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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관계는 ‘폭풍 전야’?

미중 관계는 ‘폭풍 전야’?

트럼프 정부, 남중국해서 첫 ‘항행의 자유’ 작전 펼치고 중국 반체제 인사 가족 미국으로 탈출시켜
최근 미국 해군은 스프래틀리 제도 미스치프 암초의 12해리 이내를 항해하며 ‘항행의 자유’ 작전을 펼쳤다. / 사진·AP-NEWSIS
최근 벌어진 두 가지 사건은 미국의 대중국 정책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좀 더 공개적으로 논의되는 사건은 미국 해군 구축함 듀이호와 관련된 작전이다. 듀이호는 지난 5월 25일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제도(중국명 난사 군도·베트남명 쯔엉사 군도)의 미스치프 암초(중국명 메이지자오)에서 12해리(약 22.2㎞) 이내의 해역을 항해하며 ‘항행의 자유(freedom of navigation)’ 작전을 펼쳤다.

미스치프 암초는 중국이 인공섬을 만들어 군사시설을 설치하는 등 강력하게 영유권을 주장하는 곳이다. 미군 구축함이 미스치프 암초의 12해리 이내로 항해했다는 것은 이 암초 해역을 중국의 영해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미국 정부 관계자는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이 계속되면서 듀이함이 미스치프 암초에 가깝게 접근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작전을 통해 중국에 강한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분석했다.

당연히 중국도 가만있지 않았다. 중국 해군은 미사일 호위함 류저우호와 루저우호를 급파해 대응했다. 중국 외교부는 미국이 이날 실시한 작전에 대한 논평 요청에 “미국 군함의 행위는 중국의 주권과 안보이익을 해치는 것”이라며 “중국은 이에 대해 강한 불만과 결연한 반대를 표한다”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항행의 자유’ 작전은 그 해역에 대한 중국의 영유권 주장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메시지가 담긴 무력시위다. 이 작전은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실시됐으며, 엄밀히 말하면 최소 2012년 이래 최초로 이뤄진 진정한 ‘항행의 자유’ 작전이다.

그와 달리 이전의 버락 오바마 정부는 지난해 10월까지 남중국해에서 몇 차례 ‘무해통항(innocent passage)’ 권리를 행사했다. 연안국의 평화와 안전을 해치지 않으면서 신속한 방식으로 영해를 통과할 수 있는 권리로, 전함을 포함해 모든 국가의 선박에 인정되는 통항권이다. 따라서 쟁점이 되는 중요한 이슈를 건드리는 데는 실패했다.

오바마 정부가 실시한 작전은 중국이 남중국해에 건설한 인공섬 주변 해역에 미국이 중국의 허가를 받지 않고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주장하려는 의도였다. 그러나 중국이 인공섬 건설을 통해 주변 해역에 대한 영유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한 좀 더 큰 문제는 건드리지 못했다.

따라서 오바마 정부의 ‘무해통항’과 이번에 트럼프 정부가 실시한 ‘항행의 자유’ 작전은 큰 차이가 있다. 오바마 정부의 작전엔 중국의 인공섬이 실제로 섬이라는 것을 인정한다는 뜻이 내포돼 있다. ‘무해통항’은 타국의 영해를 신속히 통과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무해통항’에선 그 해역을 통과하는 배가 어떤 군사활동도 할 수 없다. 다시 말해 통과하는 해역이 공해가 아니라는 것을 인정한다는 의미다.

오바마 정부는 영유권 분쟁 중인 암초 같은 해상 지형물을 선택함으로써 그 취지가 더욱 애매했다. 반드시 중국만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지형물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고 주장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지난해 7월 네덜란드 헤이그 소재 상설 중재재판소(PCA)는 필리핀이 중국을 상대로 제소한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관련해 필리핀의 승소 판결을 내렸다. 남중국해의 다양한 지형물이 실제로 섬이 아닌 암초이며, 따라서 12해리 영해권을 주장을 할 수 없다는 판결이었다. 그러자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앞서 중국 정부가 여러 차례 밝혔듯이 PCA 판결은 법적 구속력이 없으며 중국은 이번 판결을 받아들이지도 인정하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또 기고문을 통해 “터무니없는 판결”이라며 “일부 세력의 광대극에 불과하다. 해외 언론들은 미국의 꼭두각시에 불과하다”고 불쾌함을 드러냈다.

그러나 그런 판결이 나와도 오바마 정부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남중국해 암초를 매립해 중국이 건설한 인공섬의 영유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 내용을 강조하고 더 확실히 못 박아 두려면 실질적인 ‘항행의 자유’ 작전을 실시해야 했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그러지 않고 여전히 ‘무해통항’ 활동만 계속했다.

그와 달리 이번에 듀이호는 미스치프 암초의 12해리 안을 통고했을 뿐더러 더 중요하게는 ‘낙수자 구조’ 훈련도 실시했다. 그런 행동은 ‘무해통항’ 활동에서 벗어나며 ‘항행의 자유’ 작전 범위에 든다. 실제로 미스치프 암초가 섬이 아니며, 따라서 그 암초를 기준으로 영해권을 주장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 작전이다. 그로써 미국은 2012년 이래 처음으로 남중국해를 지배하려는 중국의 노력이 순순히 용인될 수 없으며 강한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는 확실한 메시지를 보냈다.

그 외 다른 사건 하나도 주목을 끌었다. 같은 시기에 미국은 태국 교도소에서 본국 송환 대기 중이던 중국 반체제 인권변호사 시에양의 가족을 무사히 탈출시켜 미국으로 데려갔다. 시에는 중국 당국의 반체제 인사 단속에서 체포된 여러 변호사와 인권운동가 중 한 명이었다.

그런 미국의 단호한 행동은 중국의 시각장애 인권변호사 천광청 사건에서 미국 대사관 관리들이 보인 우유부단하고 미온적인 태도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천은 2012년 5월 미국 대사관에 들어가 망명을 요청했지만 미국 관리들은 그의 지위에 관해 애매한 태도를 보였다. 천은 한 인터뷰에서 미국 관리들이 아내의 안전을 보장해주지 않아 대사관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미국 대사관이 내게 떠나도록 은연중에 계속 압력을 가했다.”

그러면서 일각에선 중국과의 외교적 갈등과 마찰을 우려한 미국이 천광청과 가족의 안위에 대한 확실한 보증 없이 미국 대사관을 떠나도록 했다는 이른바 ‘미국 배신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에 비해 트럼프 정부가 시에 가족의 미국행을 적극 밀어붙인 행동은 중국과의 마찰을 불사하고라도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은 트럼프 정부의 전반적인 아시아 전략이 무엇인지 불확실하다. 가장 급박한 문제가 북한이다. 북한은 미국에 도달할 수 있는 장거리 탄도미사일 개발을 계속 밀어붙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을 압박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중국은 여전히 북한 제재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다. 예를 들어 중국의 통계 수치는 북한과의 무역이 오히려 증가했다는 점을 시사한다.

게다가 트럼프 정부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적극 추진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하면서 그 대신 아시아 지역에서 양자 무역협정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지금으로선 그런 제안에 선뜻 응하는 국가가 있을지, 또 미국의 새로운 무역 전략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그러나 시에양 사건이 말해주듯이 미국은 중국의 일개 반체제인사 가족을 위해서라도 기본원칙에 충실할 것이며, 그 원칙을 지키기 위해 구체적인 행동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아울러 남중국해 한가운데서 미국 해군은 바다의 자유를 수호하는 일에 다시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듯하다. 조짐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 딘 청



[ 필자는 미국 헤리티지 재단의 중국 정치·안보 문제 연구원이다. 이 기사는 정치뉴스 전문 온라인 매체 데일리 시그널에 먼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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