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한 미국 전력망 더 나은 기술로 교체해야… 저비용 저탄소 에너지 목표 달성할 수 있는 바람직한 결정 내릴 때 풍력이나 태양력 발전에 용이한 지역으로 송전선을 확대하면 좀 더 저렴한 전력을 사용자에게 공급할 수 있다. / 사진제공·TIM BOYLES-GOOGLE-AP-NEWSIS미국의 전력망은 대륙 전체를 아우르는 놀라운 통합 시스템이다. 미국 공학한림원(NAE)은 이를 20세기 최대의 공학 업적 중 하나라고 불렀다. 그러나 비용도 그만큼 많이 든다. 우리 팀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 전력망의 현재 가치(감가상각 후)는 약 1조5000억∼2조 달러다. 발전소와 전선, 변압기, 전봇대를 전부 포함한 가치다. 이런 시설을 교체하려면 약 5조 달러가 든다.
미국이 지금 같은 전력망을 유지하려면 이미 수조 달러의 매몰 자본이 포함된 전력 인프라에 곧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수십 년 동안 전력 부문의 급속한 확장기에 건설된 발전소는 이제 노후돼 대부분 교체돼야 한다. 미국 토목학회(ASCE)의 평가에 따르면 미국의 전반적인 에너지 인프라 등급은 ‘D+’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인프라 투자를 크게 늘리겠다고 천명했다. 그러기 위해선 전력 시스템과 관련해 고려해야 할 사항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미래의 에너지 공급망을 어떻게 설계해야 할까? 저탄소 에너지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까? 그 비용은 얼마나 들까?
물론 인프라 투자는 미국 의회에서 초당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이슈다. 그러나 지출에서 바람직한 결정을 내리려면 먼저 기존 전력망의 가치부터 정확히 산정해야 한다.
전력망은 수십 년 동안 사용될 수 있도록 건설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이 전체 시스템이 1초 정도로 짧은 시간에 공급과 수요의 미세한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가정에 전등을 켜고 랩톱을 사용하고 에어컨을 돌리는 데 사용되는 모든 전력은 여러 다른 곳에서 동시에 생산된다. 그 전력 대부분은 연료를 태워 얻는 동력으로 발전기의 자석을 돌려 얻어진다. 전력망에선 기본적으로 전기가 저장되지 않는다. 대신 대부분의 에너지는 연료에 저장돼 있다. 석탄, 천연가스, 핵물질, 댐에 갇힌 물 등을 말한다. 그 연료는 지시에 따라 실시간으로 전기로 바뀐다.
근년 들어 우리가 전력을 얻는 출처가 크게 달라졌다. 가장 오래된 발전 시설은 대형 발전소로 미국의 동부에 다수가 건설돼 있다. 가장 최근에 추가된 발전 시설은 그보다 규모가 작으며 좀 더 널리 분산돼 있다. 옥상의 태양전지판이나 풍력 발전단지가 대표적이다. 일부 전문가는 중앙 발전소보다는 전력이 실제로 소비되는 곳과 가까운 전력망 끝자리를 중심으로 좀 더 널리 분산된 발전 모델이 새로운 표준이라고 말한다.
앞으로 우리는 과거와 똑같은 방식으로 전력망을 다시 건설할 수도 있고 아니면 같은 서비스를 더 저렴한 비용으로 제공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에 투자할 수도 있다.
또 전력을 더 친환경적으로 생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력을 전적으로 신재생 에너지원에서 생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탈탄소’(에너지 시스템 전체에서 탄소 배출을 최대한 줄인다는 뜻)로 가는 최선의 길이 산업과 교통 부문의 광범위한 ‘전기화’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런 전환에 소요되는 비용이 어느 정도인지 계산하려면 먼저 알아야 할 것이 있다. 현재의 전력망에 들어가는 비용이 얼마인가? 지상에 가설된 콘크리트, 철근, 실리콘 등의 설비 전부가 어느 정도 가치가 있는가? 정책 입안가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그 질문에 답해보겠다.
편의상 ‘전력망’을 다음 부분으로 국한시키기로 한다.
1 발전소
2 먼 거리로 전력을 보내는 고압·저압 송전선
3 전력을 건물이나 가정 등 종말점에 직접 공급하는 배전선
4 송전망에서 전력의 운송 경로를 배정하는 변전소
5 배전망의 변전소
6 배전망에서 전압을 바꾸는 변압기
이 계산은 가정과 건물 내부의 전선, 배전판의 전기계량기, 전기를 소비하는 최종 사용 기기 등 반드시 필요한 추가적인 전력망 요소를 논외로 친다. 우리는 다양한 공공 보고서를 검토하고 새로운 발전 시설 건설의 최신 추정치와 감가상각의 표준 계산법을 적용해 미국에 있는 발전과 송전, 배전용 자산 전체의 가치를 수량화했다.
미국 발전소의 전체 전력 생산량은 약 1.15테라와트(1테라와트는 1조W)다. 발전용 원자로 약 1000기의 생산량에 해당한다(현재 미국에 건설된 발전용 원자로는 약 100기다). 상상할 수 있듯이 기존의 발전소를 교체하려면 많은 비용이 든다. 발전소만 교체 비용이 약 2.7조 달러로 추산된다. 감가상각을 적용한 현재의 가치는 약 1조 달러다. 전체 가치를 세부적으로 나누면 발전소가 56%, 송전 시스템이 9%, 배전 시스템이 35%를 차지한다.
더 깨끗한 에너지의 미래를 원한다면 택할 수 있는 길은 여러 갈래다. 그러나 나는 가장 비용이 적게 들고 성공 가능성이 큰 길이 기존의 인프라를 다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최대한 이용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중 가장 현실적인 것이 기존 발전소에서 전력망의 다른 요소를 그대로 사용하면서 연료를 석탄 대신 천연가스로 바꾸는 것이다.
다른 한편의 선택지인 수소 경제를 도입하려면 기존의 시설을 적게 이용하면서 새로운 기술에 막대한 신규 투자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수소를 생산하고 저장하는 새로운 시설을 건설해야 한다. 하지만 더 탄력 있고 지속 가능하다는 장점은 있다.
인프라 투자가 유망해 보이는 분야는 대용량 송전망을 개선하는 것이다. 그럴 경우 미국 각 지역 사이의 전력 흐름이 원활해진다. 주간 고속도로가 먼 거리로 상품과 서비스를 운송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크게 단축시켜 미국 전체의 비즈니스 비용을 낮춘 것과 비슷한 효과가 날 수 있다.
미국에는 전력 생산에 따르는 비용과 환경 영향이 다른 곳에 비해 더 적은 지역이 있다. 풍력이나 태양력 발전에 용이한 지역으로 송전선을 확대하면 저렴한 전력을 사용자에게 공급할 수 있다. 문제는 그런 지역에 인구가 적다는 것이다. 더 많은 소비자에게 그 전력을 공급하려면 강력하고 효과적인 송전망을 갖춰야 한다.
배전망(전력을 건물이나 가정에 직접 공급하는 시설)도 대규모의 추가 비용 없이 더 많은 태양력 발전을 통합할 수 있다. 그러나 태양력 발전이 배전망의 수요에서 일정 비율(장소에 따라 다르다)을 넘어서면 전체적인 비용이 더 많이 발생한다는 단점이 있다.
궁극적으로 전력망 개선 사업의 비용을 대는 쪽은 소비자(납세자)다. 하지만 혜택이 비용보다 클 수 있다. 예를 들어 텍사스 주의 경우 전력망 확장에 따라 풍력으로 생산된 전력을 훨씬 더 많이 공급할 수 있게 되면서 천연가스 가격의 하락과 함께 전력시장의 가격이 떨어졌다. 결국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간다는 뜻이다.
투자가 필요 없는 전력망 개선책은 없다. 기존 시설을 다음 10년 동안 그대로 유지하는 것만해도 수조 달러는 아니라도 수천억 달러는 든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것이다. 이 거대한 미국의 전력망을 계속 교체하고 재건하면서 우리가 초점을 맞춰야 할 기술은 과연 무엇인가?
- 조슈아 D. 로즈
[ 필자는 미국 텍사스대학(오스틴 캠퍼스) 에너지 부문 박사 후 과정 연구원이다. 이 기사는 온라인 매체 컨버세이션에 먼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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