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대함에 따르는 혜택이 치러야 하는 비용보다 훨씬 크지만 이타주의도 지나치면 건강 해칠 수 있어 다른 사람을 도우며 좋은 대인 관계를 유지하려면 투자가 필요하다. 사진은 홍수로 집을 잃은 짐바브웨 가족.친절함과 관대함은 사람들을 근본적으로 분열시킬 수 있는 주제다. 나를 먼저 생각한 뒤 다른 사람을 대해야 할까? 아니면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해 공격을 받아도 그냥 참아야 할까? 남에게 잘 해주면 후회할 일이 적어지고 더 가까워져 장기적으로 볼 때 행복해질 가능성이 더 클까?
연구자들은 요즘 ‘고독 유행병’이 서구를 휩쓸고 있으며, 그 효과는 흡연이나 비만만큼이나 건강에 나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사회적인 관대함이 개인의 웰빙에 그토록 중요하다는 증거가 있기 때문에 우리가 운동이나 다이어트 같은 건강을 위한 노력에 할애하는 시간 만큼 사회적 관계 구축에도 충분한 공을 들여야 한다는 게 논리적인 듯하다.
건강에 유익한 다른 활동처럼 다른 사람을 도우며 좋은 대인 관계를 유지하려면 투자가 필요하다. 시간과 에너지, 지식, 재능, 때론 돈을 기부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베품과 나눔이 우리에게 과연 어느 정도로 유익할까? 관대함으로 얻을 수 있는 혜택이 치러야 하는 대가보다 더 클까?
다른 사람에게 베푸는 행동을 하는 사람에게 사회적인 혜택이 있는 건 분명하다. 진화심리학자들은 ‘경쟁적 이타주의(competitive altruism)’ 가설을 제시했다. 예를 들어 집단의 이득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행위는 그 집단 안에서 자신의 지위를 올려주며 나중에 지도자로 선택받을 수 있는 개연성을 높여준다. 따라서 다른 구성원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은 내부에서 가장 높은 지위를 갖는다고 인식되며, 신뢰할 만한 사람으로서 친구·동맹·연인으로 삼기에도 바람직하다고 생각돼 교류하거나 협력하는 파트너로 선정될 가능성도 더 커진다. 다시 말해 친사회적, 또는 이타적으로 보이려는 노력을 통해 더 높은 지위에 오르고자 경쟁한다는 뜻이다. 남을 돕는 것이 명성을 얻고 인자하다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의도된 행동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럴 경우 한 집단 안에서 다른 구성원에게 도움을 주려는 것은 ‘희생을 바탕으로 한 고비용의 신호(costly signal)’로 인식될 수 있다. 아까운 자원을 소비하지만 궁극적으로 집단의 다른 구성원들에게 자신의 좋은 면을 보여주는 행동을 말한다. 그런 사람의 인기는 번식을 통해 자신의 유전자를 물려줄 수 있는 기회를 늘릴 수 있다. 이타주의를 진화적으로 유리한 행동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스라엘의 생물학자 아모츠 자하비가 1975년 제시한 ‘핸디캡 이론(handicap theory)’이 그 바탕이다. 핸디캡 이론에 따르면 생존에 불리하게 되면 될수록 수컷 공작의 꼬리가 암컷에게 보내는 신호는 그만큼 더 정직하다. 왜냐하면 긴 꼬리의 수컷이 그런 핸디캡이 있음에도 살아 있다는 사실은 난관을 극복할 능력이 뛰어남을 확인시켜 주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수컷은 핸디캡으로 인한 대가를 치르면 치를수록 암컷에게 자신의 유전적 자질이 우수하다는 사실을 더 잘 알릴 수 있다. 남보다 더 길고 화려한 깃털을 가진 수컷일수록 더 좋은 유전자를 갖게 마련이다. 따라서 수컷 공작의 꼬리는 역설적으로 핸디캡이 될 때 더 잘 진화한다. 신체적 핸디캡이 결국 좋은 유전자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방증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이타주의는 베푸는 사람의 웰빙 수준을 높여줌으로써 혜택을 얻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남에게 베푸는 행동은 삶과 행복에서 더 높은 만족도와 연결돼 있다. 이타주의와 신체적 건강 사이의 강한 상관관계도 있다. 예를 들어 이타적인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집단과 비교할 때 사망률이 낮다.
그런 건강상의 혜택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사회심리학에서 사회적 동일성 관점을 탐구하는 나의 연구를 기준으로 보면 도움을 주고받으면서 생겨나는 집단 연결성이 우리 건강과 웰빙에 이롭다고 말할 수 있다. 자신의 집단에 속하지 않는 사람(예를 들어 난민)을 돕는 데도 같은 논리가 적용될 수 있다. 그런 행동은 우리가 관대하고 지적이라는 것을 자신이 속한 집단 구성원들에게 보여주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그에 따라 자신의 지위와 평판이 높아질 수 있다).
사회적 집단이나 그 구성원들과 자신을 동일시하면 삶에서 더 뚜렷한 목표의식을 가질 수 있다. 또 어려운 시기나 위기에서 동료 구성원들로부터 도움을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나의 연구는 이런 주관적인 집단 동질감이 동료 구성원들과 실제로 갖는 접촉의 양보다도 자신의 정신 건강에 더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관대함을 보이는데 따르는 비용보다 혜택이 훨씬 크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야기는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관대함이 지나치면 부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다른 사람을 돌보고 도움을 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너무 클 때 그런 효과가 극명하게 나타난다. 이런 상황은 스트레스와 탈진, 정신건강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의료 종사자나 호스피스 간병인 같이 다른 사람을 돕는 것이 직업인 사람에게서 흔히 보이는 현상이다. 그러나 개인적인 생활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다른 사람을 돕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사람에게서도 그런 압력이 심할 수 있다. 따라서 남을 돕는 것과 자신을 돌보는 것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그런 균형 잡기는 결코 쉽지 않다.
다른 사람을 돕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정도가 과도해 탈진할 수준이 된다면 자신이 가장 동일시할 수 있는 사회 집단에 속하는 구성원에게 초점을 맞추면 도움이 된다. 그런 맥락에선 도움을 원하는 사람이 본인 외 다른 구성원들로부터도 지원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본인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친절함은 기분 좋은 태도를 갖는 것이기도 하다. 공격적이거나 영악하거나 복수심에 불타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이런 측면에선 증거가 엇갈린다. 복수심에 불타는 행동의 핵심인 분노의 표출은 서양 문화에선 심장 관련 질병의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아시아 문화권에선 정반대의 추세를 보인다.
아울러 분노를 느끼는 것과 억제하는 것 둘 다 신체 건강에 나쁘며 특히 분노 억제는 우울증, 죄책감과 관련 있다는 증거도 있다. 따라서 적어도 서양을 기준으로 하면 화를 내는 상황을 피하는 게 정답이다. 하지만 화가 나면 바로 표출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런 측면은 친절한 사람이 되는 것과도 크게 상반되지 않는 듯하다.
- 줄리엣 웨이크필드
[ 필자는 영국 노팅엄트렌트대학 사회심리학 교수다. 이 기사는 온라인 매체 컨버세이션에 먼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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