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올드로이드 감독의 데뷔 영화, 외설과 폭력이 흥미 끌지만 재미는 없어 플로렌스 퓨는 남편과 시아버지로부터 괴롭힘을 당하지만 하인에게는 더 없이 사악한 캐서린을 연기한다.여성학을 전공하는 누군가가 학위 논문으로 가부장제를 비난하는 팜므 파탈 류의 누아르 영화를 제작한다면 윌리엄 올드로이드 감독의 데뷔작 ‘레이디 맥베스’(국내 개봉 8월 3일)와 비슷한 작품이 나올 듯하다. 외설적이고 폭력적인 면이 흥미를 끌긴 하지만 영화적인 재미는 별로 없다. 치밀하게 계산된 이 영화는 모든 샷이 의미를 담고 있으며 우연의 여지는 전혀 없다. 차가운 잔인성을 빼면 생명이라곤 도무지 느껴지지 않는 영화다.
배경은 19세기 중반 영국 노섬벌랜드 주 시골의 따분한 마을이다. 캐서린(플로렌스 퓨)은 탄광사업의 대를 이을 자식을 보려는 알렉산더(폴 힐튼)의 신부로 팔려간다. 차갑고 비열한 성격의 술꾼인 알렉산더는 캐서린과 함께할 때만 성불능 증세를 보이며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통제하려 든다. 게다가 그녀의 시아버지(크리스토퍼 페어뱅크)는 며느리에게 아들의 노예처럼 살 것을 강요한다.
남편과 시아버지가 사업 때문에 집을 비운 사이 캐서린은 집안의 일꾼 세바스찬(코스모 자비스)과 어울리기 시작한다. 그들은 곧 그녀의 침대에서 하룻밤에도 몇 번씩 성관계를 하는 사이로 발전한다.
캐서린이 이런 식으로 남편과 시아버지의 괴롭힘에 저항하는 대목은 용감한 여주인공이 억압을 이겨내고 사랑을 쟁취하는 시대극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캐서린은 하녀 애나(네이오미 애키)를 제멋대로 부리고 심지어 자신이 잘못한 일에 대한 벌까지 받게 한다. 그녀는 꽃 피우는 방법을 터득한 시들어가는 제비꽃이 아니라 ‘레이디 맥베스’라는 영화 제목이 시사하듯이 교활한 살인자다. 그녀가 시아버지를 죽여도 관객들은 별로 개의치 않는다. 페어뱅크의 형편없는 연기를 그만 봐도 된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하지만 이 영화는 여권주의자의 복수극은 아니다.
올드로이드 감독과 시나리오 작가 앨리스 버치는 그보다 훨씬 더 복잡한 뭔가를 노린 듯하다. 관객이 캐서린을 응원하도록 유인하는 한편 점점 더 끔찍해지는 그녀의 악행에 혐오감을 느끼게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캐서린을 매우 사악한 인물로 묘사함으로써 섹스에 굶주린 교활한 여성에 관한 성차별주의적 작품처럼 비쳐진다.외모에서 풍기는 이미지가 마일리 사이러스를 닮은 퓨는 캐서린의 사악한 면모를 당차게 연기한다. 캐서린이 자신의 공공연한 불륜 행각에 충격을 받은 애나를 비웃는 모습은 우스꽝스럽기까지 하다. 살인자가 이런 식으로 자신에게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남편과 시아버지가 사업 때문에 집을 비운 사이 캐서린은 집안의 일꾼 세바스찬과 어울리기 시작한다.이 영화는 19세기 러시아 작가 니콜라이 레스코프의 단편소설을 바탕으로 했다. 자연에 대한 멋진 묘사가 인상적이며 주인공에게 연민의 정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다. 이런 소설을 바탕으로 이렇게 음산하고 재미없는 영화를 만들 수 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
영화 평론계에 일말의 공정성이라도 존재한다면 올드로이드 감독은 인종차별주의자라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매혹당한 사람들’의 소피아 코폴라 감독과 ‘더 배드 배치’의 애나 릴리 아미푸르 감독이 그랬듯이 말이다(하지만 이 감독들에 대한 비난은 작품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부당한 것이었다). 올드로이드 감독은 캐서린의 폭력에 부당하게 피해를 입는 캐릭터를 모두 흑인으로 설정했다. 세바스찬은 흑백 혼혈이고 캐서린의 하녀와 다른 두 캐릭터는 흑인이다. 1865년 노섬벌랜드에 흑인이 얼마나 많이 살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들 배우의 피부색은 희생자의 이미지를 강조할 목적으로 이용됐으며 그것은 추한 일이다.
‘레이디 맥베스’는 칸느 등 국제 영화제에서 그 대담성으로 칭송 받았다. 하지만 교활한 여성에 대한 뻔뻔한 찬양으로 치자면 자크 투르뇌 감독의 ‘과거로부터’(1947)와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팜므 파탈’(2002)이 한 수 위다. 또한 순종적인 아내를 가장한 사이코패스의 초상으로는 존 M. 스탈 감독의 ‘애수의 호수’(1945)가 훨씬 더 인상적이다.
- 찰스 테일러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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