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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재벌 내각 “국가를 기업처럼”

트럼프의 재벌 내각 “국가를 기업처럼”

백만장자와 억만장자로 구성된 트럼프 정부는 역대 최고로 재산이 많다. 이들은 국민을 소비자로 대하면서 국가를 경영하겠다고 떠든다. 과연 그들의 말처럼 흑자를 낼 수 있을까
지난 3월 13일 백악관에서 열린 트럼프 정부의 첫 내각회의. / 사진 : NEWSIS
평범한 미국 시민이 알고 있는 뉴욕 억만장자의 모습은 콧수염을 기르고 작은 정부를 원하는 모노폴리 게임의 마스코트 ‘미스터 모노폴리’가 전부일 것이다. 그런데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가 후보로 나서자 이들의 도시와 마을로 전용기를 타고 날아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은 어딜 가나 뉴욕 억만장자들이 보인다. 트럼프의 대통령 취임 이후 으리으리한 대저택과 요트, 전용기 속에 몸을 숨겼던 뉴욕 억만장자들이 내각이나 대통령위원회, 자문으로 임명됐기 때문이다. 정부가 부자를 위해 일했음을 알고 분노한 유권자들은 트럼프를 선택했지만 이제는 아예 억만장자로 구성된 정부가 나타났다. ‘오즈의 마법사’가 커튼 뒤에 숨지 않고 국가 어젠다를 결정하게 된 것이다.

이들의 순재산은 10억 달러가 넘는다. 그 돈은 전 세계 60개국의 국내총생산(GDP)보다 많은 금액이다. 이미 모든 걸 가진 이들에게 대통령은 뭘 줄 수 있는가? 그리고 이들은 대통령과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이탈리아 고전영화 ‘레오파드(The Leopard)’에서 시칠리아 귀족의 몰락을 표현한 명대사가 있다. “변하지 않으려면 변해야 한다.”

돈이 넘쳐나는 맨해튼 친구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줄 수 있는 최상의 선물은 개혁하는 것처럼 보이게 해서 자본 조작과 축적을 위한 이들의 각종 술수가 연방 규제 및 높은 세율에 구속되지 않도록 풀어주는 것이다. 취임 후 3개월, 트럼프 대통령은 이 목적을 충실히 이행한다. 금융산업의 규제가 풀렸고, 화석연료 기업을 압박했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기후변화 규정은 사라졌다. 슈퍼리치를 대상으로 한 세율도 인하하겠다고 약속했다.

억만장자의 행정부 장악은 트럼프 선거본부의 핵심 정책이 아니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지속가능성을 공부한 MBA 무리를 데려오지 않을 것임은 처음부터 분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런 사람들을 알 턱이 없기 때문이다. 대신 그는 자신과 동류라고 보는 억만장자로 정부를 구성해 정부가 이들을 위해 일하게 만들었다. 백만장자와 억만장자로 구성된 트럼프 내각은 역대 최고로 재산이 많다.

뉴욕의 억만장자는 평범한 미국 시민과 너무도 다르다. 이들이 맥도널드 점원이든 메이요 클리닉 심장전문의든 상관없다. 오히려 러시아의 신흥재벌이나 나이지리아 석유왕과 더 가까운 모습이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도와 국민을 소비자로 대하면서 국가를 “기업처럼” 경영하겠다고 떠든다.

그러나 지금까지 소도시, 서민의 삶, 공동의 번영보다 자신의 어마어마한 자산을 불리는 데만 치중해 온 이들이 불법 고금리 대출이나 오바마케어의 붕괴가 서민에게 주는 어려움을 진심으로 걱정할 수 있을까? 트럼프 대통령이 데리고 나온 억만장자들은 코크 형제처럼 정부 개입을 질색하는 확실한 이념 신봉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엄청난 돈을 기부하는 로버트 머서 같은 기부왕도 아니다. 이들은 과거 트럼프가 그랬던 것처럼 ‘독립적 중도주의자’에 더 가깝다. 단지 자신의 지갑과 관련된 이슈에만 민감하다. 이제 이들의 어젠다는 국가의 어젠다가 될 것이다.
지난해 10월 뉴저지 주의 트럼프 타지 마할 카지노’(칼 아이칸 소유) 앞에서 폐업으로 일자리를 잃게 된 종업원들이 시위를 벌였다. / 사진 : NEWSIS
 알고 보면 불쌍한 억만장자들?
“부자도 더 이상 부자가 아니다.” 사교계 관련 기사를 쓰는 작가 데이비드 패트릭 컬럼비아는 말한다. “유산으로 수억 달러를 상속 받은 친구가 있다. 하루는 그 친구가 ‘나는 더 이상 부자가 아니야’라고 말했다. 친구의 재산이 줄어든 게 아니다. 다른 사람들이 수십억 달러를 벌어서다. 매년 재산을 10억 달러씩 불려나가는 사람도 있다. 이들이 신경 쓰는 건 오직 돈이다. 자신에게 돈이 얼마나 많은지 이야기하느라 바쁘다. 돈 자랑을 좋아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워싱턴으로 불러낸 억만장자들은 대부분 그와 비슷한 사람들이다. 1980년대 차입금으로 공격적 매수와 인수에 나선 전략가, 정크본드의 제왕, 기업사냥꾼, 벌처 자본가(vulture capitalist)들이다. 대공황 이후 도입됐던 각종 규제가 레이건 정부에서 하나씩 폐지되면서 월스트리트는 날개를 달았다. 이들은 각종 금융기법을 이용해 엄청난 부를 손에 쥐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자문이자 기업사냥꾼인 칼 아이칸(순재산 166억 달러)은 영화 ‘월스트리트’에서 “탐욕은 좋은 거야”라고 읊조리던 마이클 더글라스 캐릭터의 모태가 됐다. 상무장관 윌버 로스(25억 달러)와 정책자문 스티븐 슈워츠먼(118억 달러), 비공식 정보자문 스티븐 파인버그(12억 달러)는 사회적책임과 비즈니스가 함께 갈 수 있다는 지미 스튜어트식 은행가 모델이 모순이라고 믿으며 월스트리트에서 유행한 투자금융으로 재산을 증식시켰다.

뉴욕의 부동산 개발을 좌우했던 이들도 대통령 자문에 나섰다. 스티븐 로스(11억 달러)와 리차드 레프락(65억 달러)은 (트럼프와 마찬가지로) 정치인, 도시개발 규제 공무원, 50층 크레인 운영업자, 건설 폭력배, 그 외 평판이 좋지 않은 사람들과 어울리며 사업을 이끌었다. 이들은 뉴욕의 스카이라인과 주변 지역 쇼핑몰, 골프장, 주택 개발 등을 책임진 사람들이기도 하다.

이렇게 투자금융에서 돈을 벌었든, 뉴저지몰이나 고층건물로 돈을 벌었든, 트럼프 대통령이 데려온 억만장자들은 뉴욕의 나머지 상위 1%와 공통점이 많다. 세금이 얼마 되지 않고, 더 내야 한다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 정부 규제를 혐오하고, 무서울 정도로 경쟁적이다. “모두가 서로를 안다. 모두가 서로에게 돈을 대주고 경쟁도 한다”고 ‘잇 해픈즈 인 더 햄튼스(It Happens in the Hamptons)’ 저자인 저널리스트 홀리 피터슨은 말한다. 트럼프 캠프에 합류하지 않은 뉴욕의 억만장자 피터 피터슨의 딸인 그녀는 뉴욕 최상류층을 잘 알고 있다. “이들은 마치 개처럼 서로의 냄새를 맡는다.”

그러나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뉴욕 상류 사교계에 온전히 자리 잡고 들어앉지 못했다. 1983년 폴 퍼셀은 미국의 모든 사회적 계급을 고찰한 저서 ‘계급: 미국 신분제도에 대한 가이드(Class: A Guide Through the American Status System)’를 출간하며, 부의 상속과 이를 조심스럽게 드러내는 세련된 매너야말로 최고 신분의 표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뉴욕 사교계에서 이 규칙은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세력이 입장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자신의 부를 공개적으로 세심하게 보여준다. 부자인 아버지로부터 상속 받은 사람도 있지만, 모두가 처음부터 금수저였던 건 아니다. 트럼프 전략정책포럼 의장인 슈워츠먼은 펜실베이니아 포목점 아들이었지만 지금은 침실이 37개나 있는 파크애비뉴 트리플렉스 대저택에 산다. 햄튼과 플로리다 팜비치, 자메이카에 별장이 있는 건 물론이다. 그는 자신의 생일파티에 수백만 달러를 지출하는 걸로도 유명하다. 아이칸도 마찬가지다. 파 록어웨이에서 공립 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높이 약 53m의 요트를 살 정도로 부자가 됐다.

유서 깊고 기품 있는 공공건물의 화강암판에 이름을 새기거나(슈워츠먼), 사무실을 둔 초고층 건물 황동판에 돋을새김으로 이름을 넣은 억만장자도 많지만, 2억5000만 달러어치의 예술품 컬렉션을 수집한 로스 상무장관을 제외하면 이들은 딱히 예술 애호가는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럼프타워 공사를 2주간 지연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눈 여겨 보던 본윗텔러 건물의 역사적 구성물을 조각 냈고, 로스 상무장관은 시정부로부터 개발 인센티브를 더 받아내기 위해 맨해튼 미드타운에서 자신이 매입한 백화점 부지의 휑한 구멍을 10년간 방치해 도시 흉물로 만들기도 했다.

뉴욕의 다른 억만장자들은 노블리스 오블리제나 시민 사회 후원에 몰입하는 경우가 꽤 있다.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 전 시장(순재산 478억 달러로 전 세계 부호 8위)은 임기 중 총기 규제를 지지했고, 뉴욕시를 친환경 도시로 만들기 위한 운동을 공개 후원했다. 슈워츠먼의 파트너였던 뉴욕 억만장자 피터슨은 경제 싱크탱크에 10억 달러를 지원했다. 그는 빌 게이츠, 워런 버핏을 비롯한 다른 억만장자 40명과 함께 전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기부서약에도 참여했다.

그러나 트럼프 무리는 사회활동의 연장 차원에서만 자선에 참여한다. 뉴욕 공공도서관에 1억 달러를 기부한 슈워츠먼은 ‘뉴요커’에서 인색함으로 조롱 받고 한 달이 지나서 돈을 내놓았다. 금융기고가 제임스 B. 스튜어트에 따르면 슈워츠먼은 명망 높은 상류 인사들이 자주 점심을 먹는 포시즌스 그릴룸에서 좋은 자리를 예약하려 애썼지만 좀처럼 성공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당시 파트너였던 피터슨에게 그릴룸 예약이 왜 그렇게 힘든지 물었다. “돈으로 되는 게 아니라네.” 피터슨이 답했다.

뉴욕 최고 부자로 알려진 트럼프 대통령의 억만장자 사단은 문화 및 금융을 이끄는 원조 ‘귀족’보다 한 단계 아래다. “이들은 권력과 돈의 중심에 있는 최고 상류층의 성격을 갖지 않았다”고 맨해튼의 한 사모펀드 투자은행가는 말했다. “맨해튼에서는 엄청난 사회적 영향력 없이도 굉장한 부자가 될 수 있다. (트럼프가) 21세기의 파괴적 혁신을 몰고 올 선구자들을 집합시킨 건 아니다.”

벌처 자본가, 점잖게 말해서 부실기업 투자자였던 이들은 대신 다른 종류의 파괴를 몰고 왔다. 아이칸은 (지금은 불법이지만) 80년대 악명 높았던 ‘그린메일’ 기법을 창시했다. 뉴욕의 투자자금을 대거 투입해 특정 기업의 주식을 닥치는 대로 사들인 후 지분을 확보하고, 자사주를 고가에 환매하지 않으면 인수를 각오하라는 식으로 이사회를 협박하는 방식이다. 기업사냥꾼으로 악명을 날리는 동안 거대 항공사 트랜스월드를 공중 분해시킨 사람도 바로 아이칸이다.

아이칸의 계보를 잇는 파인버그는 인수한 기업을 산산조각 내서 매각하며 이름을 떨쳤다. 그는 케르베루스(하데스의 지옥문을 지키는 머리 셋 달린 ‘지옥의 파수견’) 캐피털을 통해 오하이오 주의 유리 제조업체 앵커 호킹 등의 기업을 공중분해시켰다. 그 결과 앵커 호킹에 의존하던 소도시 랭카스터는 유령도시가 됐다. 베스트셀러 ‘글래스하우스’를 보면 랭카스터가 겪은 비극이 잘 표현돼 있다. 파인버그가 정말 집중하는 분야는 무기 및 군수 계약이다.

그는 미국 총기제조사를 인수하고 거대 무기회사 프리덤그룹을 설립했다. 프리덤그룹은 샌디훅 학교 총기난사 사건의 범인이 사용했던 자동소총을 제조한 기업이다. 민간 군사훈련시설을 가진 파인버그는 시장을 선도하는 방산업체 딘코프의 소유주이기도 하다. 파인버그의 이름이 거론될 때면 ‘베일에 싸인’ ‘은둔’이란 수식어가 항상 따라붙는다.

지난해, 뉴욕 옵서버는 파인버그가 언론과 거리를 두라는 경고를 케르베루스 주주에게 보냈다는 산업스파이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그가 말하는 경고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리는 고집스러울 정도로 언론을 피하기 위해 노력한다. 케르베루스 사람들의 얼굴이나 집 사진이 언론에 실리기라도 하면 해고로 끝나지 않는다. 죽여버릴 것이다. 감옥에 간다 해도 개의치 않겠다.” (본 기사에서 언급한 억만장자 누구도 인터뷰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 파인버그 사무실에서 거절 의사를 밝히기 위해 회신했을 뿐이다.)

신임 재무장관 스티브 므누신(순재산 5억 달러)은 억만장자가 아니다. 그러나 그 또한 사람보다 돈이 먼저라는 철학으로 유명하다. 2008년 부동산 붕괴 때 캘리포니아 은행을 인수한 그는 은행 채권을 회수하기 위해 주민 수만 명을 강제 퇴거시켰다. 하루아침에 집에서 쫓겨난 주민의 대다수는 노인이거나 참전용사였다. 졸지에 집을 잃은 주민들은 므누신의 로스엔젤레스 대저택 앞에서 노숙하며 항의 시위를 했다. 이 때문에 그의 두 번째 결혼이 파탄났다.

뉴욕 포스트에서 사교계 관련 칼럼을 쓰다가 은퇴한 리즈 스미스는 트럼프가 1970년대 첫 번째 아내 이바나와 결혼생활을 할 당시부터 그를 알고 있었다. 스미스는 처음 트럼프에게 거부감을 느끼던 뉴욕 사교계가 트럼프의 억만장자 친구들이 맨해튼을 정복하면서 마지못해 트럼프를 받아들이는 과정을 지켜봤다. “돈이 많고 회사가 크면 도덕성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고 보는 세상은 기운빠진다”고 그녀는 말했다. “상류층 사람들은 처음에 그가 부자라는 사실만 접수하고 자신의 자선재단으로 트럼프 돈을 끌어오는 데만 관심을 가졌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트럼프가 자신들보다 인색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트럼프의 억만장자들은 공포심에 그를 지지한다. 그들은 불안하다. 그런 그들에게 안정을 담보하는 사람은 대통령이다. 이들 대부분은 애국자다. 부자라면 애국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모든 걸 가진 남자가 원하는 건?
트럼프의 억만장자 군단이 공동으로 가진 우선순위가 2개 있다. 조세 제도의 대대적 정비와 규제완화다. 그래야 자신들이 정부 개입에 얽매이지 않고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99%가 표면적으로만 알고 있는 전략을 이용해 상위 1%는 돈을 번다. 예를 들어, 미국인 대다수에게 파산은 재난이다. 인생의 실패이자 굴욕으로, 신용도는 엄청난 타격을 받고 집 없이 자동차에서 잠자거나 부모 집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을 둘러싼 억만장자에게 파산은 자본가의 손에 쥐어진 하나의 도구일 뿐이다. 주가 조작과 연기금 공매도, 과세를 피하기 위한 상업용 부동산 거래, 자금난에 빠지거나 공격 대상이 된 기업에 자사주 매입을 강요해 주가를 인위적으로 올리는 등 법망을 교묘히 피해 가는 각종 기술도 마찬가지다.

억만장자 왕국에서 사용하는 또 하나의 기적적 수법은 바로 납세 회피다. 버핏은 자신을 비롯한 억만장자에게 적용되는 세율이 교사보다 낮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트럼프 무리는 버핏의 경각심을 느끼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수년간 ‘합법적으로’ 수억 달러의 세금 납부를 피했고, 그의 무리도 마찬가지다.

트럼프 행정부는 억만장자를 위한 세제 혜택 확대를 분명히 했다. 므누신 재무장관은 인준 청문회에서 “상류층을 위한 감세는 결코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오바마케어를 폐지하고 트럼프케어로 대체하자고 주장했던 공화당 행보 뒤에는 언제나 부유층을 위한 세율 인하가 있었다.

초당적인 의회예산국은 트럼프케어가 시행되면 국민 2400만 명이 의료보험 혜택을 잃게 되는데 이들 대다수가 고령층 및 빈곤층이라고 발표했다. 반면, 소득 최상위 계층은 투자수입에 대해 총 1580억 달러를 절세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럼프케어가 의회에서 거부당하기 일주일 전 켄터키 주 루이빌에서 했던 연설에서 이 사실을 은연 중 발설하기도 했다. “다른 일에 착수하기 전에 이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다시 말해 대대적 감세를 시행하기 전에 이 법안의 내용을 알아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세제 정비 계획을 30년 만의 첫 개혁으로 선전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는다. 지금까지 알려진 내용을 보면 상위 1%는 6.5%의 절세 효과를 누리는 반면, 소득 중하위 계층의 절세 효과는 1.7% 이하에 머문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제액이 과세액과 동일할 경우 자신과 같은 억만장자에게 부여되는 대안적 최저한세(AMT)를 없애주겠다고 약속했다. 2005년 트럼프의 세금 고지서를 보면 AMT 덕분에 트럼프에게는 24%의 세율이 적용됐다.

슈워츠먼과 아이칸, 파인버그, (기업분할 실시 전) 로스를 비롯한 사모투자사 최고경영진은 모두 이론적으로 성과보수 공제를 받을 자격이 된다. 공제를 받으면 이들의 실질 세율은 거의 절반으로 떨어진다. 오바마가 2010년 성과보수 공제 문제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을 때 슈워츠먼은 오금이 저리는 모습이었다.특별한 세제 혜택은 월스트리트 거물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부동산 재벌도 의회가 1990년대 그들을 위해 마련한 공제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다. 일반 서민이 부동산 투자로 손실을 보면 공제를 온전히 받을 수 없지만 ‘부동산 투자 전문가’ 조건을 갖춘 사람(트럼프와 레프락, 로스)은 그 반대다.

부동산 가격은 시간이 지나면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기록함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개발업자는 보유자산 유형에 따라 27~40년간 부동산 가치의 감가상각액을 공제받을 수 있는 방안도 마련돼 있다. 블랙록 펀드 전무이사로 일하다가 현재 부자 증세와 재정 강화를 요구하는 애국 백만장자들의 모임(Patriotic Millionaires) 이사로 있는 모리스 펄은 이런 세제 개혁이 부동산 개발자와 그 상속자의 보유자산에 대한 세금을 면제해 주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자유시장으로는 불가능한 일이 있다”고 그는 말했다.

“장기적으로 더 안전한 사회를 원한다면 규제가 필요하다. 그러나 억만장자는 평범한 사람과 시각 자체가 다르다. 슈워츠먼이라면 자신이 가입한 보험사가 잘못된 계약 때문에 파산해도 굳이 규제당국의 개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냥 다른 보험사로 옮기면 되기 때문이다. 그는 뉴욕의 다른 고소득자가 내는 세금의 절반 정도만 납부할 것이다. 성과소득 세금 공제를 신경 쓰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그러나 슈워츠먼은 이 혜택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펀드매니저가 되려는 사람이 너무 부족해서 세금 관련 특별 인센티브라도 줘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을 지 모른다.”

세금 인하 외에도 아주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가진 억만장자들이 있다. 이들은 이를 표현하는 데도 전혀 거리낌이 없다. 규제 관련 특별고문 아이칸은 환경보호국(EPA) 재생가능 연료 기준만 아니었으면 지난해 2억 590만 달러의 세금을 아낄 수 있었던 텍사스 정유사 대주주다. 재생가능 연료 규제에 따라 정유사들은 옥수수 에탄올을 연료에 혼합해야 한다. 트럼프 당선 이후 아이칸은 이 규정을 바꾸기 위한 로비 공세를 퍼부으며, EPA 국장 스콧 프루잇을 심사하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해당 규정 철폐를 요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금융업 규제로 무장한 도드-프랭크 금융개혁법 폐지도 알아보고 있다. 이를 대외에 천명했을 때 그의 옆에는 슈워츠먼이 앉아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업계 원성을 사는 규제에 관해 “슈워츠먼”과 논의했으며 “모든 미국민을 위해” 경제를 어떻게 개선할지 슈워츠먼의 자문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고금리 대출의 폐단을 막기 위해 입법된 미 소비자금융보호국 법안을 점진적으로 철폐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또한 신탁 규제를 폐지하기 위한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그럼 금융자문기업은 이전처럼 자문기업에 큰 이익을 안겨주는 상품을 고객에게 판매할 수 있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억만장자 클럽은 이론적으로 트럼프의 반세계화 입장에 동조한다. 로스 상무장관은 3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위한 공식 프로세스가 임박했음을 발표했다. 그는 미국의 경제제재 및 국제무역규정을 위반한 국가(주로 중국)에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할 계획도 밝혔다. 그러나 억만장자들은 자신의 재산이 국제 문제나 무역전쟁에 영향을 받지 않는 범위에서만 국수주의적이다. 러시아와 결탁했다는 의심이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몰락을 가져올 수도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억만장자 무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는 다국적 거대기업과 이들을 지원하는 은행과의 관계가 국경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트럼프기업은 두바이에서 이스탄불, 모스크바에 이르는 전 세계 도시에서 거래를 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글로벌 브랜드 라이선스 사업은 로스 상무장관의 다국적 제국과 비교하면 그렇게까지 골수 자본주의가 아니다. 인준 청문회 이전에 로스 상무장관은 수억 달러의 자산 처분에 동의했다. 처분 대상 자산에는 러시아 마피아가 자금 세탁으로 이용했다고 의심 받는 키프로스 은행 지분도 포함됐다.

그는 대양 횡단 유조선 기업 다이아몬드 S 선박그룹에 대한 지분도 보유하고 있다. 공공청렴센터가 다이아몬드 S의 운영 내역을 검토한 결과, 이들 유조선이 중국 깃발을 달고 항해한 사실이 발견됐다. 이란 항구에 정박한 배도 있었지만 다이아몬드 S는 운항이 합법이라고 주장했다. 회사 운영의 10%는 러시아 국영 석유사 로스네프트 지분을 가진 스위스 기업과 얽혀 있기도 하다.

로스 상무장관의 국제주의가 유별난 건 아니다. 파인버그의 회사 딘코프는 아프가니스탄 경찰을 훈련시키고 사우디아라비아와 계약을 체결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로스 상무장관은 한 채에 2억5000만 달러에 달하는 최고 부유층을 위한 아파트를 뉴욕에 건설하고 있다. 그런데 이 건설 프로젝트에 10억 달러의 거금을 대출해준 기관이 바로 중국은행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 차별주의는 분명 이들의 사업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잘 조정될 것이다.

트럼프 지지 여부를 막론하고 뉴욕의 모든 억만장자를 하나로 묶어주는 이슈가 하나 있다. 바로 연방 규제에 대한 극도의 거부감이다. 금융산업이 특히 그렇고, 상업용 부동산 개발도 마찬가지다. 아이칸도 트럼프 대통령의 전반적 규제완화에 대해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친구 트럼프의 취임사를 들은 아이칸은 “사회주의를 향한 고삐 없는 위험한 질주가 끝났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대통령 취임 후 혼란에 휩싸였던 수개월이 지나갔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울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성과 중 하나가 바로 무차별적 규제 완화다. 금융업부터 환경오염, 식품안전, 총기에 이르기까지, 트럼프는 거의 모든 산업의 규제를 놀라운 속도로 뜯어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억만장자 무리와 이들의 회계사는 규제 완화로 자신의 수익성이 얼마나 높아질지 안다.

그러나 이들 정책으로 평범한 국민이 어느 정도의 부수적 이익을 누리게 될 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마일리지나 배출기준을 신경 쓰지 않고 자동차를 몰고 다니거나 승인 외 용법으로 약을 복용하고, 원유가 있다면 국립공원도 마구 시추하고,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어도 권총을 살 수 있는 자유 말고 특별히 주어지는 이득이 있을까?

- 니나 벌레이 뉴스위크 기자
 칼 아이칸(166억 달러)
사진 : NEWSIS
출신정보: 1936년 뉴욕 주 퀸즈 출생, 프린스턴 대학 학사

회사: 아이칸 엔터프라이즈, 직원 수가 9만 명이 넘는다.

자동차 부품부터 카지노, 식품포장, 패션, 부동산에 이르는 다양한 산업에 투자한다.

대표적 악행: 1980년대 원조 기업사냥꾼이었던 아이칸은 항공사 트랜스월드를 파산시킨 주범으로 지목된다. 그러나 아이칸의 악명을 높여준 일등공신은 누가 뭐래도 ‘그린메일’ 작전이다. 특정 기업의 주식을 대량 매입해서 지분을 확보한 후 적대적 인수를 무기로 협박해 시세보다 높은 가격을 받고 해당 기업에 되파는 전략이다. 워낙 악명 높아서 지금은 법으로 금지됐다.
 스티브 슈워츠먼(118억 달러)
사진 : AP-NEWSIS
출신정보: 1947년 펜실베이니아 주 헌팅턴밸리 출생, 예일 대학 학사, 조지 W. 부시와 함께 예일대학 비밀클럽 스컬 앤 본즈에서 활동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MBA

회사: 블랙스톤 그룹 공동창업자. 다국적 사모펀드 블랙스톤 그룹은 세계 최대 대안투자 기관이기도 하다. 보유 자산은 3670억 달러.

대표적 악행: 근로 빈곤층의 세금을 올려야 “정신을 바짝 차리고” 더 열심히 일한다는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고무 밑창이 달린 신발에서 나는 삑삑 소리가 거슬린다며 가사 도우미들이 편한 신발을 못 신게 만들기도 했다. 2008년 재산이 80억 달러일 때 뉴요커 기자에게 부자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불평한 적도 있다.
 스티브 로스(11억 달러)
사진 : YOUTUBE.COM
출신정보: 1941년 뉴욕 주 브롱크스 출생, 다트머스 대학 학사, 터크 경영대학원 MBA

회사: 투자신탁 보나도 리얼티 트러스트 회장이자 CEO. 뉴욕 유력 경제지 크레인스는 건물 50채를 보유한 보나도를 뉴욕 최대 상업용 부동산 임대기업 중 하나로 꼽는다.

트럼프가 준 자리: 인프라위원회 공동의장
 스티븐 파인버그(12억 달러)
사진 : NEWSIS
출신정보: 1960년 뉴욕 브롱크스, 프린스턴 대학 학사

거주지: 5000만 달러짜리 맨해튼 타운하우스(주미 이집트 대사관이 사용했던 곳으로 내부에 영화관이 있다)에 있지 않으면 약 232㎡의 코네티컷 저택에서 볼 수 있다.

회사: 사모 헤지펀드이자 투자은행인 케르베루스 캐피털 매니지먼트를 소유한다. 자산규모 1200억 달러의 케르베루스는 슈퍼마켓 체인, 알라모 렌터카, 내셔널 렌터카, 버거킹, 에어 캐나다를 비롯한 50여 개 기업 지분과 함께 10억 달러 규모의 방산업체 딘코프를 보유하고 있다. 한때는 제너럴 모터스의 지분도 갖고 있어 자동차 산업에 구제금융이 투입될 때 납세자의 돈으로 수익을 취하기도 했다.

아끼는 장난감: 테네시 주 멤피스 외곽에 약 323만7500㎡ 규모의 군사훈련시설 티어 1을 열었다. 군사시설에는 사격장, 온로드·오프로드 주행코스, 낙하산 착륙 구역과 함께 아프가니스탄 마을처럼 꾸며진 ‘시가전 전투 구역’까지 있다. 파인버그는 맹수 사냥에도 열중하는 걸로 알려졌다.

대표적 악행: 하데스의 지옥문을 지키는 머리 셋 달린 파수견 케르베루스의 이름을 따온 사모펀드라니, 악행 목록은 아주 길어질 수 있다. 그중 대표적인 걸 꼽자면 오하이오 주의 앵커 호킹 글래스를 완전히 거덜 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이후 총기 제조사 수집에 나선 파인버그의 회사 프리덤 그룹은 현재 수십 개 회사의 지배지분을 갖고 있다. 이 중에는 샌디훅 학교 총기 사건을 비롯해 여러 무차별 난사 사건에서 애용된 자동소총 제조기업도 포함됐다.

트럼프가 준 자리: 정보기관의 비공식 자문. 트럼프 대통령은 정보유출 사건의 조사 임무를 그에게 맡기겠다고 시사한 적이 있다.
 윌버 로스(25억 달러)
사진 : NEWSIS
출신정보: 1937년 뉴저지 위호큰, 예일대학 학사, 하버드 경영대학원 MBA

회사: WL 로스 기업 설립

아끼는 장난감: 아내와 함께 수집한 1억2500만 달러어치의 예술품 컬렉션

대표적 악행: 자금세탁의 중심지로 의심 받는 키프로스 은행을 통해 러시아 신흘재벌과 함께 일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하마터면 내각 인준을 받지 못할 뻔했다.

트럼프가 준 자리: 상무장관
 리차드 레프락(65억 달러)
사진 : YOUTUBE.COM
출신정보: 1945년 뉴욕시, 앰허스트 칼리지 학사, 컬럼비아 대학 로스쿨 법학박사

회사: 트럼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레프락 또한 부동산 거물의 아들로 태어나 뉴욕 부동산을 물려받고 가문의 이름을 브랜드로 키워낸 사업가다. 티파니 디자이너로 미국에 온 그의 아버지는 1905년 회사를 설립해서 (트럼프의 아버지처럼) 퀸즈에 중산층 주택을 건설해 부동산으로 돈을 벌었다. 현재 임대부동산 9만4000채를 보유한 레프락 기업은 뉴저지, 코네티컷, 뉴욕 등 3개 주에서 규모가 가장 큰 부동산 기업 중 하나다. 회사는 석유회사를 자회사로 두고 있으며 사모투자도 한다.

트럼프에 대한 호감: 트럼프 취임 연설이 끝나고 CNBC에 출연한 레프락은 친구 트럼프가 흔히들 생각하는 것보다 “더 합리적인 사람”인데 그 점을 인정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많은 부분에서 트럼프는 자신의 주장에 대해 협상의 여지를 둔다.”

트럼프가 준 자리: 트럼프 인프라위원회 공동의장
 로버트 우즈'우디' 존슨 4세 (63억 달러)
사진 : WIKIMEDIA.COMMONS
출신정보 : 1947년 뉴저지 주 뉴브런즈윅, 애리조나대학 학사

회사 : 투자사 존슨 컴퍼니를 갖고 있지만 실제 대부분의 재산은 증조부 로버트 우즈 존슨이 1885년 창업한 글로벌 다국적 의료기업 존슨&존슨의 상속 지분을 통해 증식하고 있음

아끼는 장난감 : 뉴욕 제츠 풋볼팀

대표적 악행 : (제츠 팬만 아니라면) 맨해튼에서 특별히 악명 높을 이유가 없다. 오히려 너무 ‘무르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 대학 때 술고래로 유명했던 그는 애리조나에서 술파티를 즐기던 도중 소변을 보러 밖으로 나왔다가 절벽에서 떨어져 등을 크게 다친 적이 있다.

트럼프가 준 자리 : 주영 미국 대사. 한때 조셉 케네디 급의 인물만 맡을 수 있었던 자리로, 5명의 대통령을 배출한 요직이다. 그런데 존슨과 영국의 연결고리라고는 제츠 풋볼팀이 런던에서 한 번 시합한 것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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