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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현실의 성장은 포르노가 이끈다

가상현실의 성장은 포르노가 이끈다

단체로는 즐기지 못하는 성인 엔터테인먼트가 영화와 게임에 이어 3위 규모의 VR 시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동굴 벽화 이후 포르노는 이 순간을 향해 진화해 왔다. 행동에 더 가까울수록 당연히 더 잘 받아들여진다. 그것이 진화의 다음 단계다.”

미국 3위 규모의 성인 엔터테인먼트 사이트의 이언 폴 최고정보책임자(CIO)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한다. 그는 IB타임스와 인터뷰에서 3D는 뿌리내리지 못할 게 뻔한일시적 유행이었던 반면 가상현실(VR)은 포르노뿐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MWC에서 폴 CIO를 만났다. 어디를 봐도 VR 헤드셋이 있었다. 그러나 삼성·LG·HTC는 VR이 어떤 미래를 펼칠지 설명하는 데 초점을 맞춘 반면 포르노 업계는 이미 그것을 토대로 수익성 있는 사업 모델을 구축했다. 그것은 우리가 알고 있던 것보다 더 혁명적일 수 있다.

포르노가 비디오 업계 혁신의 촉매제라는 주장은 전혀 새롭지 않다. 성인물 업계는 베타맥스보다 VHS, HD-DVD보다 블루 레이의 도입에 앞장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VR에는 ‘포맷 전쟁’을 벌일 만한 마땅한 적수가 없지만 폴 CIO는 애플과 삼성 등이 구축한 ‘담장 처진’ 폐쇄된 생태계를 허무는 데 VR이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그는 “VR 공간에서 성인물 업계가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는 영역은 바로 폐쇄적인 생태계”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오큘러스 스토어에서 구입한 VR 앱은 삼성의 기어 VR 헤드셋으로 다운로드된다. 삼성전자는 현재 오큘러스 매장에서 성인물 앱의 판매를 허용하지 않는다. 따라서 성인물 콘텐트는 다른 공급원에서 스마트폰으로 따로 내려 받아야 한다. 이용자로부터 그런 점이 불편하다는 피드백을 받는다. 그런 이유에서 사람들이 기어 VR과 비슷하지만 구입 가능한 콘텐트에 제한이 없는 다른 기기로 갈아타고 있다. 따라서 성인물 산업의 영향으로 제한적인 환경에서 탈피하는 경향이 일부 나타날 것으로 본다.”

폴 CIO는 삼성전자 같은 기업들이 “이런 콘텐트에 대한 기본적인 욕구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우리 같은 신뢰도 높은 브랜드와 손잡으면 상생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아직 모르겠다.”

올해 MWC에선 VR을 둘러싼 흥분과 혁신이 과거 어느 때보다 두드러졌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S7 모델을 공개하면서 VR을 이용했다.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를 무대로 초청해 삼성전자와 페이스북 산하의 VR 개척자 오큘러스 간의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올 후반 360도 동영상과 이미지를 촬영해 기어 VR로 볼 수 있는 카메라를 출시할 예정이다. LG도 신형 스마트폰 G5와 함께 VR 헤드셋을 발표했다. 노키아는 VR 전용 카메라 오조를 선보였으며 포드와 인텔 등 여러 기업이 VR 데모를 활용했다.
구글 카드보드는 저렴하게 VR 포르노를 감상하려는 사람들의 솔루션이 될 수 있다.
 휴대전화보다 성장률 높은 10억 달러 산업
VR 하드웨어가 더 많은 소비자의 손에 들어간다는 것은 폴 CIO와 노티 아메리카로선 희소식이다. 노티 아메리카는 삼성전자·노키아·LG전자와는 달리 하드웨어가 아니라 VR 비디오에서 수익을 올린다. 폴 CIO는 “어떻게든 헤드셋이 더 많이 보급될수록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며 회사에서 어떤 카메라를 사용하는지는 변호사들의 조언에 따라 공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일반 시판 모델을 우리에게 맞춤으로 일부 개조한 제품의 조합”이라는 정도가 전부다. 또한 연기자가 직접 카메라를 착용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기업들은 하드웨어 판매 말고는 VR로 어떻게 수익을 올릴지 아직 뚜렷한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폴 CIO는 노티 아메리카가 지난해부터 VR 비즈니스 모델로 돈을 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는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IB타임스에 말했다.

VR 시장의 다른 업계들에 관해 폴 CIO는 이렇게 말했다. “성인물 업계가 VR 보급의 큰 동력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기 꺼리는 듯한 눈치다. 포르노가 VR 산업을 이끌어간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지 않나 싶다. 현재 우리가 수익을 올린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2020년에는 VR 성인 엔터테인먼트 시장이 연간 10억 달러에 달하고 영화와 게임에 이어 3위 규모의 VR 시장이 된다고 노티 아메리카는 주장한다. 글로벌 투자은행 파이퍼 재프리의 분석팀이 실시한 연구도 이를 뒷받침했다. 폴 CIO는 “우리의 추정이 상당히 정확하다”며 올해 말에는 매달 최소 1000만~2000만 명이 VR 포르노를 관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더 놀라운 사실은 전반적인 VR 보급 증가율의 추정치일 듯하다. 폴 CIO에 따르면 VR 헤드셋 구입 증가율이 휴대전화가 처음 판매됐을 당시보다 더 높다. 기본적으로 VR 판매량은 훨씬 적지만 증가율이 더 높다. “사람들이 휴대전화를 구입할 때보다 더 빠르게 행동한다.”

VR이 그냥 신기한 기술에 불과한 건 아닌가? “그렇지 않다”고 폴 CIO는 잘라 말한다. “3D TV는 일시적으로 눈길을 끈 신기한 기술이었다. 우리는 그냥 ‘패스’했다. 그 기술을 지원하지도 않았다. VR에서 느끼는 친밀감, 그 체험이 대단히 혁명적이다. 이것은 전혀 다른 기술이다. 스크린은 더는 의미가 없다. 동영상 안으로 들어가게 되니까.

- 앨리스테어 찰턴 IBTIMES 기자
 [박스기사] 호텔에서도 ‘은밀한’ 즐거움을 - 성인 콘텐트가 탑재된 VR 헤드셋을 라스베이거스 호텔에서 시범 서비스한다
라스베이거스의 호텔에 포르노가 내장된 VR 헤드셋이 제공된다.
가상현실(VR) 포르노 업체 VR 뱅어스가 성인 콘텐트가 사전 탑재된 VR 헤드셋을 라스베이거스 호텔에 공급할 계획이다. 헤드셋 제조업체 오라바이저와 제휴사업이다. 소셜펀딩 업체 킥스타터와 인디고고에서 자금을 조달해 출발한 오라바이저는 VR 뱅어스의 ‘초현실적이고 몰입적인 포르노’ 체험과 결합한 묶음 상품으로 대 당 20달러에 호텔 제휴사들에 제공된다.

‘VR 뱅어스 호텔 체험’ 상품은 라스베이거스의 몇몇 호텔에서 시범 서비스된 뒤 미국 전역의 호텔에 널리 보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헤드셋 이용자가 남녀 파트너 중 택일하면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구현된 가상 객실에 선택한 파트너가 찾아와 고객과 합류하는 방식이다.

VR 뱅어스는 “남녀 중 택일한 뒤 VR 헤드셋에 호텔 객실이 재현돼 훨씬 더 실감 나게 체험할 수 있다”며 “그 뒤 (가상현실 세계에서) 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리고 여자 또는 남자가 객실 안으로 들어와 관람자와 에로틱한 또는 성적 체험을 즐기게 된다.” VR 뱅어스는 현재 전 세계 호텔로부터 주문이 들어 오고 있다고 말했다.

오라바이저의 VR 헤드셋은 오큘러스 리프트나 HTC 바이브 기기와는 달리 컴퓨터나 스마트폰 없이 기능하는 테터 프리(tether-free) 방식이다. 이 기기는 인디고고에서 400달러에 사전 주문 가능하며 킥스타터와 인디고고를 더해 모두 30만 달러 이상의 자금을 조달했다.

하지만 사용목적의 비위생적인 성격을 감안할 때 헤드셋이 얼마나 자주 교체될지는 확실하지 않다. 체크아웃할 때마다 소각하는 방법이 이상적이다. 하지만 기업들이 이 같은 문제를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설혹 그런다 해도 더 경제적인 대안을 모색할 것이다.

VR 포르노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면서 이런 유의 서비스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VR 뱅어스에 따르면 그들은 각종 모바일·VR 기기 용 콘텐트를 공급하고 있다. 한편 같은 업계의 성인 엔터테인먼트 사이트 폰허브는 지난 3월 전용 VR 채널을 개국하면서 선수를 쳤다. 동시에 오로지 VR 포르노를 최대한 실감 나게 만들려는 목적의 소름 돋는 기술이 시장에 속속 등장한다.

“게임과 영화감상에서 가상현실의 매력은 명백하지만 포르노 업계의 혁신 잠재력은 훨씬 더 흥미진진하다”며 VR 뱅어스는 덧붙인다. “정확한 숫자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대다수 조사에선 웹 트래픽의 30% 선이 성인 콘텐트다. 이런 환경에서도 포르노 업계는 수년간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며 많은 소비자는 기존 포르노에 식상해 한다.”

하지만 이젠 달라졌다. 따분하고 고리타분한 2D 포르노의 시대는 갔다. 가상현실 포르노의 시대가 도래해 여러분 곁의 호텔로 찾아간다.

- 오웬 휴즈 아이비타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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