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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세대’의 반란 경계하라

‘잃어버린 세대’의 반란 경계하라

경제성장이 가속화해도 불균형과 청년 실업, SNS로 인해 정치 불안 계속될 수도
지난 1월 17일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연설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올해 WEF 참석자들은 세계적인 정치 혼란을 우려했다.
지난 1월 20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세계경제포럼(WEF)이 막을 내렸다. 올해 포럼의 주제는 ‘소통과 책임의 리더십(Responsive and Responsible Leadership)’이었다. 그에 맞춰 대부분의 토론은 ‘경제 성장과 사회적 발전을 경험하지 못하는 사회 부문에서 커져가는 좌절과 불만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방안’에 초점을 맞췄다. 그런 소외계층의 고뇌가 세계 곳곳에서 기득권과 세계화에 반대하는 정서를 확산시키며 지난해의 정치적 혼란을 일으킨 원인으로 지목됐다. 다보스 포럼에 참석한 정치인과 사업가들은 이처럼 혼란스런 상황을 크게 우려했다.

지난해 이런 정서가 팽배하다는 증거는 도처에서 나타났다. 영국이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를 국민투표로 결정했고,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선출했으며, 이탈리아의 마테오 렌치 총리는 국가의 미래를 걸고 개헌을 야심차게 추진했지만 국민투표에서 개헌안이 부결되면서 추락했다.

그런 점을 고려하면 2016년을 역사적인 해로 평가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러나 사실 지난 10년 동안 전 세계에서 정치적 혼란이 아주 심했다. 적어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부터 혼란은 계속됐다. 경기후퇴와 긴축재정 등으로 선진국의 많은 정부가 유권자들에게 쫓겨났다.

유럽에서만 수백만 명이 거리로 뛰쳐나와 시위를 벌였다. 2010년 봄부터 2012년까지 EU 회원국의 절반 이상에서 정권이 교체됐다. 특히 그 기간에 핵심 유로존 15개국 중 11개국의 정부가 붕괴하거나 선거에서 패했다.

선진국에서 벌어진 시위의 또 다른 특징은 ‘점령(Occupy)’ 운동이었다. 2011년 미국 뉴욕의 월스트리트에서 사회적·경제적 불평등에 반대하며 벌어진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가 국제적으로 주목을 끌면서 캐나다부터 노르웨이, 뉴질랜드까지 80여 개국의 약 1000개 도시로 퍼져나갔다.

그 외에도 다양한 경제적·정치적 위기와 불확실성이 지난 10년 동안 세계 곳곳에서 불거졌다. 신흥시장과 개도국에서도 정치적 혁명, 대중 봉기와 시위가 이어졌다.

대표적인 예가 약 6년 전 북아프리카 튀니지에서 시작된 ‘아랍의 봄’ 혁명이었다. 그 불길이 이웃나라로 번지면서 이집트와 리비아, 예멘에서 정권 교체가 이뤄졌다. 알제리·바레인·요르단·모로코·오만 등 서로 이질적인 국가에서도 비슷한 시위와 봉기가 잇따랐다.

2014년 우크라이나에선 민중 혁명으로 친러시아 대통령 빅토르 야누코비치가 쫓겨나고 친서방 정부가 들어섰다. 2013년 브라질에선 20년 만에 최대 규모의 시위가 벌어졌고, 2011년 아제르바이잔에서도 반정부 시위가 거세게 일어났다.

세계 전역을 휩쓴 이런 정치적 혼란을 두고 영국 해외정보국(MI6) 국장을 지낸 나이절 잉크스터는 “유럽에서 동시 다발로 혁명이 일어났던 1848년과 유사한 혁명의 물결”이라고 묘사했다. 심지어 1914년(제1차 세계대전의 도화선이 된 사라예보 사건), 1968년(프랑스 5월 혁명), 1989년(베를린 장벽 붕괴)의 대변혁에 견준 분석가도 있다.

이런 역사적 비교가 타당한지는 역사가 판단할 것이다. 그러나 2008년 이후 완전히 새로운 요인이 등장한 것은 분명하다. 소셜미디어 등 기술의 역할이 대표적이다. 더구나 이런 정치적 불안정의 ‘물결’은 경제 문제 만이 아니라 다양한 원인에서 비롯됐다.

아랍권의 불안은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오래 전부터 존재했던 뿌리 깊은 정치·사회경제적 불만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2008년 이후 유동성 경색, 식량 가격 인상, 실업률 증가 등의 요인이 추가되면서 오랜 불만이 더욱 커졌다.

유럽에선 경기침체와 긴축재정이 소요의 핵심적인 원인이 됐다. 특히 유로존 위기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나라의 시위가 가장 심했다. 그러나 그곳에서도 주류 정당에 대한 기존의 불만이 민심의 불안을 가중시켰다. 그리스에서 급진좌파연합 시리자 같은 새로운 정당의 부상이 그 증거다.

앞으로 중요한 문제는 세계의 많은 지역에서 경제성장이 가속화하고 지속가능한 상태가 이어질 경우 전반적인 정치 불안이 줄어들 것인지 여부다. 물론 충분히 가능한 전망이지만 일부 국가에서 계속 시위에 불을 지필 수 있는 요인이 적어도 3가지 있다.

첫째, 많은 국가에서 커지는 경제적 불평등이 정치 문제로 비화한다. 미국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으로 그런 현상이 두드러졌다. 선거운동에서 그의 포퓰리스트 메시지는 자신이 남보다 ‘뒤쳐진다’고 느끼고 1980년 이래 소득 불평등 심화에 불만을 가진 유권자의 분노에 불을 질렀다.

둘째, 금융위기 최악의 순간이 지났다고 해도 그 결과는 계속 남아 특히 청년층에 피해를 준다. 15∼24세 연령층은 세계 인구의 20% 미만이지만 그들의 실업률은 다른 연령층의 약 2배다. 그에 따라 많은 젊은이가 잠재 소득과 경력에서 장기적인 피해를 입는다.

많은 아랍권 국가에서 청년 실업률은 50%가 넘는다. 그중 다수가 대학을 졸업했지만 일자리를 구할 가능성이 희박하다(특히 중동에선 청년 인구가 많아 문제가 더 심각하다).

EU에서도 산업 구조적으로 전통적인 구직 기회가 사라지면서 15∼24세 500만 명 이상이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있다(그 연령층의 약 20%에 이른다). 이런 상황으로 특히 그리스와 스페인(청년 실업율이 50%가 넘는다)에서 ‘잃어버린 세대’를 두고 우려가 크다.

셋째, 금융위기와 무관한 요인이 정치적 불안을 지속시킬 수 있다. 소셜미디어의 와해적인 역할도 거기에 포함된다. SNS가 정치적 불안정 조장에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그러나 SNS가 대중의 불만을 구체적인 행동으로 옮기는 데 필수적인 요인이라고 보든, 애초에 불가피했던 행동을 용이하게 해주는 역할에 그친다고 보든 간에 기술이 발전하고 확산되면서 정치적 행동을 가능케 해주는 소셜미디어의 능력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게 분명하다.

전반적으로 볼 때 올해와 그 이후에도 세계 곳곳에서 정치적 불안과 소요가 끊이지 않을 것이다. 상황은 국가마다 다르겠지만 불안정은 경제적 불평등과 높은 청년 실업률 같은 금융위기의 산물만이 아니라 오래 전부터 쌓여온 정치적·사회경제적 불만에서 비롯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불만을 가진 사람들을 서로 이어주는 SNS의 힘이 소요를 가속화할 수 있다.

- 앤드루 해먼드



[ 필자는 영국 런던정경대학(LSE)의 국제문제·외교·전략센터(IDEAS) 연구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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