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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현의 차이나 인사이드] 게임이론으로 보면 사드 배치 신중해야

[김재현의 차이나 인사이드] 게임이론으로 보면 사드 배치 신중해야

현 상황 한·중 모두 손해보는 방향으로 흘러 … 치열한 토론과 국민적 공감대 필요
사진:중앙포토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를 둘러 싸고 한·중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성주 골프장 부지를 제공한 롯데는 중국에서 집중적인 제재를 받고 있다. 뿐만 아니다. 중국 최대 온라인여행사인 시트립 홈페이지에서 한국 여행상품이 모두 사라졌다. 옹졸하다. 세계 2위 경제대국 지위에 못 미치는 품격이다. 그래도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 출구전략은 없는 것일까.
 딜레마에 빠진 동북아 정세
‘지피지기면 백전불태’, 즉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고 했다. 사드 배치를 둘러싼 한·중 대결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중국의 생각을 이해해야 한다. 특히 동북아 세력 균형 및 전 세계적인 미·중 세력 대결 관점에서 중국의 사드 배치 반대 논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중국은 사드 배치를 한국의 미국 미사일 방어(MD:Missile Defense)체계 편입과 동일시하고 있다. 또한 X밴드 레이더(AN/TPY-2)의 탐측 반경이 최대 2000km에 달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한반도와 가까운 동북 3성에 배치된 탄도미사일 기지까지 감시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중국은 사드가 배치되면 동북아의 균형추가 미국 쪽으로 기운다고 여긴다.

사드 배치를 계기로 한·미 동맹이 한·미·일 동맹으로 공고해지는 것을 막기 위한 목적도 있다. 중국 입장에서는 한국과 일본을 따로 상대하는 것이 유리하다. 이 경우 한·미 동맹과 미·일 동맹도 분리해서 대응이 가능하다. 역사 문제와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 등 영유권 분쟁으로 일본은 중국과 미국 중 중국을 선택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하지만, 한국은 경제적인 대중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일본보다 선택이 어렵다. 물론 북한 핵위협이 존재하는 한, 한국은 안보를 의존하고 있는 미국을 선택할 것이다. 그러나 북한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중국도 쉽사리 포기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사드 배치를 계기로 한국이 중국 대신 미국을 선택했다고 생각한다. 한·미·일 동맹의 삼각 공조체계가 형성되면 ‘중국 vs 한·미·일’의 대결 구도가 명확해진다. 중국에는 불리하다.

영화 ‘뷰티풀 마인드’의 실제 주인공인 존 내쉬는 게임이론의 하나인 내쉬 균형을 정리한 공로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내쉬 균형이란 게임 참여자가 각자 이익을 최대화하는 선택을 했을 때, 더 이상 선택을 바꿀 필요가 없는 균형상태를 뜻한다. 북한 핵위협과 사드 배치에 있어 이해당사자인 한국, 미국, 북한, 중국의 합리적인 선택이 무엇일지 게임이론으로 살펴보자. 우선, 게임 참여자인 한국, 미국, 북한, 중국의 핵심 목표에 대한 가설은 다음과 같다.



1. 한국: 한반도 비핵화, 만약 북한 핵 보유 현실화되면 사드 배치
2. 북한: 핵무기 보유
3. 미국: 북한 핵 보유 포기 및 중국 견제
4. 중국: 한반도 사드 배치 방지, 사드 배치시 무역제재
먼저, 북한과 중국의 게임을 보자. 북한이 가질 수 있는 두 가지 전략은 핵 보유와 핵 포기다. 중국의 두 가지 전략은 북한을 제재하는 것과 제재하지 않는 것. 중국이 북한산 무연탄 수입과 대북 원유 수출을 완전히 틀어막으면 북한은 존립의 기로에 서게 된다. 하지만, 중국은 북한이 붕괴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중국은 순망치한의 관점에서 북한이 한반도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막는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대미 관계에서도 북한에 대한 영향력은 전략적 가치가 있다. 따라서 북한 붕괴는 중국에 손실이다. 결국 중국은 대북 제재를 하지 않는 것이 우월전략이다. 북한 입장에서는 중국의 대북 제재 여부에 관계없이 핵 보유가 우월전략이다. 결국 중국은 대북 제재를 하지 않고 북한은 핵 보유를 선택하는 곳이 내쉬 균형이 된다(중국: -1, 북한: 2). 현 상황과 동일하다. 실제로 중국은 대북 제재를 하지 않거나 하는 시늉만 내는데 그치고 있다.
 내쉬 균형이론으로 분석한 북한 핵 위협과 사드 배치
한국은 중국이 주도하는 6자 회담과 대북 제재를 통한 한반도 비핵화를 희망해왔다. 하지만, 막무가내로 핵실험·미사일 개발을 진행하는 북한과 대북 제재에 소극적인 중국 때문에 북한의 핵 보유를 효과적으로 억제하지 못했다. 결국 사드 배치까지 고려하게 됐다. 사드 배치는 기존의 동북아 안보지형을 변화시킴으로써 중국이 북한 핵 보유를 적극적으로 막아야 할 유인을 제공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갑작스런 도입 결정과 중국과의 외교적인 소통 부족으로 인해 중국의 반발이 커졌다.

한·중 관계는 시간이 자연스레 해결할 수 있는 부분도 분명히 있다. 2012년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 영유권 분쟁이 한창일 때, 중국에서는 일본과의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말도 들렸다. 성난 시위대가 일본 자동차를 부수는 등 반일 감정이 격화됐다. 하지만, 지금 중국과 일본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민간 교류가 활발하다. 지금 중국 관영언론에서 한국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을 부추기고 있지만, 이에 대해 중국 일반인이나 지식인 중에서는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적지 않다. 중국 정부 역시 반한 감정을 무작정 부추길 수는 없다. 군중심리가 예상치 못 한 방향으로 틀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현 상황에서 급작스런 사드 배치는 대중 관계를 고려할 때 불리하게 작용한다. 사드는 일단 중국의 대북 제재를 유도하는 협상 카드로 남겨두는 것이 유리해 보인다. 특히, 경제적인 관점에서 볼 때, 한국 입장에서는 사드 배치를 하지 않는 것이 우월전략이다. 중국에서도 경제 보복을 하지 않는 것이 우월전략이다. 따라서 한국은 사드 배치를 하지 않고 중국은 경제 보복을 하지 않는 사분면인 (0,0)이 내쉬 균형에 가깝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상황은 정반대다. 한국은 사드를 배치하고 중국은 경제 보복을 하는 사분면인 (-3, -3)으로 흘러가고 있다. 죄수의 딜레마 국면과 유사하다. 이 경우 게임 참여자 모두가 손해를 보게 된다.

글로벌 슈퍼 파워인 미국과 중국 간의 세력 대결까지 고려하면 게임 양상이 복잡해진다. 내쉬균형도 바뀔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의 합리적인 선택은 신중한 사드 배치다. 경제적인 측면이 아니라 안보적인 측면에서도 그렇다. 정치·경제적으로 한국은 미국과 비슷하다. 하지만, 역사적·문화적으로는 중국과 더 깊은 관계가 있다. 지리적으로는 말할 것도 없다. 정치·경제 제도는 바뀔 수 있지만, 지리적 위치는 바뀌지 않는다. 섣불리 중국과 미국 중 한 나라를 선택할 수 없는 이유다. 사드 배치는 치열한 토론과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김재현 - 고려대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중국 베이징대에서 MBA를, 상하이교통대에서 금융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칼럼니스트로서 중국 경제·금융 연구와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중국 도대체 왜 한국을 오해하나], [파워 위안화: 벨 것인가 베일 것인가(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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