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 면역력 온전히 평가하기 어려워... 암 환자 치료 경과 관찰에 사용 사진:아이클릭아트최근 병원들이 검진 항목의 하나로 앞다퉈 도입하면서 주목받는 검사가 있다. 바로 ‘NK세포 활성도 검사’다. 개인의 면역력을 측정해 수치화하는 검사로 알려져 있다. 암은 물론 간염·만성피로·후천성면역결핍증(AIDS)·당뇨병·고지혈증·다발성경화증·습관성 유산 등 NK세포와 관련된 다양한 질환의 발병 가능성까지 예측한다고 한다. 하지만 유효성을 두고 논란이 적잖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무용론을 주장하기도 한다.
NK세포 활성도 검사는 암·바이러스 등에 감염된 비정상 세포를 스스로 인지해 파괴하는 면역세포인 NK세포의 기능에 주목한다. NK세포가 얼마나 자신의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는지를 분석한다. 병에 걸리면 NK세포의 활성도가 떨어지는 것에 착안해 개발했다. 연세암병원 암예방센터 박지수 교수는 “암에 걸렸거나 스트레스·피로가 심할 때 NK세포의 활성도가 낮다는 연구결과는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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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마시고 과로하면 NK세포 활성도 ‘뚝’
NK세포 활성도 검사 자체가 새로운 검사는 아니다. 전에도 NK세포 활성도는 측정할 수 있었다. 기존에는 방사성동위원소(Cr-51)를 이용했다. 방사성동위원소를 결합한 실험용 암세포(K562 cell)와 혈액 속에서 분리한 NK세포를 같은 공간에서 배양한 뒤 NK세포가 공격한 암세포에서 방출되는 방사성동위원소의 양을 파악해 NK세포 활성도를 측정했다. 이 방법은 검사자 1명이 한달 동안 수검자 10명 정도만 분석할 수 있을 정도로 시간이 오래 걸려 대규모 검사가 어렵고 비용이 비싸 보편화되지 못했다.
최근 새로운 검사법이 나왔다. NK세포가 활성화 됐을 때 나오는 물질인 인터페론 감마(INF-r)의 양을 분석한 것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환자는 일반 혈액검사처럼 채혈만 하면 된다. 이후 검사 인력이 전처리 과정을 거쳐 인터페론 감마의 양을 측정한다. 인터페론 감마의 양이 많을수록 NK세포 활성도가 높다. 검사 결과는 ▶정상(500pg/ml 이상) ▶정상 경계치(500~250pg/ml) ▶주의(250~100pg/ml) ▶이상(100pg/ml 미만) 4단계로 구분된다. 정상이나 정상 경계치는 NK세포의 활성도가 건강한 사람과 비슷한 상태다. 주의·이상 단계는 NK세포 활성도가 일반인 평균보다 현저히 낮아 관련 질환을 앓고 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본다. NK세포 활성도를 검사 키트를 개발한 에이티젠 학술기획팀 김연진 연구원은 “주의 단계 이하라면 정상보다 신체 면역반응이 떨어진 상태이기 때문에 추가적인 검사와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러면 NK세포 활성도 검사는 신체 면역력을 온전히 평가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세 가지 이유에서 다소 회의적이다. 첫째, 면역력을 대변하는 지표로서 대표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인체 면역체계에서 NK세포 비중은 10%가량이다. 나머지는 암·바이러스를 직접 공격하는 T세포, 세균·바이러스에 대항하는 맞춤형 항체를 대량 생산하는 B세포 등 다른 면역세포가 차지하고 있다. 이대호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NK세포 활성도라는 하나의 지표만으로 개인의 면역력을 평가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둘째, 검사 수치가 신체 면역력이 아닌 다른 요인에 의해 일시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NK세포 활성도는 과로·스트레스뿐만 아니라 알코올·약(소염진통제·위산억제제 등)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다. 술이나 약을 먹었을 때 수치가 떨어진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검사의 일관성을 위한 검사 전 유의사항이 마련돼 있는 것도 아니다. 임영애 아주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NK세포 활성도 결과가 정상치보다 낮게 나왔다고 해서 무조건 면역력이 떨어졌다고 판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셋째, 검사 결과의 신뢰도가 낮다는 점이다. 검진 결과를 신뢰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건강한 사람을 건강하다고 판단하는 정확도인 ‘특이도’와 병이 있는 사람을 얼마나 잘 찾아내는지를 의미하는 ‘민감도’다. 만일 특이도가 떨어진다면 건강한 사람인데도 병이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반대로 민감도가 떨어지면 병이 있는 사람을 발견하지 못한다. 결국 하나마나한 검사가 될 수 있다. 적절한 민감도·특이도는 질환의 발생률, 유병률, 진단 기준에 따라 다르다. 대개 특이도 90%이상, 민감도 60~70%이면 신뢰할만한 수준으로 본다.
그런데 NK세포 활성도 검사는 특이도가 다른 진단검사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유병철 국립암센터 생체표지연구과 박사는 “검사의 특이도가 떨어지면 실제로는 건강한데도 첫번째 검사에서 이를 가려내지 못해 추가·정밀 검사로 확인해야 한다”며 “불필요한 검사를 중복해 받아야 해 시간적·경제적 손실이 크다”고 말했다.
NK세포 활성도 검사의 특이도는 대규모 임상 결과에서 확인됐다. 캐나다 몬트리올 대학 조빈 박사 연구팀은 대장암 고위험군 872명을 대상으로 NK세포 활성도 검사와 대장내시경 검사를 함께 진행했다. 그리고 이 중 NK세포 활성도 181pg/ml(주의) 이하인 사람을 추린 뒤 실제 대장암 발생 여부를 분석했다. 그 결과 NK세포 활성도 검사의 대장암 진단 정확도(특이도)는 60.7%, 민감도는 87.0%로 나타났다. 대장암 환자와 정상인이 섞인 집단을 검사했을 때 NK세포 활성도 검사가 대장암이 있다고 걸러낸 사람 중 실제 대장암 환자의 비율(양성 예측도)이 5.7%에 불과했다(2017·Gastroenterology).
그렇다고 NK세포 활성도 검사의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현재 보조적이지만 암 환자의 치료 경과를 관찰하는 데 사용된다. 박지수 교수는 "NK세포 활성도가 높으면 암 환자의 생존율이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며 “보건복지부에서도 위암·유방암·전립샘암·췌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NK세포 활성도를 측정해 경과를 관찰하는 것이 유효하다고 인정했다”고 말했다. 향후 면역항암제 개발에 기여할 가능성도 일부 존재한다. 강창율 서울대 약대 교수는 “건강한 NK세포를 투입하거나 기능이 떨어진 NK세포를 재활성화시켜 면역체계를 강화해 암을 치료한다”며 “NK세포 면역항암제가 나온다면 NK세포 활성도를 점검하는 진단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인체 면역력은 건강관리의 기초다. 상처가 났거나 병에 걸리면 내 몸에 있는 면역체계가 반응해 이전 상태로 회복하도록 돕는다. 내 몸이 스스로 몸을 지켜주는 일종의 방어 장치인 셈이다. 의학계에서는 비정상 세포인 암세포를 제거하는 열쇠로 인체 면역체계에 주목하기도 한다.
면역력과 NK세포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나.
“NK세포는 면역세포 중에서 가장 최근에 발견됐다. 이론적으론 NK세포의 활성도가 줄면 암·바이러스 침입에 대한 방어능력이 떨어진다. 당연히 NK세포가 감시하던 다양한 질환에 취약해질 것이라는 가능성만 알려진 상태다. 현재 NK세포와 관련한 연구는 기초적인 수준이다. NK세포 활성도 검사 결과만으로는 단편적인 면역체계의 반응을 아는 수준에 불과하다. 구체적으로 NK세포의 활성도가 질병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대규모 연구는 없다. 따라서 의학적으로 NK세포 활성도가 떨어졌다고 병에 걸렸다고 확신할 수 없다.”
NK세포 활성도가 높을수록 건강하다는 의미인가.
“그렇지 않다. NK세포 활성도는 몸 상태에 따라 개인별 편차가 크다. 건강한 상태라면 오히려 면역체계가 반응할 필요가 없어 활성도 수치가 낮게 측정될 수 있다. 반대로 바이러스 물질이 몸에 침입해 면역반응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면, NK세포의 움직임이 활발해져 활성도가 높게 나올 수 있다.”
최근 건강검진에서 NK세포 활성도를 측정하는 병·의원이 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건강을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건강검진을 받는 이유는 병을 조기에 발견해 치료해 중증 질환으로 진행하는 것을 막는 것이다. 이를 통해 개인의 신체 건강을 관리한다. 일선 진료현장에서는 병을 감별하지 못한다면 그 검진은 의미가 없는 것으로 본다. 더구나 검사비용까지 비싸 경제적이지 않다. ”
NK세포 활성도 검사를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좋은가.
“현재 일부 암 환자의 예후를 추적·관찰하는 용도로 활용하지만 일반적이지 않다. 다만 NK세포와 관련된 연구의 다양한 성과가 나온다면 지금보다 광범위하게 활용될 것으로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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