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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만리장벽’ 넘으려면

중국의 ‘만리장벽’ 넘으려면

규제 압력과 평판 공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홍보 전략 필요…현지에서 신뢰 높은 서방 언론 등 활용해야
2016년 4월 베이징 국제모터쇼에 전시된 뷰익 컨셉트카. 뷰익은 중국에서 날개 돋친 듯 팔리며 그곳에 진출한 다른 외국 기업과 대조를 이룬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 계열의 고급 승용차 회사 뷰익이 중국에서 날개 돋친 듯 팔린다. 최근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뷰익은 2016년 9월 말 올해 세계 판매 100만 대를 돌파했다. 어느 해보다 빨리 그 목표에 도달한 것이다. 순전히 중국 덕분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중국이 현재 세계 전체 뷰익 판매의 82%를 차지한다. 이처럼 뷰익은 중국 시장에서 고배를 마시고 철수하는 다른 수많은 미국 회사들과 현격한 대조를 이룬다.

가장 최근 중국에서 ‘만리장성’의 장벽에 부닥쳐 손을 든 미국 대기업은 넷플릭스다. 넷플릭스는 2016년 10월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주주들에게 “외국 디지털 콘텐트 서비스와 관련한 중국의 규제가 심해지면서 우리의 사업 환경이 더 어려워졌다”며 “당장 중국에서 사업을 하기보다는 현지 온라인 서비스 공급업체에 콘텐트를 라이선스 판매하는 방식으로 비즈니스를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외국 기업이 중국에 진출하면 갖가지 장벽에 부닥쳐 위기를 맞기 쉽다. 애초에 공정하지 못한 게임에 뛰어들어야 하는 데 따르는 필수적인 요소다. 미디어가 정부의 선전 수단인 중국 시장에선 어떤 공격이나 방어에서도 기업 홍보가 핵심이다.

중국 시장에서 비교적 큰 피해를 입지 않고 활동하는 미국 회사는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뷰익을 포함해 그런 미국 기업들은 중국 시장에서 실패한 다른 외국 업체들의 교훈을 명심하면서 앞으로 닥칠 수 있는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

중국이 외국 기업 문제를 다룰 땐 거의 언제나 비슷한 단계를 거친다. 첫째, 중국은 외국 기업의 투자를 적극 환영한다. 국가 지도자가 친히 그와 관련된 성명을 발표하는 방식이 동원되기도 한다. 둘째, 중국은 진출한 외국 기업에 복잡하고 불투명한 규제를 부과한다. 합작의 경우 의무 사항으로 중국의 국가 소유나 국가 지원 업체가 더 큰 지분을 갖도록 한다. 예를 들어 자동차 회사의 경우 합작기업에선 현지 파트너에게 최소한 지분 50%를 할애해야 한다. 셋째, 중국은 진출한 외국 기업의 지적 재산과 영업 비밀을 당연하다는 듯이 훔쳐간다. 넷째, 중국은 외국 기업을 시장에서 밀어내는 작전을 개시한다. 규제적 압력과 평판 공격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잠식해 나가는 것이다.

이 마지막 단계가 핵심이다. 언론과 정부 기관이 밀착된 나라에선 국내 소비자나 국제 미디어를 대상으로 특정 회사를 공개적으로 비난하기가 아주 쉽다. 중국에서 성공했다고 해도 모든 외국 기업은 언제 닥칠지 모르는 그런 공격에 반드시 대비해야 한다. 중국 당국의 엄격한 미디어 검열을 감안할 때 외국 기업이 장기적으로 중국 시장에서 생존하려면 효과적인 홍보 전략으로 공개 대응하는 게 필수적이다.

중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 주변엔 중국식 사고방식에 관한 ‘전문 지식’을 자랑하는 유명한 조언가가 많다. 그들은 고객에게 한 가지 메시지를 계속해 반복 전달한다. 사과가 아닌 이상 공개적인 발표는 하지 말고 대신 자신들이 적재적소에 잘 얘기해줄 테니 믿으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자칭 ‘해결사’들은 대개 말만 번지르르할 뿐 실제로 움직이진 않는다. 그런 일괄적인 접근법은 중국에서 어려움에 처한 외국 기업이 선택해야 할 유일한 길이 아니다. 심지어 그런 방법이 실수인 경우도 많다.

그런 ‘전문가’들은 대개 외국 기업에 가장 도움이 필요한 순간 나몰라라 한다. 따라서 외국 기업은 그같은 외교적인 노력을 중단하고 사업과 시장 점유율을 적극 방어해야 한다. 최악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면 다양한 집단을 위한 홍보 메시지를 준비해야 한다. 대다수 외국 기업은 최종 소비자에게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사업에 필수적인 다른 집단을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

공급사슬의 위와 아래에 있는 파트너에겐 각각 다른 메시지가 필요하다. 중국과 미국 두 나라 모두의 판매업체와 규제 당국, 의회, 국제 투자자, 서방 언론에도 그에 맞는 메시지를 각각 달리 전해야 한다. 좋지 않은 소식이 전면적인 위기로 비화되지 않도록 하려면 이들 각 집단에 맞는 뉘앙스를 가진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중국에서 외국 회사 중 가장 잘 알려진 미국 기업이 반도체 업체 퀄컴일 것이다. 퀄컴은 2015년 중국이 정치적인 의도에서 시작한 반독점 수사로 기록적인 벌금 9억7500만 달러를 물었다.

그러나 퀄컴은 이제 소극적인 대응을 끝내고 공격적으로 나가는 듯하다. 최근 퀄컴은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메이주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메이주가 선의로 협상을 하지 않으려 한다”며 “메이주는 퀄컴의 특허를 보상도 하지 않고 사용하며 부당하게 사업을 확장한다”고 주장했다. 지나치게 공격적이었다.

중국 공산당 중앙선전부가 철저히 통제하는 미디어 환경에선 미국 기업의 가장 일상적인 반응도 어조와 암시, 태도가 끊임없이 분석된다. 외국 기업은 공개적인 반응에서 단어 하나하나를 신중하게 선정해야 한다. 그 의미가 중국 당국의 반격 도구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회사의 공식 성명과 국영 언론의 취재가 실상을 밝힐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인식은 명백히 잘못됐다.

근년 들어 서방 언론은 중국의 상황을 시시각각 정확하게 전하기 위해 치열하게 투쟁한 결과 중국에서 상당히 신뢰 받는다. 중국 경제를 세세히 취재하는 주요 국제 언론은 중국에서 거의 실시간으로 번역돼 널리 배포된다. 중국에서 공격 받는 외국 기업이 반대 견해를 제시할 수 있는 좋은 출구가 되지만 그런 언론을 활용하는 외국 기업은 별로 없다. 위기를 완화하려는 홍보 전략에선 서방 매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핵심이 돼야 한다.

미국 기업은 조용히, 그러나 기 죽을 필요 없이, 미국에서 옹호자들에게 실상을 전하고 필요하다면 압력을 행사해서라도 양국의 정책 입안자들이 사업에 필수적인 협상을 하도록 해야 한다. 미국 관리들은 해외에서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적극 보호할 수 있으며 또 그렇게 해야 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그들에겐 가끔 전략적인 호소가 필요하다. 미국 기업을 옹호해줄 수 있는 미국의 실력자들을 적재적소에서 활용하면 중국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중국은 외국 기업이 사업하기에 결코 쉽지 않은 나라다. 그러나 거대한 잠재적 고객 기반과 여전히 왕성한 경제성장률이 무시할 수 없는 매력이다. 위험을 감수하고 뛰어들어 버텨내면 상당한 보상이 따를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요즘 같은 시절엔 인기 록스타도 조심해야 한다. 어디서 흉흉한 소문이 튀어 나올지 모른다.

- 샘 제퍼리스



[ 필자는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위기관리·홍보 전문업체 데즌홀 리소스의 부사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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