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보다 축구가 좋아
남편보다 축구가 좋아
스포츠에 열정적이고 헌신적인 열혈 여성팬 많다는 조사 결과 나와 스포츠의 열성팬은 남성이 주류를 이룬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여성은 스포츠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고 남성 스타 플레이어들의 성적 매력에만 관심 있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다. 하지만 새로운 조사에 따르면 여성 팬도 남성 못지않게 열성적이고 헌신적이다.
난 최근 영국 레스터에서 축구와 럭비 팬 3세대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스포츠는 많은 여성 팬의 삶과 정체성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동안 스포츠 팬으로서 여성의 경험을 살피는 조사가 별로 이뤄지지 않은 이유는 여성 팬들에 대한 (성차별적) 고정관념 때문인 듯하다. 대다수 연구가 남성 팬들과 팬들 사이의 경쟁, 훌리거니즘(스포츠 경기에서 관중의 폭력) 등의 문제에 초점을 맞췄다.
난 이번 조사에서 여성 스포츠 팬들에 관한 연구의 부족과 여성 팬들을 남성에 비해 진실성이 떨어지거나 열등한 존재로 보는 인식에 정면으로 도전했다. 조사 결과 여성 팬들은 스타일이 매우 다양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남성은 ‘진짜’ 팬이며 여성은 ‘가짜’이거나 ‘진실되지 않은’ 팬이라는 이분법적 인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우선 여성 팬들은 매우 헌신적인 ‘열성’ 팬과 좀 더 ‘쿨한’ 팬으로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인터뷰 대상자 중 축구 팬의 약 85%와 럭비 팬의 절반 정도가 열성 팬에 속했다.
열성 팬들에게 스포츠는 그들의 정체성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들은 이력서에 좋아하는 팀을 언급하거나 처음 만나는 사람들에게 특정 클럽의 팬이라는 사실을 밝힌다. 이 여성 팬들은 스포츠 경기를 관람하거나 그에 대한 생각을 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일부 극성 팬들은 자신이 응원하는 클럽이나 팀을 거의 ‘매 순간’ 마음 속에 두고 있다.
한 여성 축구 팬은 이렇게 말했다. “축구는 언제나 내 삶이었다. 난 많은 스포츠를 좋아하지만 축구는 내 평생의 사랑이다. 그것은 나 자신이며 내 일부다.”여성 럭비 팬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시즌 티켓을 소지한 한 여성은 자신의 인생에서 스포츠의 역할을 이렇게 설명했다. “우선순위로 따지자면 레스터 타이거스가 제일 먼저고 그 다음이 배우자, 그 다음이 자식과 손자들의 순이다. 모두가 그 사실을 안다. 난 가족에게 그게 내 인생의 우선순위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 팬들에게 스포츠는 경기 결과에 따라 극단적인 정서적 반응을 이끌어낸다. 그리고 이런 반응은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에 큰 영향을 준다. 이들의 삶에서 자신이 응원하는 스포츠 클럽은 너무도 중요해 다른 활동과 가족 행사 등을 계획하는 일이 매우 복잡해진다. 심지어 가족의 결혼식도 축구 경기가 있는 날과 겹쳐선 안된다.
열성 축구 팬 중 몇몇은 다른 클럽을 응원하는 사람과는 사귈 수가 없다고 밝혔다. 한 여성 팬은 이렇게 말했다. “축구는 내 인생에서 너무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따라서 만약 상대 남성이 나를 레스터 시티의 팬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면 아예 사귈 생각이 안 든다.”
많은 팬들이 집안의 방 몇 개 또는 집 전체를 클럽의 상징색과 기념품으로 꾸몄다고 말했다. 또 여성 축구 팬 중 일부는 자신이 응원하는 클럽에 충성을 맹세하는 의미로 몸에 클럽 로고 문신을 새겼다고 했다. 한편 ‘쿨한’ 여성 팬들의 경우엔 열성 팬만큼 스포츠가 삶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들은 스포츠를 ‘취미’나 ‘오락’으로 여겼다. ‘시간 날 때 즐기는 여러 가지 일 중 하나’라는 식이다.
여성 팬들 중엔 열성 팬이나 쿨한 팬 중 어느 한쪽에 확실하게 속한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양쪽을 오락가락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갈팡질팡하는 주된 이유 중 하나가 자녀 양육 문제다. 이는 아직도 대다수 여성이 자녀 양육과 가사의 대부분을 책임진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이 조사 결과는 여성 스포츠 팬들을 좀 더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특정 클럽을 자기 가족만큼이나 사랑하는 여성들을 무시하는 것은 많은 팬층을 소외시킬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스포츠를 남성만의 취미로 만들 위험성이 있다.
- 스테이시 포프
[ 필자는 영국 더럼대학의 응용사회학 부교수다. 이 기사는 온라인 매체 ‘컨버세이션’에 먼저
실렸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난 최근 영국 레스터에서 축구와 럭비 팬 3세대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스포츠는 많은 여성 팬의 삶과 정체성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동안 스포츠 팬으로서 여성의 경험을 살피는 조사가 별로 이뤄지지 않은 이유는 여성 팬들에 대한 (성차별적) 고정관념 때문인 듯하다. 대다수 연구가 남성 팬들과 팬들 사이의 경쟁, 훌리거니즘(스포츠 경기에서 관중의 폭력) 등의 문제에 초점을 맞췄다.
난 이번 조사에서 여성 스포츠 팬들에 관한 연구의 부족과 여성 팬들을 남성에 비해 진실성이 떨어지거나 열등한 존재로 보는 인식에 정면으로 도전했다. 조사 결과 여성 팬들은 스타일이 매우 다양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남성은 ‘진짜’ 팬이며 여성은 ‘가짜’이거나 ‘진실되지 않은’ 팬이라는 이분법적 인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우선 여성 팬들은 매우 헌신적인 ‘열성’ 팬과 좀 더 ‘쿨한’ 팬으로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인터뷰 대상자 중 축구 팬의 약 85%와 럭비 팬의 절반 정도가 열성 팬에 속했다.
열성 팬들에게 스포츠는 그들의 정체성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들은 이력서에 좋아하는 팀을 언급하거나 처음 만나는 사람들에게 특정 클럽의 팬이라는 사실을 밝힌다. 이 여성 팬들은 스포츠 경기를 관람하거나 그에 대한 생각을 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일부 극성 팬들은 자신이 응원하는 클럽이나 팀을 거의 ‘매 순간’ 마음 속에 두고 있다.
한 여성 축구 팬은 이렇게 말했다. “축구는 언제나 내 삶이었다. 난 많은 스포츠를 좋아하지만 축구는 내 평생의 사랑이다. 그것은 나 자신이며 내 일부다.”여성 럭비 팬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시즌 티켓을 소지한 한 여성은 자신의 인생에서 스포츠의 역할을 이렇게 설명했다. “우선순위로 따지자면 레스터 타이거스가 제일 먼저고 그 다음이 배우자, 그 다음이 자식과 손자들의 순이다. 모두가 그 사실을 안다. 난 가족에게 그게 내 인생의 우선순위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 팬들에게 스포츠는 경기 결과에 따라 극단적인 정서적 반응을 이끌어낸다. 그리고 이런 반응은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에 큰 영향을 준다. 이들의 삶에서 자신이 응원하는 스포츠 클럽은 너무도 중요해 다른 활동과 가족 행사 등을 계획하는 일이 매우 복잡해진다. 심지어 가족의 결혼식도 축구 경기가 있는 날과 겹쳐선 안된다.
열성 축구 팬 중 몇몇은 다른 클럽을 응원하는 사람과는 사귈 수가 없다고 밝혔다. 한 여성 팬은 이렇게 말했다. “축구는 내 인생에서 너무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따라서 만약 상대 남성이 나를 레스터 시티의 팬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면 아예 사귈 생각이 안 든다.”
많은 팬들이 집안의 방 몇 개 또는 집 전체를 클럽의 상징색과 기념품으로 꾸몄다고 말했다. 또 여성 축구 팬 중 일부는 자신이 응원하는 클럽에 충성을 맹세하는 의미로 몸에 클럽 로고 문신을 새겼다고 했다. 한편 ‘쿨한’ 여성 팬들의 경우엔 열성 팬만큼 스포츠가 삶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들은 스포츠를 ‘취미’나 ‘오락’으로 여겼다. ‘시간 날 때 즐기는 여러 가지 일 중 하나’라는 식이다.
여성 팬들 중엔 열성 팬이나 쿨한 팬 중 어느 한쪽에 확실하게 속한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양쪽을 오락가락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갈팡질팡하는 주된 이유 중 하나가 자녀 양육 문제다. 이는 아직도 대다수 여성이 자녀 양육과 가사의 대부분을 책임진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이 조사 결과는 여성 스포츠 팬들을 좀 더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특정 클럽을 자기 가족만큼이나 사랑하는 여성들을 무시하는 것은 많은 팬층을 소외시킬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스포츠를 남성만의 취미로 만들 위험성이 있다.
- 스테이시 포프
[ 필자는 영국 더럼대학의 응용사회학 부교수다. 이 기사는 온라인 매체 ‘컨버세이션’에 먼저
실렸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사상 첫 '11월 태풍'도, 7년만에 한반도 태풍도 없었다" 태풍 콩레이, 대만서 힘 잃을 듯
2투다리, 베트남 다낭서 우수 점주들과 해외연수 진행
3속이 훤히 보이는 TV...美 타임이 선정한 올해 최고 발명품은?
4입지 좁아진 대형마트...11월 ‘폭탄 할인’으로 고객 발길 돌린다
5중국 선저우 19호 유인 우주선 발사 성공…우주정거장 도킹 완료
6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라이드플럭스, 260억원 투자유치 성공
7NH투자증권 모바일앱 퇴직연금 서비스 누적 이용수 400만회 돌파
8상상인증권 신임 대표이사에 주원 사장 선임
9검찰, 샤넬 본사서 '김정숙 재킷' 확보…동일성 여부 확인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