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기술 상품에 대한 놀라운 능력과 뛰어난 머리를 가진 구글의 새로운 CEO 순다르 피차이는 인공지능을 본격적으로 활용해 세계 2위의 기업가치를 가진 구글과 거의 모든 디지털 경험을 혁신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실리콘밸리에 위치한 2만2000석 규모 쇼어라인 원형극장은 미국의 음악 팬들에게는 아이콘과 같은 존재다. 콘서트 홍보로 유명한 빌 그레이엄이 록밴드 그레잇풀 데드(Grateful Dead) 로고에 영감을 받아 디자인했다. 지금까지 그레잇풀 데드가 무려 39회나 콘서트를 가진 곳이다. 닐 영, 비지스, 브루스 스프링스턴도 이곳의 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그런데 수 주 전 구글 CEO 순다르 피차이(Sundar Pichai·43)가 쇼어라인 무대에 올랐다. 활기찬 일렉트로닉 음악이 울려 퍼지고 대형 스크린 위로 아케이드 게임처럼 구성한 동영상이 빠르게 지나가며 분위기가 고조됐다.
무대 위로 오른 그가 록스타처럼 편안한 모습을 보인 건 아니다. 가냘픈 체구, 직사각형의 안경알 뒤로 빠르게 움직이는 눈을 가진 이지적 분위기의 피차이는 가수 카를로스 산타나보다는 천문학자 칼 세이건에 가까운 사람이다. 그래도 상관 없다. 구글 연례 개발자회의 I/O에서 그는 쇼의 하이라이트이자 록스타였다. 엄청나게 모인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환호의 아우성을 보냈다. 그러자 그의 얼굴에 서서히 미소가 번졌다. “우리는 아주, 아주 흥미로운 시대에 살고 있다. 컴퓨팅은 멋진 진화를 거듭해 왔다”고 피차이가 말했다. 인도 남부 억양이 섞인 말투로 ‘머어엇~진’이라 늘려 말하자 청중은 더욱 환호성을 질렀다.
물론, 스티브 잡스 정도는 아니었다. 마크 주커버그나 제프 베조스, 팀 쿡 정도도 아니다. 피차이는 내부에서 차분히 올라온 CEO다. 앞에 나서지 않고 비상한 머리로 꼼꼼히 일을 처리하는 이미지다. 안무처럼 딱 맞춘 데모로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흥분으로 몰아넣기 보다 컴퓨터 과학의 미래를 치열하게 연구하는 타입이다. 구글의 공동 창업자 래리 페이지가 지난해 역사상 최대 규모의 IT 기업을 책임질 사람으로 그를 임명한 것도 바로 이 이유 때문이다.
눈앞에 놓인 과제는 엄청나다. 시가총액 5000억 달러에 달하는 구글, 정확히 말해 모회사 알파벳은 세계에서 2번째로 가치가 높은 기업이다. 검색과 디지털 광고, 모바일, 동영상 등의 기술 산업에서 폭넓은 지배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엄청난 몸집을 가진 기술 기업이라도 가장 맹위를 떨칠 때 방향을 잃기 쉽다는 사실을 페이지와 피차이는 너무 잘 안다. IBM부터 블랙베리까지, 기존 IT 대기업들이 단 한 명의 적에 쓰러져 왕좌에서 쫓겨났다면, 구글은 무려 4개의 수퍼파워 기업과 다양한 전선에서 경합을 벌이고 있다. 모바일에서는 애플, 광고 및 동영상과 통신 쪽에서는 페이스북이 있다. 온라인 상거래는 아마존이, 기업 소프트웨어 쪽은 마이크로소프트(MS)가 다시 치고 올라왔고, 클라우드 서비스에서는 아마존과 MS를 동시에 상대해야 한다. 그 와중에 기술의 근본적 전환기를 이끌고 나가야 한다. 데스크탑에서 모바일로 전환하는 경로를 모색하던 중 컴퓨팅은 이미 멀티스크린 체제로 옮겨 갔고, 예상치 못한 아마존의 히트작 에코(Echo) 스마트 스피커처럼 스크린이 아예 없는 경우도 생겨났다. 각종 기기 및 앱과의 상호작용은 빠르게 양방향 대화로 진화 중이다. MS나 페이스북 등이 열심히 홍보한 것처럼 스마트봇을 이용한 기기와의 대화도 나왔다. 따로 설치해야 하는 앱과 달리, 이들 봇은 페이스북 메신저(사용자 9억 명)나 MS 스카이프(사용자 3억 명) 등 자체 통신 서비스에서 구동 가능하다. 구글 지메일은 사용자(10억 명 이상)가 엄청나게 많지만, 젊은 층이 선호하는 최신 메시징 시스템은 없다.
그래도 피차이는 구글과 딱 맞는 새로운 세상이 다가오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유는 단 하나다. 바로 인공지능(AI)이다. 간단하고 초기적인 대화 프로그래밍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초기 사례 중 하나로는 애플의 시리가 있다. 그러나 과시를 위한 초창기 데모 단계를 벗어나려면 보다 정교한 알고리즘이 필요하다. 구글은 수 년간 AI를 기준으로 방향을 정하며 달려왔다. 그래서 경쟁업체 대부분보다 훨씬 먼저 음성 인식, 자연어 이해, 기계 번역 등에 투자했다. 수 년에 걸친 노력 끝에 지금은 모든 결과물을 하나로 엮어 경쟁에서 지속적으로 앞서 가기 위한 강력한 상품을 만들 준비가 됐다고 피차이는 말했다. 포브스 인터뷰에서 그는 “’ 모바일 1순위’인 세상에서 ‘AI 1순위’로 전환한다는 비전을 오래 전부터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쇼어라인 무대에 오른 피차이는 초기 성과를 공개했다. 아마존 에코(와 소문에 따르면 애플이 개발 중이라는 스피커)를 정조준한 스마트 스피커 구글 홈(Google Home)이다. 메시징 앱 알로(Allo)도 있다. 두 개를 묶은 구글식 대화형 컴퓨팅 서비스 ‘구글 어시스턴트(Google Assistant)’도 있다.
‘검색엔진 3.0’으로 생각하면 된다. 이를 통해 구글과 의사소통하는 새로운 상호작용 방식이 탄생할 것이다. 구글 어시스턴트를 이용하면 티켓 주문이나 항공권 예약, 음악 재생, 작업 스케줄 조정, 메시지 응답 등이 가능하다. 구글 어시스턴트가 대신 문자나 메일을 써서 보내줄 수도 있다. 어머니의 날을 위한 감사 꽃을 미리 준비해 주거나 여행에 앞서 짐을 싸줄 수도 있다. 오랜만에 대화가 이어진다면 지난번 대화가 끝난 지점에서 시작해줄 수도 있다. 다시 말해 구글 어시스턴트는 도움이 필요할 때마다 스마트폰이나 스피커, TV, 자동차, 시계 등, 말 그대로 어디든 나타나 비서가 되어줄 것이다. “하루를 시작할 때 눈에 띄지 않게 주변에 녹아 들어 필요한 도움을 줄 것”이라고 피차이는 말했다. 구글 어시스턴트의 잠재력을 최대화하려면 수 년은 족히 걸릴 수 있다. 페이지나 공동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이 구글을 개발한 것보다 더 어려운 작업이 될 것이다. “모든 면에서 더 야심찬 개발”이라고 피차이는 덧붙였다.
쇼어라인 군중이 아무리 환호성을 질러도 분명한 사실을 외면할 수는 없다. 알로 출시는 메시징 시장에서 아무 존재감 없던 구글이 뭐든 해야 하는 시급한 상황에 놓였다는 점을 확인시켜줬고, 구글 홈 개발은 구글이 스마트 스피커로 향하는 물결을 먼저 예측하지 못했음을 보여줬다. 구글은 아마존이 먼저 길을 개척한 다음에야 같은 방향으로 나섰을 뿐이다. 선견지명의 부재는 피차이의 앞에 놓인 과제 중 가장 중요한 문제를 부각시킨다. AI나 머신러닝과 같은 복잡한 기술에서 구글을 당할 자가 없다는 건 모두 알지만, 이런 첨단기술을 응용해 ‘킬러 상품’을 만드는 작업에선 구글이 항상 앞서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어려운 AI 기술에서 당할 자가 없다는 점 때문에 꽤 괜찮은 사용자 경험을 만들어낼 기회를 놓치는 게 구글의 리스크”라고 오라일리 미디어의 설립자 팀 오라일리는 말했다. 아직 수 개월은 더 기다려야 결과가 나오겠지만, 구글 홈은 이를 시험하는 잣대가 될 것이다. 향후 데스크탑이나 스마트폰 홈스크린이 아닌 대화 및 메시징 앱을 통해 봇이나 다른 디지털 서비스가 제공된다면 구글은 페이스북과 MS, 아마존, (아마도) 애플과 마찬가지로 신속하게 이들 서비스를 효과적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모든 외부 개발자가 모든 플랫폼에 연결되진 않을 것”이라고 자신을 기술 산업에 대해 배우는 ‘학생’이라 지칭한 데이비드 요피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는 말했다. “따라서 누가 가장 성공할 것인지가 중요한 문제로 떠오른다.”
피차이가 할 일은 구글이 그 질문에 대한 답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동시에 직원 6만 명, 연수입 750억 달러에 달하는 거대기업을 무리 없이 굴러가도록 감독해야 한다. 워낙 엄청난 과제다 보니 페이지가 왜 화려함 대신 실속을 택했는지 알 수 있다. 피차이가 가장 먼저 할 일은 거대 디지털 제국 구글이 검색엔진과 안드로이드, 지도, 유튜브, 플레이 등 다양한 서비스에서 실질적 매출을 창출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안드로이드 세상을 구성하는 경쟁업체들이 서로 각축을 벌이다 흩어지지 않도록 응집력을 유지해야 한다. 구글의 서로 다른 운영체제 안드로이드와 크롬을 통합해야 하고, 유럽을 비롯한 여러 시장에서 반독점과 세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피차이는 구글의 변신을 이끌 준비가 됐다고 말한다. “구글의 임무와 머신러닝 및 AI를 이용해 회사를 변혁하는 것에 다시 집중하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시간을 30년 정도 뒤로 돌려 피차이를 찾는다면 아마 부모님의 모터 스쿠터 앞부분에 서 있을 것이다. 아버지는 핸들을 잡고, 피차이의 남동생을 무릎에 앉힌 어머니는 아버지 뒤에 앉아 있다. 그렇게 가족은 인도 첸나이(Chennai)의 혼잡한 도로 위를 달리고 있을 거다. 그는 첸나이에 있는 방 2개짜리 소박한 집에서 자라났다. 아버지는 전기기사, 어머니는 속기사였다. 서구의 기준으로 보면 결코 여유롭지 않은 형편이었다.
그러나 그의 부모님은 강한 교육열을 가지고 있었고, 피차이는 명문대인 카라그푸르 공과대학에 합격했다. 졸업 후 1993년에는 스탠포드 대학교 장학금을 받고 미국으로 가서 소재과학 및 엔지니어링 석사학위를 받았다. 처음에는 박사학위까지 다 밟고 교수의 길을 가고자 했다. 부모님의 꿈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많은 스탠포드 학생과 마찬가지로, 실리콘밸리가 피차이를 놓치지 않았다. 그래서 피차이는 석사 졸업 후 반도체 산업 선구자였던 어플라이드 머트리얼즈에 자리를 잡았다. 이후에는 와튼 경영대학원에 진학해 MBA 학위를 취득하고 맥킨지 컨설팅에서 잠깐 컨설턴트로 일했다.
피차이가 구글에 들어간 해는 2004년이다. 급성장 중이던 구글의 가장 무서운 적은 여전히 MS였다. 피차이는 소프트웨어 강자 MS와의 전장 참호 깊숙이 던져졌다. 첫 시작부터 그는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방식으로 의사결정을 내렸고, 이를 통해 경영진으로 고속 승진해 화려하진 않아도 소프트웨어 사업에서 아주 중요한 구글 툴바를 총괄하게 됐다. 구글 홈페이지에 접속할 필요 없이 사용하던 브라우저에서 바로 구글 검색을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툴바를 전략적으로 추진하던 피차이는 자연스레 더 큰 프로젝트로 넘어갔다. 크롬 브라우저였다. 구글 내에서도 논란이 많았던 프로젝트다. 크롬 브라우저를 개발하다 보면 인터넷 익스플로러로 브라우저 시장을 장악한 MS를 불필요하게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내부에서 제기됐다. 피차이는 구글이 더 나은 브라우저를 구축할 수 있으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 많은 사람이 두려워하던 대로 MS가 익스플로러를 살짝 변형시켜 구글 접속을 불편하게 만들면 검색시장 매출의 상당 부분을 잃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마리사 메이어(현 야후 CEO)를 직속 상관으로 두고 소규모 팀을 구축한 핀차이는 조용히 크롬 개발에 들어갔다. 2008년 조심스레 기획한 출시 행사는 마케팅 자료를 미리 입수하고 공식 발표가 있기도 전에 소식을 터뜨린 독일 블로거 때문에 엉망이 됐지만, 피차이가 개발한 크롬은 시장에 있는 어떤 브라우저보다 매끄럽게 구동되고 빨랐다. 경쟁업체들이 크롬을 따라잡기 위해 속도를 올리는 와중에도 피차이는 계속해서 더 나은 성능을 선보였다. 결국 2012년 크롬은 PC 브라우저 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고, 안드로이드의 성장 덕분에 모바일 기기에서 가장 사용자가 많은 브라우저로 자리 잡았다.
크롬이 불가능해 보이던 성공을 거두면서 상품 개발 천재로서 피차이의 명성 또한 공고해졌다. 회사를 창업한 건 아니었지만 그에게 기업가적 자질이 있음을 모두가 인정했고, 덕분에 그는 구글 내에서 아찔하게 빠른 속도로 성공 가도를 달렸다. “구글의 특정 부문에서는 교수 스타일을 선호하는데 순다르는 여기에 완벽하게 들어맞는다”고 구글의 한 전직 중역은 말했다. “그러나 그 때문에 순다르가 가진 기술 역량과 사업가적 자질이 과소평가되기도 한다. 그는 그쪽 방면에서도 아주, 아주 뛰어나다.”
미래 경쟁자들이 하나 둘 밀려나면서 그가 총괄하는 업무도 많아졌다. 한때 그의 직속 상관이었던 메이어는 촉망 받던 자리에서 밀려난 뒤 야후로 떠났다. 크롬 기반 운영체제와 일련의 노트북 개발을 맡았던 피차이는 안드로이드를 개발한 앤디 루빈이 밀려난 후 2013년 구글의 최우량 사업부 안드로이드까지 넘겨 받았다. 많은 돈을 투자했지만 운이 별로 좋지 않았던 SNS 서비스 구글플러스(Google+) 총괄 경영자 빅 군도트라 또한 1년 뒤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 과정에서 피차이만은 흔들림 없이 남았다. 경영진으로서 명성은 높아졌고, 무엇보다 창업자 페이지의 신임을 얻었다. “호들갑 떨지 않고 신중히 일을 처리하는 모습 덕분에 평가가 특히 좋았다. 그러다 보니 단결력도 좋아졌다.” 지난 봄, 구글 고위 경영진이 함께 떠난 야외 행사에서 피차이는 멀티스크린 세상에서 앱이 어떻게 진화할지 대략적 청사진을 그려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피차이가 발표를 끝내자 페이지가 눈을 빛내며 일어나 이보다 명확히 미래를 그릴 순 없을 거라며 칭찬을 이어갔다고 그 자리에 있던 중역이 전해줬다. “미래의 모습에 대해 둘의 생각이 정확히 일치했다.” 수 개월 뒤 페이지는 지주회사 알파벳으로 회사 지배구조를 바꾸고, 피차이를 구글 CEO로 임명했다. 구글은 알파벳 매출의 99%, 수익의 전부를 차지하는 기업이다.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 있는 밋밋한 2층짜리 건물은 AI 세상을 향한 노력이 진행되는 그라운드 제로다. 길 건너편에는 거대한 구글 본사 구글플렉스(Googleplex)가 있다. 피차이는 이 2층짜리 건물에서 소규모 프로젝트 팀을 이끌고 있다. 구글과 구글 상품을 미래로 이끌 AI를 개발 중인 팀의 이름은 그 성격에 맞게 ‘구글 브레인’으로 지었다. 구글 브레인은 4년 전 발족했다. 딥러닝(deep learning)과 신경망(neural networks)이라 불리는 AI 프로그래밍 기술을 연구하기 위한 실험팀이었다. 둘 다 수 년 전 개발된 컴퓨터과학 기술이지만, 이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컴퓨팅 파워가 필요했기 때문에 제대로 테스트되지는 못했다. 그러나 구글에게는 이를 가능케 하는 컴퓨팅 파워가 있었다. 구글은 대규모 컴퓨팅 시스템 리더 중 한 명인 제프 딘을 데려와서 AI 전문가와 짝을 지어줬다. 이들은 그림 이미지를 분석하고 알아보는 작업을 시스템이 수행하도록 훈련시켰다. 그러자 신속하게 고무적인 결과가 나왔다. 이미지 검색 결과가 기존 검색보다 크게 개선된 것이다.
1년 전 출시된 구글 포토(Google Photos)는 이렇게 개선된 검색 결과를 대중에게 제공했다. 이미지를 검색 및 분석해 자동 조직하는 기능은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사람이나 특정 동물의 이미지, 사람이 서로 안는 것처럼 특정 행동을 하는 이미지도 검색할 수 있다. 시장 경쟁은 치열하지만 구글은 지금까지 2억 명의 사용자를 확보했다. 피차이는 구글 포토가 AI를 통해 구글이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전형적 사례라고 말했다. “다른 기업의 사진 검색기능이 이미 있었냐고?”라고 그는 물었다. “그렇다. 그런데도 구글 포토는 사용률을 크게 늘리고 점유율을 확보했다.”
이미지 식별에 효과적이었던 방식은 음성 식별과 번역 등, 유사한 작업에서도 역시 효과적이었다. 시스템에 자연어 이해를 훈련시켰더니 정확도가 크게 상승했다. 안드로이드 폰에 대고 음성 검색 ‘OK 구글’을 이용했을 때 내용을 잘못 알아들을 가능성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동시에 피차이처럼 억양이 센 사람의 말을 알아듣고 시끄러운 술집에서도 명령어를 식별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같은 작업을 55개 이상의 언어로 수행할 수도 있다.
구글 포토에서 이미지를 식별하는데 사용된 기술은 구글 스트리트 뷰(StreetView)에서 간판을 ‘읽고’, 항공 촬영 이미지를 바탕으로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기 적합한 지붕을 찾아내는 프로젝트 선루프(Project Sunroof)의 기능 또한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구글의 다른 소규모 실험팀은 이 기술을 이용해 시력 상실을 야기할 수 있는 당뇨성 망막증 탐지를 위한 홍채 스캔 기술을 효과적으로 개선하고 있다. “상당히 중요한 변혁”이라고 딘은 말했다. “문제를 이렇게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기능이 생겼다는 이야기가 사내에 퍼지고 있다”고 딘은 새로운 AI 기술에 대해 말했다.
소수의 팀원으로 시작한 연구 프로젝트는 이제 규모가 커져서 (딘은 명확한 숫자를 말해주지 않았지만) 수백 명이 참여하게 됐다. 이들은 알고리즘과 컴퓨터 시스템을 함께 개발했고, 최근에는 AI 솔루션에 맞춤화한 구글 자체 반도체 칩을 개발하는 과정에 있다. (구글 브레인의 소프트웨어 이름은 텐서플로우(TensorFlow)고, 칩 이름은 텐서 프로세싱 유닛(Tensor Processing Unit)이다.) 그 결과 지금 구글에서는 구글 브레인의 새로운 역량을 수십 개 상품에 응용하는 2000여 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머신러닝을 통해 삶의 방식을 바꿔줄 차세대 디지털 상품을 어떻게 개발할 지 그 가능성을 보고 싶다면 이번 여름 후반기에 공개될 알로가 좋은 시작점이다. 통신 앱 시장은 성숙 단계를 지나 포화 상태에 이르렀지만, 구글 포토(및 크롬 브라우저)와 마찬가지로, 스마트한 추가 기능으로 사용자를 확보할 수 있다고 피차이는 자신했다.
이 중 하나가 메시지 내용을 기준으로 3개의 다른 답변을 제시해 주는 스마트 리플라이(Smart Reply)다. 1년도 안 걸리는 시간에 스마트 리플라이를 개발한 구글은 모바일 이메일 인박스에서 기능을 처음으로 테스트했다. 이 기능을 이용하면 사용자는 이동 중에도 탭 한 번으로 기계가 제안한 답장 중 하나를 선택해서 보낼 수 있다. 알로는 스마트 리플라이와 이미지 인식을 결합해 이보다 한 발 더 나아갔다. 메시지에 사진을 첨부해 보내면 알로가 답변을 제안해준다. 예를 들어 친구에게 스카이다이빙 하는 사진을 보내면 친구는 알로가 제안한 “대단한데”, “용감하다”, “무섭겠다” 중 하나를 선택해 답변할 수 있다. 어린 아이나 애완동물의 사진을 보내면 “귀여워”라는 답변 등이 나온다. 알로에서 대화를 하는 도중 구글 어시스턴트에서 대화창을 띄워 레스토랑을 예약하거나 여행을 계획할 수도 있다. 경쟁업체 또한 AI 세상으로 서둘러 뛰어들고 있다. MS는 구글 브레인과 비슷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머신러닝 기술을 수십 개 상품에 적용하는 프로젝트다. 사티야 나딜라(Satya Nadella) MS CEO는 최근 디지털 음성비서 코타나(Cortana)에서 구동하는 대화형 봇을 선보였다. 페이스북의 주커버그 또한 이미지 인식 및 언어 이해 부문에서 뛰어난 연구 성과를 보인 AI 연구원 수백 명을 모아 재빨리 팀을 만들었다. 메신저에서 구동되는 봇을 시연한 것은 물론이다. 아마존의 베조스는 스마트 스피커 에코를 지원하는 대화형 인터페이스 알렉사(Alexa)와 연계된 제품군 개발을 위해 1000여 명으로 구성된 팀을 만들었다. 시리의 기능을 확장하느라 바쁜 애플은 외부 개발자에 시리를 곧 개방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도 피차이는 구글이 경쟁업체보다 앞서 있다고 확신한다. 그는 세계 최고 바둑기사와 겨뤄 승리한 알파고(AlphaGo)가 앞으로 좀더 실질적인 문제 해결에 응용되면 구글이 계속 경쟁에서 앞서도록 도와줄 것이라 확신했다.
“머신러닝과 AI를 보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 2~3년 후에 가능한 일, 그 보다 난이도가 높아서 더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로 나눠진다”고 피차이는 말했다. 하버드 교수 요피를 비롯한 업계 관측가들 또한 구글이 AI 세상으로의 혁신을 이끄는 유리한 입지에 있다고 동의한다.
- MIGUEL HELFT 포브스 기자
위 기사의 원문은 http://forbes.com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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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점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아마존. 4년간 AI 개발을 추진하며 1000여 명을 동원해 에코 제품군을 지원하는 인공지능 비서 알렉사를 개발했다. 에코는 외부업체가 개발한 기기에서도 구동 가능하며, 이 경우 각 업체에서 새로운 ‘기술’을 가르칠 수도 있다.
애플. 시리로 디지털 비서 기능을 가장 먼저 시작했다. 사진 검색, 할 일에 대한 알림 설정, 길 찾기 등의 기능을 이미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뒤늦게 시작한 경쟁업체들이 애플을 뛰어넘기 시작했고, 애플은 시리의 기능을 확장하는데 전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시리를 외부 개발업체에 공개하는 날이 조만간 올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페이스북. 빠르게 확장 중인 AI 연구팀이 가상 비서 ‘M’과 메신저에서 구동되는 스마트 채팅봇을 개발 중이다. 언어 이해, 번역, 컴퓨터 비전 쪽으로도 진출 중이다. 엔지니어 4명 중 1명 이상이 페이스북의 ‘중심’ AI를 이용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대규모 AI 및 머신러닝 연구팀을 구성했다. ‘인지 서비스’와 ‘봇프레임워크’를 만들어 외부업체도 MS의 AI 기반 툴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으며, AI를 자사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애저(Azure)와 통합하는 과정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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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로 오른 그가 록스타처럼 편안한 모습을 보인 건 아니다. 가냘픈 체구, 직사각형의 안경알 뒤로 빠르게 움직이는 눈을 가진 이지적 분위기의 피차이는 가수 카를로스 산타나보다는 천문학자 칼 세이건에 가까운 사람이다. 그래도 상관 없다. 구글 연례 개발자회의 I/O에서 그는 쇼의 하이라이트이자 록스타였다. 엄청나게 모인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환호의 아우성을 보냈다. 그러자 그의 얼굴에 서서히 미소가 번졌다. “우리는 아주, 아주 흥미로운 시대에 살고 있다. 컴퓨팅은 멋진 진화를 거듭해 왔다”고 피차이가 말했다. 인도 남부 억양이 섞인 말투로 ‘머어엇~진’이라 늘려 말하자 청중은 더욱 환호성을 질렀다.
물론, 스티브 잡스 정도는 아니었다. 마크 주커버그나 제프 베조스, 팀 쿡 정도도 아니다. 피차이는 내부에서 차분히 올라온 CEO다. 앞에 나서지 않고 비상한 머리로 꼼꼼히 일을 처리하는 이미지다. 안무처럼 딱 맞춘 데모로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흥분으로 몰아넣기 보다 컴퓨터 과학의 미래를 치열하게 연구하는 타입이다. 구글의 공동 창업자 래리 페이지가 지난해 역사상 최대 규모의 IT 기업을 책임질 사람으로 그를 임명한 것도 바로 이 이유 때문이다.
눈앞에 놓인 과제는 엄청나다. 시가총액 5000억 달러에 달하는 구글, 정확히 말해 모회사 알파벳은 세계에서 2번째로 가치가 높은 기업이다. 검색과 디지털 광고, 모바일, 동영상 등의 기술 산업에서 폭넓은 지배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엄청난 몸집을 가진 기술 기업이라도 가장 맹위를 떨칠 때 방향을 잃기 쉽다는 사실을 페이지와 피차이는 너무 잘 안다. IBM부터 블랙베리까지, 기존 IT 대기업들이 단 한 명의 적에 쓰러져 왕좌에서 쫓겨났다면, 구글은 무려 4개의 수퍼파워 기업과 다양한 전선에서 경합을 벌이고 있다. 모바일에서는 애플, 광고 및 동영상과 통신 쪽에서는 페이스북이 있다. 온라인 상거래는 아마존이, 기업 소프트웨어 쪽은 마이크로소프트(MS)가 다시 치고 올라왔고, 클라우드 서비스에서는 아마존과 MS를 동시에 상대해야 한다.
‘모바일 1순위’에서 ‘AI 1순위’로 전환
그래도 피차이는 구글과 딱 맞는 새로운 세상이 다가오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유는 단 하나다. 바로 인공지능(AI)이다. 간단하고 초기적인 대화 프로그래밍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초기 사례 중 하나로는 애플의 시리가 있다. 그러나 과시를 위한 초창기 데모 단계를 벗어나려면 보다 정교한 알고리즘이 필요하다. 구글은 수 년간 AI를 기준으로 방향을 정하며 달려왔다. 그래서 경쟁업체 대부분보다 훨씬 먼저 음성 인식, 자연어 이해, 기계 번역 등에 투자했다. 수 년에 걸친 노력 끝에 지금은 모든 결과물을 하나로 엮어 경쟁에서 지속적으로 앞서 가기 위한 강력한 상품을 만들 준비가 됐다고 피차이는 말했다. 포브스 인터뷰에서 그는 “’ 모바일 1순위’인 세상에서 ‘AI 1순위’로 전환한다는 비전을 오래 전부터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쇼어라인 무대에 오른 피차이는 초기 성과를 공개했다. 아마존 에코(와 소문에 따르면 애플이 개발 중이라는 스피커)를 정조준한 스마트 스피커 구글 홈(Google Home)이다. 메시징 앱 알로(Allo)도 있다. 두 개를 묶은 구글식 대화형 컴퓨팅 서비스 ‘구글 어시스턴트(Google Assistant)’도 있다.
‘검색엔진 3.0’으로 생각하면 된다. 이를 통해 구글과 의사소통하는 새로운 상호작용 방식이 탄생할 것이다. 구글 어시스턴트를 이용하면 티켓 주문이나 항공권 예약, 음악 재생, 작업 스케줄 조정, 메시지 응답 등이 가능하다. 구글 어시스턴트가 대신 문자나 메일을 써서 보내줄 수도 있다. 어머니의 날을 위한 감사 꽃을 미리 준비해 주거나 여행에 앞서 짐을 싸줄 수도 있다. 오랜만에 대화가 이어진다면 지난번 대화가 끝난 지점에서 시작해줄 수도 있다. 다시 말해 구글 어시스턴트는 도움이 필요할 때마다 스마트폰이나 스피커, TV, 자동차, 시계 등, 말 그대로 어디든 나타나 비서가 되어줄 것이다. “하루를 시작할 때 눈에 띄지 않게 주변에 녹아 들어 필요한 도움을 줄 것”이라고 피차이는 말했다. 구글 어시스턴트의 잠재력을 최대화하려면 수 년은 족히 걸릴 수 있다. 페이지나 공동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이 구글을 개발한 것보다 더 어려운 작업이 될 것이다. “모든 면에서 더 야심찬 개발”이라고 피차이는 덧붙였다.
쇼어라인 군중이 아무리 환호성을 질러도 분명한 사실을 외면할 수는 없다. 알로 출시는 메시징 시장에서 아무 존재감 없던 구글이 뭐든 해야 하는 시급한 상황에 놓였다는 점을 확인시켜줬고, 구글 홈 개발은 구글이 스마트 스피커로 향하는 물결을 먼저 예측하지 못했음을 보여줬다. 구글은 아마존이 먼저 길을 개척한 다음에야 같은 방향으로 나섰을 뿐이다. 선견지명의 부재는 피차이의 앞에 놓인 과제 중 가장 중요한 문제를 부각시킨다. AI나 머신러닝과 같은 복잡한 기술에서 구글을 당할 자가 없다는 건 모두 알지만, 이런 첨단기술을 응용해 ‘킬러 상품’을 만드는 작업에선 구글이 항상 앞서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어려운 AI 기술에서 당할 자가 없다는 점 때문에 꽤 괜찮은 사용자 경험을 만들어낼 기회를 놓치는 게 구글의 리스크”라고 오라일리 미디어의 설립자 팀 오라일리는 말했다. 아직 수 개월은 더 기다려야 결과가 나오겠지만, 구글 홈은 이를 시험하는 잣대가 될 것이다. 향후 데스크탑이나 스마트폰 홈스크린이 아닌 대화 및 메시징 앱을 통해 봇이나 다른 디지털 서비스가 제공된다면 구글은 페이스북과 MS, 아마존, (아마도) 애플과 마찬가지로 신속하게 이들 서비스를 효과적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모든 외부 개발자가 모든 플랫폼에 연결되진 않을 것”이라고 자신을 기술 산업에 대해 배우는 ‘학생’이라 지칭한 데이비드 요피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는 말했다. “따라서 누가 가장 성공할 것인지가 중요한 문제로 떠오른다.”
피차이가 할 일은 구글이 그 질문에 대한 답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동시에 직원 6만 명, 연수입 750억 달러에 달하는 거대기업을 무리 없이 굴러가도록 감독해야 한다. 워낙 엄청난 과제다 보니 페이지가 왜 화려함 대신 실속을 택했는지 알 수 있다. 피차이가 가장 먼저 할 일은 거대 디지털 제국 구글이 검색엔진과 안드로이드, 지도, 유튜브, 플레이 등 다양한 서비스에서 실질적 매출을 창출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안드로이드 세상을 구성하는 경쟁업체들이 서로 각축을 벌이다 흩어지지 않도록 응집력을 유지해야 한다. 구글의 서로 다른 운영체제 안드로이드와 크롬을 통합해야 하고, 유럽을 비롯한 여러 시장에서 반독점과 세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피차이는 구글의 변신을 이끌 준비가 됐다고 말한다. “구글의 임무와 머신러닝 및 AI를 이용해 회사를 변혁하는 것에 다시 집중하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시간을 30년 정도 뒤로 돌려 피차이를 찾는다면 아마 부모님의 모터 스쿠터 앞부분에 서 있을 것이다. 아버지는 핸들을 잡고, 피차이의 남동생을 무릎에 앉힌 어머니는 아버지 뒤에 앉아 있다. 그렇게 가족은 인도 첸나이(Chennai)의 혼잡한 도로 위를 달리고 있을 거다. 그는 첸나이에 있는 방 2개짜리 소박한 집에서 자라났다. 아버지는 전기기사, 어머니는 속기사였다. 서구의 기준으로 보면 결코 여유롭지 않은 형편이었다.
그러나 그의 부모님은 강한 교육열을 가지고 있었고, 피차이는 명문대인 카라그푸르 공과대학에 합격했다. 졸업 후 1993년에는 스탠포드 대학교 장학금을 받고 미국으로 가서 소재과학 및 엔지니어링 석사학위를 받았다. 처음에는 박사학위까지 다 밟고 교수의 길을 가고자 했다. 부모님의 꿈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많은 스탠포드 학생과 마찬가지로, 실리콘밸리가 피차이를 놓치지 않았다. 그래서 피차이는 석사 졸업 후 반도체 산업 선구자였던 어플라이드 머트리얼즈에 자리를 잡았다. 이후에는 와튼 경영대학원에 진학해 MBA 학위를 취득하고 맥킨지 컨설팅에서 잠깐 컨설턴트로 일했다.
피차이가 구글에 들어간 해는 2004년이다. 급성장 중이던 구글의 가장 무서운 적은 여전히 MS였다. 피차이는 소프트웨어 강자 MS와의 전장 참호 깊숙이 던져졌다. 첫 시작부터 그는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방식으로 의사결정을 내렸고, 이를 통해 경영진으로 고속 승진해 화려하진 않아도 소프트웨어 사업에서 아주 중요한 구글 툴바를 총괄하게 됐다. 구글 홈페이지에 접속할 필요 없이 사용하던 브라우저에서 바로 구글 검색을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구글의 크롬 브라우저를 개발한 천재 피차이
크롬이 불가능해 보이던 성공을 거두면서 상품 개발 천재로서 피차이의 명성 또한 공고해졌다. 회사를 창업한 건 아니었지만 그에게 기업가적 자질이 있음을 모두가 인정했고, 덕분에 그는 구글 내에서 아찔하게 빠른 속도로 성공 가도를 달렸다. “구글의 특정 부문에서는 교수 스타일을 선호하는데 순다르는 여기에 완벽하게 들어맞는다”고 구글의 한 전직 중역은 말했다. “그러나 그 때문에 순다르가 가진 기술 역량과 사업가적 자질이 과소평가되기도 한다. 그는 그쪽 방면에서도 아주, 아주 뛰어나다.”
미래 경쟁자들이 하나 둘 밀려나면서 그가 총괄하는 업무도 많아졌다. 한때 그의 직속 상관이었던 메이어는 촉망 받던 자리에서 밀려난 뒤 야후로 떠났다. 크롬 기반 운영체제와 일련의 노트북 개발을 맡았던 피차이는 안드로이드를 개발한 앤디 루빈이 밀려난 후 2013년 구글의 최우량 사업부 안드로이드까지 넘겨 받았다. 많은 돈을 투자했지만 운이 별로 좋지 않았던 SNS 서비스 구글플러스(Google+) 총괄 경영자 빅 군도트라 또한 1년 뒤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 과정에서 피차이만은 흔들림 없이 남았다. 경영진으로서 명성은 높아졌고, 무엇보다 창업자 페이지의 신임을 얻었다. “호들갑 떨지 않고 신중히 일을 처리하는 모습 덕분에 평가가 특히 좋았다. 그러다 보니 단결력도 좋아졌다.” 지난 봄, 구글 고위 경영진이 함께 떠난 야외 행사에서 피차이는 멀티스크린 세상에서 앱이 어떻게 진화할지 대략적 청사진을 그려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피차이가 발표를 끝내자 페이지가 눈을 빛내며 일어나 이보다 명확히 미래를 그릴 순 없을 거라며 칭찬을 이어갔다고 그 자리에 있던 중역이 전해줬다. “미래의 모습에 대해 둘의 생각이 정확히 일치했다.” 수 개월 뒤 페이지는 지주회사 알파벳으로 회사 지배구조를 바꾸고, 피차이를 구글 CEO로 임명했다. 구글은 알파벳 매출의 99%, 수익의 전부를 차지하는 기업이다.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 있는 밋밋한 2층짜리 건물은 AI 세상을 향한 노력이 진행되는 그라운드 제로다. 길 건너편에는 거대한 구글 본사 구글플렉스(Googleplex)가 있다. 피차이는 이 2층짜리 건물에서 소규모 프로젝트 팀을 이끌고 있다. 구글과 구글 상품을 미래로 이끌 AI를 개발 중인 팀의 이름은 그 성격에 맞게 ‘구글 브레인’으로 지었다.
AI 적용한 사진검색 ‘구글 포토’ 개발
1년 전 출시된 구글 포토(Google Photos)는 이렇게 개선된 검색 결과를 대중에게 제공했다. 이미지를 검색 및 분석해 자동 조직하는 기능은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사람이나 특정 동물의 이미지, 사람이 서로 안는 것처럼 특정 행동을 하는 이미지도 검색할 수 있다. 시장 경쟁은 치열하지만 구글은 지금까지 2억 명의 사용자를 확보했다. 피차이는 구글 포토가 AI를 통해 구글이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전형적 사례라고 말했다. “다른 기업의 사진 검색기능이 이미 있었냐고?”라고 그는 물었다. “그렇다. 그런데도 구글 포토는 사용률을 크게 늘리고 점유율을 확보했다.”
이미지 식별에 효과적이었던 방식은 음성 식별과 번역 등, 유사한 작업에서도 역시 효과적이었다. 시스템에 자연어 이해를 훈련시켰더니 정확도가 크게 상승했다. 안드로이드 폰에 대고 음성 검색 ‘OK 구글’을 이용했을 때 내용을 잘못 알아들을 가능성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동시에 피차이처럼 억양이 센 사람의 말을 알아듣고 시끄러운 술집에서도 명령어를 식별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같은 작업을 55개 이상의 언어로 수행할 수도 있다.
구글 포토에서 이미지를 식별하는데 사용된 기술은 구글 스트리트 뷰(StreetView)에서 간판을 ‘읽고’, 항공 촬영 이미지를 바탕으로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기 적합한 지붕을 찾아내는 프로젝트 선루프(Project Sunroof)의 기능 또한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구글의 다른 소규모 실험팀은 이 기술을 이용해 시력 상실을 야기할 수 있는 당뇨성 망막증 탐지를 위한 홍채 스캔 기술을 효과적으로 개선하고 있다. “상당히 중요한 변혁”이라고 딘은 말했다. “문제를 이렇게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기능이 생겼다는 이야기가 사내에 퍼지고 있다”고 딘은 새로운 AI 기술에 대해 말했다.
소수의 팀원으로 시작한 연구 프로젝트는 이제 규모가 커져서 (딘은 명확한 숫자를 말해주지 않았지만) 수백 명이 참여하게 됐다. 이들은 알고리즘과 컴퓨터 시스템을 함께 개발했고, 최근에는 AI 솔루션에 맞춤화한 구글 자체 반도체 칩을 개발하는 과정에 있다. (구글 브레인의 소프트웨어 이름은 텐서플로우(TensorFlow)고, 칩 이름은 텐서 프로세싱 유닛(Tensor Processing Unit)이다.) 그 결과 지금 구글에서는 구글 브레인의 새로운 역량을 수십 개 상품에 응용하는 2000여 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머신러닝을 통해 삶의 방식을 바꿔줄 차세대 디지털 상품을 어떻게 개발할 지 그 가능성을 보고 싶다면 이번 여름 후반기에 공개될 알로가 좋은 시작점이다. 통신 앱 시장은 성숙 단계를 지나 포화 상태에 이르렀지만, 구글 포토(및 크롬 브라우저)와 마찬가지로, 스마트한 추가 기능으로 사용자를 확보할 수 있다고 피차이는 자신했다.
이 중 하나가 메시지 내용을 기준으로 3개의 다른 답변을 제시해 주는 스마트 리플라이(Smart Reply)다. 1년도 안 걸리는 시간에 스마트 리플라이를 개발한 구글은 모바일 이메일 인박스에서 기능을 처음으로 테스트했다. 이 기능을 이용하면 사용자는 이동 중에도 탭 한 번으로 기계가 제안한 답장 중 하나를 선택해서 보낼 수 있다. 알로는 스마트 리플라이와 이미지 인식을 결합해 이보다 한 발 더 나아갔다. 메시지에 사진을 첨부해 보내면 알로가 답변을 제안해준다. 예를 들어 친구에게 스카이다이빙 하는 사진을 보내면 친구는 알로가 제안한 “대단한데”, “용감하다”, “무섭겠다” 중 하나를 선택해 답변할 수 있다. 어린 아이나 애완동물의 사진을 보내면 “귀여워”라는 답변 등이 나온다. 알로에서 대화를 하는 도중 구글 어시스턴트에서 대화창을 띄워 레스토랑을 예약하거나 여행을 계획할 수도 있다.
알파고 앞세워 AI경쟁에서 앞서나가
그래도 피차이는 구글이 경쟁업체보다 앞서 있다고 확신한다. 그는 세계 최고 바둑기사와 겨뤄 승리한 알파고(AlphaGo)가 앞으로 좀더 실질적인 문제 해결에 응용되면 구글이 계속 경쟁에서 앞서도록 도와줄 것이라 확신했다.
“머신러닝과 AI를 보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 2~3년 후에 가능한 일, 그 보다 난이도가 높아서 더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로 나눠진다”고 피차이는 말했다. 하버드 교수 요피를 비롯한 업계 관측가들 또한 구글이 AI 세상으로의 혁신을 이끄는 유리한 입지에 있다고 동의한다.
- MIGUEL HELFT 포브스 기자
위 기사의 원문은 http://forbes.com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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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기사] AI 배틀로얄
아마존. 4년간 AI 개발을 추진하며 1000여 명을 동원해 에코 제품군을 지원하는 인공지능 비서 알렉사를 개발했다. 에코는 외부업체가 개발한 기기에서도 구동 가능하며, 이 경우 각 업체에서 새로운 ‘기술’을 가르칠 수도 있다.
애플. 시리로 디지털 비서 기능을 가장 먼저 시작했다. 사진 검색, 할 일에 대한 알림 설정, 길 찾기 등의 기능을 이미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뒤늦게 시작한 경쟁업체들이 애플을 뛰어넘기 시작했고, 애플은 시리의 기능을 확장하는데 전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시리를 외부 개발업체에 공개하는 날이 조만간 올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페이스북. 빠르게 확장 중인 AI 연구팀이 가상 비서 ‘M’과 메신저에서 구동되는 스마트 채팅봇을 개발 중이다. 언어 이해, 번역, 컴퓨터 비전 쪽으로도 진출 중이다. 엔지니어 4명 중 1명 이상이 페이스북의 ‘중심’ AI를 이용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대규모 AI 및 머신러닝 연구팀을 구성했다. ‘인지 서비스’와 ‘봇프레임워크’를 만들어 외부업체도 MS의 AI 기반 툴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으며, AI를 자사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애저(Azure)와 통합하는 과정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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