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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용로가 만난 사람(9) 국내 최장수 앰배서더호텔그룹 서정호 회장] “공급 과잉으로 2020년까지 호텔업 불황”

[윤용로가 만난 사람(9) 국내 최장수 앰배서더호텔그룹 서정호 회장] “공급 과잉으로 2020년까지 호텔업 불황”

“사물인터넷·빅데이터 활용한 라이프스타일 호텔로 고객 유치”...1955년 금수장에서 호텔그룹으로 성장
서정호 회장은 1982년 미국 네바다 주립대학 호텔경영학 / 1993년 노보텔 앰배서더 강남 대표이사 / 1996년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 대표이사 / 1997년 앰배서더 호텔 그룹 회장 / 2003년 앰배스텔 설립, 이비스 앰배서더 서울 회장 / 2006년 이비스 앰배서더 명동 회장. 사진 : 김현동 기자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한·중 관계가 얼어붙으면서 지난해 말부터 중국인 관광객의 한국 방문이 확 줄었다. 올해 1~6월 중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255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81만 명) 대비 41% 감소했다. 국내 관광산업의 ‘큰 손’으로 불리는 유커(중국인 단체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기면서 호텔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12년 7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시행된 ‘관광숙박시설 확충을 위한 특별법(관광숙박시설 건립시 서울시 일반주거지역은 최대 150%, 상업지역은 최대 500% 용적률 추가 제공)’ 시행으로 호텔 공급이 급증했다. 법 시행 이후 비즈니스호텔 등이 우후죽순 들어섰고 공급 과잉 현상이 나타났다. 지난해 말 현재 서울 시내 348개 관광호텔의 객실 수는 4만6947개로 2012년(161개, 객실 2만7173개)보다 72.7% 증가했다.

서정호(65) 앰배서더호텔그룹 회장은 “외국인 관광객이 증가할 것이라는 장밋빛 예상 속에 정부가 내놓은 관광 활성화 대책이 오히려 (호텔산업에는) 독이 됐다”며 “호텔시장 불황은 오는 2020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20여년간 호텔을 경영하면서 요즘이 어려운 시기인 것 같아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앰배서더호텔은 지난 1955년 10월 ‘금수장’이라는 이름의 작은 호텔에서 출발했다. 순수 국내 민간자본으로 지은 호텔중에는 가장 오래됐다. 서 회장의 선친인 고(故) 서현수 선대회장이 지난 1965년 “한국식 이름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한국을 대표하는 ‘대사(Ambassador)’ 같은 호텔이 되길 바라는 뜻으로 금수장 호텔을 ‘호텔 앰배서더’로 바꿨다. 서 회장은 미국 라스베이거스 네바다 주립대학에서 호텔 경영학 학·석사 과정을 마친 후 1985년부터 호텔 경영에 참여했다. 그로부터 7년 뒤인 1992년 선친으로부터 경영권을 물려받았다.

앰배서더호텔은 1987년 세계 137개국에서 4300여개의 호텔체인을 거느린 프랑스 아코르(Accor)호텔그룹과 파트너십을 맺었다. 아코르호텔그룹과 앰배서더호텔그룹이 합작한 아코르 앰배서더 코리아는 풀만(Pullman)·노보텔(Novotel)·머큐어(Mercure)·이비스(ibis)·이비스스타일(ibis styles)·이비스 버젯 (ibis budget) 등의 브랜드를 보유하며 전국 주요 6개 도시에서 19개 호텔 체인 운영하고 있다.

서 회장은 불황 타개를 위한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진입한 만큼 사물인터넷(IoT) 객실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호텔 플랫폼을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며 “투숙객 니즈와 라이프스타일을 충족할 수 있는 호텔을 만들어 고객을 끌어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15년 5월 한국의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할 수 있는 한옥호텔인 ‘경원재 앰배서더 인천’을 오픈했다. 인천 송도 2만8000㎡의 부지에 총 30개 객실의 객실동과 영빈관·한식당 건물을 갖춘 이 호텔은 한옥 호텔로는 전국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은 서 회장에게 호텔 시장의 현안과 미래 전망을 물었다. 대담은 지난 7월 11일 서울 중구 장충동에 자리한 그랜드 앰배서더 서울호텔 서 회장 집무실에서 진행했다.
앰배서더호텔은 지난 1955년 10월 ‘금수장’이라는 이름의 작은 호텔에서 출발했다. 사진은 금수장 호텔 옛 모습. / 사진 : 앰배서더호텔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이하 윤용로):
최근 지인들과 이곳에서 식사하고 호텔 뒤편에 있는 박물관을 둘러봤어요(앰배서더 서울호텔은 지난 2015년 9월 창립 60주년을 맞아 호텔의 역사를 담은 박물관 의종관을 개관했다). 박물관에 전시된 서현수 선대 회장의 수첩에 깨알 같은 글씨로 메모가 되어있던데 서 회장님 수첩도 똑같네요(서 회장은 인터뷰 질문지에 빼곡히 답변을 적어왔다). 역시 부전자전이네요(웃음).



서정호 앰배서더호텔 회장(이하 서정호):
박물관으로 개조한 공간은 제가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살았던 곳이에요. 고등학교(중앙고) 때는 거기서 자전거를 타고 등·하교를 했어요. 어린 시절 추억이 많은 곳이죠. 메모하는 습관은 자연스럽게 몸에 배었습니다. 최고경영자(CEO)는 주요 현안을 확인하고 추진하는 작업을 반복해야 하기 때문에 꼼꼼해야 합니다.



윤용로:
몇 년 새 서울 명동일대에 호텔이 많이 들어섰고 지금도 곳곳에 공사가 한창이잖아요. 외국인 관광객도 많이 줄었는데 많이 어려우시죠?



서정호:
(윤 행장과) 친하니까 인터뷰 하겠다고는 했는데 전화 끊자마자 거절할까 고민했어요. 이런 어려운 시기에 인터뷰해도 되나 싶어서요. 20년 넘게 CEO로 지내면서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등 숱한 위기를 겪어봤지만 지금이 가장 어려운 시기인 것 같아요. 지금까지와는 달리 정치·경제 두 부문의 어려움이 한번에 덮쳤거든요. 호텔을 찾는 사람은 대개 외국인 관광객인데 이들이 한국에 많이 오질 않아요. 지난해 말 한국의 정치적인 안 좋은 뉴스가 세계로 퍼져나가면서 한국의 관광 이미지에 상처가 났어요. 대선 이후 정치적 불안정이 해소되려고 하니 북한의 핵위협 탓에 한국의 안보가 뉴스가 나오고 있어요. 중국은 사드 보복으로 지난해부터 한국 여행상품 판매를 금지하고 있고요. 이러니 누가 오겠어요? 여기에 호텔까지 늘었으니 답답한 노릇이죠. 서울 명동에만 호텔 객실이 2000개가 넘는다니까요.



윤용로:
호텔을 찾는 내·외국인 투숙객 비율은 어떻게 됩니까?



서정호:
아직까지 외국인 투숙객 비율이 전체의 70% 정도에요. 내국인의 비율도 과거보다 많이 높아졌어요. 젊은 부부나 어린 자녀가 있는 가족이 호텔을 찾고 있거든요. 최근 외국인 관광객이 줄면서 빈방을 채우려고 호텔마다 객실료를 낮춘 것도 내국인 호텔 투숙률 비중을 높이는 데 영향을 줬죠. 앰배서더호텔 객실료도 지난해보다 5~10% 정도 떨어졌어요. 객실료 얘기 나온 김에 한 가지 말할게요. 지난해 정부가 호텔과 콘도의 객실요금 인하 유도 정책을 내놨잖아요(정부는 국내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객실요금을 10% 이상 깎아주는 호텔과 콘도에 대해 재산세를 최대 30% 깎아주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그런데 가격이라는 건 정부에서 왈가왈부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몇 년 전 싱가포르 정부와 기업이 공동 주최한 행사에 간 적이 있어요. 주최 측에서 정해준 호텔에 묵었는데 평소에 1박에 400달러였던 객실료가 1500~2000달러로 뛴겁니다. 그래서 너무 비싼 거 아니냐고 말했더니 주최 측에서 하는 이야기가 객실료의 3분의 1은 정부가 가져간다고 하더라고요. 이들은 서로 상생한 겁니다. 또 그만큼 관광객이 몰리니까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형성된 거죠. (객실요금은)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생각해요.



윤용로:
호텔시장의 불황이 언제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시나요?



서정호:
아마도 2020년까지는 어려울 것이라고 봐요. 관광객이 몰리는 명동이나 강남, 홍대와 같은 곳에는 여전히 호텔을 짓고 있어요. 2~3년 간 호텔 공급이 더 이어질 겁니다. 앞으로 대외적인 시장 상황이 개선되고 공급이 줄면 지금보다 상황이 나아질 수 있겠죠. 근데 사실 5년 전까지만 해도 호텔업에 자신이 있었는데 요즘엔 세상이 워낙 빨리 바뀌어서 예측하기 어려워요. 한 가지 확실한 건 호텔업도 세상의 변화에 맞춰 따라가지 않으면 생존이 어렵다는 겁니다. 숙박공유 업체 에어비앤비나 사물인터넷(IoT), 로봇, 자율주행차와 같은 4차 산업혁명의 영향을 호텔업도 고스란히 받아요. 예컨대 운전하다가 피곤하면 호텔에서 잠을 자고 가야 하는데 자율주행차가 집에 데려다 주면 숙박할 필요가 없는 거죠. 과거 호텔은 고객이 머물기 좋은 위치와 시설만 갖추면 됐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소프트웨어를 갖춰야 합니다. 호텔산업도 정보통신기술(ICT)과 융합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세상이 됐어요.
서정호 앰배서더호텔그룹 회장(왼쪽)이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과 지난 7월 11일 서울 장충동 앰배서더호텔에 자리한 서 회장 집무실에서 대담하고 있다. / 사진 : 김현동 기자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조사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으로 사라질 직업군에 호텔리어가 포함됐다. 호텔리어의 업무를 도우미 로봇으로 대체할 수 있어서다. 일본 여행사 HIS의 계열사인 HIS 호텔홀딩스가 운영하는 일본 도쿄와 나가사키현의 헨나 호텔에서는 프론트 데스크 업무와 여행객 짐 운반을 사람이 아닌 로봇이 맡고 있다.



서정호:
일본에 로봇호텔이 있다는 얘기는 들었어요. 호텔산업에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고객과의 감정적인 연계를 중시하는 감성서비스라는 게 있습니다. 로봇 호텔리어가 아무리 발전을 한다고 해도 사람의 감정까지 완벽하게 표현하기는 어렵습니다. 호텔이라는 장소는 단순히 잠을 자고 가는 곳이 아니라 허니문이나 가족여행처럼 함께 온 사람들과 추억을 쌓고 가는 곳이에요. 최근 4차 산업혁명 때문에 지금은 집처럼, 때론 사무실, 놀이터처럼 지낼 수 있는 복합공간으로 바뀌고 있긴 합니다만…. 고객들의 욕구를 만족시키는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더 전문화된 호텔리어가 필요해요. 일부 호텔에서 로봇 호텔리어를 도입할 수 있지만 쉽지는 않을 겁니다. 에어비앤비에 대한 관심이 크지만 호텔을 대체할 수 없다고 봅니다. 호텔 서비스를 좋아하는 사람은 꾸준히 호텔을 찾거든요. 에어비앤비도 여러 장점이 있겠지만 호텔에서만 누릴 수 있는 쾌적함이나 편리함과 같은 차별화된 혜택이 분명이 존재합니다. 앰배서더호텔을 포함한 많은 호텔에는 잠자리를 준비해주는 ‘턴 다운 서비스’가 있어요. 오후 8~10시 객실 담당 직원이 침대보를 정리해주고, 실내 슬리퍼와 발 매트를 꺼내 침대 앞에 놔주는데, 이런 건 에어비앤비에 없잖아요.



윤용로:
앰배서더호텔은 롯데호텔이나 신라호텔만큼 인지도가 높지는 않은 듯합니다.



서정호:
1997년 서울 독산동에 노보텔 앰배서더 독산을 열었어요. 오픈 전 주변 사람들은 외국인 관광객이 찾는 도심이 아니고 외곽 지역이라 장사가 여의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오히려 더 잘 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당시 독산동에는 대형 호텔이 한 군데도 없었거든요. 호텔을 열고 나니 역시 주변에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 온 사업가나 내국인 수요가 생각보다 많았어요. 호텔 근처 구로공단이 벤처단지로 탈바꿈하면서 투숙률은 더 높아졌죠. 5성급 대형 호텔이라고 해도 호텔만의 컨셉트를 잘 잡고 운영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그러다 보면 호텔 인지도도 자연스럽게 올라가고요. 2015년 5월 인천 송도에 5성급 한옥식 호텔인 ‘경원재 앰배서더 인천’을 열었어요. 방 30개인 이 호텔 짓는데 500억원이 들었어요.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이 있듯이 한옥 호텔은 한국 고유의 전통 건축이라는 점에서 관광객의 관심을 끌 수 있다고 생각해요.



윤용로: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미래 먹거리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서정호:
앞으로 숙박업체 야놀자나 여기어때처럼 전국 주요 6개 도시에 있는 19개 앰배서더 호텔을 한 곳에서 예약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을 개발하려고 합니다. 회원으로 가입해 숙박하면 마일리지를 적립하는 시스템도 만들 계획입니다. 또 스마트폰에 QR코드를 스캔하면 조명, 커튼, 객실 온도를 조정하는 것은 물론 스마트폰으로 청소 요청, 방해 금지 등을 할 수 있는 사물인터넷(IoT) 스마트 룸도 선보일 겁니다(그랜드 앰배서더 서울호텔은 16층 전 객실을 IoT 스마트룸으로 리모델링했다). 호텔도 한옥호텔, 파티룸과 같은 라이프스타일 호텔로 만들 겁니다. 호텔 시설만큼이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또 있어요. 바로 호텔리어입니다. 호텔업이 변하는 만큼 호텔리어의 전문성도 그만큼 높아져야 하거든요. 전문 호텔리어 양성을 위해 호텔 옆에 아카데미를 짓고 있습니다.

※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 1977년 행정고시 21회에 합격해 관직을 시작했다. 그 후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외화자금과장·은행제도과장과 금융감독위원회(현금융위원회) 공보관·감독정책2국장·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부위원장까지 지낸 후 금융인으로 변신했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장(2007~10년)을 거쳐 시중은행인 외환은행장(2012~14년)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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