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투자 전문회사 ACG
사모투자 전문회사 ACG
시장이 기술 스타트업에만 정신을 쏟는 사이, 고급 육포와 스리라차 소스 치킨, 100% 식물성 메이크업 등 유행을 선도하는 소비재 브랜드 투자로 연수익 40%를 올리는 사모투자 전문회사가 등장했다.따사롭고 밝은 어느 가을날, 로스엔젤레스 서부에 위치한 홀푸드 마켓(Whole Foods Market) 진열대 사이를 세 남자가 나란히 걸어가고 있다. 조쉬 골딘(Josh Goldin·39)과 줄리언 스타인버그(Julian Steinberg·38), 트레버 넬슨(Trevor Nelson·38)이다. 한가롭게 걷다가 갑자기 멈춘 셋은 샐러드바 구역에 높이 쌓인 바크씬(Barkthins) 초콜릿을 감탄하며 쳐다봤다. 셋이 함께 운영하는 사모투자 전문회사 ACG(Alliance Consumer Growth)는 지난해 4월 거대 제과사 허쉬의 바크씬 인수를 성사시켰다. 인수가격은 바크씬 매출의 네 배인 2억9000만 달러로 결정됐다. 오프라인 소매유통에서는 슈퍼마켓 통로 끝에서 제품을 홍보하는 아주 작은 제스처만으로도 신규 브랜드를 유명 브랜드로 만들거나 인지도가 낮은 브랜드를 차세대 히트 상품으로 변모시킬 수 있다. 뉴욕과 로스엔젤레스(LA)에 본부를 둔 ACG는 지난 5년간 제너럴 밀스(General Mills)와 펩시코(PepsiCo), 프록터&갬블(P&G) 등 대기업이 오랜 시간 철옹성처럼 버틴 소비재 산업에서 스타트업 브랜드에 투자하며 모두가 부러워할 만한 성적을 이어가는 중이다. 지난 수 년간 소비재 시장은 격동의 한가운데 있었다. 밀레니엄 세대의 상류층 소비자들은 별다른 선택권이 없던 이전 세대와 달리 포장식품이나 화장품을 살 때에도 독성 및 화학물질이 들어가지 않은 건강한 유기농 제품을 원한다. 몸에 좋은 제품이라면 더 많은 돈을 지불할 용의가 있고, 유명 브랜드에 충성을 하지도 않는다. 덕분에 시장에서는 스타트업 브랜드를 위한 공간이 생겼고, 대기업은 스타트업 브랜드 인수 붐을 이어갔다. 골딘과 스타인버그, 넬슨은 시장의 물결을 먼저 포착하고 이 물결을 제대로 탈 방법을 찾아냈다. 2011년 ACG를 시작한 셋은 폭발적 성장을 앞둔 15개 스타트업에 500만~2500만 달러를 투자해 소수지분을 얻었고, 3개 펀드를 통해 3억4400만 달러의 자금을 모집했다. 처음 2개 펀드를 통해 모집한 자금으로는 밀레니엄 세대에 친숙한 신규 브랜드 지분을 매입했다. 냉동 간편식 스리라차(Sriracha) 치킨 등을 선보인 에볼(Evol)과 크랜베리 백리향 칠면조, 칠리 라임 소고기 등 미식 육포를 판매하는 캘리포니아 주 소노마 회사 크레이브(Krave), 고가의 애완동물 건강식품 어니스트 키친(Honest Kitchen) 등이 좋은 예다. 가장 최근 진행한 지난 11월의 투자 라운드(2억1000만 달러 모집)에서는 100% 식물성 재료만 사용하고 잔혹한 동물 실험은 하지 않는 오리건 주의 기초 및 색조 화장품 기업 퍼시피카 뷰티(Pacifica Beauty)에 처음으로 투자했다.
“이들 브랜드에는 무언가 마법 같은 매력이 있다”고 골딘이 열정적으로 말을 쏟아냈다. 그럴 지도 모른다. ACG는 브랜드에 대한 열기가 한창 높을 때 신속히 인수계약을 성사시키는 데 있어 놀라운 재능을 보여줬다. 지금까지 ACG 포트폴리오로 들어온 15개 기업 중 6개가 대기업에 인수되거나 증시에 상장됐다. 2015년에는 허쉬가 크레이브를 2억 4000만 달러에 인수하면서 1000만 달러도 되지 않던 ACG 초기 보유지분은 투자금 대비 6배의 수익을 올렸다. 같은 해 뜨거운 열기 속에 진행된 쉐이크쉑(Shake Shack) IPO는 ACG에 9000만 달러의 수익을 안겨줬다. 출범 이후 ACG는 40%에 육박하는 연평균 수익률을 기록했다고 투자자들은 말했다.
ACG의 성공 비결은 무엇보다 ‘발품 팔기’를 통한 시장조사다. 셋은 주말에 함께 외출하거나 여행을 같이 다니면서(한 달에 일주일은 된다) 홀푸드, 타겟(Target) 등의 소매 매장을 둘러본다. 그리고 흥미로운 신제품이나 제품 진열을 발견하면 수십 장의 사진을 찍는다. 그 후에는 해당 카테고리에 관한 데이터를 찾고, 겹치는 점이 있는지 분석해서 네트워크를 가동해 가능성이 보이는 투자처를 물색한다.
골딘은 소매유통 쪽에서 가업을 이어온 사람이다. 그의 가족은 뉴욕 주 버팔로에서 가문의 이름을 딴 백화점 ‘골딘’을 운영했다. 그는 2000년 리먼 브라더스 M&A 부서에 첫 출근한 날, 넬슨을 만났다. 둘은 처음부터 소비재 기업 투자에 집중했다. ACG팀에 세 번째로 합류한 스타인버그는 증권가 쪽에 아는 사람이 많다. 그의 아버지는 기업사냥꾼으로 유명했던 고(故) 사울 스타인버그이고, 이복형제 조나단은 ETF 자산관리사 위즈덤트리 CEO다. 컬럼비아 경영대학원에서 MBA를 딴 스타인버그는 베어스턴스에서 기업 분석법을 배웠고, 2009년 그가 개인적으로 투자한 유기농 이유식 회사 플럼 오가닉스는 이후 캠벨(Campbell)이 인수했다. 삼인조가 처음 팀을 이루어 투자한 회사는 독성 물질이나 파라벤이 함유되지 않은 베이비로션과 선크림을 판매하는 베이비가닉스(Babyganics, 뉴욕 주 롱아일랜드)였다. 이후 2011년, 골딘과 스타인버그, 넬슨은 각자의 직장을 나왔고, 고액순자산가로부터 4400만 달러의 자본을 모아 ACG를 시작했다. “‘베이비가닉스가 끝이 아니야’라는 데 뜻을 모았다”고 골딘은 말했다. “스타트업의 등장으로 업계의 판도가 바뀔 것이라 예상했다.”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셋이 초기 투자로 7% 지분을 얻은 뉴욕 레스토랑 사업가 대니 메이어(Danny Meyer)의 햄버거 체인 쉐이크쉑은 뉴욕 증시에 성공적으로 상장되며 시가총액 16억 달러를 기록했다. 쉐이크쉑은 골딘이 기존 투자자를 설득해서 지분을 손에 넣었다. 메이어는 “조쉬가 아주 끈질겼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쉐이크쉑 등 여러 투자가 홈런을 이어가면서 소비재 시장으로도 자본이 홍수처럼 밀려들기 시작했기 때문에 앞으로는 지금처럼 저렴한 가격에 훌륭한 투자처를 찾는 일이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경쟁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ACG는 실리콘밸리 스타일의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모델을 자사 투자기업에 적용하고 있다. 에볼의 앤슨은 2015년 단합대회를 갔을 때 웨이 베터 스낵스(Way Better Snacks)의 창업자이자 CEO인 짐 브린을 만났고, 이후 브린의 이사회에 합류했다.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 밥 바샴(Bob Basham)과 함께 치킨 레스토랑 체인 PDQ을 창업한 닉 리더(Nick Reader, 42)는 요거트 브랜드 초바니(Chobani)의 전임 마케팅 총괄을 만나 그녀를 컨설턴트로 고용했다. 리더는 사업에 도움이 되는 좋은 인연을 만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ACG의 PDQ 투자를 기꺼이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그들은 가장 먼저 ACG가 구축한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우리에게 열어줬다”고 리더는 말했다. “기꺼이 함께 앉고 싶은 사람들이었다. 팬처럼 열광했던 기억이 난다.”
- AMY FELDMAN 포브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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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점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모두가 ‘다음 히트작’을 찾아내는 데 정신이 팔려 있지만, 결코 이루어지지 않을 약속에 돈을 묻어두는 건 종종 엄청난 대가를 요구하기도 한다. 아이폰 제조사 애플처럼 한 브랜드가 ‘모두의 스마트폰’이 되어 이름을 알릴 때마다 팜(Palm)과 모토로라, 블랙베리처럼 땅에 추락하고 재가 되어 사라진 이름도 있었다. 운동화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나이키가 팔릴 때마다 컨버스와 LA 기어(Gear), 리복처럼 한때 차트를 장악했던 브랜드는 자리를 잃었다. 그러니까 제2의 애플이나 나이키를 찾는 대신, 이미 혁신으로 자리를 굳힌 애플과 나이키 자체에 집중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 애플과 나이키 모두 지난 10년간 S&P 500 지수를 앞지르는 수익률을 기록했고, 지금도 합리적인 밸류에이션에 확실한 배당금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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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이크쉑 등 스타트업 브랜드에 투자해 성공
“이들 브랜드에는 무언가 마법 같은 매력이 있다”고 골딘이 열정적으로 말을 쏟아냈다. 그럴 지도 모른다. ACG는 브랜드에 대한 열기가 한창 높을 때 신속히 인수계약을 성사시키는 데 있어 놀라운 재능을 보여줬다. 지금까지 ACG 포트폴리오로 들어온 15개 기업 중 6개가 대기업에 인수되거나 증시에 상장됐다. 2015년에는 허쉬가 크레이브를 2억 4000만 달러에 인수하면서 1000만 달러도 되지 않던 ACG 초기 보유지분은 투자금 대비 6배의 수익을 올렸다. 같은 해 뜨거운 열기 속에 진행된 쉐이크쉑(Shake Shack) IPO는 ACG에 9000만 달러의 수익을 안겨줬다. 출범 이후 ACG는 40%에 육박하는 연평균 수익률을 기록했다고 투자자들은 말했다.
ACG의 성공 비결은 무엇보다 ‘발품 팔기’를 통한 시장조사다. 셋은 주말에 함께 외출하거나 여행을 같이 다니면서(한 달에 일주일은 된다) 홀푸드, 타겟(Target) 등의 소매 매장을 둘러본다. 그리고 흥미로운 신제품이나 제품 진열을 발견하면 수십 장의 사진을 찍는다. 그 후에는 해당 카테고리에 관한 데이터를 찾고, 겹치는 점이 있는지 분석해서 네트워크를 가동해 가능성이 보이는 투자처를 물색한다.
골딘은 소매유통 쪽에서 가업을 이어온 사람이다. 그의 가족은 뉴욕 주 버팔로에서 가문의 이름을 딴 백화점 ‘골딘’을 운영했다. 그는 2000년 리먼 브라더스 M&A 부서에 첫 출근한 날, 넬슨을 만났다. 둘은 처음부터 소비재 기업 투자에 집중했다. ACG팀에 세 번째로 합류한 스타인버그는 증권가 쪽에 아는 사람이 많다. 그의 아버지는 기업사냥꾼으로 유명했던 고(故) 사울 스타인버그이고, 이복형제 조나단은 ETF 자산관리사 위즈덤트리 CEO다. 컬럼비아 경영대학원에서 MBA를 딴 스타인버그는 베어스턴스에서 기업 분석법을 배웠고, 2009년 그가 개인적으로 투자한 유기농 이유식 회사 플럼 오가닉스는 이후 캠벨(Campbell)이 인수했다.
성공 비결은‘발품 팔기’를 통한 시장조사
쉐이크쉑 등 여러 투자가 홈런을 이어가면서 소비재 시장으로도 자본이 홍수처럼 밀려들기 시작했기 때문에 앞으로는 지금처럼 저렴한 가격에 훌륭한 투자처를 찾는 일이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경쟁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ACG는 실리콘밸리 스타일의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모델을 자사 투자기업에 적용하고 있다. 에볼의 앤슨은 2015년 단합대회를 갔을 때 웨이 베터 스낵스(Way Better Snacks)의 창업자이자 CEO인 짐 브린을 만났고, 이후 브린의 이사회에 합류했다.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 밥 바샴(Bob Basham)과 함께 치킨 레스토랑 체인 PDQ을 창업한 닉 리더(Nick Reader, 42)는 요거트 브랜드 초바니(Chobani)의 전임 마케팅 총괄을 만나 그녀를 컨설턴트로 고용했다. 리더는 사업에 도움이 되는 좋은 인연을 만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ACG의 PDQ 투자를 기꺼이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그들은 가장 먼저 ACG가 구축한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우리에게 열어줬다”고 리더는 말했다. “기꺼이 함께 앉고 싶은 사람들이었다. 팬처럼 열광했던 기억이 난다.”
- AMY FELDMAN 포브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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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기사] 투자 거물 존 버킹엄의 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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