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싱어송 라이터 닉 케이브, 아들이 죽은 뒤 만든 새 앨범 ‘Skeleton Tree’가 올해 최고의 앨범 중 하나로 꼽혀 ‘Jesus Alone’ 뮤직 비디오 속의 닉 케이브.호주 출신 싱어송 라이터 닉 케이브(59)는 죽음에 익숙하다. 케이브가 열아홉 살 때 경범죄로 감옥에 들어갔을 때 아버지가 교통 사고로 사망했다. 몇 년 뒤인 1988년 발표한 ‘The Mercy Seat’는 전기의자 처형을 앞둔 사형수에 관한 노래로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이 노래는 조니 캐시가 2000년 리메이크해 다시 한번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케이브의 최고 앨범으로 꼽히는 ‘Let Love In’(1994)의 클라이맥스는 자신의 죽음과 장례식을 상상한 노래 ‘Lay Me Low’다. 또 그의 최다 판매 앨범인 ‘Murder Ballads’에 수록된 노래들은 마치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처럼 살인과 죽음이라는 주제에 탐닉한다. 노래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총에 맞고(‘Stagger Lee’), 우물에 던져지고(‘Henry Lee’), 테이프로 꽁꽁 묶인 채 칼에 찔린다(‘Song of Joy’).
하지만 케이브가 배드 시즈 밴드와 함께 낸 16번째 앨범 ‘Skeleton Tree’에는 이런 잔인한 이미지가 등장하지 않는다. 케이브의 열다섯 살짜리 아들 아서가 사망한 뒤 첫 작품이기도 한 이 앨범에 실린 노래들은 (죽음의) 애도와 받아들임 사이의 어딘가에 머무른다. 장송곡 같은 분위기의 ‘Girl in Amber’에서 케이브는 ‘사람이 죽으면 잠이 든 채 세상을 떠돌다가 산산이 부서져 땅 속에 흡수되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고백한다. ‘Skeleton Tree’와 케이브가 개인적 비극과 씨름하며 이 앨범을 제작한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다시 한번 감정을 담아’는 슬픔이 평범한 일상으로 파고드는 순간들을 포착한다. 세면대에 먹은 것을 토해내고(‘Magneto’), 슈퍼마켓 계산대에 줄 서서 기다릴 때 갑자기 슬픔에 빠져들고(노래 2곡에서 슈퍼마켓 이야기가 나온다), 자신이 연민의 대상이 됐음을 깨닫고 깜짝 놀라는 순간 등등.
포스트 펑크를 대표하는 어둠의 왕자 케이브(그는 언젠가 시끄럽게 구는 기자에게 유리컵을 집어던진 적도 있다)가 여기서는 이전과 달리 약한 감정을 드러낸다. ‘다시 한번 감정을 담아’는 사실주의 영화 같은 느낌을 준다. 케이브와 그의 부인이 주고받는 때론 우스꽝스럽고 때론 가슴 아픈 대화 속에서 아들을 잃은 상실감이 드러난다. 그의 부인은 아들이 어릴 때 그린 그림(지난해 아들이 떨어져 죽은 절벽 부근이 묘사됐다)을 보여주면서 눈물을 흘린다.
이런 장면들이 ‘Skeleton Tree’ 앨범 제작을 위한 스튜디오 연주 장면 사이사이에 끼여 있다. 초반부에는 케이브가 으스스하고 환각적인 느낌의 오프닝 곡 ‘Jesus Alone’의 보컬 트랙을 녹음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노래는 (케이브의 아들이 사망한) 지난해 이전 쓰여졌다고 알려졌지만 도입부가 앞일을 예견하는 듯 급박하고 매우 어두운 분위기를 풍긴다. 마지막 트랙 ‘Skeleton Tree’는 마치 폭풍 후의 새벽 같은 느낌을 준다.
포스트 펑크 뮤지션 중에 케이브 만큼 오랫동안 활동하면서 뛰어난 적응력을 보여준 사람은 없다. 그는 요즘 팝 스타 대다수가 살아온 기간보다 더 오랜 세월 뮤지션으로 활동했다. 비록 몇 년마다 ‘이제 한물갔다’는 평가를 듣곤 하지만 10년에 한 번은 창의성의 새로운 정점에 도달하는 듯하다. 그가 대중과의 거리를 유지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 아닐까? 케이브는 트위터를 이용하지 않으며 인터뷰에서 마음의 고통을 토로하지도 않는다. 그는 마치 훌륭한 메소드 배우(맡은 배역에 완전히 몰입하는 연기자)처럼 자신의 캐릭터를 내려놓는 법이 없다. 그가 아들의 죽음으로 큰 고통을 받고 있는 시점에 내놓은 ‘Skeleton Tree’는 올해 최고의 앨범 중 하나로 꼽힌다.
케이브가 무슨 생각을 갖고 있는지는 알 수 없어도 (이 앨범을 통해) 그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는 충분히 짐작이 간다.
- 잭 숀펠드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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