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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잔 밑 주한미군 시장을 잡아라

등잔 밑 주한미군 시장을 잡아라

주한미군 조달시장 규모는 2조원에 달한다. 입찰 자격 등록이 까다롭지만 그만큼 공신력을 높일 수 있어 중소기업의 수출 전략에 매력적이다.
중소기업의 해외 수출 전초기지로 주한미군 조달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주한미군 기지이전 사업이 진행 중인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의 모습. / 중앙포토
‘가깝고도 먼 시장’ ‘등잔 밑 2조원 시장’. 주한미군 조달시장을 일컫는 말이다. 주한미군 조달시장은 미국연방정부 조달시장의 일부로, 한국 기업들에게는 국내에서 미국 조달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꼽힌다. 상시 공급을 위한 물류창고, 현지 A/S시스템 구축, 시차 없는 연락을 위한 현지 법인과 딜러 설립 등 미국 연방정부 조달시장의 엄격한 요구사항을 쉽게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연방정부조달청(GSA)의 통계를 보면 2014년 미국연방정부의 조달시장은 약 523조원(4500억 달러) 규모다. 그 중 약 60%인 326조원(2800억 달러)이 미국 국방부를 통해 체결됐다.

그러나 낯설고 복잡한 조달 절차 등으로 인해 한국 기업의 시장 참여는 활발하지 못하다. 우리 국토에서 매년 2조원 규모의 매출이 발생하고 있지만 한국 기업의 점유율은 70% 정도에 그치고 있다. 2014년 기준 주한미군의 국가별 조달현황을 보면 한국이 1조4500억원, 미국이 5300억원, 싱가포르가 18억원을 나타냈다. 특히 지난 10년간 계약 비중이 정체되어 있어 시장 확대를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언제·어떤 수요 나올지 정보 수집이 관건
지난 2월 23일 KOTRA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진행한 ‘ 주한미군 조달시장 진출 설명회’모습. / KOTRA 제공
주한미군 조달시장은 크게 물품·서비스·건설 계약으로 이뤄진다. 계약 규모는 주둔하고 있는 미군병력의 증감, 제품과 서비스의 구매주기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 지난해 주한미군 기지이전 사업과 관련해 건설업 계약비중이 증가하고 있으며 반면에 물품계약 비중은 감소 추세다. 하지만 기지 건축이 끝나면 2017~2018년 사이에는 내부에 필요한 물품계약 비중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주한미군은 크게 경기북부·강원, 서울, 경기남부·충청, 대구·부산·광주, 오산공군기지, 군산공군기지 등 6개 권역에 주둔하고 있다. 특히 경기도 의정부와 동두천에 주둔하고 있는 제2보병사단이 주한미군의 주력답게 가장 많은 자금을 집행하고 있다. 용산과 성남에 주둔한 미8군사령부는 모든 행정업무를 총괄하므로 계약 정보가 집중되어 있다.

주한미군 조달시장은 건설·운송·통신·사무용품 분야 등 다양한 계약이 이뤄지고 있어 중소기업이 진출하기에 적합한 시장으로 꼽힌다. 일단 입찰 대상 기업으로 등록하면 다른 나라에 주둔한 미군기지에도 납품이 가능하며 향후 미국 본토 조달시장 진출에도 큰 도움이 된다. 지난 2012~2014년의 산업별 계약현황을 보면 연도별로 차이는 있지만 물품, 건설, 서비스의 계약비율이 대체적으로 5:3:2의 비율을 보이고 있다.

물품에서는 사무용·숙소용 가구, 포크레인·지게차 같은 중장비 등의 납품과 사후서비스 분야의 사업 참여가 가장 활발하다. CCTV 등을 연계한 보안시스템 분야 수요도 갈수록 늘고 있다. 사무 용품(터너카트리지·복사용지·청소관련용품), 사무용 기기(프린터·복사기) 등 반복적으로 구매가 이뤄지는 분야의 경쟁도 치열하다. 서비스 분야에서는 의료장비·자동차정비의 대여와 A/S, 시설물관리·청소용역 등 환경관리 서비스, 인테리어·설계·조경 등 전문서비스 분야가 유망하다.

하지만 조달 절차가 낯설고 복잡한 탓에 국내 중소기업들은 미군 조달 자격 획득에 소극적이다. 국제기업 식별부호(DUNS NUMBER), 나토생산자부호(CAGE CODE), 미국조달청 계약관리시스템(SAM), 미국조달청 입찰정보 제공시스템(FBO), 미국 국방부 대금결재시스템(WAWF) 등 반드시 등록해야 할 절차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신청에서 승인까지 빠르면 6개월, 늦으면 1년까지 걸리기도 한다. 일단 승인이 거부되면 같은 과정을 다시 밟아야 한다는 것도 걸림돌이다.

업계에서는 무엇보다 정보 수집을 강조한다. 한연희 KOTRA 공공조달팀장은 “입찰 진행 프로세스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는 수요부서에서 언제, 어떤 수요가 발생할 지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라며 “이는 조달계약의 성패를 가르는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수요 발생에 대한 시장조사 단계부터 입찰을 준비하면 수주 확률이 높아진다 설명이다. 현재 주한미군을 비롯한 미 육군 입찰은 미 연방조달청에서 운영하는 FBO로 통합되어 운영되고 있다.

 중소기업의 미국 수출에 유리
KOTRA는 지난해 12월 ‘주한미군 조달시장 진출가이드’ 발간에 이어 지난 2월엔 ‘주한미군 조달시장 진출 설명회’를 진행했다. 한 팀장은 특히 주한미군 조달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우리 기업의 3계명을 강조했다. ‘대표가 직접 챙겨라’ ‘꾸준히 네트워크를 관리하라’ ‘규정·절차를 준수해라’ 등이다. 특히 벤더등록 내용, ID, 이메일을 담당직원만 알고 있는 경우 그 직원이 이직하면 회사의 계정 갱신이나 진행사항 확인에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대표가 직접 챙겨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팀장은 “주한미군 조달시장은 건설, 운송, 통신, 사무용품 등을 다양하게 조달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중소기업에게 특히 매력적”이라며 “규정과 절차를 잘 이해한다면 주한미군 뿐만 아니라 향후 미국 본토 조달시장 진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조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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