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치료에도 도움 주는 반려견
암치료에도 도움 주는 반려견
개와 인간은 유전적 유사성 많아 서로간의 종양 비교 연구하면 효과적인 암치료제 개발할 수 있어 존 그로건은 자신의 경험을 쓴 책 ‘말리와 나: 세계 최악의 말썽꾸러기 개와 함께한 삶 그리고 사랑(Marley and Me: Life and Love With the World’s Worst Dog, 영화로도 나왔다)’에서 이렇게 말한다. “사람은 개에게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우리집 반려견 말리처럼 정신 나간 사고뭉치 녀석에게도 배울 점이 많다. 말리는 내게 끝없는 열정과 기쁨으로 매일 살아가는 것과 매 순간이 중요하며 마음 가는대로 행동하는 것을 가르쳐줬다. 무엇보다 나는 말리에게서 우정과 남을 위하는 마음, 흔들리지 않는 충성심을 배웠다.”
옳은 말이다. 실제로 우리는 개에게서 많은 것을 배운다. 그러나 개는 우리에게 삶을 즐기라고 가르쳐 주는 것 외에 다른 것도 우리와 함께 나눈다. 사람에게서처럼 개에게서도 암 진단이 늘어난다. 실제로 열 살 넘은 개의 죽음에서 가장 큰 원인이 암이다.
그런 유사성이 암연구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비교종양학(comparative oncology)’으로 알려진 분야가 최근 암치료에 도움이 되는 유망한 수단으로 떠올랐다. 비교종양학은 암을 더욱 효과적으로 치료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애완동물에 자연적으로 나타나는 암과 사람이 걸리는 암 사이의 유사성을 연구한다.
현재 미국에선 22개소에서 비교종양학의 1~2단계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내가 동물 종양외과의사로서 일하는 콜로라도주립대학도 그중 하나다. 수의사·내과의사·종양학자·기초과학자가 참여하는 이 분야의 연구는 인간의 건강증진을 도모한다. 또 전통적인 암연구를 통해 가능했던 것보다 더 효과적인 암치료에 신속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준다.
개는 종으로서 생리학적·유전학적으로 인간과 유사점이 많다. 생쥐보다 훨씬 더 많다. 생쥐는 대부분 자연적으로 암에 걸리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오래 살지 못한다. 애완용 생쥐 같은 일부 설치류는 암에 걸릴 수 있지만 야생 생쥐는 보통 오래 살지 못하고 포식동물에 잡아먹힌다.
과학자들이 사용하는 실험용 생쥐는 자연적으로 암에 걸리는 게 아니라 과학자들이 연구를 위해 암세포를 주입해 고의적으로 암을 발생시킨다.
과학자들은 2003년 인간 유전체를 공식 해독했듯이 개의 유전체 정보도 완전히 파악했다. 그들은 개와 인간의 유전자가 80% 이상 일치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그에 비해 생쥐와 인간의 유전학적 유사성은 67%에 그친다).
더구나 골육종·림프종·방광암 등 반려견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일부 암은 미시적· 분자적으로 사람의 암과 똑같다. 사람에게서 세포를 악성 종양으로 만드는 유전자 변이 중 다수는 개에 암을 일으키는 유전자 변이와 같다. 실제로 현미경으로 볼 때 인간과 개의 종양을 구별하기는 불가능하다.
아울러 개는 연구에 필요한 다양한 대규모 샘플을 과학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 의학 연구에서 매우 중요한 여건이다. 암에 걸리는 개들은 각각 사람처럼 서로 많이 다르다. 실험용 생쥐는 사실상 전부 똑같으며 고도로 조절된 환경에서 살아간다. 반면 개는 품종과 주거 환경, 먹거리, 전반적인 생활방식에 따라 차이가 크다. 따라서 그런 특성이 사람과 아주 비슷한 개체군 다양성을 제공한다.
요즘 대다수 반려견은 높은 품질의 의료를 제공받으며 소유자들은 반려견이 걸린 암을 관리하기 위해 더 나은 선택안을 찾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려고 애쓴다. 개와 인간 사이의 이런 유전적 다양성과 DNA·생리적 특성·미시적 구조·분자적 특징의 유사성은 암연구자들에게 소중한 기회를 제공한다. 개는 인간과 비슷한 종류의 암에 걸릴 뿐 아니라 암 치료에서도 인간과 비슷하게 반응한다.
다시 말해 개의 암에 효과적인 것으로 확인된 새로운 암 치료제는 인간의 암에도 비슷한 효과를 낼 것으로 예견할 수 있다. 따라서 이제 연구자들은 암에 걸린 개를 대상으로 하는 신약 테스트가 ‘전환 가능한’ 치료제 발견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믿는다. 암 환자에게서도 그 치료제의 ‘실제적인’ 의학 반응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개의 암이 치료제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연구함으로써 과학자들은 새로운 항암제가 암을 치료할 뿐 아니라 치료 도중 환자의 전반적인 삶의 질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이런 연구는 암에 걸린 반려견에 새로운 효과적인 항암제를 투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개 주인에게도 도움이 된다. 아울러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에 필요한 중요한 데이터의 신속한 수집이 가능해져 암환자에게도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뼈에서 발생하는 악성 종양인 골육종은 개와 사람에게서 너무도 같은 양상으로 나타나 개의 골육종에 대한 집중 연구로 어린이의 골육종 치료에서 획기적인 돌파구를 열었다. 개의 골육종 수술 후 안전하고 효과적인 재건을 위한 사지보존 수술기법은 어린이 골육종 수술의 표준이 됐다.
더 최근엔 면역요법의 한 형태가 암의 폐 전이를 지연시키거나 완전히 막아 골육종에 걸린 개의 생존률을 크게 개선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고무적인 결과를 바탕으로 FDA는 지난해 4월 그 요법에 신속심사 대상 지위를 부여했다. 신속심사 제도는 FDA가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을 대상으로 유망한 치료제의 신속한 승인을 위해 도입했다. 그에 따라 골육종 어린이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이 미국의 여러 소아암 센터에서 올해 안에 개시될 예정이다.
이처럼 인간의 털북숭이 친구인 개는 암과의 전쟁에서 동족이든 사람이든 가리지 않고 모든 피해자를 도울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우리에게 가르쳐 준다.
- 니콜 에어하트
[ 필자는 미국 콜로라도주립대학 수의과대학원 교수다. 이 기사는 온라인 매체 컨버세이션에 먼저 실렸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옳은 말이다. 실제로 우리는 개에게서 많은 것을 배운다. 그러나 개는 우리에게 삶을 즐기라고 가르쳐 주는 것 외에 다른 것도 우리와 함께 나눈다. 사람에게서처럼 개에게서도 암 진단이 늘어난다. 실제로 열 살 넘은 개의 죽음에서 가장 큰 원인이 암이다.
그런 유사성이 암연구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비교종양학(comparative oncology)’으로 알려진 분야가 최근 암치료에 도움이 되는 유망한 수단으로 떠올랐다. 비교종양학은 암을 더욱 효과적으로 치료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애완동물에 자연적으로 나타나는 암과 사람이 걸리는 암 사이의 유사성을 연구한다.
현재 미국에선 22개소에서 비교종양학의 1~2단계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내가 동물 종양외과의사로서 일하는 콜로라도주립대학도 그중 하나다. 수의사·내과의사·종양학자·기초과학자가 참여하는 이 분야의 연구는 인간의 건강증진을 도모한다. 또 전통적인 암연구를 통해 가능했던 것보다 더 효과적인 암치료에 신속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준다.
개는 종으로서 생리학적·유전학적으로 인간과 유사점이 많다. 생쥐보다 훨씬 더 많다. 생쥐는 대부분 자연적으로 암에 걸리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오래 살지 못한다. 애완용 생쥐 같은 일부 설치류는 암에 걸릴 수 있지만 야생 생쥐는 보통 오래 살지 못하고 포식동물에 잡아먹힌다.
과학자들이 사용하는 실험용 생쥐는 자연적으로 암에 걸리는 게 아니라 과학자들이 연구를 위해 암세포를 주입해 고의적으로 암을 발생시킨다.
과학자들은 2003년 인간 유전체를 공식 해독했듯이 개의 유전체 정보도 완전히 파악했다. 그들은 개와 인간의 유전자가 80% 이상 일치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그에 비해 생쥐와 인간의 유전학적 유사성은 67%에 그친다).
더구나 골육종·림프종·방광암 등 반려견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일부 암은 미시적· 분자적으로 사람의 암과 똑같다. 사람에게서 세포를 악성 종양으로 만드는 유전자 변이 중 다수는 개에 암을 일으키는 유전자 변이와 같다. 실제로 현미경으로 볼 때 인간과 개의 종양을 구별하기는 불가능하다.
아울러 개는 연구에 필요한 다양한 대규모 샘플을 과학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 의학 연구에서 매우 중요한 여건이다. 암에 걸리는 개들은 각각 사람처럼 서로 많이 다르다. 실험용 생쥐는 사실상 전부 똑같으며 고도로 조절된 환경에서 살아간다. 반면 개는 품종과 주거 환경, 먹거리, 전반적인 생활방식에 따라 차이가 크다. 따라서 그런 특성이 사람과 아주 비슷한 개체군 다양성을 제공한다.
요즘 대다수 반려견은 높은 품질의 의료를 제공받으며 소유자들은 반려견이 걸린 암을 관리하기 위해 더 나은 선택안을 찾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려고 애쓴다. 개와 인간 사이의 이런 유전적 다양성과 DNA·생리적 특성·미시적 구조·분자적 특징의 유사성은 암연구자들에게 소중한 기회를 제공한다. 개는 인간과 비슷한 종류의 암에 걸릴 뿐 아니라 암 치료에서도 인간과 비슷하게 반응한다.
다시 말해 개의 암에 효과적인 것으로 확인된 새로운 암 치료제는 인간의 암에도 비슷한 효과를 낼 것으로 예견할 수 있다. 따라서 이제 연구자들은 암에 걸린 개를 대상으로 하는 신약 테스트가 ‘전환 가능한’ 치료제 발견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믿는다. 암 환자에게서도 그 치료제의 ‘실제적인’ 의학 반응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개의 암이 치료제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연구함으로써 과학자들은 새로운 항암제가 암을 치료할 뿐 아니라 치료 도중 환자의 전반적인 삶의 질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이런 연구는 암에 걸린 반려견에 새로운 효과적인 항암제를 투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개 주인에게도 도움이 된다. 아울러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에 필요한 중요한 데이터의 신속한 수집이 가능해져 암환자에게도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뼈에서 발생하는 악성 종양인 골육종은 개와 사람에게서 너무도 같은 양상으로 나타나 개의 골육종에 대한 집중 연구로 어린이의 골육종 치료에서 획기적인 돌파구를 열었다. 개의 골육종 수술 후 안전하고 효과적인 재건을 위한 사지보존 수술기법은 어린이 골육종 수술의 표준이 됐다.
더 최근엔 면역요법의 한 형태가 암의 폐 전이를 지연시키거나 완전히 막아 골육종에 걸린 개의 생존률을 크게 개선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고무적인 결과를 바탕으로 FDA는 지난해 4월 그 요법에 신속심사 대상 지위를 부여했다. 신속심사 제도는 FDA가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을 대상으로 유망한 치료제의 신속한 승인을 위해 도입했다. 그에 따라 골육종 어린이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이 미국의 여러 소아암 센터에서 올해 안에 개시될 예정이다.
이처럼 인간의 털북숭이 친구인 개는 암과의 전쟁에서 동족이든 사람이든 가리지 않고 모든 피해자를 도울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우리에게 가르쳐 준다.
- 니콜 에어하트
[ 필자는 미국 콜로라도주립대학 수의과대학원 교수다. 이 기사는 온라인 매체 컨버세이션에 먼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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