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맛을 모르고 냄새 못 맡을까
왜 맛을 모르고 냄새 못 맡을까
신경미식학: 미각이 맛 지각으로 이어지는 과정과 그 능력의 저하 원인 연구… 요리사들과 신경과학자들이 미각·후각의 지각 장애 겪는 사람들을 위해 협업 나서 지나 물린(50)은 항상 책상 서랍에 간식으로 먹을 초콜릿을 넣어두곤 했다. 그러나 몇 년 전, 수차례 화학치료를 받은 이후로 초콜릿의 맛이 예전과 다르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제는 삼키지도 못할 정도로 맛이 없다”고 그녀는 말했다.
세 자녀를 둔 독신 여성인 물린은 2005년 유방암 2기 진단을 받았다. 7년 뒤엔 암이 뇌·간·폐·척추에서 재발했다. 의사는 그녀가 평생 동안 3주에 한 번씩 화학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강도 높은 화학치료는 여러 문제를 야기하지만, 한때 집에서 요리를 즐겨하던 그녀에겐 음식을 먹는 즐거움을 잃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해마다 치료가 계속되면서 물린의 미각과 후각은 점차 무뎌졌다. 지금 그녀는 뭘 먹든 향신료와 설탕·소금을 잔뜩 넣어야 한다. 그렇게 해도 입에 맞지 않을 때가 많다. 매달 화학치료를 받은 뒤 며칠 동안은 입안에 금속을 머금은 듯한 향이 가득해서 음식을 먹기가 힘들어진다.
물린처럼 상태가 심각한 환자를 다루는 의사들에게 맛을 못 느끼는 문제는 그다지 중요한 일이 아니다. 운동기능이나 기억력, 인지능력 손실 등 더 심각한 장애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그저 햄버거에서 종이상자 같은 맛이 나는 데서 그치는 문제가 아니다. 맛을 느끼지 못하는 환자들은 체중 저하, 우울감이나 고독감, 영양실조, 거식증의 위험에 노출된다. 현재로선 해결책이 없는 중대한 질환으로 발전할 위험이 있다는 의미다. “의사들은 내게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는다”고 물린은 말했다. “체중이 줄면 그저 ‘주스를 자주 마셔라, 마시기만 하고 먹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할 뿐이다.”
물린은 맛·냄새 감지 능력 저하를 경험하는 수백만 명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 이 장애는 화학치료를 받는 암 환자들뿐 아니라 알츠하이머나 파킨슨 병, 외상성 뇌 손상, 간질이나 경화증 환자 등 중앙 신경계가 손상된 환자에게서 종종 나타난다. 때로는 노화로 인해 발생하기도 한다. 미국 노인의학회지에 게재된 최신 연구에 따르면 조사 대상 노인 3000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음식 맛을 느끼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의학의 도움을 받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리가 먹고 마시는 행위로부터 쾌감이나 불쾌감을 느끼는 것이 입안의 미뢰(味雷, taste buds)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작은 신경 다발들의 역할은 일부분에 불과하다. 미뢰는 우리가 섭취한 것에 대한 경험을 일차적으로 제공하는 데 그친다. 음식이 입안에서 잘게 부숴져 녹을 때 나오는 맛 입자가 단맛·짠맛·신맛·쓴맛·감칠맛을 감지하는 미각 수용체와 만나고, 이 수용체는 받아들인 정보를 우리 뇌의 미각 중추로 보낸다.
이는 음식물 섭취를 즐거운 경험으로 만드는 공식의 일부일 뿐이다. 우리가 뭔가를 섭취할 때 후각·미각·청각·시각·촉각이 모두 안와전두피질(orbitofrontal cortex)에서 결합된다. 이렇게 종합된 정보가 뇌의 맛감각을 형성한다. 예일대학 의과대학의 고든 셰퍼드 신경과학과 교수는 그 예로 “코 막고 음식 먹기”를 든다. 코를 막고 과일 맛 사탕을 입에 넣으면 단맛만 느껴질 뿐 과일 맛은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다가 코에서 손을 떼면 사탕에 있던 과일 맛이 즉시 뇌 속으로 흘러들어 온다”고 셰펴드 교수는 말했다. 사탕을 입에 넣었을 때 사탕의 향이 입 안에서 비강으로 흘러들어가면서 과일 맛 형성을 돕기 때문이다. 셰퍼드 교수는 이를 “비후냄새(retronasal smell)”라고 부른다.
냄새가 음식을 즐기는 데 필수적이라는 사실은 널리 알려졌다. 흔히 인용되는 통계에 따르면 냄새는 미각에 75%에서 최대 95%까지 관여한다. 후각을 일부 또는 모두 잃은 사람들에게선 이런 현상이 뚜렷이 나타난다고 셰퍼드 교수는 말했다. “그런 사람들은 냄새를 전혀 느끼지 못할 뿐 아니라, 미뢰가 관여하는 단맛·짠맛·신맛·쓴맛·감칠맛 외에는 아무런 맛을 느끼지 못한다.” 1960년대부터 후각 기관을 연구한 셰퍼드 교수는 후신경구(olfactory bulb)가 냄새 분자를 다루는 방식은 망막이 사물을 투사하는 방식과 똑같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망막은 시신경을 통해 뇌에 신호를 보냄으로써 우리가 사물을 볼 수 있게 한다. “우리가 냄새를 형성하는 분자들에 자극을 받으면, 우리 뇌 속에는 그 냄새의 이미지가 형성된다.”
다시 말해 뇌가 맛을 만든다는 의미다. “음식에는 우리 뇌가 맛을 만드는 요소가 들어 있고, 그로 인해 우리는 음식에 이끌린다”고 셰퍼드 교수는 말했다. 우리의 생존에 필요한 진화 방식이다. 호모 사피엔스는 맛있기 때문에 음식을 먹는다. “어쩌면 사람들은 그들이 먹는 음식의 맛을 선호하도록 진화했을 수도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뇌에서 맛을 담당하는 안와전두피질은 학습·기억·감정·인지·언어와도 연관돼 있다. 맛을 느끼는 것이 우리 뇌의 고차원적 기능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일 가능성도 있다.
수십 년에 걸친 셰퍼드 교수의 작업은 신경미식학(neurogastronomy)이라는 신경과학의 새로운 분야로 이어졌다. 2006년 네이처지에 처음 등장한 이 용어는 다섯 가지 미각이 어떻게 맛 지각으로 이어지며 어떤 경우에 그 지각 능력이 저하되는지 연구하는 학문을 가르킨다. 신경과학자들을 중심으로 야심차게 시작된 이 연구는 오늘날 임상의학자들과 요리사들 사이에서 빠르게 번지고 있다. 켄터키대학 신경심리학과의 댄 한 교수는 최근 맛과 냄새를 느끼지 못하는 환자에 대해 얘기했다. 그 남자는 이미 10여 명의 의사들을 만났지만 아무도 왜 그가 치즈버거에서 알루미늄 맛을 느끼고 오렌지맛 탄산음료에서 석유 맛을 느끼는지 설명하지 못했다. 약 6년 전 그 남자는 자동차 사고로 뇌를 다치면서 가벼운 트라우마를 겪었다. 한 교수는 그 환자에게 교통사고로 뇌 속 후신경구가 손상됐다고 설명했다. 후신경구는 손상을 입더라도 회복될 수 있지만 일부 조직에 상처가 남아서 평생 그 환자의 후각, 나아가 음식 섭취 경험에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교수는 2012년부터 맛 지각 연구에 착수했다. 캐나다 몬트리올의 한 컨퍼런스에 참석한 것이 계기였다. 미식가인 한 교수는 저녁식사를 할 만한 맛집을 알아봤고, 모두가 조 비프라는 식당을 추천했다. 앤서니 보댕의 유명한 TV 프로그램에 소개되고 펠레그리노의 2015년 세계 100대 식당에 선정된 고급 음식점이었다. 한 교수와 그의 동료 신경과학자들은 예약에 문제가 생기는 바람에 밤 10시가 돼서야 식사를 할 수 있었다. 그때 주방은 이미 정리를 시작했고 식당 공동 소유자이자 셰프인 프레드 모린은 식당 내부를 돌아보는 중이었다. 신경과학에 흥미가 있던 모린은 어느새 술을 잔뜩 갖고 와서 한 교수의 테이블에 앉아 뇌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는 최근 셰퍼드 교수의 책 ‘신경미식학: 뇌는 어떻게 맛을 만들고 그게 왜 중요한가(Neurogastronomy: How the Brian Creates Flavor and Why It Matters)’를 주치의에게 추천받아 구입한 참이었다.
모린과 한 교수는 서로 협력할 여지가 있다고 느꼈다. 세계 최고의 신경과학자들과 전문 요리사가 힘을 합치면 어떤 결과나 나올지 두 사람 모두 궁금했다. 식사의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을 도울 수 있을까? 모린은 그것이 아주 참신한 아이디어라고 말했다. “과학계와 식음업계가 협력하는 일은 오직 돈이 되는 사업뿐이었다”고 그는 말했다. 두 사람은 각각 과학자들과 요리사들을 섭외하기로 약속했다.
이후 한 교수는 렉싱턴으로 돌아갔다. 맛과 냄새를 느끼지 못하는 임상사례와 현 의료계의 대처법을 알고 싶었다. 2년 뒤 한 교수와 모린, 그 밖에 요식업계·음식과학·농학·의학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국제신경미식학회를 만들었다. 셰퍼드 교수의 선구적 연구를 바탕으로 이 학회는 ‘인간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미식의 맥락에서 뇌와 행동의 관계에 대한 지식을 탐구하는 학문이자 도구로서 신경미식학을 발전시킨다’는 설립이념을 세웠다.
임상 신경미식학에 관심이 있었던 여러 전문가들은 그들의 협업에 자극받아 프로젝트를 잇따라 만들었다. 뉴욕대학 랭곤메디컬센터 신경학 커뮤니케이션의 임상 전문가인 에드너 슈나이더도 그중 하나였다. 슈나이더는 주로 뇌진탕 환자들을 다뤘다. 그녀는 자신이 다루는 환자 여러 명이 후각 장애를 겪는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 외상 후 트라우마를 겪는 사람들도 후각 상실을 겪을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뇌를 다친 환자 49명 가운데 55%가 후각 장애를 겪었다.
슈나이더의 작업은 환자의 맛 지각과 냄새 지각을 자극하기 위해 기억을 활용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우리 모두가 음식을 입에 넣기 전부터 음식의 맛을 경험하기 시작한다는 사실에 착안했다. 슈나이더는 박하처럼 자극적인 맛과 향을 선택해 환자들에게 일주일 동안 가까이 하라고 주문했다. 생 잎의 냄새를 맡고, 차로 만들어 마시고, 음식에도 박하향을 첨가해 먹거나 박하를 넣어 요리하는 것이었다. 그는 환자들에게 맛과 향에 대한 일기를 구체적으로 쓰라고 주문했다. 슈나이더는 일기 쓰기가 환자들의 음식 섭취에 대한 자신감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들은 이전보다 더 많이 요리하고 더 많이 음식을 즐긴다. 음식과 사회 활동을 더 편안하게 느끼기 때문”이라고 그녀는 말했다. 그로 인해 전반적인 삶의 질도 향상됐다.
모린은 요리사들이야말로 맛 장애를 퇴치하는 가장 큰 무기라고 믿는다. “마치 마술사처럼 식욕을 돋구는 데 능한 사람들이 있다. 문제는 그 사람들이 보통 병원이 아니라 식당에서 일한다는 점이다.” 모린은 현재 요식업체와 협력해 냄새와 맛을 느끼지 못하는 환자들을 위한 음식을 준비 중이다. 이 음식은 향후 보통 병원식 대신 환자들에게 배달될 수도 있다.
모린은 일종의 환자 맞춤식 음식도 개발 중이다. 지난 심포지움에서 모린과 요리사들은 그런 음식을 몇 가지 선보였다. 그중 하나는 감자 수프다. 병원식으로 흔히 등장하는 메뉴지만 모린은 여기에 녹색 야채와 바베큐 향신료로 양념한 닭 껍질을 첨가했다. 그는 맛이나 냄새를 잘 느끼지 못하는 환자들의 식욕을 어떻게 해야 돋울 수 있는지 명확히 알고 있었다. 예를 들면 그들을 위한 요리는 식감이 좋아야 한다. 그는 오랜 시간 푹 삶은 양고기처럼 육질이 연하고 콜라겐이 풍부한 고기를 주로 쓴다. 뜨겁거나 차갑거나 매워서 화학 반응을 유발하는 재료는 피한다. 박하, 할라피뇨, 탄산 등 눈과 입, 피부에서 화학적 감각을 일으키는 재료들은 쓰지 않는다. 그런 감각은 냄새나 맛과는 별개로 3차신경을 통해 뇌로 전달된다. 맛과 냄새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에게 고추냉이 간장 소스나 칠리 소스는 후각이나 맛 지각과 결합되지 못하고 그저 거슬리기만 한다.
음식을 내는 방식도 중요하다. 음식을 어떻게 내놓아야 더 맛있어 보이는지는 굳이 요리 전문가나 신경과학 박사가 아니더라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명백하다. 이미 기업들은 막대한 돈을 들여서 눈길을 사로잡는 음식 포장법을 개발한다. 모린은 미적으로 눈길을 끄는 음식과 공간이 즐거운 식사에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냄새와 맛 지각에 문제를 겪는 사람들에게 적합한 식사 환경은 “활기 넘치고 떠들썩한 분위기”라고 모린은 말했다.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보다 상호작용할 수 있는 식탁에 내놓는 것이 가장 좋다. 예를 들면 음식을 다양한 소스와 함께 제공해 모두가 각자 원하는 것을 택할 수 있도록 하는 식이다.
옥스퍼드대학 실험심리학과의 찰스 스펜스 교수는 접시 색이 사람들의 식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 중이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아이스크림이 검은 접시에 담겼을 때보다 하얀 접시에 담겼을 때 10% 더 달고 15% 더 향이 풍부하다고 응답했다. 실생활에선 접시나 식기의 색이 입맛에 미치는 영향은 종종 무시되지만 이는 큰 실수로 이어지기도 한다. 예를 들면 영국의 일부 병원은 특정 치료를 받는 환자들의 음식을 빨간 접시에 담아 내놓는다. 병원 직원들이 접시 색만 보고도 어떤 치료를 받는 환자인지 알게 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빨간색은 식욕을 가장 저해하는 색깔이다. 2013년 의학 학술지 ‘식욕’에 게재된 한 논문은 음식과 음료를 빨간 식기에 담아 내놓았을 때 사람들의 칼로리 섭취량이 40% 감소했음을 보여줬다. 심지어 초콜릿을 맨 위에 올려 장식했음에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연구자들은 빨간색이 보편적으로 정지나 위험 같은 신호를 연상시키기 때문에 사람들을 덜 먹게 만든다고 추정했다.
외부 감각과 맛 지각을 통합하려는 작업 대부분은 극도로 통제된 인공적 환경인 실험실에서 주로 이뤄졌다. 스펜스 교수는 이를 바꾸려 한다. 그는 자신의 작업을 “맛 지각을 브레인 스캔하는 데서 벗어난 보다 현실적인 미식”이라 보고 이를 “미식학”이라 부른다. 행동경제학과 심리학, 감각 과학, 음식 과학을 결합한 분과다. “사람들을 병원, 식당, 카페, 집 등 다양한 환경에서 실험하고 각 환경에서 뭐가 중요한지를 알아보려는 것”이라고 스펜스 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현재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어린이 병원인 산트 호안 데 데우에서 연구하고 있다. 화학치료와 방사선치료를 받은 어린이들은 종종 음식에서 금속 맛을 느껴 섭취를 거부한다. 스펜스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특정 식기 색깔이 그런 어린이들의 식욕을 돋울 수 있는지 알아보고 있다.
스펜스 교수는 환자들이 암 치료에 앞서 맛·냄새 지각 장애에 적응 과정을 잘 거친다면 한결 수월하게 받아들이리라고 생각한다. 높은 산을 오르기에 앞서 약간 낮은 산에 올라 낮은 산소 밀도에 적응하는 훈련을 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집이나 식당처럼 편안한 환경에서 금속 맛을 접하기 시작하면 그 맛이 “스트레스나 고통과 연결되지 않는다”고 스펜스 교수는 설명했다. “사람들이 병원이 아닌 장소에서 금속 맛에 처음 노출되면 이를 다르게 받아들일까?” 그는 실험적인 음식으로 유명한 요리사 조제프 유세프와 함께 금속 맛 식사를 개발하는 중이다. 이제 첫발을 내딛은 신경미식학은 초기 성 과학 분야를 개척했던 윌리엄 마스터스와 버지니아 존슨을 연상케 한다. 1950~60년대 마스터스와 존슨은 성기능 장애가 의학적 문제로 여겨지지도 않고 환자들이 이야기하길 꺼리던 당시의 성 인식에 획기적인 변화를 일으켰다. “그 두 사람은 ‘성 과학은 삶의 과학’이라고 주장했다”고 한 교수는 말했다. “40~50년 뒤에 찾아올 새로운 과학은 학문일 뿐 아니라 수조 달러 규모의 사업이기도 하다.”
의료계는 환자가 음식을 즐기지 못하는 것이 사소한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신경미식학에 돈이 몰릴 조짐이 보인다. 한 교수와 그의 동료인 켄터키대학 생리학과의 팀 맥클린톡 교수는 맛과 냄새 지각 장애를 극복할 수 있는 신약 개발을 뒷받침할 기초 연구를 함께 수행한다.
냄새 처리 과정은 감각 뉴런을 수용하는 코 뒤의 세포 조직인 상피(epithelium)에서 출발한다. 각각은 서로 다른 냄새 분자에 부착되는 단백질들을 함유하고 있다. 맥클린톡 교수는 쥐의 냄새 수용체 1100개 가운데 어느 것이 특정 냄새 분자에 반응하는지 탐지하는 실험을 하고 또 인간에게 적용할 방안을 연구 중이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인간의 냄새 수용체 350개 모두를 쥐의 유전자에 삽입해 동일한 실험을 수행하는 것이다. 비용은 들지만 성공 가능성이 크다. 이 연구는 맛과 냄새 지각에 장애를 겪는 사람들의 지각을 향상시키는 신약 개발에도 적용될 수 있다.
그의 연구는 보통의 지각을 가진 사람들의 입맛도 바꿔놓을 수 있다. “우리 기술이 차후에 적용될 곳 가운데 하나는 우리가 새로운 맛, 더 나은 맛, 더 폭넓게는 새로운 냄새를 개발하는 방식을 바꿔 놓는 것”이라고 맥클린톡 교수는 말했다. 동남아에서 흔히 먹는 과일 두리안을 떠올려 보자. 두리안은 악취가 너무 심해 싱가포르의 대중교통 시설에 반입이 금지돼 있다. 그러나 두리안엔 영양이 놀랍도록 풍부하다. 맥클린톡 교수는 그의 연구가 언젠가 그런 악취를 감지하는 일부 수용체를 차단함으로써 두리안을 훨씬 더 먹음직스럽게 만들 수 있으리라고 말한다. 그런 발전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음식의 미래는 초컬릿 맛이 나는 브로콜리일지도 모른다.
- 제시카 퍼거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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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자녀를 둔 독신 여성인 물린은 2005년 유방암 2기 진단을 받았다. 7년 뒤엔 암이 뇌·간·폐·척추에서 재발했다. 의사는 그녀가 평생 동안 3주에 한 번씩 화학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강도 높은 화학치료는 여러 문제를 야기하지만, 한때 집에서 요리를 즐겨하던 그녀에겐 음식을 먹는 즐거움을 잃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해마다 치료가 계속되면서 물린의 미각과 후각은 점차 무뎌졌다. 지금 그녀는 뭘 먹든 향신료와 설탕·소금을 잔뜩 넣어야 한다. 그렇게 해도 입에 맞지 않을 때가 많다. 매달 화학치료를 받은 뒤 며칠 동안은 입안에 금속을 머금은 듯한 향이 가득해서 음식을 먹기가 힘들어진다.
물린처럼 상태가 심각한 환자를 다루는 의사들에게 맛을 못 느끼는 문제는 그다지 중요한 일이 아니다. 운동기능이나 기억력, 인지능력 손실 등 더 심각한 장애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그저 햄버거에서 종이상자 같은 맛이 나는 데서 그치는 문제가 아니다. 맛을 느끼지 못하는 환자들은 체중 저하, 우울감이나 고독감, 영양실조, 거식증의 위험에 노출된다. 현재로선 해결책이 없는 중대한 질환으로 발전할 위험이 있다는 의미다. “의사들은 내게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는다”고 물린은 말했다. “체중이 줄면 그저 ‘주스를 자주 마셔라, 마시기만 하고 먹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할 뿐이다.”
물린은 맛·냄새 감지 능력 저하를 경험하는 수백만 명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 이 장애는 화학치료를 받는 암 환자들뿐 아니라 알츠하이머나 파킨슨 병, 외상성 뇌 손상, 간질이나 경화증 환자 등 중앙 신경계가 손상된 환자에게서 종종 나타난다. 때로는 노화로 인해 발생하기도 한다. 미국 노인의학회지에 게재된 최신 연구에 따르면 조사 대상 노인 3000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음식 맛을 느끼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의학의 도움을 받는 사람은 거의 없다.
맛은 뇌가 만든다
이는 음식물 섭취를 즐거운 경험으로 만드는 공식의 일부일 뿐이다. 우리가 뭔가를 섭취할 때 후각·미각·청각·시각·촉각이 모두 안와전두피질(orbitofrontal cortex)에서 결합된다. 이렇게 종합된 정보가 뇌의 맛감각을 형성한다. 예일대학 의과대학의 고든 셰퍼드 신경과학과 교수는 그 예로 “코 막고 음식 먹기”를 든다. 코를 막고 과일 맛 사탕을 입에 넣으면 단맛만 느껴질 뿐 과일 맛은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다가 코에서 손을 떼면 사탕에 있던 과일 맛이 즉시 뇌 속으로 흘러들어 온다”고 셰펴드 교수는 말했다. 사탕을 입에 넣었을 때 사탕의 향이 입 안에서 비강으로 흘러들어가면서 과일 맛 형성을 돕기 때문이다. 셰퍼드 교수는 이를 “비후냄새(retronasal smell)”라고 부른다.
냄새가 음식을 즐기는 데 필수적이라는 사실은 널리 알려졌다. 흔히 인용되는 통계에 따르면 냄새는 미각에 75%에서 최대 95%까지 관여한다. 후각을 일부 또는 모두 잃은 사람들에게선 이런 현상이 뚜렷이 나타난다고 셰퍼드 교수는 말했다. “그런 사람들은 냄새를 전혀 느끼지 못할 뿐 아니라, 미뢰가 관여하는 단맛·짠맛·신맛·쓴맛·감칠맛 외에는 아무런 맛을 느끼지 못한다.” 1960년대부터 후각 기관을 연구한 셰퍼드 교수는 후신경구(olfactory bulb)가 냄새 분자를 다루는 방식은 망막이 사물을 투사하는 방식과 똑같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망막은 시신경을 통해 뇌에 신호를 보냄으로써 우리가 사물을 볼 수 있게 한다. “우리가 냄새를 형성하는 분자들에 자극을 받으면, 우리 뇌 속에는 그 냄새의 이미지가 형성된다.”
다시 말해 뇌가 맛을 만든다는 의미다. “음식에는 우리 뇌가 맛을 만드는 요소가 들어 있고, 그로 인해 우리는 음식에 이끌린다”고 셰퍼드 교수는 말했다. 우리의 생존에 필요한 진화 방식이다. 호모 사피엔스는 맛있기 때문에 음식을 먹는다. “어쩌면 사람들은 그들이 먹는 음식의 맛을 선호하도록 진화했을 수도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뇌에서 맛을 담당하는 안와전두피질은 학습·기억·감정·인지·언어와도 연관돼 있다. 맛을 느끼는 것이 우리 뇌의 고차원적 기능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일 가능성도 있다.
수십 년에 걸친 셰퍼드 교수의 작업은 신경미식학(neurogastronomy)이라는 신경과학의 새로운 분야로 이어졌다. 2006년 네이처지에 처음 등장한 이 용어는 다섯 가지 미각이 어떻게 맛 지각으로 이어지며 어떤 경우에 그 지각 능력이 저하되는지 연구하는 학문을 가르킨다. 신경과학자들을 중심으로 야심차게 시작된 이 연구는 오늘날 임상의학자들과 요리사들 사이에서 빠르게 번지고 있다.
신경과학자와 요리사의 만남
한 교수는 2012년부터 맛 지각 연구에 착수했다. 캐나다 몬트리올의 한 컨퍼런스에 참석한 것이 계기였다. 미식가인 한 교수는 저녁식사를 할 만한 맛집을 알아봤고, 모두가 조 비프라는 식당을 추천했다. 앤서니 보댕의 유명한 TV 프로그램에 소개되고 펠레그리노의 2015년 세계 100대 식당에 선정된 고급 음식점이었다. 한 교수와 그의 동료 신경과학자들은 예약에 문제가 생기는 바람에 밤 10시가 돼서야 식사를 할 수 있었다. 그때 주방은 이미 정리를 시작했고 식당 공동 소유자이자 셰프인 프레드 모린은 식당 내부를 돌아보는 중이었다. 신경과학에 흥미가 있던 모린은 어느새 술을 잔뜩 갖고 와서 한 교수의 테이블에 앉아 뇌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는 최근 셰퍼드 교수의 책 ‘신경미식학: 뇌는 어떻게 맛을 만들고 그게 왜 중요한가(Neurogastronomy: How the Brian Creates Flavor and Why It Matters)’를 주치의에게 추천받아 구입한 참이었다.
모린과 한 교수는 서로 협력할 여지가 있다고 느꼈다. 세계 최고의 신경과학자들과 전문 요리사가 힘을 합치면 어떤 결과나 나올지 두 사람 모두 궁금했다. 식사의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을 도울 수 있을까? 모린은 그것이 아주 참신한 아이디어라고 말했다. “과학계와 식음업계가 협력하는 일은 오직 돈이 되는 사업뿐이었다”고 그는 말했다. 두 사람은 각각 과학자들과 요리사들을 섭외하기로 약속했다.
이후 한 교수는 렉싱턴으로 돌아갔다. 맛과 냄새를 느끼지 못하는 임상사례와 현 의료계의 대처법을 알고 싶었다. 2년 뒤 한 교수와 모린, 그 밖에 요식업계·음식과학·농학·의학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국제신경미식학회를 만들었다. 셰퍼드 교수의 선구적 연구를 바탕으로 이 학회는 ‘인간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미식의 맥락에서 뇌와 행동의 관계에 대한 지식을 탐구하는 학문이자 도구로서 신경미식학을 발전시킨다’는 설립이념을 세웠다.
임상 신경미식학에 관심이 있었던 여러 전문가들은 그들의 협업에 자극받아 프로젝트를 잇따라 만들었다. 뉴욕대학 랭곤메디컬센터 신경학 커뮤니케이션의 임상 전문가인 에드너 슈나이더도 그중 하나였다. 슈나이더는 주로 뇌진탕 환자들을 다뤘다. 그녀는 자신이 다루는 환자 여러 명이 후각 장애를 겪는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 외상 후 트라우마를 겪는 사람들도 후각 상실을 겪을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뇌를 다친 환자 49명 가운데 55%가 후각 장애를 겪었다.
슈나이더의 작업은 환자의 맛 지각과 냄새 지각을 자극하기 위해 기억을 활용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우리 모두가 음식을 입에 넣기 전부터 음식의 맛을 경험하기 시작한다는 사실에 착안했다. 슈나이더는 박하처럼 자극적인 맛과 향을 선택해 환자들에게 일주일 동안 가까이 하라고 주문했다. 생 잎의 냄새를 맡고, 차로 만들어 마시고, 음식에도 박하향을 첨가해 먹거나 박하를 넣어 요리하는 것이었다. 그는 환자들에게 맛과 향에 대한 일기를 구체적으로 쓰라고 주문했다. 슈나이더는 일기 쓰기가 환자들의 음식 섭취에 대한 자신감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들은 이전보다 더 많이 요리하고 더 많이 음식을 즐긴다. 음식과 사회 활동을 더 편안하게 느끼기 때문”이라고 그녀는 말했다. 그로 인해 전반적인 삶의 질도 향상됐다.
모린은 요리사들이야말로 맛 장애를 퇴치하는 가장 큰 무기라고 믿는다. “마치 마술사처럼 식욕을 돋구는 데 능한 사람들이 있다. 문제는 그 사람들이 보통 병원이 아니라 식당에서 일한다는 점이다.” 모린은 현재 요식업체와 협력해 냄새와 맛을 느끼지 못하는 환자들을 위한 음식을 준비 중이다. 이 음식은 향후 보통 병원식 대신 환자들에게 배달될 수도 있다.
모린은 일종의 환자 맞춤식 음식도 개발 중이다. 지난 심포지움에서 모린과 요리사들은 그런 음식을 몇 가지 선보였다. 그중 하나는 감자 수프다. 병원식으로 흔히 등장하는 메뉴지만 모린은 여기에 녹색 야채와 바베큐 향신료로 양념한 닭 껍질을 첨가했다. 그는 맛이나 냄새를 잘 느끼지 못하는 환자들의 식욕을 어떻게 해야 돋울 수 있는지 명확히 알고 있었다. 예를 들면 그들을 위한 요리는 식감이 좋아야 한다. 그는 오랜 시간 푹 삶은 양고기처럼 육질이 연하고 콜라겐이 풍부한 고기를 주로 쓴다. 뜨겁거나 차갑거나 매워서 화학 반응을 유발하는 재료는 피한다. 박하, 할라피뇨, 탄산 등 눈과 입, 피부에서 화학적 감각을 일으키는 재료들은 쓰지 않는다. 그런 감각은 냄새나 맛과는 별개로 3차신경을 통해 뇌로 전달된다. 맛과 냄새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에게 고추냉이 간장 소스나 칠리 소스는 후각이나 맛 지각과 결합되지 못하고 그저 거슬리기만 한다.
음식을 내는 방식도 중요하다. 음식을 어떻게 내놓아야 더 맛있어 보이는지는 굳이 요리 전문가나 신경과학 박사가 아니더라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명백하다. 이미 기업들은 막대한 돈을 들여서 눈길을 사로잡는 음식 포장법을 개발한다. 모린은 미적으로 눈길을 끄는 음식과 공간이 즐거운 식사에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냄새와 맛 지각에 문제를 겪는 사람들에게 적합한 식사 환경은 “활기 넘치고 떠들썩한 분위기”라고 모린은 말했다.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보다 상호작용할 수 있는 식탁에 내놓는 것이 가장 좋다. 예를 들면 음식을 다양한 소스와 함께 제공해 모두가 각자 원하는 것을 택할 수 있도록 하는 식이다.
옥스퍼드대학 실험심리학과의 찰스 스펜스 교수는 접시 색이 사람들의 식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 중이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아이스크림이 검은 접시에 담겼을 때보다 하얀 접시에 담겼을 때 10% 더 달고 15% 더 향이 풍부하다고 응답했다. 실생활에선 접시나 식기의 색이 입맛에 미치는 영향은 종종 무시되지만 이는 큰 실수로 이어지기도 한다. 예를 들면 영국의 일부 병원은 특정 치료를 받는 환자들의 음식을 빨간 접시에 담아 내놓는다. 병원 직원들이 접시 색만 보고도 어떤 치료를 받는 환자인지 알게 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빨간색은 식욕을 가장 저해하는 색깔이다. 2013년 의학 학술지 ‘식욕’에 게재된 한 논문은 음식과 음료를 빨간 식기에 담아 내놓았을 때 사람들의 칼로리 섭취량이 40% 감소했음을 보여줬다. 심지어 초콜릿을 맨 위에 올려 장식했음에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연구자들은 빨간색이 보편적으로 정지나 위험 같은 신호를 연상시키기 때문에 사람들을 덜 먹게 만든다고 추정했다.
외부 감각과 맛 지각을 통합하려는 작업 대부분은 극도로 통제된 인공적 환경인 실험실에서 주로 이뤄졌다. 스펜스 교수는 이를 바꾸려 한다. 그는 자신의 작업을 “맛 지각을 브레인 스캔하는 데서 벗어난 보다 현실적인 미식”이라 보고 이를 “미식학”이라 부른다. 행동경제학과 심리학, 감각 과학, 음식 과학을 결합한 분과다. “사람들을 병원, 식당, 카페, 집 등 다양한 환경에서 실험하고 각 환경에서 뭐가 중요한지를 알아보려는 것”이라고 스펜스 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현재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어린이 병원인 산트 호안 데 데우에서 연구하고 있다. 화학치료와 방사선치료를 받은 어린이들은 종종 음식에서 금속 맛을 느껴 섭취를 거부한다. 스펜스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특정 식기 색깔이 그런 어린이들의 식욕을 돋울 수 있는지 알아보고 있다.
스펜스 교수는 환자들이 암 치료에 앞서 맛·냄새 지각 장애에 적응 과정을 잘 거친다면 한결 수월하게 받아들이리라고 생각한다. 높은 산을 오르기에 앞서 약간 낮은 산에 올라 낮은 산소 밀도에 적응하는 훈련을 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집이나 식당처럼 편안한 환경에서 금속 맛을 접하기 시작하면 그 맛이 “스트레스나 고통과 연결되지 않는다”고 스펜스 교수는 설명했다. “사람들이 병원이 아닌 장소에서 금속 맛에 처음 노출되면 이를 다르게 받아들일까?” 그는 실험적인 음식으로 유명한 요리사 조제프 유세프와 함께 금속 맛 식사를 개발하는 중이다.
초컬릿 맛 나는 브로콜리 나올까
의료계는 환자가 음식을 즐기지 못하는 것이 사소한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신경미식학에 돈이 몰릴 조짐이 보인다. 한 교수와 그의 동료인 켄터키대학 생리학과의 팀 맥클린톡 교수는 맛과 냄새 지각 장애를 극복할 수 있는 신약 개발을 뒷받침할 기초 연구를 함께 수행한다.
냄새 처리 과정은 감각 뉴런을 수용하는 코 뒤의 세포 조직인 상피(epithelium)에서 출발한다. 각각은 서로 다른 냄새 분자에 부착되는 단백질들을 함유하고 있다. 맥클린톡 교수는 쥐의 냄새 수용체 1100개 가운데 어느 것이 특정 냄새 분자에 반응하는지 탐지하는 실험을 하고 또 인간에게 적용할 방안을 연구 중이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인간의 냄새 수용체 350개 모두를 쥐의 유전자에 삽입해 동일한 실험을 수행하는 것이다. 비용은 들지만 성공 가능성이 크다. 이 연구는 맛과 냄새 지각에 장애를 겪는 사람들의 지각을 향상시키는 신약 개발에도 적용될 수 있다.
그의 연구는 보통의 지각을 가진 사람들의 입맛도 바꿔놓을 수 있다. “우리 기술이 차후에 적용될 곳 가운데 하나는 우리가 새로운 맛, 더 나은 맛, 더 폭넓게는 새로운 냄새를 개발하는 방식을 바꿔 놓는 것”이라고 맥클린톡 교수는 말했다. 동남아에서 흔히 먹는 과일 두리안을 떠올려 보자. 두리안은 악취가 너무 심해 싱가포르의 대중교통 시설에 반입이 금지돼 있다. 그러나 두리안엔 영양이 놀랍도록 풍부하다. 맥클린톡 교수는 그의 연구가 언젠가 그런 악취를 감지하는 일부 수용체를 차단함으로써 두리안을 훨씬 더 먹음직스럽게 만들 수 있으리라고 말한다. 그런 발전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음식의 미래는 초컬릿 맛이 나는 브로콜리일지도 모른다.
- 제시카 퍼거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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