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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감속기 업계의 엔비디아를 꿈꾼다 [이코노 인터뷰]

[창업도약패키지 선정 기업]④ 정창훈 브이디 대표
세계 유일의 원천기술 보유…감속기 시장 혁신에 도전
브이디는 설계에만 집중, 감속기 제조는 기존 업체와 협업

10회에 걸쳐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의 ‘창업도약패키지원사업’을 통해 선정한 스타트업 창업가와 인터뷰를 진행한다. 창 업도약패키지 지원사업은 ‘데스밸리’(죽음의 계곡)를 겪는 3~7년 사이의 스타트업을 지원한다. 이 사업에 선정된 스타트업 창업가의 생생한 이야기가 후배 창업가들의 성장에 도움을 줄 것이다.<편집자주>

로봇 감속기를 개발하고 있는 정창훈 브이디 대표. [사진 신인섭 기자

[이코노미스트 최영진 기자] 10평도 채 안 되는 공간에 들어서니 그 기업의 본질을 알 수 있었다. 10여 개의 작업대에는 3D프린터, 각종 공구 그리고 부품을 조립하고 이를 테스트하는 기기까지 갖춰져 있다. 제품 설계부터 조립 그리고 생산까지 할 수 있는 공장의 축소판처럼 보인다. 이 실험실이 그들의 행보를 한눈에 보여준다.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의 창업도약패키지에 선정된 로봇 감속기 설계 기업 브이디(VD)의 실험실은 그렇게 엔지니어들의 도전을 상징하고 있다.

2020년 9월 브이디를 창업한 정창훈 대표는 서울대 기계설계과를 졸업하고 대우정밀·LG전자 중앙연구소·LMT 코리아 등에서 엔지니어로 일했다. 정 대표는 “창업멤버인 장인배 최고기술책임자(CTO)와 성동욱 최고운영책임자(COO), 설계를 총괄하는 김용기 전무가 모두 같은 과를 나온 동문이다”라면서 “현대자동차, 삼성테크윈, LG전자 등 제조업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기업에서 일한 경험을 살려서 감속기 분야를 혁신하기 위해서 모였다”고 설명했다. 

브이디는 로봇용 정밀 고비율 감속기에 도전하는 로보틱스 스타트업이다. 일반인은 잘 모르지만 감속기는 서비스 로봇이나 산업용 로봇을 제조하는 데 중요한 부품이다. 로봇의 동작을 제어하고 로봇의 속도와 움직임을 조절하는 것이다. 여기에 모터를 결합해 로봇을 움직이게 하고 제어하는 것이다. 정 대표는 “로봇 부품 중에서 감속기가 30% 정도의 비중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정밀 고비율 감속기는 로봇의 개발과 제조에 중요한 부품 중 하나지만 이 시장은 일본 HDS의 하모닉드라이브가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을 가지고 있다. 전 세계 감속기 시장에서 70~80%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보다 늦게 뛰어든 중국이 이 시장에서 벌써 1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의 감속기는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5%도 안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 대표는 “무거운 물건을 움직이는 산업용 로봇 시장에서는 일본 나브테코의 RV 감속기가 대중화되어 있다”면서 “한국도 지원을 많이 하면서 SBB나 SPG 같은 기업이 감속기를 생산하고 있지만 신뢰감이나 내구성 등에서 일본 제품을 따라잡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1950년대 후반 미국 기업이 내놓은 특허를 일본 기업이 이를 샀고 지금까지 감속기의 성능을 업그레이드하면서 시장 지배력을 높였다고 한다. 

정 대표가 쉽지 않은 시장에 도전한 이유가 있다. 바로 친구들이다. 특히 장인배 CTO가 감속기 관련한 새로운 기술 특허를 내면서 대기업을 박차고 뭉치게 됐다. 정 대표는 “장 CTO가 현재 강원대 메카트로닉스 전공 교수로서 겸직하고 있는데 기존 감속기와는 다른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기술을 내놨다”면서 “고정 기어에 모듈과 잇수가 다른 회전 기어가 맞물려 회전할 수 있는 치형(톱니바퀴라고 이해하면 됨) 설계기술이다. 현재 이 기술은 미국·일본·중국·유럽 등에서 특허를 받았고, 미국 기계학회지에도 논문이 채택됐다”고 강조했다. 이 기술이 실린 국내 대학 교재도 곧 출판될 예정이라고 한다. 정 대표는 “브이디가 흔히 말하는 감속기 분야에서 원천 기술을 가지고 있다”면서 웃었다. 

정창훈 대표가 브이디가 개발하고 있는 감속기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신인섭 기자]

물류 로봇 감속기로 시작…군용 로봇 시장에 도전 계획

브이디의 기술을 상용화하면 기존 치형을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부품이 고정과 회전 그리고 드라이브기어 두 개만 있기 때문에 원가 절감과 양산라인의 단순화를 꾀할 수 있다. 또한 기존 기어 생산 설비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감속기 제조의 부담이 적다는 게 또 다른 장점이다. 일본 하모닉드라이브가 탄성체 기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생기는 내구성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도 브이디 기술이 주목받는 이유다. 

정 대표는 로보틱스 스타트업의 어려움을 알고 있다. 설계부터 제조 그리고 판매까지 모든 것을 내재화하려면 자본력이 크게 필요하다. 브이디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반도체업계의 팹리스 같은 역할에 도전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은 반도체 설계를 전문적으로 하는 팹리스와 팹리스의 주문을 받아 반도체를 생산하는 파운드리로 나눌 수 있다. 대표적인 팹리스 기업은 엔비디아와 AMD, 퀄컴 등이 있다. 대만의 TSMC와 삼성전자가 파운드리를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꼽힌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처럼 반도체 설계부터 생산까지 할 수 있는 종합반도체 기업을 IDM이라고 한다. 정 대표는 “우리는 기술개발에 집중하고 설계를 하면 이 설계대로 감속기를 제조할 수 있는 기업과 손을 잡을 것이다”면서 “우리 창업 멤버들이 모두 대기업 제조 분야에서 일한 경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제조 단계에서 생기는 어려움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브이디의 혁신 기술이 연구실용 기술로 머물지 않고 상용화에 도전하려면 제조 기술이 뛰어난 기업과 손잡아야 한다. 또한 작은 오차까지도 잡아낼 수 있는 세밀한 제조 기술이 필요하다. 정 대표는 “제조 단계에서 생길 수 있는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노하우와 경험을 가지고 있다”면서 “우리의 기술력과 제조력이 뛰어난 기업과 손잡으면 감속기 분야를 선점할 수 있다”며 웃었다. 

브이디의 목표는 개발한 제품의 효율을 80% 이상으로 만드는 것이다. 정부 과제를 수행하면서 이에 가까운 수치를 달성했다. 정 대표는 “효율을 높이는데 가장 어려운 게 가공 기술이다”면서 “아직 개발품의 가공정밀도가 부족하지만 기술력 있는 업체와 협업하면서 목표를 달성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정창훈 브이디 대표 [사진 신인섭 기자]


브이디는 현재 물류 로봇 감속기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엔진 부품 및 미션 기어 양산업체들과 선행 개발 계약을 맺었고, 중소벤처기업부 과제도 진행하고 있다. 이런 프로젝트를 다양하게 하고 있기 때문에 올해 1억원에 미치지 못했던 매출액이 내년에는 20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창업 후 지금까지 13억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고, 2025년부터 2027년까지 100억원 정도의 프리 A와 시리즈 A 단계의 투자를 유치할 계획이다. 정 대표는 “현시점에서는 물류 로봇의 감속기에 도전하고 있다”면서 “브이디 감속기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웨어러블·휴머노이드 로봇과 산업로봇용 감속기에 도전하고 이후 자동차 및 군용 로봇의 감속기 시장에도 순차적으로 진입할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 창업도약패키지 지원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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