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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승장구하는 일본 스타벅스] 열도 상륙 20년 동안 변신 또 변신

[승승장구하는 일본 스타벅스] 열도 상륙 20년 동안 변신 또 변신

1996년 8월 문을 연 일본 1호 스타벅스 ‘긴자 마쓰야 도오리점’은 연일 아침부터 만석이다.
도쿄 긴자. 미쓰코시와 마쓰야 백화점이 늘어선 대로에서 한 블록 안으로 들어서면 스타벅스가 눈에 띈다. 1996년 8월 2일 일본에 처음으로 문을 연 스타벅스 1호점 ‘긴자 마쓰야 도오리점’이다.그로부터 20년이 흐른 지금 일본 내 스타벅스 점포 수는 1000곳이 넘는다. 2015년 5월 마지막 요새였던 돗토리현 진출에 성공하면서 일본 전역 47개 도도부현에 매장을 갖게 됐다. 이제는 ‘스타벅스’라는 브랜드를 남녀노소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이렇게 어디를 가나 스타벅스가 눈에 띄는 세상이 됐지만 지금에 이르기까지 만사가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다. 가장 큰 위기를 맞은 건 2000년대 초반이었다. 일본법인인 스타벅스커피 재팬(이하 SBJ)이 상장한 직후인 2002년 기존 매장 매출이 전 년에 못 미치며 영업적자에 빠졌다. SBJ의 한 간부는 당시 상황에 대해 “일본에 스타벅스가 진출한 후 처음 5~6년 동안은 전 세계적으로 획일적인 상품 전개가 이뤄져 솔직히 일본법인의 독자성이 구현되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프라푸치노로 10~20대 입맛 사로잡아
그 사이 미국 스타벅스도 힘든 시기를 맞이했다. 2000년대 후반 인력 부족, 품질 및 서비스 저하, 무모한 대량 출점 등으로 실적 침체에 빠졌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2008년 하워드 슐츠가 최고경영자(CEO)에 복귀했다. 그의 개혁은 대담하고 빨랐다. 그는 미국 내 스타벅스 전 매장을 일시적으로 폐쇄하고, 종업원에 대한 재교육부터 시켰다. 채산이 맞지 않는 매장은 문을 닫았고, 그 결과 2011년에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경신하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미국의 부활에 보조를 맞추듯 SBJ도 상승세를 탔다. 일본 만의 독특한 상품을 출시하고, 매장 레이아웃도 바꿨다. 그러자 매장 수는 꾸준히 늘고, 실적도 좋아졌다. 2014년 한 해 순이익은 역대 최대인 80억엔(약 900억원)에 달했다. 이렇게 분위기가 좋은데도 SBJ 사내 분위기는 낙관적이지 않았다. 오히려 임원들은 ‘새로운 제품을 계속해서 내놓아야 한다’고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일본 소비자들은 세계에서 가장 까다롭다. ‘역시 스타벅스구나!’라고 고객이 감탄할 만한 요소를 계속 내놓을 필요가 있다.”(미나구치 타카후미SBJ CEO).

사람으로 치면 지금 일본 스타벅스는 청년에서 성인이 된 셈이다. 일본인의 라이프스타일에 완전히 스며든 만큼 신선함이 떨어진다. 소비자의 기호는 빠르게 변화한다. 스타벅스가 다음 성장 무대로 이동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이것이 긴장의 이유다. 스타벅스에는 다양한 상품군이 존재하지만, 실적을 이끄는 대표 주자는 얼음을 갈아만든 빙과음료 ‘프라푸치노’다. 구매층은 주로 10~20대 젊은 여성이다. 가격은 500~600엔대로 스타벅스 치고는 비교적 비싼 편에 속한다. 당장 SBJ의 전략은 주 수익원인 프라푸치노를 보다 강화하는 것이다. 현재 연간 15개 정도의 기간 한정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하나의 신규 상품을 만들어내는 데에는 1년 여의 시간이 필요하다. 10명 남짓의 개발 스태프가 의식주의 유행 트렌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개발에 나선다.

상품 본부의 니시오카 미야코 부장은 “어쨌든 새로운 것을 내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2014년 4월 내놓은 ‘바나나 프라푸치노’다. SBJ가 최초로 생과일을 사용한 제품으로 이전까진 팔지 않았다. 막상 발매가 시작되자 주요 도쿄 도심 매장에선 점심 때 하루 판매 분량을 다 판매할 만큼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프라푸치노의 인기 배경에는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있다. “프라푸치노 신규 상품을 내놓을 때마다 SNS를 통해 정보를 널리 알려 소비자들이 다음 상품에 대해 기대를 갖게 한다. 최근 4~5년 간 그러한 흐름에 적절히 이용해왔다.”(니시오카 부장).

스타벅스의 트위터 팔로우 수는 올 7월 현재 310만 명에 달한다. 일본 기업과 브랜드 중에서 단연 최고 수준이다. 그러면서도 SBJ는 TV광고를 하지 않는다. 고정 팬을 통한 상품 정보 전달이 전략이다. 니시오카 부장은 “인터넷을 통한 정보 확산이 정착하면서 상품 비주얼이나 네이밍에 대해 전보다 공들여 결정하게 됐다”고 이야기한다. 실제로 한 가지 상품명에 대해 20~30개에 달하는 후보가 있다. 일부러 알기 힘든 상품명을 채용해 소비자의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작전을 취하기도 한다.
 와인 파는 새로운 형태 스타벅스도 등장
스타벅스재팬은 동네 찻집 같이 편안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원두나 추출 방식에 신경을 써서 고객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SNS를 아군으로 삼은 SBJ는 2014년 1월부터 ‘e-기프트’라는 소셜서비스를 시작했다. 스마트폰 화면에 친구가 보낸 생일 축하 메시지와 함께 스타벅스에서 이용할 수 있는 500엔짜리 쿠폰이 표시된다. 매장에 들러 스마트폰에 표시된 바코드를 보여주고 현금 대신 사용하면 된다. SBJ에서는 2010년부터 해당 서비스 제공을 검토했다. “소셜 기프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음식 체인은 거의 없지만, 타사가 하지 않는 새로운 시도이기에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나가미 아키라 디지털전략부장).

미국 스타벅스는 2015년 9월부터 스마트폰으로 주문과 결제를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재 스타벅스코리아에서 시행 중인 사이렌 오더(사전 주문) 서비스도 비슷하다.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커피를 주문하면 매장에서 줄을 설 필요 없이 정해진 시간에 상품을 픽업할 수 있다. “이 방식을 그대로(일본에) 수용할지 모르겠으나 어떤 형태로든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할 가능성은 있다.”(나가미 부장). 모바일 환경의 변화에 맞춰 스타벅스의 디지털 전략도 변해가고 있다는 의미다.

딜레마도 있다. 시내 중심부 매장의 판매 손실이 대표적이다. 주말 도쿄 신주쿠에 가보면 스타벅스 매장은 어디나 만석이다. 계산대 앞의 긴 행렬도 눈에 띈다. 그 줄을 본 순간 스타벅스에 들어가길 포기하는 고객도 있다. 이렇게 판매 기회를 놓치는 경우는 신주쿠뿐 아니라 도쿄 도심의 스타벅스 매장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SBJ는 일부러 혼잡한 매장 근처에 신규 매장을 여는 전략을 내놓았다. 공급을 늘려 판매 손실을 줄이려는 것이다. “소매업을 하는 입장에서 고객을 기다리게 하는 것은 정말 죄송한 일이다. 카운터 직원 교육 등 철저한 업무 효율화를 비롯해 조금이라도 개선해 나갈 방침이다.”(미나구치 CEO).
 편의점 커피와의 경쟁도 “문제 없다”
하지만 다른 딜레마에 봉착할 수 있다. 스타벅스라는 동일 브랜드 매장이 한 곳에 몰려 있으면 이용자들이 브랜드에 대해 싫증을 느끼게 될 가능성도 있다.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 갈 것인가? SBJ는 올 3월 한 가지 해결책을 제시했다. 도쿄 마우노우치에 출점한 신규 매장 ‘이브닝스(EVENINGS)’다. 이러한 업태는 2010년 미국에서 탄생했다. 2015년 문을 연 영국에 이어 일본이 세계에서 3번째로 전개하는 것이다. 가장 큰 특징은 통상 판매하는 커피와 더불어 와인이나 맥주 같은 알코올음료도 제공한다는 점이다. SBJ에서 신규 사업 개발을 담당하는 관계자는 이브닝스의 출점 목표에 대해 “여성 혼자서 술을 마실 만한 곳이 별로 없기 때문에 귀갓길에 가볍게 한잔 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고 싶었다”고 이야기한다. 30~40대 일하는 여성이 타깃이고, 주력 상품은 글라스와인과 쿠키류 세트다. 가격은 1300엔 전후다. 기존 스타벅스에 없었던 새로운 형태에 도전해 고객들의 흥미를 불러 일으키겠다는 각오다. 이브닝스는 3월 마루노우치에 이어 5월에 롯폰기에 문을 열었다. 올 가을에는 유락초에도 개점한다. 스타벅스와 같은 카페는 도심 매장은 아침부터 오후 2시경까지 일정 고객을 확보하고 있으나, 저녁 이후에는 발길이 뜸해 고전해왔다. 주류를 제공해 하루 종일 고객이 끊이지 않는 사이클을 형성하는 것도 신사업을 전개하는 목적 중 하나다.

혁신은 끊이지 않는다 4월에는 가나가와현 가마쿠라시 스타벅스 매장에 ‘EXPERIENCE BAR’라는 새로운 공간을 배치했다. 일반 매장에 없는 고품질의 원두를 사용해 고객의 취향에 맞춘 추출방식으로 커피를 제공한다. 동시에 동네 찻집같은 정감 있는 서비스로 지금까지의 스타벅스와는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우리는 분명 체인점이지만 보통의 체인점이 될 생각은 없다. 도심 오피스 밀집 지역과 지방 쇼핑몰의 소비자 취향은 다르기 때문에 그에 맞춰 서비스나 매장 환경을 바꿀 필요가 있다. 향후 일본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시금석이 될 것이다.”(세키네 준 전 CEO).

지난 6월 ‘고메다 커피’를 운영하는 고메다홀딩스가 만반의 준비를 거쳐 도쿄증권거래소 제1부에 상장했다. 지난 2월 기준으로 683개 매장을 보유한 이 회사는 이번 상장을 계기로 연간 70~80점 규모로 신규 매장을 늘려갈 방침이다. 2020년에는 1000점 달성을 목표로 잡고 있다. 편의점 커피도 최근 3년 사이 완전히 정착했다. 선두주자인 세븐일레븐의 셀프 드립커피 ‘세븐카페’ 판매량은 매년 신기록을 깨고 있다. SBJ로서는 이런 강적들에 맞서야 한다. 그러나 SBJ는 침착하다. 미나구치 CEO는 “커피 시장이 확대되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환영한다. 일본 상륙 20년을 통해 키운 자신감의 표출일지도 모른다. 신규 매장 오픈, 상품 개발, 디지털 전략, 신사업 등 SBJ는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다. 이는 지난 20년 동안 파괴와 창조를 거듭해온 지금의 일본 커피문화를 빠짐없이 재검토하는 작업일지도 모른다.
 [박스기사] 미나구치 타카후미 스타벅스커피재팬 CEO - 지방에서 드라이브 스루 매장 늘린다
일본 상륙 20년을 맞이한 스타벅스커피재팬(SBJ). 앞으로의 성장 청사진을 어떻게 그려갈 것인가? 올 6월 최고경영자(CEO)에 취임한 미나구치 타카후미에게 SBJ의 미래에 대해 물었다. 1967년생인 미나구치 CEO는 2001년 루이비통 재팬에 입사해 2014년 SBJ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영입됐다.



현재 SBJ 실적은 어떤가?


“지난해 3월 상장폐지를 했기 때문에 외부에 공시를 하지 않고 있다. 정확히 말할 순 없지만 지난해보다 소폭 개선된 정도로 보면 된다. 인구가 감소 추세에 있기 때문에 시장 역시 축소되고 있지만 그 속에서도 착실하게 노력 중이다.”



지난 6월 고메다홀딩스가 상장했다. 도토루 커피를 포함해 향후 시장 경합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특별히 의식하진 않는다. 경쟁한다고 해서 스타벅스가 비즈니스 모델을 바꿔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보다 우리의 강점을 시대에 부합시켜 변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고메다는 카페지만 식사 메뉴에 강하다.어쩌면 우리보다 패밀리레스토랑 업계와 경쟁하지 않을까?”



편의점 커피도 정착해가고 있는데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우리는 커피를 판매하는 회사지만 커피뿐 아니라 가게라는 공간과 서비스 등이 한데 어우러져 가치를 제공한다. 소비자는 가격과 가치의 밸런스를 정확히 꿰뚫어보고 있다. 급할 때는 편의점에서 커피 한 잔을 구입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언제나 매장이 우선이다. 스타벅스의 실적이 떨어지지 않는 것은 우리가 제공하는 가치가 고객들의 지지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올 3월 기준 매장 수는 1178점이다. 더 늘려갈 계획인가?


“세키네 준 전 CEO는 2020년 1500점 체제를 구축하겠다고 공언했었다. 나도 그러한 방향을 이어갈 것이다. 도심부와 지방 출점 비율은 50:50 정도로, 지방은 드라이브 스루 매장을 늘리고, 아직 진출하지 않은 지역에 뛰어들어야 한다. 반면 도심에는 공간이 협소한 매장이 많다. 그런 매장 근처에 새 점포를 열어 혼잡한 환경을 개선해 나갈 방침이다.”



도심에서는 자사 경합이 이뤄지더라도 매장을 새로 열겠다는 말인가?


“그러한 경영이 가능한 것은 스타벅스가 직영 비즈니스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직영점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서비스 내용, 출점 장소도 자체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매장 리모델링도 스스로 실시한다. 브랜드를 유지하면서 성장하기 위해서는 필수 요소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3월 미국 본사의 완전 자회사로 편입됐다. 일본 법인에 대한 본사의 인식은 어떠한가?


“초우등생이라고 생각된다(웃음). 스타벅스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어느 국가보다 잘 표현하고 있다. 자회사가 됐다고 더 까다롭게 관리·감독하지는 않는다. 미국은 편의점이 적어 스타벅스가 편의점 같은 존재다. 미국과 일본에서 카페의 의미 또한 다르기 때문에 미국의 방식을 그대로 수용하는 일도 없다. 내가 CEO로 있는 동안은 재미있는 일을 추진하며 고객이 놀랄 만한 일을 계속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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