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각 부위의 역할과 상호작용을 알 수 있는 뇌 지도는 심리학자와 신경학자들에게 유용해 반 에센은 계곡이나 산이라고 부르는 지구의 지리적 주름을 뇌 주름에 빗댄다.데이비드 반 에센은 묻는다. “인간의 뇌가 인간의 뇌를 이해할 수 있을까?” “아마 불가능할 것이다.”
이 같은 회의에도 불구하고 반 에센은 인간 커넥텀 프로젝트(HCP)의 공동 수석연구자다. HCP는 커넥텀이라 불리는 인간 뇌 신경망 구조를 밝혀내려는 국제기구다. 이 기구의 목적 가운데 하나는 뇌의 각 부위들이 정확히 어떤 역할을 하는지 밝혀내는 것이다.
반 에센은 스스로를 “뇌 지도 제작자”라고 부르며 뇌를 지구와 비교해 설명한다. 우리가 계곡이나 산이라고 부르는 지구의 지리적 주름을 뇌 주름에 빗댄다. 물론 이런 지리적 특징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필수적인 정보는 “지구상의 수십억 인구가 서로 의사소통하는 정치 분파들과 국가 등 사회 조직들”이라고 그는 말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려면 위치보다는 거의 1000억 개에 달하는 뉴런들이 어떻게 연결돼 있고 소통하는지를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
워싱턴대학, 미네소타대학, 옥스퍼드대학이 주도하는 HCP의 반 에센과 과학자 100여 명은 가능한 모든 기술을 총동원해 인간 뇌 지도를 만들기 위한 정보를 수집 중이다. 예를 들면 이 과학자들은 확산 자기 공명단층 촬영법(DMRI)을 이용해 백질 속 다양한 신경 의사소통 경로를 추적한다. 백질을 구성하는 나뭇가지처럼 생긴 신경 섬유인 축색돌기들이 “컴퓨터 속에서 회로들끼리 정보를 주고받는 것과 거의 같은 방식으로” 정보를 전달한다. 신경질환 치료나 연구에 주로 활용되는 DMRI는 연구자들이 뇌 백질 속 기형을 관찰할 수 있게 도와준다.
반 에센과 동료들은 이와 연관된 기술인 기능적자기 공명영상(fMRI)을 이용해 회백질이 뇌세포와 자극을 주고받는 활동을 관찰한다. 회백질은 대부분 신경세포체로 구성된 뇌 조직이며, 백질로 전달된 정보를 처리한다. 실험 참가자들은 MRI 기계에 누워서 쉬거나 주어진 과제를 수행하고 과학자들은 회백질의 어느 부분이 활성화되는지 볼 수 있다. 만약 두 개 이상의 뇌 영역이 서로 상호작용한다면 이는 그 신경세포들이 동시에 활동한다는 의미이며, 두 영역이 기능적으로 연관됐을 가능성이 크다. 연구자들은 회백질의 한 부분이 어떻게 다른 부분과 연결되고 정보를 주고받는지 알고자 한다.
회백질은 뇌 전체에 분포됐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은 대뇌피질(cerebral cortex) 속일 듯하다. 대뇌피질은 2~3㎜ 두께로 뇌 상당 부분을 뒤덮고 있는 회백질 막이다. 뇌 전체 뉴런의 5분의 1을 포함하는 대뇌피질은 정보처리, 언어, 의식 등 뇌의 고차원적 기능을 담당한다고 알려졌다. 신경과학자들은 대뇌피질의 특정 부위가 각각 특정 기능과 연관됐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예로 후두엽은 뇌 속의 시각정보 처리센터다. 그러나 각 부위의 보다 구체적인 역할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HCP는 뇌 신경망 지도를 만드는 동시에 대뇌피질의 최신 지도를 만든다. 현재 의학 교과서에 실린 것보다 훨씬 자세한 지도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반 에센의 연구팀은 뇌 양쪽에 각각 150~200개의 피질 영역이 있다고 추정한다. 이 영역들 가운데 일부는 기존의 대략적인 지도와 일치하지만 대부분이 새로 지정됐다고 HCP에서 일했던 신경과학 박사과정 학생 매튜 글래서는 말했다. 마치 우리가 그동안 유럽이라는 대륙은 알고 있었으면서도 개별 국가들은 이제 막 발견한 것과 비슷한 개념이다.
프린스턴대학 컴퓨터 신경학자 세바스찬 승(한국명 승현준)은 정확한 지도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고 저서 ‘커넥텀: 뇌 신경망은 어떻게 우리를 우리 자신으로 만드는가(Connectome: how the Brain’s wiring Makes Us Who We Are)’에서 설명했다. 뇌를 제각기 다른 구획으로 구분하는 것은 “일반적인 수술은 물론 뇌와 관련된 각종 질병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예를 들어 건강한 뇌의 신경망 구조를 이해한다면 그 구조가 잘못됐을 때 어떤 증상이 나타나는지를 훨씬 잘 알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보 수집이라는 첫 목적을 완수한 반 에센의 연구팀은 현재 수집한 자료를 분석 중이다. 특히 그는 일란성 쌍둥이의 뇌 신경망을 비교하면서 유전되는 부분과 경험에 의해 바뀌는 부분을 추적하는 데 중점을 둔다. 지금까지 연구팀은 일란성 쌍둥이의 뇌 주름이 전혀 다르며 이는 유전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내 추측은 뇌 신경망 지도의 대부분이 유전되지만 경험으로 인해 정교하게 조정되고 서로 다른 영역 간의 신경망이 조직된다는 것”이라고 반 에센은 말했다. “유전자와 경험 모두 매우 중요하다.”
미 국립보건원은 어린이가 노인이 되기까지 뇌 신경망이 변화하는 과정을 추적하는 새 프로젝트 3개를 후원한다. 그러는 사이 반 에센의 연구팀은 전 세계 연구자들과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예일대학 방사선·신경외과 교수인 터드 컨스터블은 데이터를 활용해 이미 성과를 낸 연구자 중 하나다. 그는 최근 발표한 논문에서 126명의 실험참가자를 여섯 차례 영상 촬영하고 데이터를 확보했다. 컨스터블 교수와 동료들은 268개 뇌 영역의 활동을 비교해 각각 누구인지를 식별해냈다. 우리 뇌 신경망은 지문과 마찬가지로 고유하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우리 뇌 신경망은 작업을 수행 중일 때는 서로 비슷하지만 쉬거나 꿈을 꿀 때는 저마다의 특색을 드러낸다. 뇌 구조가 지문처럼 서로 모양이 다른 건 아니다. 그보다는 각자의 뇌가 뇌의 각 영역이 어떻게 연결됐는지 나타내는 고유 부호를 갖고 있는 것에 가깝다. 가장 특색 있는 부위는 전두 두정엽 신경망이다. 이 부분은 우리의 성격, 계획과 의사결정, 습관 등을 규정한다고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컨스터블 교수에 따르면 전두 두 정엽은 “진화상 가장 마지막에 생성됐으며 인간을 다른 동물과 구분 지어준 부분”이기도 하다.
과학자들은 뇌 영상촬영을 바탕으로 유동지능(fluid intelligence)도 예측해냈다. 유동지능이란 경험으로 습득한 지식과 무관하게 추론하고 사고하는 능력이다. 컨스터블 교수는 뇌 구조를 관찰하고 그 뇌의 기능이 HCP가 촬영한 인간 뇌들과 비교했을 때 어느 정도인지 파악해 유동지능 점수를 부여했다. 과학자들은 우리의 다른 기능을 평가할 척도도 뇌 구조 데이터에서 얻어낼 수 있을지 알고자 한다.HCP의 뇌 지도가 신경학의 모든 수수께끼를 풀 수 있는 건 아니다. “뇌 지도는 뇌의 어느 부위가 무슨 일을 하는지, 각 부위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규정하는데 도움을 준다”고 뉴욕대학 신경생리학자 토니 마브션은 말했다. 그러나 이 지도는 아직 신경 회로를 자세하게 들여다 볼 수 있을 정도로 선명하진 않다. 이는 보다 복잡한 뇌 신경망 지도인 “미세 커넥텀”이 나와야 가능하다고 마브션은 지적했다. 미세 커넥텀은 1000억 개에 달하는 뇌 뉴런 하나마다 할당된 수천 수만 개의 연결망을 모두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세바스찬 성은 그 정도로 구체적인 뇌 지도가 등장한다면 “지도로부터 기억을 읽어들일 수 있을 수 있다”는 가정까지 내놓는다. 과학자들은 미세 커넥텀이 현 세기에는 나오기 어렵다는 것에 대체로 동의한다.
프린스턴대학 컴퓨터 신경학자 세바스찬 승은 뇌를 제각기 다른 구획으로 구분하는 것은 각종 질병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말한다.현 수준의 뇌 지도는 심리학자와 신경학자들에게 유용하다. 컨스터블 교수는 이미 이 지도를 이용해 아이들의 주의력결핍장애를 예측해냈다. 그는 이 지도를 통해 다른 환자들에게도 도움을 주고자 현재 지원자를 찾고 있다. 만약 정신질환 증상을 특정 뇌 조직의 기능과 연관지을 수 있다면 더 이상 의사가 주관적으로 정신질환 진단을 내릴 일이 없어진다. 예를 들면 편집증이 마치 폐 속 종양처럼 뇌 신경망에서 발견될 수도 있다. HCP의 데이터를 통해 뇌 신경망이 잘못 연결되거나 손상돼 발생하는 질병들을 이해하는 것은 조현병, 우울증, 심지어 자폐증까지 가장 복잡한 형태의 뇌 질환을 치료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
어쩌면 의사는 환자가 얼마나 아픈지를 수치로 측정하게 될지도 모른다. 뇌 구조가 어떻게 질환과 연결되는지 알면 정신과 의사들은 환자를 객관적으로 진단하게 되고, 과학자들은 새로운 치료법을 찾아낼 수 있다. 뇌 특정 부위 간의 연결이 약하면 그 연결망을 강화하는 새로운 방법이 개발될 수도 있다. “우리는 그저 뇌를 이해하려는 게 아니다”고 세바스찬 성은 말했다. “우린 뇌를 바꾸고 싶다.”- 수잔 스카티 뉴스위크 기자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글로벌 최초 꿀벌 유전자치료제 앞세운 제놀루션, 그린바이오 사업으로 승부수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노시환, 30타석 만에 장타...돌아온 4번 타자→강백호·채은성과 시너지 발생 [IS 스타]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호르무즈 해협 일부 통과 재개…프랑스 선사 컨테이너선 첫 안전 항해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마켓인]‘완전자본잠식’ 과천 지타운…넷마블, 중동발 공사비 리스크에 ‘촉각’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only 이데일리]삼천당이 강조한 신기술 개발, 내부는 '금시초문'...오럴 인슐린도 외부 도입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