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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현의 차이나 인사이드] 정보통신기술 발달로 자수성가형 부자 급증

[김재현의 차이나 인사이드] 정보통신기술 발달로 자수성가형 부자 급증

자산 3400억 넘는 중국 30대 창업자 99명 중 37명 ‘맨손창업’...하오웨이라이 장방신 자산 6조8000억원
왕타오 DJI CEO
중국의 30대 창업자 중 6조원대의 부호가 탄생했다. 바로 인터넷교육 업체인 하오웨이라이(好未來)를 설립한 장방신(37)이다. 중국의 창업 열풍이 아니었다면 볼 수 없었을 결과다. 중국은 2014년 리커창 총리가 ‘대중창업(大衆創業)’ ‘만인창신(萬人創新)’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창업과 혁신을 통해 신성장동력을 찾기 시작하면서 창업 열풍이 거세게 불었다.

중국 부호연구소인 후룬연구원이 ‘중국 빠링허우(80년대생) 부호 명단’을 발표했다. 후룬연구원에 따르면 30대 창업자중 20억 위안(약 3400억원) 이상의 자산을 가진 사람은 99명에 이르렀다. 지난해 대비 50% 증가한 수치다. 이들 중 37명이 재벌 2세가 아니라 자수성가한 사람이었다. 37명의 창업자가 고용한 인원은 약 10만 명에 달했으며, 이들이 창업한 기업의 시가총액 합계는 1조 위안(약 170조원)이 넘었다. 시가총액이 가장 큰 기업은 디디추싱(차량공유서비스), 진르토우탸오(뉴스)와 하오웨이라이(교육)다. 맨손으로 창업한 37명의 중국 창업자를 살펴보자.

맨손창업형 30대 부호 1위는 하오웨이라이를 창업한 장방신이 차지했다. 자산총액은 약 400억 위안(약 6조8000억원), 지난해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2위는 세계 1위 드론 업체 DJI 설립자인 왕타오(37)가 차지했다. 자산 규모는 360억 위안에 달했다. 1위와 큰 차이가 없다. 3위는 뉴스앱인 진르토우탸오를 설립한 장이밍(34), 4위는 SI업체인 HAKIM을 설립한 왕치청·우옌 부부, 5위는 중국 최대 차량공유서비스 디디추싱을 설립한 청웨이(34)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벤처기업인인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의장의 재산이 1조원대인데, 중국 맨손창업형 30대 부호 3위인 장이밍의 재산이 5조원에 달했다. 급성장하는 중국 벤처기업의 기세를 여실히 보여준다.

업종별로 보면, 게임이 24%를 차지했고 첨단제조업이 16%, 핀테크가 11%를 차지했다. 중국 게임시장이 워낙 방대하다 보니 게임으로 떼돈을 번 업체가 많은 건 당연하다. 재밌는 사실은 첨단제조업으로 대박을 친 창업자도 많다는 사실이다. 중국이 제조업에서 갈수록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다. 또한 핀테크 비중이 의외로 크다. 그 다음으로는 투자·교육·전자상거래·전통제조업이 각 8%를 차지했다.

평균 연령은 35세였다. 공유자전거서비스인 오포(ofo)를 만든 따이웨이가 26살로 가장 어렸고 그 다음은 소액대출업체인 투안따이왕을 설립한 탕쥔(30)이다. 지역별로 보면 베이징·상하이·선전·항저우에서 창업한 부호들이 대다수다. 중국의 미래를 이끌 스타트업이 가장 선호하는 도시들이고, 결국 이들이 중국의 미래를 이끌 도시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베이징과 상하이는 중국 최대 도시이며, 선전은 요즘 창업열풍으로 떠오른 곳이다. 항저우는 알리바바 본사가 위치한 곳이라는 특수성이 있다. 스톡옵션으로 거액을 번 알리바바 출신 창업자들도 항저우에서 창업하는 경우가 많다.

장방신의 하오웨이라이:
장방신이 창업한 하오웨이라이는 초등학생과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온라인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장방신의 창업 과정이 흥미롭다. 장방신은 쓰촨대학을 졸업하고 2002년 베이징대학 석사과정에 진학했다. 재학 중인 2003년 친구와 함께 아오수왕(奧數網)을 만들고 수학과외를 시작했다. 가장 바쁜 석사과정 1학년 때 무려 7개의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한다. 개인과외 3건, 그룹과외 2건, 홈페이지 관리 1건, 온라인 문제풀이 1건이다. 2005년 회사 이름을 쉐얼쓰(學而思)로 변경하고 전문적으로 초등학생 및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과외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회사의 성장이 빨라지자 2010년 뉴욕증시에 상장했으며 2013년에는 하오웨이라이로 회사명을 변경했다. 현재 하오웨이라이의 임직원은 약 2만 명, 온라인 회원 수는 약 3500만 명에 달한다. 중국 전역 37개 도시에서 400만 명이 넘는 학생에게 오프라인으로 과외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오웨이라이의 시가총액은 약 150억 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1년간 주가가 2배 넘게 상승하면서 중국 교육업계 최초로 나스닥에 상장한 신동방그룹을 뛰어넘어 중국 최대 교육 업체로 성장했다. 후룬연구원은 30대 최고 부호가 교육업종에서 나왔다는 사실이 의외라고 밝혔다. 하오웨이라이는 과외지도라는 전통산업을 규모화했고, 인터넷을 결합해 접근성도 높였다. 시장환경의 영향도 컸다. 중국 경제가 고속성장하고 중산층이 급증하면서, 하오웨이라이는 학부모의 뜨거운 교육열을 타고 급성장했다.


왕타오의 DJI:
왕타오는 어려서부터 비행기 모형에 관심이 많았다. 2005년 홍콩과기대학 졸업을 앞둔 시점에도 졸업 과제로 무선조종 헬리콥터의 비행컨트롤 시스템을 선택했다. 6개월 간의 노력에도 헬리콥터의 공중정지에는 실패했지만, 당시 지도교수가 왕타오의 능력을 높이 평가해 석사과정 진학을 권유한다. 왕타오는 석사과정 중에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연구를 거듭, 2006년 1월 첫 번째 제품을 내놓았다. 곧이어 200만홍콩달러를 조달해서 선전에 DJI를 설립했다. 설립 초기 허름한 주택에서 업무를 봤기 때문에 인재를 구하기도 어려웠다. 면접을 보러 온 사람이 문을 열어보고 나서는 고개를 돌리고 그냥 가버리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고 한다. 드론에 대한 집념 하나로 버틴 왕타오에게 서서히 기회가 찾아왔다. 드론시장이 성장하면서 2011년부터 2015년까지 DJI의 매출은 약 100배 늘었고 현재 DJI의 세계 드론시장 점유율은 약 70%에 달한다. 특히 DJI가 중국의 첨단제조업을 상징하는 대표 업체로 성장하면서 ‘메이드 인 차이나’ 하면 조악한 저가 공산품을 떠올리는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고 있다.

장이밍의 진르토우탸오:
진르토우탸오는 난카이대학을 졸업한 장이밍이 2012년 창업한 기업이다. 우리나라에는 별로 알려져 있지 않지만, 올해 중국에서 가장 뜨거운 주목을 받은 기업이다. 진르토우탸오는 ‘오늘의 헤드라인’이라는 뜻인데, 쉽게 얘기해서 네이버 뉴스라고 보면 된다. 그런데 네이버 뉴스보다 정교하다.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을 활용해서 사용자의 연령·학력·지역과 선호하는 주제를 반영한 뉴스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한다. 우리나라에서 진르토우탸오를 실행하면 우리나라와 관련된 중국 뉴스가 추천 목록에 뜬다. 2012년 서비스를 제공하자마자 석 달 만에 1000만 사용자를 확보하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으며 2016년 말 기준 사용자 수가 7억 명, 일 활동 사용자 수(DAU)가 7800만 명에 달하는 필수 앱으로 성장했다. 올해 진르토우탸오의 기업가치가 약 200억 달러로 평가받으면서 장이밍의 순위도 18단계 급상승했다.

중국 경제가 전통 제조업에서 인터넷, 첨단제조업으로 무게중심을 옮겨가면서 이들처럼 기회를 움켜쥔 젊은 창업자들이 부호로 탄생하고 있다. 중국 경제의 역동성이 보여지는 대목이다. 또한 세계 최대 인구대국이라는 규모의 경제 효과를 본 인터넷 창업자들 못지 않게 중국에서 첨단제품을 생산하는 창업자의 모습이 인상 깊다. 이들은 내수시장보다는 세계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앞으로의 ‘메이드 인 차이나’는 이전의 ‘메이드인 차이나’와는 다를 것이다.

※ 김재현(zorba002gmail.com) - 고려대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중국 베이징대에서 MBA를, 상하이교통대에서 금융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칼럼니스트로서 중국 경제·금융 연구와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중국 도대체 왜 한국을 오해하나], [파워 위안화: 벨 것인가 베일 것인가(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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