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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이 기억력 증진시킨다고?

술이 기억력 증진시킨다고?

뇌의 해마가 기억을 ‘통합’해 단기에서 장기 기억으로 전환시켜
알코올이 기억력을 촉진할 수 있다 해도 건강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고려해야 한다.
정보를 기억하기가 어려운가? 기억력에 문제 있다고 생각된다면 간단한 해결책이 있다. 새로운 걸 배우거나 익힌 뒤엔 술을 한 잔 해라. 지난 7월 과학 저널 ‘사이언티픽 리포츠’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알코올이 기억력을 증진시킬 수 있다.

영국 엑세터대학 연구팀은 알코올 섭취가 뇌 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이들은 사교적 음주가(social drinker, 사교적인 자리에서만 적당량의 술을 마시는 사람) 88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실험했다. 한 그룹은 술을 마시고 싶은 만큼 마시게 하고 나머지 한 그룹은 전혀 마시지 않도록 했다(술을 마신 쪽은 평균 약 4잔을 마셨다). 두 그룹 모두에게 단어 암기 과제가 주어졌다.

연구팀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술을 마신 그룹이 마시지 않은 그룹에 비해 배운 정보를 더 많이 기억할 수 있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다음날 참가자들은 똑같은 과제를 다시 받았는데 이때도 역시 술 마신 쪽이 더 많은 정보를 기억했다.

영국 신문 텔리그래프에 따르면 연구에 참여한 과학자 실리아 모건은 “우리 연구에서는 술을 마신 사람들이 단어 학습 과제를 더 잘 수행했을 뿐 아니라 더 많은 양의 술을 마신 사람들에게서 이런 효과가 더 두드러졌다”고 말했다. “왜 이런 효과가 나타나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알코올이 새로운 정보의 학습을 방해해 뇌가 최근 배운 정보를 장기 기억으로 정착시킬 여지가 많아서라는 설명이 널리 받아들여진다. 뇌의 해마(기억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부위)가 기억을 ‘통합’해 단기에서 장기 기억으로 전환한다는 이론이다.”

이런 연구 결과는 이전에 실험실 내의 통제적인 조건에서 나온 적이 있지만 자연스런 환경에서 실험이 진행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연구에서 참가자들은 집에서 술을 마시도록 허용됐다. “이 연구 결과는 알코올이 학습한 정보의 기억을 촉진할 수 있다는 개념을 뒷받침한다”고 연구팀은 결론지었다. “집에서 술을 마신 사람들에게서도 기억력 촉진 효과가 나타나 과거 실험실 내의 연구 결과를 더욱 확장시켰다.”

알코올이 기억력을 촉진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해도 건강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고려해야 한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밝혀진 긍정적인 효과는 제한적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과도한 알코올 섭취가 기억력과 정신적·육체적 건강에 미치는 파괴적인 결과를 언급했다.

과학 전문 매체 라이브사이언스닷컴에 따르면 알코올 섭취 외에 기억력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다른 방법들이 있다. 적절한 수면은 기억을 통합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건강하지 못한 수면 습관은 기억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또 스트레스는 뇌 기능과 기억력 유지에 해가 된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균형 잡힌 생활, 적절한 식사와 운동, 수면이 기억 장애의 위험을 늦출 수 있다고 말한다. 인지력 감퇴를 줄이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매일 새로운 정보를 학습해 뇌를 사용하는 것이다. 십자말풀이, 조각그림 맞추기, 스도쿠(숫자 퍼즐) 등이 뇌 건강 유지와 기억력 증진에 도움이 된다.

매일 건강에 좋은 음식을 적당량 섭취하는 것 또한 뇌가 제대로 기능하고 배운 것을 기억하는 데 필요한 자원을 제공하는 중요한 방법이다. 완벽함은 연습을 통해서 나온다는 말이 있듯이 뇌에도 연습이 필요하다. 꾸준히 기억을 구축하는 연습을 하고 뇌를 활성화하도록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

- 슈리샤 고시 아이비타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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