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FLV 미술관에서 수십 년 동안 러시아 국립 미술관들이 소장해 온 프랑스 현대 미술품 전시해 마티스의 ‘붉은 방’(1908).몇 년 전 루이뷔통 재단(FLV)이 발족했을 때 명품 기업이 미술·문화 분야까지 사업을 확장하는 문제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었다. 더구나 FLV가 프랑스 파리 근교 불로뉴 숲 한가운데에 프랭크 게리의 설계로 거대한 미술관을 지으면서 우려는 더 커졌다. 하지만 이제 FLV는 파리의 중요한 문화 관광 명소가 됐다. 지난 10월 말 이 미술관은 ‘현대 미술의 아이콘: 시추킨 컬렉션 전’(내년 2월 20일까지)을 개막했다. 명품 기업의 미술 사업을 찬성하든 안 하든 이런 전시회를 연다는 건 반가운 일이다. 수십 년 동안 러시아 에르미타주 미술관과 푸시킨 미술관이 소장해온 프랑스 현대 미술의 걸작들을 서유럽의 중심인 파리로 옮겨놓았으니 말이다.
세르게이 시추킨은 19세기 말 러시아의 성공한 사업가이자 미술 애호가였다. 그는 1897년 파리를 여행하면서 미술 작품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1908년 러시아 모스크바에 있는 그의 집 벽은 그림으로 가득 찼다. 러시아 아방가르드 미술 작품과 프랑스 인상파 거장들의 작품 250여 점이 벽면을 빼곡하게 메웠다.
당대의 주요 화상들이 모두 시추킨에게 그림을 팔았다. 상업의 천재로 불리며 인상파 화가들을 후원했던 폴 뒤랑-뤼엘부터 피카소·브라크 등 큐비즘 작가를 후원해 키웠던 전설적인 화상 다니엘-헨리 칸바일러까지. 하지만 볼셰비키 혁명 이후 러시아의 국유재산이 된 시추킨의 소장품은 그후 해외에서 한자리에 모인 적이 없었다. 앙드레 드랭의 ‘항구’(1905).‘현대 미술의 아이콘 전’에 선보인 작품은 시추킨 컬렉션의 일부에 불과하지만 FLV 전시 공간 전체를 차지했다. 이 전시회는 다양한 특성을 갖고 있다. 우선 내로라하는 걸작이 수두룩하게 전시됐다. 모네의 ‘풀밭 위의 식사’, 피카소의 ‘압생트를 마시는 여인’, 마티스의 ‘장미빛 작업실’ 등이다. 일부 전시실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한 미술가의 걸작을 모아놓은 미니 전시회라도 해도 손색없을 정도다(고갱과 마티스의 전시실이 대표적이다). 또 전시 작품의 세심한 위치 선정은 일부 미술가 간의 작풍 비교를 용이하게 만든다. 예를 들면 피카소의 초기작들이 로트렉의 작품과 얼마나 유사한지를 잘 보여준다.
이 전시회는 또 20세기 초반 슈퍼스타 화가들에게 가려졌던 일부 화가들을 재발견하게 해준다. 햇빛 가득한 항구를 그린 ‘항구’와 모딜리아니의 초상화를 떠올리는 ‘신문 읽는 남자’, 인상적인 풍경화 ‘숲’ 등 작품 8점이 전시된 앙드레 드랭이 대표적이다.
큐레이터 안느 발다사리는 자칫 유명한 걸작의 나열이나 설교조의 미술사 강의처럼 느껴질 수도 있는 이 전시회에 유머 감각을 곁들여 끝까지 흥미진진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말레비치가 흑백으로 그린 ‘4개의 정사각형’은 전시실 한구석 높은 곳에 걸렸다. 그 위쪽으로는 알록달록한 투명 패널이 장기판처럼 배열된 FLV의 유리 돛(프랑스 미술가 다니엘 뷔렝의 작품)이 보인다. 한눈에 봐도 21세기 현대 미술과 100년 전의 미술 작품이 어떤 학술 논문에서보다 더 효과적으로 대비된다.
- 니컬러스 포크스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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