로 CIA가 마침내 LSD를 용도 폐기해도 좋은 상황이 됐다. LSD의 효과는 너무 편차가 컸다. 민간인 피험자 중 LSD를 투여 받는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리고 시설에 수용된 피험자를 대상으로 약을 투여하면서 CIA는 제2차 세계대전 중 요제프 멩겔레가 다하우 집단수용소에서 집시와 유대인을 상대로 한 실험과 똑같은 영역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CIA가 사용을 중단한 뒤 LSD는 히피들 손으로 넘어갔다. LSD가 예술가 집단으로 넘어가면 대중화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었지만 웃음거리로 만들기도 쉬웠다. 게다가 1960년대 후반에는 약물남용으로 새로운 그룹이 탄생했다. 약물에 빠져 정상으로 돌아오지 못한 LSD 희생자들이었다. 록그룹 핑크 플로이드의 시드 배럿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과학자들의 관심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었다. 한 가지 문제는 LSD와 다른 사일로사이빈(버섯 추출물)이 정확히 어떻게 작용하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점이다. 가장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는 그것이 두뇌 부위에 간섭한다는 것이다. 전두엽에는 두뇌와 신체가 매초마다 수십억 GB의 데이터를 처리하며 사실상 필터 역할을 하는 부위가 있다. LSD가 이 필터를 조작한다고 생각된다. 일반적으로 통과하지 못하는 데이터가 갑자기 대형 스크린에 표시된다는 의미다. 다시 말해 LSD가 뭔가를 추가하는 게 아니라 없애는 역할을 한다.

60년 전의 헉슬리와 마찬가지로 여러 과학자들도 생과 사를 매끄럽게 통과할 수 있는 LSD의 효능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2014년 초 말기병 환자 12명을 대상으로 심리요법과 병행해 사용되는 LSD의 효과를 조사한 연구가 40년 만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앞두고 있었다. 소량을 투여한 사람들은 불안 수준이 높아졌지만 더 많은 양을 투여하면 불안 수준이 낮아지고 마음에 더 큰 평온을 얻었다. 환각여행이 즐거웠든 불쾌했든 간에 말이다. ‘사람들은 약물 복용보다 죽음을 더 두려워한다’고 연구의 주요 후원자 중 한 명이 지적했다.

현재 중독 치료법을 찾는 사람들은 LSD의 효능(소량으로 강력한 효과, 비습관성 약물)을 조사한다. 지난 10년 간의 조사에서 알코올 중독에는 표준적인 약리적 치료법보다 LSD가 더 효과적이었다. 2012년 50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선 LSD 복용 후 59%가 알코올 남용 감소와 ‘상당히 유익한 효과’를 나타냈다. 생물학자들은 환각제를 복용한 동안 두뇌의 변화를 살펴볼 수 있었다. 두뇌의 일부 부위는 성탄절처럼 환하게 불이 들어온 반면 다른 부위는 기이하게 어두워졌다. LSD·엑스터시·메스암페타민(MDMA)의 특성을 이루는 환상과 환각을 감안할 때 희한하게도 시각피질이 평소보다 더 활발해지지 않았다. 분위기 조절과 관련된 두뇌 부위에선 많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말이다. 스트레스가 줄고 기분이 좋아졌다는 피험자들의 답변과 함께 이는 환각제 중 일부가 우울증·불안·정신분열증에 영향을 미친다는 ORG사실을 뒷받침한다.

맨 처음 호프만 박사로부터 출발해 CIA, 예술가와 히피들, 그리고 과학자들이 다시 사용하게 된 이 모든 과정의 최종 목표는 똑같았다. 선의든 악의든, 정당한 수단이든 반칙을 쓰든, 모두가 같은 보물을 찾고 있었다. LSD를 비롯한 환각제는 인식을 여는 도구이고 세상을 보는 새로운 방법을 제공하는 듯했다. 의식장애(altered consciousness)에 이르는 또 다른 효과적인 방법, 바로 죽음처럼 말이다.

오랫동안 사망선고를 받았다가 부활한 환자들의 생생한 경험담은 오랫동안 환각으로 무시됐다. 오래 전에 절단된 팔다리의 통증을 호소하는 환상지증상(phantom limb syndrome)처럼 임사체험(NDE) 주장도 다수가 묵살되거나 인정받지 못했다. 이론상 심장 박동이 멈추고 약 30초 뒤 뇌 기능이 정지된다. 그리고 현재의 정의에선 뇌에서 10분 정도 이렇다 할 활동이 없고 맥박과 호흡이 없으면 사망으로 판정한다. 법적·도덕적·의학적·생리적으로 완전히 저 세상 사람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아닐 수도 있다. 사후에도 의식이 남아 있는 듯한 사람이 있을 뿐 아니라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이른바 ‘경계 상태(liminal states)’도 있다. 샘 파니아 박사 같은 과학자들의 연구와 신경과학 연구가 맞물리면서 이를 뒷받침해준다. 파니아 박사가 2013년 저서 ‘라자루스 효과(Lazarus Effect)’에서 설명했듯이 “죽음은 심장박동이 멈추고, 호흡이 끊기고, 뇌 기능이 정지될 때처럼 시간대상 어느 특정한 한순간이 아니다. 말하자면 통념과는 반대로 죽음은 순간이 아니다. 시작된 지 한참 뒤에도 중단될 수 있는 하나의 과정이다.”

그는 심장마비를 일으키고도 살아남은 환자 33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의학적으로 사망한 지 오랜 후에도 일종의 의식이 있었다는 답변이 39%, 눈에 띄는 모든 두뇌 기능이 멈춘 뒤 사고과정과 기억 등 지각을 분명하고 상세하게 설명할 수 있다는 사람이 10~20%였다. 자기 몸을 빠져나오는 상황을 설명하거나 신비로운 경험과 밝은 빛을 묘사하는 사람도 있었다. 한 환자는 자신의 심장박동이 정지되고 한참 뒤 자신이 누워 있던 병실과 자신을 살리려던 시도를 자세히 설명할 수 있었다.

이들의 경험담 중 다수는 1970년대 레이먼드 무디가 연구를 바탕으로 한 1975년의 저서 ‘다시 산다는 것(Life After Life)’에서 설명한 결과를 뒷받침한다. 책에 소개되는 대다수 방법론과 거의 모든 과학이론은 그 뒤 초자연적 현상(paranormal)에 잘 속아 넘어가는 신봉자가 만들어낸 소설로 평가절하됐다. 하지만 그 책은 베스트셀러가 됐다. 그러나 사람들이 중간지대에서 한동안 정지된 채 존재할 수 있다는 기본 요점을 받아 들인다면 삶과 죽음을 재정의해야 하지 않을까? 이쪽에도 저쪽에도 속하지 않는 일종의 생리적 연옥이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것을 떠나 자의식이 어디서 끝나고 더 광의의 의식이 시작될까?
IT업계 종사자들은 맥박이나 양심이 없는 기계에 그렇게 큰 힘을 건네주는 게 과연 좋은 생각인지 확신을 갖지 못한다.
의학에선 완전히 깨어 있는 상태로부터 수면 그리고 죽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각성 단계를 항상 인정해 왔다. ‘글래스고 혼수 척도(GCS)’는 신체적 의식의 평가에 가장 근접한 등급이다. 각종 자극에 대한 환자의 반응에 기초해 각 단계에 15점 만점으로 등급을 부여한다. 환자가 고통으로 몸을 움츠리고, 구두 명령에 반응하고, 주변 환경을 인식하면 높은 점수를 받는다. 3점 이하는 없다. 3점을 받으면 다음 단계는 사망이다.

GCS 척도는 모든 게 그렇듯 오류가 없지는 않지만 거의 보편적으로 사용될 만큼 유용성이 입증됐다. 외상성 뇌손상 환자의 절반 가까이는 술 아니면 마약에 취한 사람들이다. 따라서 마취과 의사나 외과 의사의 작업이 복잡해진다. 설상가상으로 고통에 대한 신체적 반응이 없다고 해서 반드시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수면 중 뇌가 신체 기능을 정지시키는 시기가 있듯이 마취과 의사가 신체 반응을 정지시키면서도 정신적 과정이나 감각은 멀쩡하게 남겨둘 수 있다.

따라서 의식을 일련의 속성이나 능력이 아닌 면들이 상하로 겹쳐지는 형태로 보는 편이 더 쉬울 수도 있다. 아주 광범위하게 말해 대양 해류는 지구를 벨트 형태로 순환한다. 극빙은 차가운 물을 덮고 있는 따뜻한 물 위에 깔린다. 마치 바다가 이음매 없는 하나의 덩어리가 아니라 강물이 모두 서로 미끄러지며 뒤섞이듯이 말이다. 누구나 한번은 발은 따뜻하고, 무릎은 미지근하고, 가슴은 차가운, 온도가 제각각인 물 속을 헤쳐 나간 느낌이 있다.

어쩌면 의식도 그와 같을지 모른다. 어쩌면 겹겹이 쌓인 자아의 바다 속을 우리 모두가 헤엄쳐 나가는지도 모른다. 때로는 수면 위에서 일광욕을 하고, 때로는 수면 또는 혼수 상태에서 침묵 속으로 깊숙이 잠수하는 식이다. 비유에 지나지 않지만 적어도 우리가 의식 상태를 묘사할 때 바다가 항상 끼어드는 것은 흥미로운 현상이다. ‘잠에 빠져들다(falling to sleep)’ ‘깊은 혼수상태(deep trance)’ ‘무의식으로의 침잠(descents into oblivion)’ 등. 어쨌든 일부 신경과학자들은 혼수상태와 인공호흡기 착용 상태 중 두뇌의 작동방식에 대해 비슷한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신경세포의 행동양식을 수중 음파탐지기와 비슷하다고 묘사한다. 의식이 완전히 깨어 있을 땐 음파탐지기가 켜진다. 신호가 뚜렷해 모두에게 들린다. 무의식 상태일 때는 음파탐지기가 켜져 있고 신호를 보내긴 하지만 어느 방향으로도 나가지 않는다. 두뇌의 심해에서 반짝이는 작은 불빛과 에너지로 제자리에 머물며 어둠 속에서 홀로 불꽃을 피운다. 그리고 혼수상태에서도 음파탐지기가 여전히 켜져 있지만 신호는 고장난 상태다.

뇌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항상 외경심을 잃지 않는다. 하지만 신경과학자들은 정확히 무엇이 또는 누가 뇌를 움직이는지에 관해서는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의견이 분분하다. 신경과학자 수전 그린필드는 학창시절 인간의 뇌를 처음 들여다봤을 때를 이렇게 묘사한다. “무엇보다도 포르말린 냄새가 난다. 정말 끔찍한 냄새다. 코를 찌를 정도로 고약하지만 그것은 절개할 때 뇌를 단단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플라스틱 밀폐용기에 고무장갑을 보관해 둬야 한다. 그것을 손에 들고 ‘맙소사, 이것은 사람이었어’라고 생각하던 기억이 생생하다. 절개 준비가 됐을 경우엔 한 손으로 들 수 있다. 갈색 비슷하며 마른 혈관들이 보인다. 호두 같은 모양새다. 주먹 쥔 양손 같은 2개의 반구로 이뤄졌다.”

의식은 “육체로부터 분리돼 제멋대로 떠돌아다니는 요소는 아니다”고 그녀는 믿는다. “나는 범심론(panpsychism)을 믿지 않는다. 범심론은 의식이 우주로 환원하려는 특성을 지니며 우리의 뇌는 그것을 포착하는 위성 접시 같다는 이론이다. 그것을 반박할 수는 없지만 의식은 두뇌와 육체의 산물이라고 가정할 경우 두뇌가 변하면 의식의 변화도 불가피하다.”

마찬가지로 그녀의 친구이자 옛 동료인 신경과학자 헨리 마시도 2014년 회고록 ‘해치지 말라(Do No Harm)’에서 무엇이 정신에 속하고 무엇이 뇌에 속하는지를 둘러싼 논란을 가리켜 “헷갈리는 문제이며 궁극적으로 시간낭비”라고 평한다. “내게는 의식이 문제로 보인 적이 한번도 없었다. 경외, 경탄, 커다란 놀람의 원천일 뿐이다. 내 의식, 자의식, 공기처럼 자유롭게 느껴지는 자아, 책을 읽으려 애쓰는 대신 높은 창문 밖의 구름을 바라보는 자아, 지금 이 같은 글을 쓰고 있는 자아가 실제론 1000억 개 신경세포의 전기화학적 재잘거림이라는 점에서 말이다.”

일부 신경수술은 국부마취 상태에서 하는 편이 낫다. 환자의 의식이 깨어 있어 수술하는 내내 질문에 답변한다는 의미다. 뼈로 이뤄진 케이스 안의 두뇌를 내려다보면서 그 주인과 대화하는 일을 하며 평생을 살아간다면 얼마나 야릇하고 기적 같겠는가? 테야르 드 샤르댕은 고생물학자의 사고방식과 광범위한 주제를 넘나드는 감각을 지녔다는 점에서 필시 신경수술을 좋아했을 성싶다. 그러나 뇌를 절개하면 의식의 본질에 정말로 더 가까워질까? 두뇌가 자아의 요람일까? 그렇다면 그것은 알츠하이머 같은 뇌질환이 자아의 구성요소를 좀먹는 이유일까?

던컨 맥두걸 박사는 의식과 영혼이 서로를 맞바꿀 수 있을 뿐 아니라 둘 다 무게를 잴 수 있다고 믿었다. 1901년 그는 미국 매사추세츠 주에서 의사로 일하며 결핵 말기환자를 치료하고 있었다. 환자들의 임종 과정을 거의 예측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는 중증 환자 6명의 침대를 천칭 위에 올려 놓는 방법으로 자신의 생각을 테스트했다. 환자들이 사망하는 순간 그들의 몸이 가벼워졌다고 그는 주장했다. 또는 뉴욕타임스는 이렇게 표현했다. “생명이 멈추는 순간 반대쪽 저울판이 갑자기 떨어져 우리를 놀라게 했다. 마치 몸으로부터 뭔가를 갑자기 들어올린 듯했다. 곧바로 다른 요소 들을 하나하나 제하면서 체중이 얼마나 줄었는지 계산했다. 딱 28g의 체중이 감소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것이 영혼에 질량이 있다는 증거라고 맥두걸 박사는 말했다. “본질적인 문제는 계속적으로 개성과 의식의 토대를 이루는 물질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공간을 차지하는 물질이 없다면 육체적 사망 이후 개성 또는 지속적 의식을 가진 자아는 상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맥두걸 박사는 개 15마리와 생쥐 여러 마리를 대상으로 똑같은 가설을 검증했다. 모두 체중 변화가 없었다. 그는 이것이 사람에게만 영혼이 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맥두걸 박사의 표본이 적어(처음 6명의 환자 중 2명이 제외됐고, 2명은 사망 후 체중이 더 줄었고, 한 명은 더 늘었다. 따라서 그의 가설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1명만 남았다) 실험은 곧 신뢰성을 잃었다. 불운한 15마리의 개는 원치 않는 약물로 죽었다.

맥두걸 박사의 실험은 대부분 비이성적이거나 잔인했다. 그 전후의 수많은 연구자들과 마찬가지로 그는 두 가지 문제에서 제 발에 걸려 넘어졌다. 첫째는 질량이 없는 건 존재할 수 없고, 둘째는 영혼이 의식과 같으리라는 점이다. 바로 이 문제에서 모든 게 무너져 내리기 시작한다. 파우스트의 영혼을 팔고 성찰하는 이야기들이 설득력 있는 이유는, 수량화할 수 없는 존재가 사실적인 형태로 바뀔 수 있음을 시사하는 데 있다. 하지만 스토리조차 도달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오메가 포인트에 관한 샤르댕의 주장이 맞을 수도 있고 틀렸을 수도 있다. 그의 이론은 내용보다는 과학, AI, 신성을 합성했기 때문에 주목 받는다. 그의 이점은 그가 여러 학문을 아우르는 통섭주의자이자 더 나은 천국을 바라는 오랜 희망에 구호를 제공했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그의 정신세계는 더 많은 의문을 풀기 위한 출발점 역할을 할 수 있을 뿐이다. 그는 자신이 말하는 수렴의 포인트를 계시의 순간, 신을 향한 최후의 통합적인 비상으로 상상했다. 그러나 그의 말이 옳다고 해도 우리 모두 자유 의지를 갖고 있다. 그리고 새로운 우주를 향한 전환점이 존재한다면 그것이 올바른 방향으로 전환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 벨라 배서스트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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