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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관중 있는 곳에선 달릴 수 없다니…

남성 관중 있는 곳에선 달릴 수 없다니…

선거 후보자 토론 생중계, 히잡 안 쓴 여성 선수의 자격 박탈 등 올해 이란 당국이 이슬람 가치에 반한다며 불법화한 일상 활동들
지난해 3월 네팔 카트만두에서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줌바 댄스를 추는 여성들. 이란은 이슬람 가치와 상반된다는 이유로 줌바 댄스를 금지했다.
줌바는 라틴 댄스의 기본 스텝에 다양하고 쉬운 동작들을 추가한 댄스 피트니스 프로그램으로 세계적으로 큰 인기다. 이란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지난 6월 초 이란 정부는 줌바 댄스를 금지했다. 그러자 건강 챙기기에 열성적인 이란인은 성장하는 이란 중산층의 사고와 갈수록 동떨어지는 듯한 이슬람 지도부에 격분한다.

이란의 건전한 생활방식을 도모하는 ‘모두를 위한 스포츠 연맹’의 알리 마즈다라 회장은 춤과 운동을 결합한 줌바 댄스가 이슬람 가치와 상반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청소년부에 보낸 공개 서한에서 “줌바 같은 신체활동을 볼 때 어떤 형태든, 또 어떤 이름을 붙이든 율동이나 댄싱은 이슬람 율법에 맞지 않으며 이 운동의 금지가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란의 이슬람 성직자들이 죄악이라고 믿는 활동을 막기 위해 여러 일상활동의 금지에 착수했다. 올해 상반기에 이란 당국이 불법화한 다른 활동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선거 후보자 토론회 생중계
지난 4월 이란의 선거관리위원회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생중계되는 토론회를 금지했다(선거에서 온건파 하산 로하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후보자 토론이 녹화로 방송돼야한다며 후보자들에게 “국가의 이미지를 실추시키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다. 로하니 대통령을 비롯한 일부 후보자는 그 조치를 비판했다.
 당구와 체스 선수들
이란 스포츠 당국은 지난 3월 여성 당구 선수 5명의 국내 외 경기 참가를 금지했다. 이란 당구·볼링연맹은 그 여성들이 중국에서 열린 차이나 오픈 대회에 참석했을 때 ‘이슬람 원칙’을 어겼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어떤 원칙을 어겼는지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이란은 스포츠 대회에 참석하는 여성에게 반드시 히잡 같은 이슬람 복장 규정을 지키도록 강요한다. 지난 2월엔 이란 체스 국가대표팀이 스페인 남단의 영국령 지브롤터에서 열린 대회에 참가한 18세 이란 여성 선수의 대표팀 자격을 박탈하고 국네 체스대회 참석도 금지했다. 히잡 착용을 거부했다는 이유였다. 또 다른 체스 선수 나지 파이키제도 지난 2월 히잡 착용을 거부해 세계 체스 챔피언십에 출전하지 못했다. 파이키제는 “여성을 표적으로 하는 탄압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미국 레슬링 선수들
지난 2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인 미국 입국 금지령을 발동하자 그에 맞서 이란도 같은 달 서부 도시 케르만샤에서 열린 프리스타일 월드컵 대회에 미국 레슬링팀의 참석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그 조치는 일시적이었다. 미국 법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인 입국 금지령 시행을 중지시키자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미국 레슬링팀에 비자를 발급하겠다고 밝혔다.
 여성 마라토너들
이란은 지난 5월 개최된 대선후보 토론회의 생중계 대신 녹화 방영을 지시했다(왼쪽). 이란에서 첫 마라톤대회가 열렸지만 여성은 비공개 스타디움 안에서만 달릴 수 있었다.
이란 테헤란 남부 아자디 스포츠 단지에서 지난 4월 마라톤 대회인 ‘제1회 국제 파르시 런 대회’가 열렸다. 대회 명칭에 ‘마라톤’ 대신 ‘파르시(페르시아의 이란어 표기) 런’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은 기원전 490년 그리스 아테네가 페르시아와 전쟁에서 승리한 것을 기리는 데서 마라톤이 유래해서다.

이 대회에 외국인을 포함해 수백 명이 참석했다. 그러나 공공장소에서 남녀를 엄격하게 구별하는 만큼 이날 대회도 남성 경기는 오전 7시에 시작됐지만 여성은 오후 4시에 열렸다. 여성 참가자는 히잡이나 스포츠용 스카프를 머리에 둘러야 하고 반소매와 반바지가 금지됐다. 또 이란 당국은 여성의 경우 남성 관중 없이 비공개 스타디움에서 10㎞만 달릴 수 있다고 결정했다. 이란에 남녀가 함께 달리는 것을 금지하는 법은 없지만 스포츠 장관은 혼성 경기를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인스타그램의 동영상 생중계
지난 4월 이란 인권센터에 따르면 사법부는 사진 공유 서비스 인스타그램의 동영상 생중계 기능을 금지하라는 명령을 하달했다. 이란에선 지도층이 이슬람의 원칙에 반한다고 판단하는 글과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면 엄한 처벌을 받는다. 또 모든 소셜 미디어 플랫폼은 철저히 검열 받는다.

동영상 생중계는 지난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과 후보 지지자들이 검열 심한 국영 언론을 우회하기 위해 사용했다. 인스타그램의 동영상 생중계 기능에 대한 금지령이 선거 3주 전에 내려진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중동 지역에서 이란의 라이벌인 이슬람 수니파 국가 사우디아라비아는 여성의 운전과 포켓몬부터 눈사람까지 모든 것을 금지한다. 그와 마찬가지로 이슬람 시아파 국가인 이란의 종교 당국도 서방의 생활방식이나 습관으로 인식되는 것을 금하는 칙령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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