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의 성과평가제 수정 바람] 서비스·지식 직무 비중 커져 효과 반감
[글로벌 기업의 성과평가제 수정 바람] 서비스·지식 직무 비중 커져 효과 반감
‘경영진에게 성과에 따라 보상하는 것을 중단하라(Stop Paying Executives for Performance)’ ‘경영진에 대한 성과연봉제는 여전히 유효하다(Performance-Based Pay for Executives Still Works)’. 지난 2월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는 이러한 제목의 두 개의 글이 실렸다. 성과연봉제를 둘러싼 지상논쟁이었다. 런던비즈니스스쿨의 교수들이 쓴 두 글은 정 반대의 논리를 폈다. 한쪽에선 각종 연구 결과를 예로 들며 “성과연봉제는 단순 업무에는 효과적이지만 창의적·혁신적인 업무에서 일하는 사람에겐 오히려 부작용을 초래한다”고 비판했다. 이와 달리 다른 쪽에선 “최고경영자(CEO)에게 주식으로 성과급을 지급하는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연간 4~10% 더 좋은 성과를 낸다”는 연구 결과를 근거로 성과연봉제를 지지했다. 한국에선 최근 금융노조의 총파업으로 이슈가 되고 있지만 성과연봉제를 둘러싼 논쟁은 이미 경영학계뿐 아니라 컨설팅 업계와 글로벌 기업에서도 활발히 벌어지고 있다. 기존의 성과주의에 대한 회의로 인해 평가·보상체계를 이미 수정한 글로벌 기업도 여럿이다. 한동안 기업에 성과주의 도입 바람이 불었다면 이제는 성과주의 수정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과거 하위평가자 10%는 가차 없이 해고하는 것으로 유명했던 제너럴일렉트릭(GE)의 변화가 대표적이다. GE는 직원을 5등급으로 분류하는 방식을 폐기하는 안을 추진 중이다. 매년 한 차례 시행하는 평가 방식도 바꾸기로 했다. GE@PD라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직원들이 수시로 자신의 성과에 대해 상사와 의견을 주고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GE의 새로운 인사평가모델이 ‘패스트 워크(fast work)’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설명한다. ‘제조업 공룡’이 아닌 민첩한 스타트업의 경영전략을 모방했다는 뜻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10여년 간 유지해왔던 직원성과 평가제를 지난 2013년 폐지했다. MS는 직원을 상대평가해서 1~5등급으로 일정비율을 강제할당했는데 그 결과 유능한 직원이 다른 유능한 직원과 함께 일하기를 꺼리고 이미 고목을 쳐낸 상황에서도 또 최하위 5등급자가 나와야만 했다. 최종 평점을 매길 땐 평가대상자와 일해본 적도 없는 다른 부서 관리자들의 평가가 크게 작용하는 것도 불만을 샀다.
소프트웨어 기업 어도비는 2012년 전통적인 성과평가제를 폐지했다. 어도비는 기존에 연간 8만 시간가량을 성과 평가에 소요해야 했지만 구성원 간 협력 저하, 높은 이직률 등 문제가 적지 않았다. 어도비는 대신 ‘체크 인’이라는 시스템을 도입해 3개월마다 직원의 성과에 대해 동료 직원들이 피드백을 주는 방식을 채택했다. 성과에 따라 순위를 매기고 보상을 차등화하는 방식이 아닌 성과에 대해 서로 대화를 나누고 코치해주는 방식이다.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회사인 넷플릭스는 매년 사전에 정한 목표 대비 성과를 얼마나 달성했는지 평가하는 방식을 버렸다. 회사의 목표 자체가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
글로벌 컨설팅사 맥킨지앤컴퍼니는 지난 5월 계간지 ‘맥킨지 쿼털리’에 ‘성과관리제의 미래’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이러한 트렌드를 분석했다. 이 글에서 맥킨지는 기업이 연말마다 직원의 업무성과를 평가하는 방식의 상대평가제에 대해 ‘시간만 잡아 먹고 지나치게 주관적이며 동기를 부여하기보다는 동기를 잃게 하고 직원들의 성과 향상에 기여하지 못한다는 데 직원과 관리자가 모두 동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 세계적으로 여전히 열에 아홉은 성과평가제를 실시하지만 현행 제도는 직원들로 하여금 등급 평점과 보수에 대해 전전긍긍하고 평가결과를 납득하지 못하게 해서 도리어 업무수행을 해칠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성과평가제에 대한 이러한 비판은 예전에도 있었지만 최근 점점 부각되는 건 지난 15년 간 일어난 직무의 변화 때문이다. 맥킨지는 ‘점점 더 많은 일자리에서 전문가적 지식, 독립적인 판단, 문제해결 기술을 요구하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산출물을 기준으로 평가하면 됐던 산업화시대와 달리 서비스, 지식 관련 직무의 비중이 커지면서 기존의 평가제도로는 포착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가치가 창출되고 있다는 뜻이다.
글로벌 컨설팅사 딜로이트가 2014년 ‘딜로이트 유니버시티 프레스(DUP)’에 게재한 ‘성과관리제는 끝났다’란 제목의 기사도 같은 주장을 펼친다. 딜로이트는 ‘기업의 목표는 수시로 바뀌고 전략은 진화하고 직원들은 여러 팀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면서 ‘연간 한 차례 평가해서 등급을 매기는 방식의 성과관리제는 오늘날 비즈니스 환경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딜로이트가 기업 1703곳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70%는 이미 성과관리제를 수정했거나 현재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응답했다. 16%는 앞으로 18개월 안에 성과관리제에 대한 개편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성과관리제가 높은 부가가치 창출에 도움이 됐느냐는 질문엔 8%의 기업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절반이 넘는 58%의 기업은 성과관리제가 효과적이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딜로이트는 ‘오늘날엔 70% 이상의 근로자가 서비스 또는 지식 관련 업무에 종사한다’며 ‘이들의 업무능력을 향상시키는 데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금 당장 그들의 순위를 매기는 식의 성과관리보다는 꾸준한 능력개발에 집중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설명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학계의 연구 결과도 다양하다. 듀크대학의 댄 애리얼리 교수 연구에 따르면 단순 반복 업무 종사자의 경우엔 보상이 높아지면 생산성도 따라서 높아지지만 창의적인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경우엔 성과급 비율이 높은 것이 오히려 성과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조지아텍의 루스 캔퍼 교수는 여러 연구를 통해 학습이 필요한 일의 경우엔 성과 목표를 부여하면 사람들이 새로운 것을 배우고 개발해내는 일을 등한시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그렇다고 기존 성과평가제에 대한 뚜렷한 대안이 나와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아직은 여러 기업이 대안을 찾기 위한 실험을 진행 중인 단계다. 만약 상대평가를 없애고 절대평가로 바꾼다면 과연 구성원들이 서로를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을지, 또 승진·보상과 같은 인사관리는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명쾌한 결론이 내려지진 않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성과주의의 폐해를 지적하는 연구와 사례가 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국내 은행권에 남아있는 연공서열식 호봉제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재의 호봉제에 기반한 은행권 성과관리 체계는 무임승차와 세대 갈등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노사 모두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면서 “이러한 문제가 장기적으로 지속될 경우엔 노-노 갈등이 심화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존의 호봉제 체계를 개선하되 최근 선진국 기업의 경험까지 감안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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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주의에 대한 회의감 번져
과거 하위평가자 10%는 가차 없이 해고하는 것으로 유명했던 제너럴일렉트릭(GE)의 변화가 대표적이다. GE는 직원을 5등급으로 분류하는 방식을 폐기하는 안을 추진 중이다. 매년 한 차례 시행하는 평가 방식도 바꾸기로 했다. GE@PD라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직원들이 수시로 자신의 성과에 대해 상사와 의견을 주고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GE의 새로운 인사평가모델이 ‘패스트 워크(fast work)’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설명한다. ‘제조업 공룡’이 아닌 민첩한 스타트업의 경영전략을 모방했다는 뜻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10여년 간 유지해왔던 직원성과 평가제를 지난 2013년 폐지했다. MS는 직원을 상대평가해서 1~5등급으로 일정비율을 강제할당했는데 그 결과 유능한 직원이 다른 유능한 직원과 함께 일하기를 꺼리고 이미 고목을 쳐낸 상황에서도 또 최하위 5등급자가 나와야만 했다. 최종 평점을 매길 땐 평가대상자와 일해본 적도 없는 다른 부서 관리자들의 평가가 크게 작용하는 것도 불만을 샀다.
소프트웨어 기업 어도비는 2012년 전통적인 성과평가제를 폐지했다. 어도비는 기존에 연간 8만 시간가량을 성과 평가에 소요해야 했지만 구성원 간 협력 저하, 높은 이직률 등 문제가 적지 않았다. 어도비는 대신 ‘체크 인’이라는 시스템을 도입해 3개월마다 직원의 성과에 대해 동료 직원들이 피드백을 주는 방식을 채택했다. 성과에 따라 순위를 매기고 보상을 차등화하는 방식이 아닌 성과에 대해 서로 대화를 나누고 코치해주는 방식이다.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회사인 넷플릭스는 매년 사전에 정한 목표 대비 성과를 얼마나 달성했는지 평가하는 방식을 버렸다. 회사의 목표 자체가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
글로벌 컨설팅사 맥킨지앤컴퍼니는 지난 5월 계간지 ‘맥킨지 쿼털리’에 ‘성과관리제의 미래’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이러한 트렌드를 분석했다. 이 글에서 맥킨지는 기업이 연말마다 직원의 업무성과를 평가하는 방식의 상대평가제에 대해 ‘시간만 잡아 먹고 지나치게 주관적이며 동기를 부여하기보다는 동기를 잃게 하고 직원들의 성과 향상에 기여하지 못한다는 데 직원과 관리자가 모두 동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 세계적으로 여전히 열에 아홉은 성과평가제를 실시하지만 현행 제도는 직원들로 하여금 등급 평점과 보수에 대해 전전긍긍하고 평가결과를 납득하지 못하게 해서 도리어 업무수행을 해칠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성과평가제에 대한 이러한 비판은 예전에도 있었지만 최근 점점 부각되는 건 지난 15년 간 일어난 직무의 변화 때문이다. 맥킨지는 ‘점점 더 많은 일자리에서 전문가적 지식, 독립적인 판단, 문제해결 기술을 요구하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산출물을 기준으로 평가하면 됐던 산업화시대와 달리 서비스, 지식 관련 직무의 비중이 커지면서 기존의 평가제도로는 포착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가치가 창출되고 있다는 뜻이다.
글로벌 컨설팅사 딜로이트가 2014년 ‘딜로이트 유니버시티 프레스(DUP)’에 게재한 ‘성과관리제는 끝났다’란 제목의 기사도 같은 주장을 펼친다. 딜로이트는 ‘기업의 목표는 수시로 바뀌고 전략은 진화하고 직원들은 여러 팀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면서 ‘연간 한 차례 평가해서 등급을 매기는 방식의 성과관리제는 오늘날 비즈니스 환경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딜로이트가 기업 1703곳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70%는 이미 성과관리제를 수정했거나 현재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응답했다. 16%는 앞으로 18개월 안에 성과관리제에 대한 개편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성과관리제가 높은 부가가치 창출에 도움이 됐느냐는 질문엔 8%의 기업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절반이 넘는 58%의 기업은 성과관리제가 효과적이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딜로이트는 ‘오늘날엔 70% 이상의 근로자가 서비스 또는 지식 관련 업무에 종사한다’며 ‘이들의 업무능력을 향상시키는 데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금 당장 그들의 순위를 매기는 식의 성과관리보다는 꾸준한 능력개발에 집중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설명한다.
성과평가제의 뚜렷한 대안은 없어
그렇다고 기존 성과평가제에 대한 뚜렷한 대안이 나와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아직은 여러 기업이 대안을 찾기 위한 실험을 진행 중인 단계다. 만약 상대평가를 없애고 절대평가로 바꾼다면 과연 구성원들이 서로를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을지, 또 승진·보상과 같은 인사관리는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명쾌한 결론이 내려지진 않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성과주의의 폐해를 지적하는 연구와 사례가 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국내 은행권에 남아있는 연공서열식 호봉제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재의 호봉제에 기반한 은행권 성과관리 체계는 무임승차와 세대 갈등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노사 모두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면서 “이러한 문제가 장기적으로 지속될 경우엔 노-노 갈등이 심화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존의 호봉제 체계를 개선하되 최근 선진국 기업의 경험까지 감안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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