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인식 달라지면서 이성애자 남성 사이의 살가운 우정 자유롭게 표출… 힘들 때 서로에게서 정서적 도움 받을 수도 있어 미국 TV 드라마 ‘스크럽스’에서 JD와 터크는 브로맨스의 진수를 보여줬다. / 사진·DISNEY-ABC남자는 “사나이답게 당당하게 행동하라”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경우 남성다움은 강인하고 감정을 억제하는 능력으로 정의됐다. 불행하게도, 또 남성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런 남성적 자부심은 친밀하고 의미 있는 우정을 나눌 능력마저 손상시켰다. 그러나 최근 들어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남성다움이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정의될 수 있다는 것을 많은 젊은이가 보여준다.
지난 10년 동안 ‘브로맨스’라는 용어가 주류 언론 사이에서 널리 사용됐다. ‘브라더(brother)’와 ‘로맨스(romance)’를 합친 조어인 브로맨스는 동성애자가 아닌 남성 간의 애틋한 감정 또는 관계를 뜻하며 남성 간의 끈끈한 우정이 그 중심이다. 영화나 드라마, 또는 저명인사 문화에서 남자들 사이의 살가운 우정을 표현하는 데 그 용어가 자주 사용됐다.
그 용어가 시사하듯 우리는 그런 우정을 로맨틱한 관계와 형제 같은 유대감을 혼합한 것으로 이해하게 됐다. 미국 드라마 ‘스크럽스’, 영화 ‘21 점프 스트리트’ ‘알러뷰 맨’ 같은 작품을 보면 브로맨스가 어떤 식으로 표현되는지 잘 알 수 있다. 특히 세스 로건이 나오는 영화가 전부 그렇다.
그렇다면 브로맨스가 현실에서도 존재할까? 존재한다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 왜 우리가 브로맨스에 관심을 가져야 할까? 이 문제를 알아보기 위해 영국 윈체스터대학의 우리 연구팀은 한 대학 캠퍼스의 남학생 30명에게 그런 질문을 했다. 그 결과는 학술지 ‘성역할(Sex Roles)’에 발표됐다. 브로맨스는 남성의 정신건강에 좋으며 자살률을 낮추는 데도 도움이 된다. / 사진·JASON PARRISH-FLICKR응답자들은 브로맨스를 당연히 남자 사이의 가장 가깝고 친밀한 우정 관계로 정의했다. 두 남자가 서로의 웰빙에 정서적으로 깊이 개입하는 상태를 의미하며 건강·가족 문제, 외모 불안에 관한 깊은 대화의 형태로 나타난다. 그들은 브로맨스에선 “남성다움을 따질 필요가 없으며 둘 사이에 무슨 말이든 다 할 수 있을 정도로 경계가 없다”고 말했다. 또 응답자들은 남자들이 서로에게 느끼는 사랑에 관해서도 이야기했다. “친구와 브로맨스 관계라면 상대에 깊은 관심과 사랑, 우정을 갖는다는 뜻이다.”
스포츠 관련 전공자인 응답자들은 섹스의 필요성 없이 두 사람 사이에 사랑이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다수는 로맨스와 브로맨스의 유일한 차이가 성적 욕구라고 지적했다. 한 학생은 “전혀 부담이나 거리낌 없이 남자 친구에게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말 사랑하기 때문이다. 성적인 끌림도 쑥스러움도 없다.” 마지막으로 응답자들은 브로맨스에선 신체적 친밀함이 흔하며, 동성 간의 키스와 포옹이 가까움과 우정의 확신을 상징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왜 지금 브로맨스가 증가하는 추세를 보일까? 남성 사이에서 표현되는 친밀함의 수준은 한 사회의 동성애를 향한 문화적 태도에 좌우된다. 그 사회가 동성애를 혐오할수록 남성은 다른 남성에 대해 더 무뚝뚝하고 공격적이 된다.
학자들은 1980년대~1990년대가 20세기에서 동성애 혐오가 가장 심한 때였다고 파악한다. 에이즈가 위력을 떨치면서 동성애에 대한 과민증과 공포가 널리 확산된 시기였다. 그 결과 동성애 혐오증이 남성다움의 기준이 됐다.
그러면서 동성애자든 아니든 거의 모든 남성은 극단적인 이성애자의 특징을 보이려고 애썼다. 그들은 강인해 보이기 위해 여성다움을 거부하고 역기를 들며 서로간의 거리를 유지했다. 브로맨스는 성적인 이끌림 없이 신체적인 친밀함을 표현할 수 있다. / 사진·SCOTT BROWN-FLICKR남성의 우정 측면에서 볼 때 정서적 웰빙의 중요한 요소인 자기 표출과 정서적 개방성이 완전히 결여된 상황이었다. 특히 젊은 남성은 서로에게 두려움과 나약함, 애정을 표현할 자유를 잃었다.
다행히도 이제 시대가 달라졌다. 근년 들어 여러 나라에서 동성 결혼을 합법화한 것은 사회의 태도가 나아졌다는 증거다. 지금은 동성애가 널리 인정되고 이해되며 적법한 성적 취향으로 인정된다는 뜻이다.
그에 따라 21세기의 남성다움은 훨씬 더 복잡하고 감정적이며 세심하게 변했다. 브로맨스가 그런 점을 잘 보여준다. 요즘 젊은 남성은 아버지 세대가 겪었던 제약 없이 자신의 남성성을 자유롭게 표출한다.
우울증과 자살 충동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고민을 상담해 주는 영국 자선단체 사마리탄스에 따르면 전통적인 남성성과 정서적 무지가 자살의 주요 위험요인이다. 기본적으로 감정을 드러낼 수 없는 남성은 우울증과 사회적 불안, 자살 충동에 시달릴 가능성이 더 크다.
안타깝게도 올해 영국에서 남성이 자살할 확률은 여성의 3배로 예상된다. 특히 나이 많은 세대의 남성이 자살에 더 취약하다. 감정을 억누르는 것이 ‘남성다움’이라는 고정관념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젊은 남성의 브로맨스는 이런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 브로맨스는 젊은 남성이 자신감 결여와 우울증에 대처할 수 있는 전략을 제공할 수 있다. 자살률은 1980년대 성장한 남성의 가장 높고 요즘 젊은이가 가장 낮다는 사실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우리 연구팀은 브로맨스가 젊은 남성의 우울증과 자살 충동 위험을 낮추는 데 기여하며, 그런 관계에 있는 남성은 어려울 때 친구에게 정서적 도움을 구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따라서 다음에 친구에게 “사나이답게 행동하라”고 말하고 싶을 때는 자신이 그에게 좋은 친구인지 생각해보라. 그처럼 나이 많은 남성이 요즘의 젊은 남성에게서 얻을 교훈도 있다.
- 스테판 로빈슨 아이비타임즈 기자
[ 필자는 영국 윈체스터대학의 연구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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