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화물 물동량 사상 최대라는데] 대한항공 화물기 운영 줄인다
[국제화물 물동량 사상 최대라는데] 대한항공 화물기 운영 줄인다
UPS·페덱스·DHL 등에 국내 화물 잠식당해... 1998년 체결한 한·미 항공자유화협정 재협상해야 대한항공이 2017년 화물기 운영을 축소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UPS·페덱스·폴라에어카고(DHL 계열) 등 미국 국적 항공특송사에 국내 화물을 잠식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운에 이어 항공에서도 ‘물류 절벽’이 닥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2017년 사업계획에서 현재 31대의 화물기를 23대까지 줄이기로 했다. 지난 11월 23일 국토해양부가 주최한 비공개회의에서 나온 이야기다. ‘항공물류 경쟁력 강화 추진방안’을 다룬 이날 회의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측은 “미국 항공특송사의 시장 잠식으로 국적사의 화물사업이 어렵다”며 “정부의 인센티브 등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화물기 11대를 운항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역시 화물기 축소 방안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토부는 “전체적으로 물동량이 줄지 않았다”며 두 항공사의 요구를 인정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지난해 인천국제공항에서 처리된 국제화물 물동량은 개항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3일 국토부에 따르면 2016년 인천국제공항의 항공화물 처리실적은 전년에 비해 4.6% 증가한 271만4000t으로 집계됐다. 2001년 개항 이후 최대치다. 인천공항은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수출입 항공물량의 99.4%를 처리했다.
하지만 국적 항공사의 운송 화물량은 줄었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모두 정확한 수치를 밝히지 않았지만, “전체적으로 항공화물 점유율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장거리 경쟁에 몰두한 나머지 근거리 항공화물을 놓친 것이 주된 원인으로 지적된다. 지난해 11월까지 미주지역은 전년 동기 대비 9.8% 하락했지만 중국(9.6%)과 동남아시아(8.4%), 일본(5.9%)의 물동량은 증가했다. 신선화물(신선식품·의약품 등)과 전자상거래 특송화물 등 신(新)성장 화물 운송수요 증가를 놓쳤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무엇보다도 미 국적 항공특송업체가 인천공항을 허브로 삼아 동남아 등 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것을 우려한다. UPS·페덱스·폴라에어카고 세 회사가 인천공항에 출입국하는 편수만도 한해 1만7000편에 이른다. 문제는 이들이 한·미 항공자유화협정의 맹점을 파고들며 협정 외의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항공협정은 한마디로 각국의 민간 항공사들에게 ‘하늘을 날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해 주기 위한 국가 간의 약속이다. 한국은 미국과 1998년에 항공자유화협정을 체결했는데, 1~9자유 운수권 중 5~6자유 운수권까지 허용하고 있다. 5~6자유는 미국에서 출발한 화물기가 한국을 거쳐 제3국으로 운항할 수 있는 권리다. 한국 역시 미국을 거쳐 중남미 등 미국 인근의 제3국으로 운항할 수 있다. 자국을 거쳐 인근 나라에 갈 수 있는 이른바 ‘이원권(제3국 취항권)’을 준 것이다.
그러나 업계에선 미국 업체들이 ‘무제한 이원권(스타버스트, starburst change of gauge)’이라는 특수 조약을 활용해 7자유 운수권까지 누린다고 지적한다. 7자유는 미국이 아예 한국 공항을 기점으로 삼고 인근 국가에 취항할 수 있는 권한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 출발해 인천·홍콩을 거쳐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화물기가 홍콩에서 다시 인천으로 들어오는 경우가 있다”며 “특히 스타버스트는 7자유가 없으면 행사할 수 없는 개념인데 십 수 년간 이에 대한 견제가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는 인천공항에 들고나는 편수와 화물량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 한국으로 오는 항공 편수나 화물량보다 한국에서 나가는 항공 편수와 화물량이 더 많다. 환적이 아닌, 역내 영업이라는 얘기다. 지난 11월 미 국적 항공특송사의 인천공항 입·출국 편수를 보면 UPS가 203편 입국해 229편 출국했고, 폴라에어카고가 95편 들어와 145편 나갔다. 화물량도 우려를 낳게 한다. 같은 시기 폴라에어카고의 일본 나고야~인천공항~제3국 화물량을 보면 항공기 18편이 국내 화물 506t, 환적화물 16t을 들여왔다. 그런데 나갈 때는 항공기 21편이 한국 화물 1153t과 환적 화물 2t을 싣고 제3국으로 떠났다. 대부분의 물량을 한국에서 싣고 나간 것으로, 환적 물량은 2%도 되지 않았다. 같은 기간 중국 선전에서 인천을 거쳐 출국한 UPS도 국내 화물 516t, 환적 화물 130t을 싣고 제3국으로 날아갔다. 이 역시 한국에서 실은 물건이 환적의 4배에 달했다. 업계 관계자는 “환승하는 승객이나 환적하는 화물이 50% 이상 되어야 5자유 운수권의 의미가 있는데 미국은 협상 당시 수치적 제한을 붙이지 못하게 하면서 국내 시장을 노렸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항공특송사들이 인천공항을 거점으로 국적 항공사들의 화물량을 잠식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98년에 맺은 협정에도 이 같은 역내 운항에 대해 우려가 나타나 있다. ‘항공사가 7자유를 행사하는 것으로 의심될 경우 이를 시정하기 위해 양국은 즉각 협의토록 한다’고 명시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차라리 중국처럼 일정 항공기 편수와 화물량 비중을 책정하는 것이 한국 국적 항공사도 살리고 인천공항의 허브 기능도 살리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일본항공기개발협회에 따르면 아시아·태평양을 출발·도착지로 두는 세계 항공화물은 2035년에는 2015년의 2배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정부는 지난 12월 인천국제공항의 연간 물동량을 2020년까지 300만t으로 늘리고 물류단지 3단계 개발, 신선화물 전용 처리시설 구축 등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행 항공자유화협정으로는 “다른 장사치에 좌판만 깔아주는 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항공산업의 변화에 맞게 협정을 재협상해야 한다”며 “마침 트럼프 당선인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재협상한다고 하니 기회도 좋다”고 말했다. 항공당국은 보통 1년에 10~15차례 정도 항공회담을 갖는다. 최초 협정을 체결할 때는 외교통상부가 주관을 하고, 그 다음에는 국토해양부 국제항공과가 담당한다.
한편 화물사업 축소에 대해 대한항공 측은 “검토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은 “화물량이 줄어든 것은 맞지만 대한항공은 여전히 전 세계 항공 화물 물동량에서 3위”라며 “지난해 B747-8F, 8777F 등 화물기 7대를 도입했고 올해도 신규 도입 계획이 있어 사업 축소는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관련 업계에선 “대한항공이 새로운 화물기를 들이고 노후 화물기를 동남아 등에 매각하는 식으로 화물기 편수를 줄이는 등 사업을 재편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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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2017년 사업계획에서 현재 31대의 화물기를 23대까지 줄이기로 했다. 지난 11월 23일 국토해양부가 주최한 비공개회의에서 나온 이야기다. ‘항공물류 경쟁력 강화 추진방안’을 다룬 이날 회의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측은 “미국 항공특송사의 시장 잠식으로 국적사의 화물사업이 어렵다”며 “정부의 인센티브 등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화물기 11대를 운항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역시 화물기 축소 방안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물동량 늘었지만 국적 항공사는 감소
하지만 국적 항공사의 운송 화물량은 줄었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모두 정확한 수치를 밝히지 않았지만, “전체적으로 항공화물 점유율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장거리 경쟁에 몰두한 나머지 근거리 항공화물을 놓친 것이 주된 원인으로 지적된다. 지난해 11월까지 미주지역은 전년 동기 대비 9.8% 하락했지만 중국(9.6%)과 동남아시아(8.4%), 일본(5.9%)의 물동량은 증가했다. 신선화물(신선식품·의약품 등)과 전자상거래 특송화물 등 신(新)성장 화물 운송수요 증가를 놓쳤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무엇보다도 미 국적 항공특송업체가 인천공항을 허브로 삼아 동남아 등 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것을 우려한다. UPS·페덱스·폴라에어카고 세 회사가 인천공항에 출입국하는 편수만도 한해 1만7000편에 이른다. 문제는 이들이 한·미 항공자유화협정의 맹점을 파고들며 협정 외의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항공협정은 한마디로 각국의 민간 항공사들에게 ‘하늘을 날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해 주기 위한 국가 간의 약속이다. 한국은 미국과 1998년에 항공자유화협정을 체결했는데, 1~9자유 운수권 중 5~6자유 운수권까지 허용하고 있다. 5~6자유는 미국에서 출발한 화물기가 한국을 거쳐 제3국으로 운항할 수 있는 권리다. 한국 역시 미국을 거쳐 중남미 등 미국 인근의 제3국으로 운항할 수 있다. 자국을 거쳐 인근 나라에 갈 수 있는 이른바 ‘이원권(제3국 취항권)’을 준 것이다.
그러나 업계에선 미국 업체들이 ‘무제한 이원권(스타버스트, starburst change of gauge)’이라는 특수 조약을 활용해 7자유 운수권까지 누린다고 지적한다. 7자유는 미국이 아예 한국 공항을 기점으로 삼고 인근 국가에 취항할 수 있는 권한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 출발해 인천·홍콩을 거쳐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화물기가 홍콩에서 다시 인천으로 들어오는 경우가 있다”며 “특히 스타버스트는 7자유가 없으면 행사할 수 없는 개념인데 십 수 년간 이에 대한 견제가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는 인천공항에 들고나는 편수와 화물량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 한국으로 오는 항공 편수나 화물량보다 한국에서 나가는 항공 편수와 화물량이 더 많다. 환적이 아닌, 역내 영업이라는 얘기다. 지난 11월 미 국적 항공특송사의 인천공항 입·출국 편수를 보면 UPS가 203편 입국해 229편 출국했고, 폴라에어카고가 95편 들어와 145편 나갔다.
“다른 장사치에 좌판만 깔아주는 꼴“
일본항공기개발협회에 따르면 아시아·태평양을 출발·도착지로 두는 세계 항공화물은 2035년에는 2015년의 2배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정부는 지난 12월 인천국제공항의 연간 물동량을 2020년까지 300만t으로 늘리고 물류단지 3단계 개발, 신선화물 전용 처리시설 구축 등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행 항공자유화협정으로는 “다른 장사치에 좌판만 깔아주는 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항공산업의 변화에 맞게 협정을 재협상해야 한다”며 “마침 트럼프 당선인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재협상한다고 하니 기회도 좋다”고 말했다. 항공당국은 보통 1년에 10~15차례 정도 항공회담을 갖는다. 최초 협정을 체결할 때는 외교통상부가 주관을 하고, 그 다음에는 국토해양부 국제항공과가 담당한다.
한편 화물사업 축소에 대해 대한항공 측은 “검토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은 “화물량이 줄어든 것은 맞지만 대한항공은 여전히 전 세계 항공 화물 물동량에서 3위”라며 “지난해 B747-8F, 8777F 등 화물기 7대를 도입했고 올해도 신규 도입 계획이 있어 사업 축소는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관련 업계에선 “대한항공이 새로운 화물기를 들이고 노후 화물기를 동남아 등에 매각하는 식으로 화물기 편수를 줄이는 등 사업을 재편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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