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재협상의 선결 조건
한·미 FTA 재협상의 선결 조건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은 한국 정부에 이익과 부담을 동시에 안겨주었다. 우선 안보 측면에서 한·미 간 포괄적 전략 동맹을 강화하는 성과를 거뒀다. 전시 작전권 이양과 한반도 통일 환경 조성에서 한국 정부의 주도적 역할에 관한 지지도 끌어냈다. 반면 두 가지 부담도 안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정부의 방위비 분담 증액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언급한 것이다. 특히 한·미 간 경제·무역 관계에 관한 공동 성명에서 ‘균형된 무역’을 증진시킨다는 내용과 ‘진정으로 공정한’ 환경을 조성한다는 대목을 눈여겨봐야 한다.
미국 행정부가 한국 정부에 ‘자유로운 무역’이란 문구를 삭제하자고 요구한 탓에 공동 성명 발표가 7시간 지연된 점을 미뤄볼 때 이런 내용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자유무역과 공정무역은 상호 밀접하게 연관돼 있지만, 그 의미는 다소 차이가 있다. 자유무역은 관세와 비관세장벽을 낮추는 정책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이와 달리 공정무역은 덤핑과 정부 보조금 지급과 같은 불공정 무역관행을 철폐하는 것과 관련된 것이다.
미국의 무역적자는 자국 경제의 성장과 패권 유지에 부정적 요인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막대한 무역적자의 근본 원인을 다른 국가의 불공정한 무역관행에서 찾으려고 한다. 미국 산업의 경쟁력은 여전히 뛰어난데, 다른 나라가 투명하지 않은 형태의 시장 개입으로 미국 상품·서비스 수출을 억제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특히 덤핑과 정부 보조금으로 대미 수출을 늘리고 있다고 본다. 이런 인식이 한·미 FTA 재협상 요구에 반영돼 있다.
한·미 FTA 발효 후 두 나라의 무역량은 증가했다. 세계 경제의 침체와 무역 축소에도 두 나라 사이의 무역량은 늘어난 것이다. 이에 따라 두 나라에서 서로의 시장점유율과 투자도 증가했다. 다만, 미국 입장에서는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가 증가한 사실이 껄끄럽다. 2011년 116억 달러였던 한국의 대미 상품 무역흑자는 2015년 258억 달러로 늘었다. 같은 기간 미국의 한국에 대한 서비스 무역흑자도 141억 달러로 다소 늘었다. 그러나 둘을 모두 고려하면 2011년 6억 달러였던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가 2015년 117억 달러로 불어났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두고 한·미 FTA 탓에 미국의 손해가 커졌다며 재협상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절차적 문제와 더불어 어떤 대응을 해야 하고 어떤 요인을 고려해야 할까. 우선 한국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특성부터 이해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공화당의 지지를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기존 공화당 행정부보다 보호무역주의 성향이 강하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후보자 시절부터 외쳐온 미국 중심의 외교정책을 채택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 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파리 기후변화협약 탈퇴를 결정했다. 미국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는 국제기구와 협약을 파기하고 있는 것이다. 한·미 FTA도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최종적으로 종료를 선언할 수 있다. 한·미 FTA 협정문에는 재협상에 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 미국이 재협상을 요구하더라도 우리에게 그에 응할지 말지 결정 권한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보다 한·미 FTA 종료라는 위험 요인을 고려해 결정할 문제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한·미 FTA 재협상보다 먼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과정과 결과를 면밀히 관찰하고 분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한·미 FTA 5년 동안 발생한 다양한 경제적 효과와 영향을 객관적으로 분석해 미국에 제시해야 한다. 특히 미국에서 관심이 많은 자동차·철강·농업·서비스·의약품 등의 수출입 동향을 면밀히 분석해 한·미 FTA가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제시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단순한 추세 분석뿐만 아니라 요인 분석과 미래 추세 예측 분석 등으로 한·미 FTA의 중장기적 효과를 제시해야 한다. 또 현재 협정에서 유예된 부분이 실행될 경우의 효과와 문제도 함께 분석해 재협상 때 나올 수 있는 미국 측 요구에 미리 대비할 필요도 있다.
2006년 시작된 한·미 FTA 협상 당시와 현재 상황이 어떻게 다르고 어떻게 유사한지도 고려해야 한다. 2006년 당시 협상 과정에서 한국 정부는 사회적 분열과 정치적 대립으로 많은 비용을 지불했다. 친미와 반미, 개방주의와 보호주의, 수출 산업과 수입 경쟁산업, 행정부와 의회 등의 다양한 진영 간 대립과 경쟁으로 많은 혼란과 갈등을 경험했다. 더불어 광우병과 독소조항, 그리고 미국 측 요구였던 ‘4대 선결 조건’ 등의 사안까지 중첩되면서 혼란과 대립이 증폭됐다. 따라서 한·미 FTA 재 협상이 이뤄지더라도 이런 대립과 갈등을 줄이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준비된 협상, 투명한 협상, 국민 동의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협상, 국회와의 협력을 구축하는 협상, 국제 규범과 원칙에 부응하는 협상 등의 원칙을 세워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미 FTA 5년 간의 실행 경험을 잘 활용해야 한다. 현 시점에서 판단하면, 한·미 FTA가 한국 경제에 심각한 부정적 효과를 나타낸 것은 아니다. 당초 우려했던 과도한 대미 의존이나 한국에 불리하다고 판단됐던 투자자 국가 소송도 발생하지 않았다. 대미 수출은 전체적으로 늘었고 일자리도 증가했다. 다만 우리가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농업·서비스·의약 부문 등에서의 수입은 증가했다. 한·미 FTA 재협상이 이뤄진다면 미국은 이런 부분에 대한 추가 개방을 요구할 것이다. 한·미 FTA를 추진할 때 한국 정부는 국내 산업의 고부가가치화, 서비스 산업 경쟁력 증대, 한국 경제의 대외신인도 증대 등을 궁극적인 목표로 채택했다. 5년이란 시간으로는 이런 장기적 목표를 이뤘는지 평가하기 이르다. 한·미 FTA 재협상이 이뤄진다면 장기 목표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정책을 채택할 필요가 있다.
국가 간 통상관계는 서로의 이익이 늘어나는 방향으로 확대·심화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상대 이익에 관한 고려보다는 절대 이익에 대한 고려가 앞서야 하는 이유다. 한·미 두 나라 정부는 서로의 국내 정치적 이익을 위해 협상을 진행하겠지만, 한·미 FTA가 두 나라에 모두 이익이 된다고 판단하면 한·미 FTA를 통한 경제적 이익은 정치적 이익으로도 환원될 것이다. 한·미 사이에는 경제적 이익 이외에도 안보적 이익과 가치 공유 이익이 존재한다.
이런 측면을 한국 정부도 고려해야 한다. 이런 환경에서 한국 정부는 미국의 다양한 경제적 공세에 종합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미국 정부는 한·미 FTA 재협상뿐만 아니라 환율과 관련된 압박, 무역장벽과 관련된 압박 등 다양한 경제적 압박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 한·미 FTA 재협상과 관련해 당당하고, 투명하고, 치밀한 준비가 절실한 시점이다.
제주평화연구소 JPI PeaceNet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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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행정부가 한국 정부에 ‘자유로운 무역’이란 문구를 삭제하자고 요구한 탓에 공동 성명 발표가 7시간 지연된 점을 미뤄볼 때 이런 내용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자유무역과 공정무역은 상호 밀접하게 연관돼 있지만, 그 의미는 다소 차이가 있다. 자유무역은 관세와 비관세장벽을 낮추는 정책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이와 달리 공정무역은 덤핑과 정부 보조금 지급과 같은 불공정 무역관행을 철폐하는 것과 관련된 것이다.
미국의 무역적자는 자국 경제의 성장과 패권 유지에 부정적 요인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막대한 무역적자의 근본 원인을 다른 국가의 불공정한 무역관행에서 찾으려고 한다. 미국 산업의 경쟁력은 여전히 뛰어난데, 다른 나라가 투명하지 않은 형태의 시장 개입으로 미국 상품·서비스 수출을 억제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특히 덤핑과 정부 보조금으로 대미 수출을 늘리고 있다고 본다. 이런 인식이 한·미 FTA 재협상 요구에 반영돼 있다.
한·미 FTA 발효 후 두 나라의 무역량은 증가했다. 세계 경제의 침체와 무역 축소에도 두 나라 사이의 무역량은 늘어난 것이다. 이에 따라 두 나라에서 서로의 시장점유율과 투자도 증가했다. 다만, 미국 입장에서는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가 증가한 사실이 껄끄럽다. 2011년 116억 달러였던 한국의 대미 상품 무역흑자는 2015년 258억 달러로 늘었다. 같은 기간 미국의 한국에 대한 서비스 무역흑자도 141억 달러로 다소 늘었다. 그러나 둘을 모두 고려하면 2011년 6억 달러였던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가 2015년 117억 달러로 불어났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두고 한·미 FTA 탓에 미국의 손해가 커졌다며 재협상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절차적 문제와 더불어 어떤 대응을 해야 하고 어떤 요인을 고려해야 할까. 우선 한국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특성부터 이해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공화당의 지지를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기존 공화당 행정부보다 보호무역주의 성향이 강하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후보자 시절부터 외쳐온 미국 중심의 외교정책을 채택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 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파리 기후변화협약 탈퇴를 결정했다. 미국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는 국제기구와 협약을 파기하고 있는 것이다. 한·미 FTA도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최종적으로 종료를 선언할 수 있다. 한·미 FTA 협정문에는 재협상에 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 미국이 재협상을 요구하더라도 우리에게 그에 응할지 말지 결정 권한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보다 한·미 FTA 종료라는 위험 요인을 고려해 결정할 문제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한·미 FTA 재협상보다 먼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과정과 결과를 면밀히 관찰하고 분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한·미 FTA 5년 동안 발생한 다양한 경제적 효과와 영향을 객관적으로 분석해 미국에 제시해야 한다. 특히 미국에서 관심이 많은 자동차·철강·농업·서비스·의약품 등의 수출입 동향을 면밀히 분석해 한·미 FTA가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제시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단순한 추세 분석뿐만 아니라 요인 분석과 미래 추세 예측 분석 등으로 한·미 FTA의 중장기적 효과를 제시해야 한다. 또 현재 협정에서 유예된 부분이 실행될 경우의 효과와 문제도 함께 분석해 재협상 때 나올 수 있는 미국 측 요구에 미리 대비할 필요도 있다.
2006년 시작된 한·미 FTA 협상 당시와 현재 상황이 어떻게 다르고 어떻게 유사한지도 고려해야 한다. 2006년 당시 협상 과정에서 한국 정부는 사회적 분열과 정치적 대립으로 많은 비용을 지불했다. 친미와 반미, 개방주의와 보호주의, 수출 산업과 수입 경쟁산업, 행정부와 의회 등의 다양한 진영 간 대립과 경쟁으로 많은 혼란과 갈등을 경험했다. 더불어 광우병과 독소조항, 그리고 미국 측 요구였던 ‘4대 선결 조건’ 등의 사안까지 중첩되면서 혼란과 대립이 증폭됐다. 따라서 한·미 FTA 재 협상이 이뤄지더라도 이런 대립과 갈등을 줄이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준비된 협상, 투명한 협상, 국민 동의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협상, 국회와의 협력을 구축하는 협상, 국제 규범과 원칙에 부응하는 협상 등의 원칙을 세워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미 FTA 5년 간의 실행 경험을 잘 활용해야 한다. 현 시점에서 판단하면, 한·미 FTA가 한국 경제에 심각한 부정적 효과를 나타낸 것은 아니다. 당초 우려했던 과도한 대미 의존이나 한국에 불리하다고 판단됐던 투자자 국가 소송도 발생하지 않았다. 대미 수출은 전체적으로 늘었고 일자리도 증가했다. 다만 우리가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농업·서비스·의약 부문 등에서의 수입은 증가했다. 한·미 FTA 재협상이 이뤄진다면 미국은 이런 부분에 대한 추가 개방을 요구할 것이다. 한·미 FTA를 추진할 때 한국 정부는 국내 산업의 고부가가치화, 서비스 산업 경쟁력 증대, 한국 경제의 대외신인도 증대 등을 궁극적인 목표로 채택했다. 5년이란 시간으로는 이런 장기적 목표를 이뤘는지 평가하기 이르다. 한·미 FTA 재협상이 이뤄진다면 장기 목표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정책을 채택할 필요가 있다.
국가 간 통상관계는 서로의 이익이 늘어나는 방향으로 확대·심화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상대 이익에 관한 고려보다는 절대 이익에 대한 고려가 앞서야 하는 이유다. 한·미 두 나라 정부는 서로의 국내 정치적 이익을 위해 협상을 진행하겠지만, 한·미 FTA가 두 나라에 모두 이익이 된다고 판단하면 한·미 FTA를 통한 경제적 이익은 정치적 이익으로도 환원될 것이다. 한·미 사이에는 경제적 이익 이외에도 안보적 이익과 가치 공유 이익이 존재한다.
이런 측면을 한국 정부도 고려해야 한다. 이런 환경에서 한국 정부는 미국의 다양한 경제적 공세에 종합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미국 정부는 한·미 FTA 재협상뿐만 아니라 환율과 관련된 압박, 무역장벽과 관련된 압박 등 다양한 경제적 압박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 한·미 FTA 재협상과 관련해 당당하고, 투명하고, 치밀한 준비가 절실한 시점이다.
제주평화연구소 JPI PeaceNet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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