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한 사람, 당신만을 위한 공연
오직 한 사람, 당신만을 위한 공연
미국의 혁신적인 극단 ‘오디세이 워크스’가 제작하는 ‘오디세이’, 참가자가 원하는 상황을 예술가와 전문가들이 실생활 속에서 구성…비용은 약 4000만원 “난 두 손이 뒤로 묶인 채 차량 뒤쪽으로 끌려가 나무 상자에 갇혔다.”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 사는 정보설계사 칼 콜린스가 말했다. 그는 몇 년 전 맨해튼 이스트 빌리지의 한 공동정원에서 저녁을 먹은 뒤 납치됐다. 콜린스는 납치범 모두를 알아봤다.
그중 1명은 몇 달 전에 만나 알고 지내는 사이였다. 콜린스는 두 번째 납치범이 자신의 뒤로 다가와 머리에 검은 덮개를 씌우기 전에 그의 얼굴을 봤다. 차를 운전하던 두 번째와 세 번째 납치범은 목소리로 누구인지를 짐작했다. 두 사람 다 그의 오랜 친구였다. 납치범들이 콜린스 머리에 씌운 덮개를 벗겼을 때 그는 자신이 갇혀 있던 나무 상자도 알아봤다. 목공예가인 여자친구가 예전에 함께 살던 아파트에서 만든 것이었다. 그것도 지금 차를 운전하는 친구 중 한 명을 위해서.
납치범들은 콜린스를 차에 태우고 북쪽으로 2시간 정도 달려 어느 시골 마을까지 갔다. 그곳에서 그는 다시 얼굴이 가려진 채 가파른 언덕길 위로 끌려갔다. 몇 달 전 만난 댄스 강사와 함께 춤 연습을 하던 때가 떠올랐다. 언덕길을 올라갈수록 드럼과 주문을 외는 듯한 소리가 점점 더 크게 들렸다. 아무 것도 볼 수 없는 콜린스는 언덕 꼭대기에서 나무에 묶였다. 발 주변에 잔 나뭇가지들이 쌓이는 걸 느꼈다. 코 끝에 불꽃이 느껴졌다. “‘맙소사, 날 화형시키려는구나’ 하는 공포감이 엄습했다”고 그는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그건 진짜 화형식이 아니라 그의 ‘오디세이(Odyssey)’였다.
혁신적인 극단 ‘오디세이 워크스(Odyssey Works)’에 따르면 ‘오디세이’는 ‘단 한 명의 관객을 위한 몰입도 높고 오래 지속되는 경험’이다. 배우와 시인, 뮤지션, 조각가, 건축가, 웹디자이너, 심리학자 등 예술가와 전문가들로 구성된 오디세이 워크스의 무대는 이 세상이다. 이 극단은 한 개인의 미학적 취향과 인간관계, 일상생활을 연구한다. 그 개인은 ‘참가자’라고 불리지만 단 한 명뿐인 관객이기도 하다.
오디세이 워크스가 참가자를 위해 제작하는 작품은 공식적으로는 한 주의 주말 동안만 공연된다. 하지만 사전 준비 기간이 며칠에서 몇 개월까지 걸릴 수도 있다. 극단의 목표는 참가자의 일상 속에 부지불식간에 아름다운 순간들을 끼워 넣는 것이다. 아침 출근 시간 지하철 안에서 뜻밖의 무용 공연을 보게 된다든지, 친구로부터 좋아하는 작가의 전에 들어본 적 없는 소설을 선물 받는다든지, 자신의 상황을 꿰뚫어 보는 듯한 낯선 사람을 만나는 등의 순간을 말한다.
무용 공연은 세심하게 짜인 안무를 바탕으로 했고 소설은 그럴 듯하게 꾸며졌으며 낯선 사람은 친구나 가족으로부터 참가자의 정보를 숙지한 배우다. 모두가 한 개인을 위해 특별하게 준비된 최고의 경험이다. 이런 아름다운 순간들은 ‘오디세이’ ‘공식’ 주말 공연에 집중된다. 이 주말엔 서로 연관된 일련의 공연이 참가자의 일상 속으로 파고든다. 이전의 사례를 보면 참가자들이 몇 달러만 들고 다른 주나 나라로 보내져 히치하이킹으로 집으로 돌아온다든가, 산 채로 모래사장에 묻혔다가 혼자 힘으로 모래를 헤치고 나오는 공연이 포함됐다(참가자가 실제로 해를 입는 경우는 없다).
오디세이 워크스의 공동설립자 에이브러햄 버릭슨(42)은 ‘오디세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더 게임’(1997)을 미셸 공드리와 페데리코 펠리니가 밝은 분위기로 만들었다면 나왔을 법한 작품이다.” (‘더 게임’에서 마이클 더글러스가 휘말린 폭력적인 음모는 치밀한 연출에 의한 거짓이었음이 드러난다.) 버릭슨은 2001년 캘리포니아 주 빅서 해변에서 매튜 퍼든과 관객에게 최대한 깊은 영향을 주는 방법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그들은 관객을 속속들이 알면 그 사람을 위해 특별히 디자인된 공연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것이 한 사람만을 위한 공연의 발단이 됐다. 퍼든이 첫 번째 참가자가 되기로 했다. 그의 ‘오디세이’는 하루 동안 진행됐는데 마지막엔 해변 모래사장에 산 채로 (호흡을 위한 튜브와 함께) 묻혔다. 퍼든이 혼자 힘으로 모래를 헤치고 나오기까지는 30분 이상이 걸렸다. 하지만 버릭슨은 퍼든이 밖으로 나오는 순간 얼굴에 미소를 띠고 눈이 빛났다고 돌이켰다. 당시는 11월이었는데 퍼든은 모래 구덩이에서 빠져 나오자마자 옷을 훌훌 벗고 차가운 태평양 바닷물에 뛰어들었다. “난 그 순간 우리가 굉장한 일을 시작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버릭슨은 말했다.
오디세이 워크스는 지금까지 총 18편의 ‘오디세이’를 제작했다. 그중 8편은 멤버들이 참가자로 나섰다. 버릭슨과 함께 극단을 이끄는 에이든 르루가 대표적이다. 멤버들을 위한 ‘오디세이’는 시간과 자원을 동료들이 기증하기 때문에 공연 시간이 짧고 비용이 훨씬 저렴하다. 일반 참가자를 위한 ‘오디세이’는 보통 비용이 3만5000달러 정도 든다.
매우 비싸게 들리겠지만 작품의 범위가 매우 넓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해가 간다. 오디세이 워크스의 가장 야심 찬 ‘오디세이’는 소설가 릭 무디를 위한 작품이었다. ‘브루클린 신인 연극인(BEAT)’ 페스티벌에서 비용을 댄 이 작품은 4개월 동안 지속됐으며 37명의 예술가와 70명의 자원봉사자가 참여했다. BEAT 페스티벌 같은 기관과 제휴할 경우 오디세이 워크스는 참가자에게 비용 부담을 안기지 않고 작품을 제작할 수 있다. 개인의 의뢰로 작품을 제작하는 경우도 있다.
‘오디세이’의 참가자가 되려면 신청서를 작성해야 한다. 신청자는 먼저 주소 등 10문항에 대답해야 한다. 그 다음엔 6쪽짜리 질문지에 답해야 하는데 작성 시간이 보통 10시간 정도 걸린다. 이 과정은 신청자가 이 작품을 제작하는 데 오디세이 워크스만큼 열의가 있는지를 확인할 뿐 아니라 제작팀이 예비 참가자의 특성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 신청 과정 자체가 매우 흥미로운 자기성찰의 기회”라고 콜린스는 말했다. 신청서에는 취향(‘제일 좋아하는 향기는?’)과 인간관계(‘가까운 친구가 당신에 대해 뭐라고 말할 것 같은가?’), 일상생활(‘어디에 돈을 가장 많이 쓰는가?’) 등에 관한 질문들이 포함된다.
‘오디세이’ 한 편은 보통 단 한 명의 참가자를 위한 것이며 준비와 공연에 수개월이 걸린다(오디세이 워크스는 한 해 평균 1~2편의 ‘오디세이’를 제작한다). 따라서 오디세이 워크스는 참가자 후보를 3명으로 좁혀 인터뷰를 하고 참고인들에게 연락을 취한다. 최종 선택은 핵심 멤버들의 합의를 통해 이뤄진다. 참가자가 정해진 뒤에도 오디세이 워크스는 조사를 계속한다. 참가자의 가족이나 가까운 친구들과 접촉해 추가 정보를 얻고 그들을 제작에 참여시킨다.
조사와 자원 확보가 끝나면 제작팀은 일주일 동안 자료를 분석하고 공연을 기획한다. 참가자가 좋아하는 노래, 일상생활, 의혹을 품는 문제 등이 고려된다. ‘오디세이’에는 여러 분야의 예술가가 참여하기 때문에 다양한 미디어가 동원된다.
오디세이 워크스는 ‘오디세이’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참가자의 얼굴 사진이 들어간 위조 지폐를 만들기도 하고 참가자의 침실에 놓인 시계 라디오에서 방송되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제작하기도 한다. 또 맨해튼 한복판에서 물 풍선 싸움을 벌이기도 하고 조지 루이스 보르게스의 소설과 이탈로 칼비노의 단편소설을 조작하기도 한다. 참가자가 집필 중인 소설의 평을 뉴욕타임스 웹사이트에 가짜로 올린 적도 있다.
또한 설치미술 작품을 제작하고 세심한 안무를 바탕으로 수십 명의 무용수가 동원된 무용 공연을 즉흥 쇼처럼 가장해 대중 앞에 펼치기도 한다. 참가자에 대한 상세한 정보와 다양한 공연 수단을 동원한 ‘오디세이’는 오직 그 사람만을 위해 몇 달 동안 계속되는 깜짝 생일 파티 같기도 하고 절절한 마음이 담긴 연애 편지 같기도 하다. 하지만 ‘오디세이’의 제작과 공연에는 문제도 많이 따른다. “교통법규 위반 딱지 같은 사소한 문제를 포함해 거의 매번 경찰과 충돌을 빚는다”고 버릭슨이 웃으면서 말했다. 2003년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참가자가 ‘오디세이’에 고급주택화 반대 시위를 넣고 싶어 했다. 하지만 그 참가자는 불법 시위로 경찰에 체포된 뒤에야 ‘오디세이’ 공연에서 감방에 갇히고 싶었던 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그 참가자는 샌프란시스코 경찰에 실험적인 행위예술 공연을 하던 중이었다고 설명한 뒤 무혐의로 풀려났다).2013년 릭 무디의 ‘오디세이’에서 무디는 뉴욕에서 캐나다 서스캐처원 주 레지나로 가던 중 세관의 저지를 받았다. 목적지를 정확히 대지 못했기 때문인데 그 역시 행위예술 공연 중이었다고 설명한 뒤 풀려났다. 오디세이 워크스는 이 작업을 약 15년 동안 해오면서 얻은 교훈이 있다. 모든 국면에서 참가자의 신체적·정신적 안전과 행복이 우선돼야 한다는 점이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참가자를 미행하는 경우도 많다.
오디세이 워크스의 제작 방식은 진화해 왔다. “단 한 사람을 위해 작품을 제작하는 것은 비효율적인 일”이라고 르루는 말했다. “참가자들은 이 공연으로 큰 감동을 받지만 많은 사람을 대상으론 할 수 없다.” 오디세이 워크스는 영역 확장을 위해 지부를 운영한다. 2013년엔 콜린스의 ‘오디세이’를 기록한 극단의 첫 번째 책 ‘고립과 놀라움(Isolation and Amazement)’을 펴냈다. 지난해 11월 출판한 두 번째 책 ‘오디세이 워크스’에는 15년 동안 ‘오디세이’를 제작하면서 배운 예술작품 제작의 교훈을 담았다.
이 책은 예술가들이 더 의미있고 아름다운 작품을 창조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제안 6가지를 제시한다. 예를 들면 ‘사건이 아니라 경험을 디자인하라’ ‘관객을 완전히 참여시켜라’ 등이다. 오디세이 워크스는 학교와 문화기관에서 강연을 하고 게임 디자이너나 행위예술가, 고객에게 새로운 방식으로 다가가려는 사업가들을 대상으로 워크숍을 개최한다. 부부나 쌍둥이 형제 또는 더 큰 그룹을 위한 장기간의 ‘오디세이’도 염두에 두고 있다. “우리 공연은 원하는 모든 사람을 위한 6개월짜리 경험이 될 수도 있다”고 버릭슨은 말했다.
버릭슨은 ‘오디세이’가 초창기엔 충격적인 효과를 지향했지만 최근엔 미묘한 감정의 변화에 초점을 맞춘다고 설명했다. “처음엔 참가자를 산 채로 땅에 묻고 재판에 회부하고 화형에 처하는 시늉을 하는 등 충격적인 기획이 많았다”고 그는 말했다 “하지만 요즘은 그런 경우가 드물다. 충격적인 경험보다는 일상 속에 큰 틀만 잡아놓은 공연이 주변 상황과 어우러지면서 참가자가 어떻게 반응하고 의미를 만들어가느냐가 훨씬 더 흥미진진하기 때문이다.” 최근 작품에서 실례를 볼 수 있다.
르루는 지난해 11월 8년 동안 살던 뉴욕을 떠나 텍사스 주 오스틴으로 이주하기 며칠 전 ‘오디세이’ 참가자로 나섰다. 공연 중 한 부분에서 르루와 그녀의 파트너는 34번가 이스트 페리 터미널에서 배를 기다리며 도시락을 먹었다. 그들이 터미널에 도착한 지 몇 분 뒤 어쿠스틱 기타를 든 거리 악사가 가까이에 자리 잡고 연주하기 시작했다. 연주곡 중엔 그 주에 사망한 캐나다의 싱어송 라이터 레너드 코언의 ‘할렐루야’도 있었다. 때마침 뉴욕 하늘을 적시던 오렌지색 가을 석양과 음악이 어우러진 그 순간은 절묘했다. 자연이 만들어낸 우연의 일치는 마치 뉴욕이 르루에게 주는 이별 선물 같았다. ‘오디세이’와 일상의 경계선이 흐려지는 순간이었다.
“우주가 당신을 위해 뭔가 한다고 느끼는 건 매우 감동적”이라고 르루는 말했다. “여느 날과 다름없이 기차에 앉아 커피를 마셔도 ‘오디세이’가 만들어 주는 특별한 날이라고 생각하면 커피 맛이 다르게 느껴진다. 기차에 탄 사람들도 달리 보인다. 주변에 더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우리가 ‘오디세이’ 참가자들에게서 느끼는 가장 큰 변화는 무엇보다 세상에 주의를 기울이는 방식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내 경우 ‘오디세이’ 이후 세상을 보는 방식이 달라졌다. 마음이 열렸다고 할까? 쳇바퀴 돌 듯 계속되는 일상 속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다.”
- 아빈드 딜라와 뉴스위크 기자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그중 1명은 몇 달 전에 만나 알고 지내는 사이였다. 콜린스는 두 번째 납치범이 자신의 뒤로 다가와 머리에 검은 덮개를 씌우기 전에 그의 얼굴을 봤다. 차를 운전하던 두 번째와 세 번째 납치범은 목소리로 누구인지를 짐작했다. 두 사람 다 그의 오랜 친구였다. 납치범들이 콜린스 머리에 씌운 덮개를 벗겼을 때 그는 자신이 갇혀 있던 나무 상자도 알아봤다. 목공예가인 여자친구가 예전에 함께 살던 아파트에서 만든 것이었다. 그것도 지금 차를 운전하는 친구 중 한 명을 위해서.
납치범들은 콜린스를 차에 태우고 북쪽으로 2시간 정도 달려 어느 시골 마을까지 갔다. 그곳에서 그는 다시 얼굴이 가려진 채 가파른 언덕길 위로 끌려갔다. 몇 달 전 만난 댄스 강사와 함께 춤 연습을 하던 때가 떠올랐다. 언덕길을 올라갈수록 드럼과 주문을 외는 듯한 소리가 점점 더 크게 들렸다. 아무 것도 볼 수 없는 콜린스는 언덕 꼭대기에서 나무에 묶였다. 발 주변에 잔 나뭇가지들이 쌓이는 걸 느꼈다. 코 끝에 불꽃이 느껴졌다. “‘맙소사, 날 화형시키려는구나’ 하는 공포감이 엄습했다”고 그는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그건 진짜 화형식이 아니라 그의 ‘오디세이(Odyssey)’였다.
혁신적인 극단 ‘오디세이 워크스(Odyssey Works)’에 따르면 ‘오디세이’는 ‘단 한 명의 관객을 위한 몰입도 높고 오래 지속되는 경험’이다. 배우와 시인, 뮤지션, 조각가, 건축가, 웹디자이너, 심리학자 등 예술가와 전문가들로 구성된 오디세이 워크스의 무대는 이 세상이다. 이 극단은 한 개인의 미학적 취향과 인간관계, 일상생활을 연구한다. 그 개인은 ‘참가자’라고 불리지만 단 한 명뿐인 관객이기도 하다.
오디세이 워크스가 참가자를 위해 제작하는 작품은 공식적으로는 한 주의 주말 동안만 공연된다. 하지만 사전 준비 기간이 며칠에서 몇 개월까지 걸릴 수도 있다. 극단의 목표는 참가자의 일상 속에 부지불식간에 아름다운 순간들을 끼워 넣는 것이다. 아침 출근 시간 지하철 안에서 뜻밖의 무용 공연을 보게 된다든지, 친구로부터 좋아하는 작가의 전에 들어본 적 없는 소설을 선물 받는다든지, 자신의 상황을 꿰뚫어 보는 듯한 낯선 사람을 만나는 등의 순간을 말한다.
무용 공연은 세심하게 짜인 안무를 바탕으로 했고 소설은 그럴 듯하게 꾸며졌으며 낯선 사람은 친구나 가족으로부터 참가자의 정보를 숙지한 배우다. 모두가 한 개인을 위해 특별하게 준비된 최고의 경험이다. 이런 아름다운 순간들은 ‘오디세이’ ‘공식’ 주말 공연에 집중된다. 이 주말엔 서로 연관된 일련의 공연이 참가자의 일상 속으로 파고든다. 이전의 사례를 보면 참가자들이 몇 달러만 들고 다른 주나 나라로 보내져 히치하이킹으로 집으로 돌아온다든가, 산 채로 모래사장에 묻혔다가 혼자 힘으로 모래를 헤치고 나오는 공연이 포함됐다(참가자가 실제로 해를 입는 경우는 없다).
오디세이 워크스의 공동설립자 에이브러햄 버릭슨(42)은 ‘오디세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더 게임’(1997)을 미셸 공드리와 페데리코 펠리니가 밝은 분위기로 만들었다면 나왔을 법한 작품이다.” (‘더 게임’에서 마이클 더글러스가 휘말린 폭력적인 음모는 치밀한 연출에 의한 거짓이었음이 드러난다.) 버릭슨은 2001년 캘리포니아 주 빅서 해변에서 매튜 퍼든과 관객에게 최대한 깊은 영향을 주는 방법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그들은 관객을 속속들이 알면 그 사람을 위해 특별히 디자인된 공연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것이 한 사람만을 위한 공연의 발단이 됐다. 퍼든이 첫 번째 참가자가 되기로 했다. 그의 ‘오디세이’는 하루 동안 진행됐는데 마지막엔 해변 모래사장에 산 채로 (호흡을 위한 튜브와 함께) 묻혔다. 퍼든이 혼자 힘으로 모래를 헤치고 나오기까지는 30분 이상이 걸렸다. 하지만 버릭슨은 퍼든이 밖으로 나오는 순간 얼굴에 미소를 띠고 눈이 빛났다고 돌이켰다. 당시는 11월이었는데 퍼든은 모래 구덩이에서 빠져 나오자마자 옷을 훌훌 벗고 차가운 태평양 바닷물에 뛰어들었다. “난 그 순간 우리가 굉장한 일을 시작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버릭슨은 말했다.
오디세이 워크스는 지금까지 총 18편의 ‘오디세이’를 제작했다. 그중 8편은 멤버들이 참가자로 나섰다. 버릭슨과 함께 극단을 이끄는 에이든 르루가 대표적이다. 멤버들을 위한 ‘오디세이’는 시간과 자원을 동료들이 기증하기 때문에 공연 시간이 짧고 비용이 훨씬 저렴하다. 일반 참가자를 위한 ‘오디세이’는 보통 비용이 3만5000달러 정도 든다.
매우 비싸게 들리겠지만 작품의 범위가 매우 넓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해가 간다. 오디세이 워크스의 가장 야심 찬 ‘오디세이’는 소설가 릭 무디를 위한 작품이었다. ‘브루클린 신인 연극인(BEAT)’ 페스티벌에서 비용을 댄 이 작품은 4개월 동안 지속됐으며 37명의 예술가와 70명의 자원봉사자가 참여했다. BEAT 페스티벌 같은 기관과 제휴할 경우 오디세이 워크스는 참가자에게 비용 부담을 안기지 않고 작품을 제작할 수 있다. 개인의 의뢰로 작품을 제작하는 경우도 있다.
‘오디세이’의 참가자가 되려면 신청서를 작성해야 한다. 신청자는 먼저 주소 등 10문항에 대답해야 한다. 그 다음엔 6쪽짜리 질문지에 답해야 하는데 작성 시간이 보통 10시간 정도 걸린다. 이 과정은 신청자가 이 작품을 제작하는 데 오디세이 워크스만큼 열의가 있는지를 확인할 뿐 아니라 제작팀이 예비 참가자의 특성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 신청 과정 자체가 매우 흥미로운 자기성찰의 기회”라고 콜린스는 말했다. 신청서에는 취향(‘제일 좋아하는 향기는?’)과 인간관계(‘가까운 친구가 당신에 대해 뭐라고 말할 것 같은가?’), 일상생활(‘어디에 돈을 가장 많이 쓰는가?’) 등에 관한 질문들이 포함된다.
‘오디세이’ 한 편은 보통 단 한 명의 참가자를 위한 것이며 준비와 공연에 수개월이 걸린다(오디세이 워크스는 한 해 평균 1~2편의 ‘오디세이’를 제작한다). 따라서 오디세이 워크스는 참가자 후보를 3명으로 좁혀 인터뷰를 하고 참고인들에게 연락을 취한다. 최종 선택은 핵심 멤버들의 합의를 통해 이뤄진다. 참가자가 정해진 뒤에도 오디세이 워크스는 조사를 계속한다. 참가자의 가족이나 가까운 친구들과 접촉해 추가 정보를 얻고 그들을 제작에 참여시킨다.
조사와 자원 확보가 끝나면 제작팀은 일주일 동안 자료를 분석하고 공연을 기획한다. 참가자가 좋아하는 노래, 일상생활, 의혹을 품는 문제 등이 고려된다. ‘오디세이’에는 여러 분야의 예술가가 참여하기 때문에 다양한 미디어가 동원된다.
오디세이 워크스는 ‘오디세이’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참가자의 얼굴 사진이 들어간 위조 지폐를 만들기도 하고 참가자의 침실에 놓인 시계 라디오에서 방송되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제작하기도 한다. 또 맨해튼 한복판에서 물 풍선 싸움을 벌이기도 하고 조지 루이스 보르게스의 소설과 이탈로 칼비노의 단편소설을 조작하기도 한다. 참가자가 집필 중인 소설의 평을 뉴욕타임스 웹사이트에 가짜로 올린 적도 있다.
또한 설치미술 작품을 제작하고 세심한 안무를 바탕으로 수십 명의 무용수가 동원된 무용 공연을 즉흥 쇼처럼 가장해 대중 앞에 펼치기도 한다. 참가자에 대한 상세한 정보와 다양한 공연 수단을 동원한 ‘오디세이’는 오직 그 사람만을 위해 몇 달 동안 계속되는 깜짝 생일 파티 같기도 하고 절절한 마음이 담긴 연애 편지 같기도 하다. 하지만 ‘오디세이’의 제작과 공연에는 문제도 많이 따른다. “교통법규 위반 딱지 같은 사소한 문제를 포함해 거의 매번 경찰과 충돌을 빚는다”고 버릭슨이 웃으면서 말했다. 2003년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참가자가 ‘오디세이’에 고급주택화 반대 시위를 넣고 싶어 했다. 하지만 그 참가자는 불법 시위로 경찰에 체포된 뒤에야 ‘오디세이’ 공연에서 감방에 갇히고 싶었던 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그 참가자는 샌프란시스코 경찰에 실험적인 행위예술 공연을 하던 중이었다고 설명한 뒤 무혐의로 풀려났다).2013년 릭 무디의 ‘오디세이’에서 무디는 뉴욕에서 캐나다 서스캐처원 주 레지나로 가던 중 세관의 저지를 받았다. 목적지를 정확히 대지 못했기 때문인데 그 역시 행위예술 공연 중이었다고 설명한 뒤 풀려났다. 오디세이 워크스는 이 작업을 약 15년 동안 해오면서 얻은 교훈이 있다. 모든 국면에서 참가자의 신체적·정신적 안전과 행복이 우선돼야 한다는 점이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참가자를 미행하는 경우도 많다.
오디세이 워크스의 제작 방식은 진화해 왔다. “단 한 사람을 위해 작품을 제작하는 것은 비효율적인 일”이라고 르루는 말했다. “참가자들은 이 공연으로 큰 감동을 받지만 많은 사람을 대상으론 할 수 없다.” 오디세이 워크스는 영역 확장을 위해 지부를 운영한다. 2013년엔 콜린스의 ‘오디세이’를 기록한 극단의 첫 번째 책 ‘고립과 놀라움(Isolation and Amazement)’을 펴냈다. 지난해 11월 출판한 두 번째 책 ‘오디세이 워크스’에는 15년 동안 ‘오디세이’를 제작하면서 배운 예술작품 제작의 교훈을 담았다.
이 책은 예술가들이 더 의미있고 아름다운 작품을 창조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제안 6가지를 제시한다. 예를 들면 ‘사건이 아니라 경험을 디자인하라’ ‘관객을 완전히 참여시켜라’ 등이다. 오디세이 워크스는 학교와 문화기관에서 강연을 하고 게임 디자이너나 행위예술가, 고객에게 새로운 방식으로 다가가려는 사업가들을 대상으로 워크숍을 개최한다. 부부나 쌍둥이 형제 또는 더 큰 그룹을 위한 장기간의 ‘오디세이’도 염두에 두고 있다. “우리 공연은 원하는 모든 사람을 위한 6개월짜리 경험이 될 수도 있다”고 버릭슨은 말했다.
버릭슨은 ‘오디세이’가 초창기엔 충격적인 효과를 지향했지만 최근엔 미묘한 감정의 변화에 초점을 맞춘다고 설명했다. “처음엔 참가자를 산 채로 땅에 묻고 재판에 회부하고 화형에 처하는 시늉을 하는 등 충격적인 기획이 많았다”고 그는 말했다 “하지만 요즘은 그런 경우가 드물다. 충격적인 경험보다는 일상 속에 큰 틀만 잡아놓은 공연이 주변 상황과 어우러지면서 참가자가 어떻게 반응하고 의미를 만들어가느냐가 훨씬 더 흥미진진하기 때문이다.” 최근 작품에서 실례를 볼 수 있다.
르루는 지난해 11월 8년 동안 살던 뉴욕을 떠나 텍사스 주 오스틴으로 이주하기 며칠 전 ‘오디세이’ 참가자로 나섰다. 공연 중 한 부분에서 르루와 그녀의 파트너는 34번가 이스트 페리 터미널에서 배를 기다리며 도시락을 먹었다. 그들이 터미널에 도착한 지 몇 분 뒤 어쿠스틱 기타를 든 거리 악사가 가까이에 자리 잡고 연주하기 시작했다. 연주곡 중엔 그 주에 사망한 캐나다의 싱어송 라이터 레너드 코언의 ‘할렐루야’도 있었다. 때마침 뉴욕 하늘을 적시던 오렌지색 가을 석양과 음악이 어우러진 그 순간은 절묘했다. 자연이 만들어낸 우연의 일치는 마치 뉴욕이 르루에게 주는 이별 선물 같았다. ‘오디세이’와 일상의 경계선이 흐려지는 순간이었다.
“우주가 당신을 위해 뭔가 한다고 느끼는 건 매우 감동적”이라고 르루는 말했다. “여느 날과 다름없이 기차에 앉아 커피를 마셔도 ‘오디세이’가 만들어 주는 특별한 날이라고 생각하면 커피 맛이 다르게 느껴진다. 기차에 탄 사람들도 달리 보인다. 주변에 더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우리가 ‘오디세이’ 참가자들에게서 느끼는 가장 큰 변화는 무엇보다 세상에 주의를 기울이는 방식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내 경우 ‘오디세이’ 이후 세상을 보는 방식이 달라졌다. 마음이 열렸다고 할까? 쳇바퀴 돌 듯 계속되는 일상 속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다.”
- 아빈드 딜라와 뉴스위크 기자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싸이, 한남동 고급 빌라 압류?…해명 들어보니
2뉴욕 유가, 이스라엘-헤즈볼라 휴전 합의 임박에 급락…WTI,3.2% ↓
3은행, 기업대출로 눈 돌렸는데…연체율은 어쩌나
4로봇 감속기 업계의 엔비디아를 꿈꾼다
5국내기업 경기전망 33개월째 연속 부진…"한계 봉착"
6“디딤돌 아니라 걸림돌” 정책대출 규제에 피해는 ‘서민 몫’
7“좀 무섭네요” 신한은행 ‘AI 브랜치’ 방문한 고객이 내뱉은 말
8가계대출 절벽 현실화…1금융 비대면‧2금융도 조인다
9미래·NH證 6개사 ‘랩·신탁’ 중징계 쓰나미...업계 미칠 파장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