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필립 파라다이스그룹 회장
전필립 파라다이스그룹 회장
지난 4월20일 인천국제공항 국제업무단지(IBC)에 ‘파라다이스시티’가 오픈했다. 복합리조트 건설은 동북아에서는 첫 시도이자 도전적인 프로젝트다. 전필립 파라다이스그룹 회장은 “동북아 관광의 랜드마크로 떠오를 파라다이스시티를 기반으로 글로벌 복합리조트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관광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전필립 회장의 구상을 들어봤다. “파라다이스시티는 국내 관광산업의 선도자(First Mover)인 파라다이스그룹이 가장 잘할 수 있고 해야만 하는 도전입니다. 동북아시아 첫 복합리조트로 외국인 관광객 2000만 명 시대를 대비하고 침체된 관광산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겠습니다.”
4월20일 인천국제공항 국제업무단지(IBC)의 파라다이스시티 오픈 행사에서 전필립(55) 파라다이스그룹 회장이 내놓은 출사표다. 전필립 회장은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보복 영향 탓에 영업에 지장이 있을 것이란 우려가 있지만 홍콩과 태국, 인도네시아 등지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 성장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전 회장은 “파라다이스그룹은 동북아 관광의 랜드마크로 떠오를 파라다이스시티를 기반으로 글로벌 복합리조트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며 “앞으로 50년간 파라다이스시티에서 78만 명의 고용 창출과 8조2000억원의 생산 유발, 3조2500억원의 부가가치 창출 효과를 거둬 국내 관광산업 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자기부상열차로 5분, 도보로 15분 거리인 파라다이스시티의 전체 부지 규모는 33만㎡(약 10만 평)로 축구장 46개 크기다. 지하 2층, 지상 10층으로 지은 1차 시설에는 711개 객실의 6성급 호텔, 국내 최대 규모의 외국인 전용 카지노, 1600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컨벤션이 들어선다. 전필립 회장은 “동북아 주요 도시는 물론 수도권에서도 가까워 해외 여행객·환승객뿐만 아니라 내국인도 쉽게 들를 수 있다”고 입지의 장점을 설명했다.
다만 대내외 경영환경이 녹록하지 않은 가운데 진행한 그룹의 대역사(大役事)이기 때문에 전 회장은 설계부터 개장까지 온 신경을 곤두세웠다. 특히 전 회장은 지난 2월 중순부터 본사가 있는 서울 장충동이 아닌 인천 영종도로 매일 출근했다. 호텔·컨벤션·카지노·플라자(쇼핑·이벤트)·스파·클럽 등을 결합한 동북아시아 첫 복합리조트인 ‘파라다이스시티’의 1단계 개장 기념식이 4월 20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플라자·스파·클럽 등은 내년 상반기 2단계 개장 때 선보인다.
전 회장은 이곳에서 매일 5~6시간 동안 머물며 총 1조3000억원을 투자한 각종 시설을 구석구석 점검했다. 특히 지난 3월6일 영업을 시작한 호텔에는 미스터리 쇼퍼(Mystery Shopper, 고객을 가장해 매장 직원의 서비스 등을 평가하는 사람)처럼 직접 하룻밤을 묵으며 객실·레스토랑·서비스를 살펴봤다. 전 회장은 3월16일 오후 스마트폰으로 객실을 직접 예약했다. 작은 트렁크 하나만 들고 일반 객실인 디럭스룸에서 전자기기까지 꼼꼼히 써보고 개선안을 제시했다. 그룹 직원들도 호텔 객실과 레스토랑을 삼삼오오 이용하고 있다. 전 회장은 “그룹의 새로운 시설을 내부 고객인 직원이 먼저 경험해봐야 하지 않겠어요?”라고 되물으며 “고객 입장에서 각종 시설을 접해보고 만족도를 더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라는 뜻도 있다”고 말했다. 1992년 입사 후 기획·재무 등을 두루 경험하고 2005년 그룹 회장직에 오른 그는 현재 파라다이스그룹의 지주 회사인 파라다이스글로벌의 지분을 67.3% 보유하고 있다. 파라다이스글로벌이 파라다이스시티를 만든 파라다이스 세가사미, 파라다이스호텔부산 등의 지분을 갖고 있다.
전 회장은 2011년 미래 신사업으로 복합리조트 건립을 본격 추진했다. 1990년대 중후반부터 복합리조트 개발로 방향을 튼 미국 라스베이거스를 보면서 늘 사업 전환을 모색했지만 주변 여건이 성숙되지 않아 속도를 낼 수 없었다. 전 회장은 2010년 인간존중을 바탕으로 창조·혁신을 강조하는 ‘파라다이스 웨이’를 선포해 조직문화부터 바꿨다. 글로벌 복합리조트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기반을 다지며 기회를 노렸다. 그러던 중 중국의 해외 관광객이 급증했고 마카오·싱가포르에서 복합리조트 붐이 일었다.
때가 무르익었다고 판단한 전 회장은 일본 게임·엔터테인먼트 기업인 세가사미홀딩스와 손을 잡고 2012년 파라다이스세가사미(파라다이스 지분율 55%)를 만들어 2014년 11월 파라다이스시티 건설의 첫 삽을 떴다. 전 회장은 “외국인 전용 카지노 등의 제약이 있어 MGM·윈·시저스·샌즈 등의 복합리조트보다 규모가 작지만 파라다이스시티 개장은 동북아 관광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시설이 늘면서 2015년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 시설(63억 달러)과 비(非)카지노 시설의 매출 비율이 35 대 65 수준으로 바뀌었다”며 “파라다이스시티도 남녀노소가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체험 시설이 주축이며 카지노 시설이 차지하는 면적은 전체의 5% 수준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파라다이스그룹과 합작한 일본 세가사미홀딩스의 사토미 하지메 회장은 “복합리조트 건설은 동북아에서는 첫 시도로 굉장히 도전적인 프로젝트였지만 결국 기대를 넘어서는 최고급 시설로 완성됐다고 생각한다”며 “인천공항·인천시와 긴밀히 연계하고 인천공항 인접지역이란 강점을 살려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 회장도 사업에 자신감을 보였다. 특히 중국의 사드 보복에 대한 시장의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기존 고객은 주로 베팅 규모가 큰 게임을 해왔습니다. 단체가 아니라 개인적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이죠. 복수비자를 소유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면세점 등에 비하면 (사드 보복) 영향이 적은 편”이라며 “굉장히 보수적인 관점에서 대비하고 있고,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돌파구로 열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아시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카지노 전쟁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일본 정부가 카지노 해금법을 적극 밀고 있는 가운데 MGM·샌즈를 비롯한 카지노 공룡들은 마카오·필리핀·베트남 등지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전 회장은 “위기감이 큰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파라다이스시티 개장으로 국내 관광산업뿐만 아니라 파라다이스의 경쟁력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45년 동안 호텔·카지노·레저사업을 벌여온 파라다이스그룹의 전체 역량이 동네 수퍼 수준에서 몰(Mall)급으로 커진다”고 설명했다. 파라다이스시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일본의 복합리조트 개장도 아직 먼 일이다. 카지노 해금법이 순조롭게 통과돼도 일본의 복합리조트는 2022년쯤에야 문을 열 전망이다. 일반 대중이 많이 찾을 플라자·스파·클럽 등은 내년 2단계 개장 때 선보이기 때문에 사드 보복의 직격탄을 피할 수 있다.
전 회장은 파라다이스시티의 경쟁력이자 차별화 포인트로 한류 5.0 기반의 아트테인먼트(Art+Entertainment)를 꼽았다. 개발 콘셉트를 놓고 고민하던 중 만난 시저스의 개리 러브맨 최고경영자(CEO)가 “한류가 있는데 뭘 걱정하느냐”고 조언했다. 그냥 한류라면 식상하지 않을까. 전 회장은 직원들과 머리를 맞대 새로운 개념의 한류를 고안했다. 바로 한류 5.0이다. 전 회장은 한류 1.0이 드라마, 2.0이 K팝, 3.0이 K무비·K뷰티, 4.0이 K라이프스타일 중심이라면 5.0 버전은 동서양의 가치를 융합해 세계인이 모두 즐길 수 있는 K스타일이 핵심이라고 정의했다. 전 회장은 “다양한 한류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플라자(K뷰티·K아트·K패션·K푸드 등)를 비롯해 한국식 찜질방에 유럽형 스파를 접목시킨 대형 스파, 영화·드라마 촬영과 다양한 공연이 가능한 융복합 스튜디오 등을 2단계 개장 때 선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플라자는 좋은 콘텐트를 가진 회사·브랜드라면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열린 소통의 공간이다. 여느 복합리조트와 남다른 예술적 요소도 이곳의 자랑거리다. 세계 산업디자인계 거장인 알렉산드로 멘디니와 협업한 ‘파라다이스 프루스트’를 비롯해 데미언 허스트, 구사마 야요이, 이강소, 오수환 등 국내외 유명 작가의 작품 100여 점을 포함해 2700여 점의 예술품을 파라다이스시티에서 만날 수 있다. 미국 보스톤에 있는 버클리 음대에서 음악을, 홍익대 대학원(IDAS)에서 디자인을 전공했고, 세계 각지를 여행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은 전 회장의 르네상스적 감성에서 비롯된 결과물이다. 르네상스의 흔적에서 착안한 유럽적인 콘텐트에 한국적 테마를 입혀 동서양을 아우르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소통과 문화의 공간인 플라자는 이탈리아 피렌체의 시뇨리아 광장을, 스파는 베니스의 산마르코 광장을 모티브로 삼았다. 여기에 동양적 색채를 가미해 새로운 광장으로 탄생시킬 계획이다. 이곳에서 나라별·콘셉트별 축제나 특정 시기별 다양한 문화 이벤트 등으로 세계인이 어우러질 수 있는 공간을 만들려고 한다.
실제로 전 회장은 어린 시절부터 문화예술 분야를 많이 접했다. 부친인 고(故) 전락원 회장이 예술에 조예가 깊었고 고모인 고 전숙희씨는 저명한 수필가였다. 특히 전숙희씨는 스무 권의 수필집을 펴내고 40년 가까이 ‘한국펜(PEN)클럽’을 이끌며 한국 문학의 세계화에 앞장섰던 인물이다. 전필립 회장도 대학 시절 밴드활동을 하며 음악에 열정을 보였고 그룹을 경영하면서도 미술·패션·디자인 등에 늘 관심을 보여왔다. 악재와 변수가 많지만 파라다이스시티의 전망은 밝은 편이다. 모건스탠리는 2월 23일 보고서에서 파라다이스시티가 올해 42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해 파라다이스그룹 전체 매출액은 1조610억원이었다. 전필립 회장은 “개장 기념식 전후로 해외에서 고객이 많이 올 예정”이라며 “그 후 3~4개월 정도 영업 상황을 보면 파라다이스시티의 성장성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자신의 카카오톡 초기 화면에 ‘Destination Creator(특별한 공간의 기획자)’라고 썼다. 파라다이스시티 같은 복합리조트를 국내외 여행객의 최종 목적지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제2, 제3의 파라다이스시티를 만들 뿐만 아니라 기존 사업을 고도화할 계획도 있다. 예컨대 파라다이스 호텔 부산에는 카지노·컨벤션·스파가 있다. 매각했지만 면세점도 있었다. 가족 단위로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시설을 갖춘 작은 복합리조트라고 볼 수 있다. 이곳을 양적·질적으로 더욱 발전시키면 또 다른 파라다이스시티를 짓는 것과 마찬가지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특별한 공간의 기획자를 자처하는 전필립 회장의 이름 ‘필립’은 한자로 ‘반드시 (뜻·조직·기구 등을) 세운다(必立)’이다. 목사였던 할아버지가 성경의 ‘빌립보서’에서 따온 말을 한국식 발음으로 바꿔 지은 것이다. 어쩌면 이름에서부터 지금과 같은 사업을 펼칠 운명이었는지도 모른다.
전 회장은 젊은이들에게도 뜻을 단단히 세우고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 부단히 정진하라고 조언한다. 그는 특히 “책을 많이 읽고 여행을 많이 다녀라”고 말했다. “관광산업은 전도유망한 미래 신성장동력입니다. 자기 계발을 열심히 해서 한국의 미래를 책임지는 관광 인재들을 파라다이스에서 만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남승률 기자 nam.seungryul@joongang.co.kr·사진 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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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20일 인천국제공항 국제업무단지(IBC)의 파라다이스시티 오픈 행사에서 전필립(55) 파라다이스그룹 회장이 내놓은 출사표다. 전필립 회장은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보복 영향 탓에 영업에 지장이 있을 것이란 우려가 있지만 홍콩과 태국, 인도네시아 등지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 성장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전 회장은 “파라다이스그룹은 동북아 관광의 랜드마크로 떠오를 파라다이스시티를 기반으로 글로벌 복합리조트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며 “앞으로 50년간 파라다이스시티에서 78만 명의 고용 창출과 8조2000억원의 생산 유발, 3조2500억원의 부가가치 창출 효과를 거둬 국내 관광산업 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50년간 78만 명의 고용 창출·8조2000억원의 생산 유발 기대
다만 대내외 경영환경이 녹록하지 않은 가운데 진행한 그룹의 대역사(大役事)이기 때문에 전 회장은 설계부터 개장까지 온 신경을 곤두세웠다. 특히 전 회장은 지난 2월 중순부터 본사가 있는 서울 장충동이 아닌 인천 영종도로 매일 출근했다. 호텔·컨벤션·카지노·플라자(쇼핑·이벤트)·스파·클럽 등을 결합한 동북아시아 첫 복합리조트인 ‘파라다이스시티’의 1단계 개장 기념식이 4월 20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플라자·스파·클럽 등은 내년 상반기 2단계 개장 때 선보인다.
전 회장은 이곳에서 매일 5~6시간 동안 머물며 총 1조3000억원을 투자한 각종 시설을 구석구석 점검했다. 특히 지난 3월6일 영업을 시작한 호텔에는 미스터리 쇼퍼(Mystery Shopper, 고객을 가장해 매장 직원의 서비스 등을 평가하는 사람)처럼 직접 하룻밤을 묵으며 객실·레스토랑·서비스를 살펴봤다. 전 회장은 3월16일 오후 스마트폰으로 객실을 직접 예약했다. 작은 트렁크 하나만 들고 일반 객실인 디럭스룸에서 전자기기까지 꼼꼼히 써보고 개선안을 제시했다. 그룹 직원들도 호텔 객실과 레스토랑을 삼삼오오 이용하고 있다. 전 회장은 “그룹의 새로운 시설을 내부 고객인 직원이 먼저 경험해봐야 하지 않겠어요?”라고 되물으며 “고객 입장에서 각종 시설을 접해보고 만족도를 더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라는 뜻도 있다”고 말했다.
“동북아 관광산업 패러다임 바뀔 것"
전 회장은 2011년 미래 신사업으로 복합리조트 건립을 본격 추진했다. 1990년대 중후반부터 복합리조트 개발로 방향을 튼 미국 라스베이거스를 보면서 늘 사업 전환을 모색했지만 주변 여건이 성숙되지 않아 속도를 낼 수 없었다. 전 회장은 2010년 인간존중을 바탕으로 창조·혁신을 강조하는 ‘파라다이스 웨이’를 선포해 조직문화부터 바꿨다. 글로벌 복합리조트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기반을 다지며 기회를 노렸다. 그러던 중 중국의 해외 관광객이 급증했고 마카오·싱가포르에서 복합리조트 붐이 일었다.
때가 무르익었다고 판단한 전 회장은 일본 게임·엔터테인먼트 기업인 세가사미홀딩스와 손을 잡고 2012년 파라다이스세가사미(파라다이스 지분율 55%)를 만들어 2014년 11월 파라다이스시티 건설의 첫 삽을 떴다. 전 회장은 “외국인 전용 카지노 등의 제약이 있어 MGM·윈·시저스·샌즈 등의 복합리조트보다 규모가 작지만 파라다이스시티 개장은 동북아 관광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시설이 늘면서 2015년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 시설(63억 달러)과 비(非)카지노 시설의 매출 비율이 35 대 65 수준으로 바뀌었다”며 “파라다이스시티도 남녀노소가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체험 시설이 주축이며 카지노 시설이 차지하는 면적은 전체의 5% 수준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파라다이스그룹과 합작한 일본 세가사미홀딩스의 사토미 하지메 회장은 “복합리조트 건설은 동북아에서는 첫 시도로 굉장히 도전적인 프로젝트였지만 결국 기대를 넘어서는 최고급 시설로 완성됐다고 생각한다”며 “인천공항·인천시와 긴밀히 연계하고 인천공항 인접지역이란 강점을 살려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 회장도 사업에 자신감을 보였다. 특히 중국의 사드 보복에 대한 시장의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기존 고객은 주로 베팅 규모가 큰 게임을 해왔습니다. 단체가 아니라 개인적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이죠. 복수비자를 소유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면세점 등에 비하면 (사드 보복) 영향이 적은 편”이라며 “굉장히 보수적인 관점에서 대비하고 있고,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돌파구로 열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아시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카지노 전쟁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일본 정부가 카지노 해금법을 적극 밀고 있는 가운데 MGM·샌즈를 비롯한 카지노 공룡들은 마카오·필리핀·베트남 등지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전 회장은 “위기감이 큰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파라다이스시티 개장으로 국내 관광산업뿐만 아니라 파라다이스의 경쟁력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45년 동안 호텔·카지노·레저사업을 벌여온 파라다이스그룹의 전체 역량이 동네 수퍼 수준에서 몰(Mall)급으로 커진다”고 설명했다. 파라다이스시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일본의 복합리조트 개장도 아직 먼 일이다. 카지노 해금법이 순조롭게 통과돼도 일본의 복합리조트는 2022년쯤에야 문을 열 전망이다. 일반 대중이 많이 찾을 플라자·스파·클럽 등은 내년 2단계 개장 때 선보이기 때문에 사드 보복의 직격탄을 피할 수 있다.
전 회장은 파라다이스시티의 경쟁력이자 차별화 포인트로 한류 5.0 기반의 아트테인먼트(Art+Entertainment)를 꼽았다. 개발 콘셉트를 놓고 고민하던 중 만난 시저스의 개리 러브맨 최고경영자(CEO)가 “한류가 있는데 뭘 걱정하느냐”고 조언했다. 그냥 한류라면 식상하지 않을까. 전 회장은 직원들과 머리를 맞대 새로운 개념의 한류를 고안했다. 바로 한류 5.0이다. 전 회장은 한류 1.0이 드라마, 2.0이 K팝, 3.0이 K무비·K뷰티, 4.0이 K라이프스타일 중심이라면 5.0 버전은 동서양의 가치를 융합해 세계인이 모두 즐길 수 있는 K스타일이 핵심이라고 정의했다. 전 회장은 “다양한 한류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플라자(K뷰티·K아트·K패션·K푸드 등)를 비롯해 한국식 찜질방에 유럽형 스파를 접목시킨 대형 스파, 영화·드라마 촬영과 다양한 공연이 가능한 융복합 스튜디오 등을 2단계 개장 때 선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플라자는 좋은 콘텐트를 가진 회사·브랜드라면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열린 소통의 공간이다.
예술품 등 비(非)카지노 시설 대폭 확충
실제로 전 회장은 어린 시절부터 문화예술 분야를 많이 접했다. 부친인 고(故) 전락원 회장이 예술에 조예가 깊었고 고모인 고 전숙희씨는 저명한 수필가였다. 특히 전숙희씨는 스무 권의 수필집을 펴내고 40년 가까이 ‘한국펜(PEN)클럽’을 이끌며 한국 문학의 세계화에 앞장섰던 인물이다. 전필립 회장도 대학 시절 밴드활동을 하며 음악에 열정을 보였고 그룹을 경영하면서도 미술·패션·디자인 등에 늘 관심을 보여왔다.
‘Destination Creator(특별한 공간의 기획자)’
그는 자신의 카카오톡 초기 화면에 ‘Destination Creator(특별한 공간의 기획자)’라고 썼다. 파라다이스시티 같은 복합리조트를 국내외 여행객의 최종 목적지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제2, 제3의 파라다이스시티를 만들 뿐만 아니라 기존 사업을 고도화할 계획도 있다. 예컨대 파라다이스 호텔 부산에는 카지노·컨벤션·스파가 있다. 매각했지만 면세점도 있었다. 가족 단위로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시설을 갖춘 작은 복합리조트라고 볼 수 있다. 이곳을 양적·질적으로 더욱 발전시키면 또 다른 파라다이스시티를 짓는 것과 마찬가지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특별한 공간의 기획자를 자처하는 전필립 회장의 이름 ‘필립’은 한자로 ‘반드시 (뜻·조직·기구 등을) 세운다(必立)’이다. 목사였던 할아버지가 성경의 ‘빌립보서’에서 따온 말을 한국식 발음으로 바꿔 지은 것이다. 어쩌면 이름에서부터 지금과 같은 사업을 펼칠 운명이었는지도 모른다.
전 회장은 젊은이들에게도 뜻을 단단히 세우고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 부단히 정진하라고 조언한다. 그는 특히 “책을 많이 읽고 여행을 많이 다녀라”고 말했다. “관광산업은 전도유망한 미래 신성장동력입니다. 자기 계발을 열심히 해서 한국의 미래를 책임지는 관광 인재들을 파라다이스에서 만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남승률 기자 nam.seungryul@joongang.co.kr·사진 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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