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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영역 넓히는 권혁운 아이에스동서 회장] 대형사가 못 보는 아프리카 틈새 공략 채비

[사업영역 넓히는 권혁운 아이에스동서 회장] 대형사가 못 보는 아프리카 틈새 공략 채비

“중견 업체들도 해외에서 블루오션 찾아야”... 6년 만에 시공능력 128위 → 43위
아이에스동서 권혁운 회장이 부산 광안대교가 보이는 야경 사진이 전시돼 있는 집무실에서 사업 비전을 설명하고 있다.
정부가 건설 업체의 시공능력을 공사실적·경영상태·신인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후 금액으로 환산해 공시하는 시공능력평가. 공신력 있는 건설 업체 순위다. 2010년 128위로 100위권 밖에서 6년 만인 올해 43위로 급상승했다. 올해 주택 도시보증공사가 분양보증을 위해 업체를 평가하는 등급이 최고인 ‘AAA’이고 기업신용평가는 ‘A0’다. 2011년 4600여억원인 매출이 지난해 9400여억원으로 2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2011년 1만원대인 주가가 2014년 4만원을 돌파했고 지난해 시가총액이 1조2135억원으로 6위를 차지했다. 중견 건설업체인 아이에스동서 이야기다. 경북 의성 ‘깡촌’ 출신인 권혁운(66) 회장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침체된 건설경기의 수렁을 벗어나 비약적인 성장을 이끌고 있는 ‘선장’이다(실제로 그는 계열사로 아이에스해운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233m 높이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 ‘W’ 분양 완판
부산 용호동 바닷가에 짓고 있는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 ‘W’는 69층(233m) 가운데 현재 56층까지 공사가 진행됐다. / 사진:아이에스동서 제공
부산 바닷가 용호동에 198m까지 올라간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 ‘W’를 보면 그의 뚝심이 느껴진다. 권 회장은 아직 주택경기가 겨울이던 2014년 총 분양가가 1조1000여원에 달하는 최고 69층(233m), 1488가구 규모의 W 사업을 밀어붙였다. 금액이 비싸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초고층 주택 사업의 맥이 끊기다시피 한 상황에서 업계에 우려의 눈빛이 많았다. 그것도 대형 건설사가 아닌 중견회사가 직접 시공을 하겠다고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뛰어난 상품성 등으로 계약은 순항했고 그 해 여름 이후 되살아나기 시작한 주택시장의 훈풍까지 받아 7개월 만에 ‘완판(완전 판매)’돼 업계를 놀라게 했다. 뚝심과 함께 주택경기 회복에 대한 선견지명도 있었던 것이다. 그는 “리스크를 안고 모험했지만 운이 좋았다”며 웃지만 절대로 ‘운’에 기대는 스타일이 아니다.

권 회장의 사업 키워드는 ‘다각화’다. 1989년 일신건설산업을 시작으로 2008년 법정관리에 들어간 건자재 업체 동서산업(콘크리트파일·타일·도기 생산)을 인수하며 아이에스동서로 다시 태어났다. 2010년 비데회사 삼홍테크, 2011년 건설장비와 사무기기 임대 업체 한국렌탈, 2014년 영풍파일·중앙레미콘·중앙물산을 흡수하며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건설 중심으로 제조·서비스·무역 등으로 지평을 넓힌 것이다.

골조공사에 콘크리트파일이 쓰이고 마감재로 타일·위생도기·비데 등이 들어가기 때문에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낸다. 해운(아이에스해운)은 건설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전 해운회사에 근무한 적이 있어 잘 아는 분야로 2011년 회사를 설립했다. 요즘 10여개 계열사 중 유일하게 어려운 상황이지만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

권 회장은 자전거 얘기를 자주 한다. “바퀴가 하나거나 둘인 자전거는 달리지 않으면 넘어집니다. 사업도 늘 잘 될 수만은 없잖습니까? 바퀴 하나보다 둘, 둘보다 셋, 셋보다 넷이면 넘어지지 않습니다.”

사업 다각화 이면에는 건설업에 대한 뼈아픈 경험이 있다. 1980년대 경남 1위 건설 업체이던 신동양건설에서 부사장으로 일하며 연대보증을 섰다가 이 회사가 자금난으로 부도나면서 딸 아이 책상에 있던 탁상시계까지 빨간 딱지가 붙었던 적이 있다. 권 회장은 그때를 떠올리며 “제조업을 하다가 망하면 공장이나 기계라도 남지만 건설회사는 빈 책상에 먼지 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건축도 주택 일변도에서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주택은 1990년대 초 부산 해운대 달맞이고개에 지은 ‘하일라빌리지’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3만2000여 가구를 공급했다. 2005년 ‘에일린의 뜰’이라는 아파트 브랜드를 론칭했다. 에일린은 신화 속 아름다운 여인인 ‘헬렌’의 아일랜드식 표현이다. 에일린의 뜰은 부산·울산 등 영남권에서 인기를 끌었고, 수도권에도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수도권 ‘핫 플레이스’로 꼽히는 화성 동탄2신도시, 남양주 다산신도시를 비롯해 김포·하남·청라 등 인기 지역에서 분양 성공을 이어왔다. 특히 수원 광교신도시 호수공원 옆에 지은 테라스하우스는 설계·인테리어 특화로 주목 받았다.

주택 외에 오피스텔과 아파트형 공장, 복합쇼핑몰 사업도 왕성하게 추진하고 있다. ‘W’ 내 분양을 앞두고 있는 ‘더블유스퀘어’는 지하 1층~지상 2층의 연면적 9만8000여㎡ 규모다. 요즘 상가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스트리트형 테라스 상가 형태다. 문화·예술 공연을 펼칠 수 있는 이벤트광장을 들이고 바다 조망을 즐기며 쇼핑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업종으로 구성된다. 권 회장은 “주택사업은 빗물에만 의존하는 천수답과 같아 부침이 심하다”며 “아파트 만으로 한계가 있어 다양한 ‘캐시카우’를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깐깐하기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현장이나 견본주택을 찾아 마음에 들지 않으면 망치로 바로 부숴버릴 정도다. 사업에 대한 집념으로 2조원에 달하는 자산에 사옥은 없다. 본사로 쓰고 있는 강남구 청담동 빌딩은 임대한 건물이다. “저 역시 왜 번듯한 건물을 직접 짓거나 구입해 쓰고 싶지 않겠습니까. 사옥 지을 돈 있으면 차라리 사업에 투자하자는 게 제 생각입니다. 사옥 비용은 ‘죽은 돈’입니다.”
 문암장학문화재단 설립해 사회 기부 나서
권 회장은 본궤도에 오를 사업에 탄력 받아 양극화로 짙어진 사회의 그늘에 대한 투자에도 나섰다. 지난 3월 사재의 일부를 출연해 문암장학문화재단을 설립했다. 문암은 권 회장의 호다. 그는 “어렸을 때 형들이랑 칡뿌리 캐러 자주 올랐던 집 뒷산 이름이 ‘문바우’ 산이었다”며 “공부는 좀 못해도 공부할 의지가 있고 뜻이 있는 학생들과 다문화가정, 독거노인들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올해 역대 최고의 성과를 내고 있지만 권 회장의 마음은 편치만은 않다. 주택시장이 위축될 기미를 보이고 있고 건설경기의 앞날이 밝지 못하기 때문이다. 주택시장 앞에는 공급과잉 우려, 정부 규제 등 불확실성이 짙다. 최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내년 건설시장을 전망하며 “건설투자가 내년 하반기 이후 후퇴국면에 진입하고, 2019~20년 중에 불황국면 진입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권 회장은 사업 다각화와 글로벌 시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아이에스동서는 개발된 부동산 자산에 대한 운용·관리업으로 사업모델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도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주거환경 개선 등 구도심 개발사업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대형사에 밀려 해외 진출이 부진하지만 중견 업체들도 해외에서 ‘블루오션’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기적으로 성장 가능성이 큰 아프리카 시장을 눈여겨보고 있습니다. 지금은 중국의 거대 자본력이 아프리카를 독점하고 있지만 대형사가 하지 못하는 틈새시장을 개척하면 사업성이 충분히 나올 것입니다.” 권 회장은 “경제의 버팀목인 건설이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며 “정부는 공공과 민간이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SOC(사회간접자본) 확장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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