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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재해 관련 보험에 관심 커진다는데…] 지진특약에 가입하지 않으면 유명무실

[자연재해 관련 보험에 관심 커진다는데…] 지진특약에 가입하지 않으면 유명무실

지진에 따른 자동차 파손은 보상받기 어려워...정부·지자체 지원 많은 농작물재해보험은 가입자 유리
경북 포항시에 진도 5.4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지 사흘째인 11월 17일 오전 경북 포항시 흥해읍 한 고층 상가건물 옥상에서 2차 피해를 대비해 북구 119소방대원들이 지진으로 파손된 구조물 철거작업을 지원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11월 15일 경북 포항 인근에서 규모 5.4의 강진이 발생하면서 건물 외벽에 금이 가고, 낙석으로 자동차가 파손되고, 낙하물 탓에 사람이 다치는 등의 피해가 생겼다. 이런 경우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 어떤 보험에 가입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지진은 천재지변에 해당해 면책 조항이 많이 적용돼 보상을 받을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진으로 다치거나 사망했을 경우에는 사망보험과 질병·상해보험, 실손의료보험 등 생명보험의 규정에 따라 보험금이 지급된다. 낙석이나 낙하물로 인해 다친 경우에도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자연재난 보험 중 지진 손해를 담보해주는 보험은 풍수해보험이 유일하다. 풍수해보험은 행정안전부 주관으로 민영 보험사가 판매하는 정책 보험이다. 보험료의 55~92%를 정부가 지원해 태풍이나 홍수·해일·지진 등 풍수해 피해를 보상해준다. 기상특보 또는 지진 속보가 발령된 후 지진 등 직접적인 결과로 입은 손해를 보상한다.
 지진특약 가입자 극소수
다만 풍수해보험에 가입했더라도 지진으로 인한 손해를 보장받지 않는 조건으로 보험료를 할인받는 ‘지진재해부보장특약’에 가입돼 있다면 피해 보상을 받을 수 없다. 현재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DB손해보험 등 5개 손해보험사가 풍수해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민간 보험으로 지진 피해를 보상받으려면 아파트나 주택 등 건물에 대한 화재보험에 가입할 때 지진담보특약을 넣어야 한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가입률은 2015년 기준 0.6~5.8%에 불과하다. 이번 포항 지진의 경우에도 실제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대상자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진 발생 다음 날인 11월 16일 현재 손해보험회사 9개사에 접수된 지진보험 청구 건수는 모두 57건으로 집계됐다. 다양한 보험에서 지진 피해를 보장하고 있지만 관련 보험에 가입한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중 정책성 보험인 풍수해보험의 청구 건수는 13건이었다. 민간보험인 화재보험의 지진특약으로는 39건이 접수됐다.

기업성 보험인 재산종합보험으로 들어온 청구 건수는 5건이다(※17일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16일 오후 5시 기준 삼성화재·DB손보·KB손보·MG손보·더케이손보·AIG손보 등에 접수된 포항 지진 관련 풍수해보험, 화재보험 지진위험특약, 재산종합보험 보험금 청구 건수는 총 132건으로 늘었지만 절대 건수가 많지는 않았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16일 오전 진행한 브리핑에 따르면 인명 피해는 57명이고, 이재민은 1536명으로 집계됐다. 주택과 건물 등 민간인 시설 1197건에서도 지진 피해가 발생했다.

보험개발원의 분석에 따르면 기업 보험인 재산종합보험을 제외한 가계성 보험이 지진에 의한 주택 피해를 보장해주는 금액은 모두 70조원이다. 이는 지난해 전체 주택 공시가격의 1.9%에 불과했다. 세대 기준으로 계산해도 주택 지진보험의 가입률은 약 3.2%에 그친다. 나머지 96.8%의 주택은 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인 셈이다. 주택화재보험 지진위험특약의 가입 실적을 분석해 보면 경상북도 지역의 침투율은 0.52%에 그쳤다. 침투율은 가입금액(보험이 보장해주는 금액)을 주택 공시가격으로 나눈 비율을 가리킨다. 전체 주택가격 중 보험이 지진 피해를 보장해주는 비중이라고 할 수 있다. 경북은 전체 평균 침투율(0.06%)과 비교해 높은 편이지만 사실상 보험의 혜택을 받는 가구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손해보험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경주에서 지진이 났지만 지진은 아직 낯선 위험이어서 지진 피해를 대비하기 위해 보험에 가입하려는 이들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일반 화재보험보다 보험료가 비싼 재산종합보험의 경우 지진 피해 보상이 기본 담보에 포함돼 있어 지진으로 인한 피해를 입었을 때 보상받을 수 있다. 그렇지만 대형 공장이나 건물이 가입하는 이 보험상품의 성격상 가입률은 지진담보특약을 포함한 화재보험보다 낮다. 지진에 따른 낙석·낙하물로 인한 자동차 파손은 사실상 보상받기 어렵다. 홍수와 태풍을 뺀 천재지변의 경우 면책되는 만큼 차량이 망가진 경우에도 자동차 보험으로 보상을 받을 수 없다. 다만 차량 운행 중 지진으로 인해 다른 사람을 다치게 했을 경우(대인배상 1)에는 일정 한도 내에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경북 경주에서 대규모 지진이 발생한 후 금융감독원은 보험 유관기관 및 손해보험 업계와 지진보험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해 첫 전용 상품 개발을 논의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농작물재해보험 대상 품목도 늘어
풍수해보험과 달리 자연재해를 보장해주는 보험상품이 있기는 하다. NH농협손해보험에서만 내놓고 있는 농작물재해보험이다. 자연재해로 인한 농작물 피해를 보상해 농가의 소득을 지켜주는 보험이다. 농민의 보험료 부담을 낮추기 위해 중앙정부에서 50%를, 지방자치단체에 따라 최대 30%(지자체에 따라 다름)까지 지원한다. 그래서 가입자는 보험료의 20% 정도 부담하면 된다. 사실상 손해를 보는 것을 알면서 정부 지원 덕분에 판매되는 상품이다.

예를 들어 농사를 짓는 한 농가의 연간 보험료로 10만원이 산정됐다고 하자. 이때 중앙정부에서 5만원, 지방자치단체에서 최대 3만원을 지원한다. 농민은 2만원 정도만 보험료를 내면 된다는 얘기다. 이렇다 보니 손해율(보험료 대비 보험금)이 높을 수밖에 없다. 태풍 네 개가 농토를 할퀴고 간 2012년에는 손해율이 357.1%를 기록했다. 농민의 관심이 늘면서 2013년 가입 면적이 전년보다 50% 가까이 증가하기도 했다. 손해율이 높아도 농협손보는 품목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2001년 사과와 배 등 두 품목으로 시작했고, 이후 과수 위주로 늘리다 식량 작물인 벼가 포함했다. 지난해는 양배추·밀·오미자·미나리 등이, 올해는 무화과·유자·쑥갓이 추가돼 현재 53개 작물이 보장받는다.

또 한동안 자기부담비율 20%형 이상만 가입할 수 있었지만 지난해부터 20개 품목에서 10%와 15%형 상품이 도입됐다. 자기부담비율은 보험금 산정시 가입 금액에서 농가가 부담하는 비율로 피해액이 자기부담비율 미만일 경우 피해 보상을 받을 수 없다. 자기부담비율 10%형 도입을 통해 농민은 적은 피해에 대한 보상도 받을 수 있게 됐다. NH농협손해보험 관계자는 “아직도 농작물재해보험과 정부의 재해 지원을 혼동하는 경우가 있다”며 “재해 지원은 최소한의 구호 수준으로 실질적 지원에 한계가 있어 실질적 피해를 보전할 수 있는 농작물재해보험 가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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