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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영 대가가 건네는 ‘인생 나침반’ | 나를 만드는 힘(4)] 큰 생각, 큰 포부, 큰 삶을 품어라

[경제·경영 대가가 건네는 ‘인생 나침반’ | 나를 만드는 힘(4)] 큰 생각, 큰 포부, 큰 삶을 품어라

일론 머스크의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한 소명’...“인류의 미래 위해 일해야”



저성장·양극화·고령화로 대별되는 뉴노멀의 시대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과 디지털 변혁으로 생산성이 증대되고 있지만 삶이 축복으로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 특히 어디에서 와서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가고 있고, 종착역이 어딘지 모르고 살고 있다. 올바른 ‘나’를 세우고 디지털 세상을 똑바로 살아갈 수 있는 버팀목은 없을까. 경제·경영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대가들의 가르침을 인생의 나침반으로 삼아 나의 가능성을 파악하고 잠재력을 끌어 올려보는 건 어떨까. 나를 방해하는 수많은 유혹에서 나를 지키는 힘도 키워보자. 혼돈의 시대 자아를 재발견하는 여정을 떠나는 이유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이사회 의장 겸 CEO.
어느 나라 경구에 이런 말이 나온다고 한다. ‘다른 사람의 일을 성공적으로 완수하는 것보다 비록 불완전하더라도 자신의 일을 하는 것이 낫다.’ 직장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은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하려면 되풀이 되는 삶을 생각하며 이렇게 말하기 쉬울 것 같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우리가 가진 잠재력을 등한시하는 문화에서 살고 있다. 그래도 아이들이 어떤 재능과 성장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지 유심히 관찰하는 부모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밥벌이에 치중하는 멘트를 아이들에게 스스럼없이 날리는 현실을 본다. 마음 한구석이 어두워지고 한 번뿐인 인생을 이렇게 살아도 되나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제 주변에는 새로운 피카소, 새로운 일론 머스크, 새로운 톨스토이가 되고 싶은 친구가 많아요. 그런데 대부분의 현실은 그러하지 못하죠. 그건 어린 시절 꿈을 이야기 하라고 할 때 말하는 것이고요. 생존을 위해서 의사, 변호사, 공무원, 대기업 직원이 되려는 것 아닌가요? 심신 건강한 인간을 키우는 교육이 아니고 생산성 좋은 인간을 키우는 게 인간이라면 우리가 기계와 다를 게 무엇일까요?”

맞는 말이다. 우리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말하는 소리를 듣는 데 왜 이리 가슴 한편에서 마음이 짠해질까? 모두들 우리는 그냥 같은 길을 따라간다. 세상은 그렇게 맞추어 가는 게 정상인지도 모른다. 그게 안전할지 모르니까 말이다. 우리는 생존 사회에 살고 있고 밥벌이를 해야 하니까 어쩔 수 없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살면 ‘참다운 나’를 만나는 과정은 죽어서나 이뤄질 수 있는 것 아닐까? 누구나 삶을 살아가는 자신만의 방식이 있다. 정말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살아가는 것은 이상향인가. 하루 한 시간만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수업이 있다면 이 사회가 달라지지 않을까.

“자기 재능을 발견하려면 어린 나이부터 놀이도 많이 하고, 경험도 많이 쌓고, 자기반성할 시간도 가져야 합니다. 여유로운 삶이 게으른 삶인가요. 천만에요. 24시간 내내 생산력, 생존보다 정직함, 진정함에 조금이라도 시간을 할애할 수는 없나요? 진정한 성공을 하려면 생산성을 버리고 자기 자신을 인정해서 정직한 ‘나’가 되는 거예요. 어느 누구도 자아실현을 대신해주진 않습니다.”

오늘날 가장 주목받는 사업가이자 모험가인 일론 머스크. 그는 손대는 분야마다 그곳의 산업지형을 바꾸고 있다. 그가 세운 전기차 회사 테슬라 모터스는 장난감 취급을 받던 전기차를 고성능차로 변신시켰다. 그의 스페이스 엑스는 민간 우주왕복선 시대를 열었고, 그가 공동 창업한 솔라시티는 파격적인 대여료로 미국 주택의 지붕을 태양광 패널로 바꿔가고 있다. 천재적 재능으로 미래 과학의 판타지를 실현하는 일론 머스크의 삶에 모든 이가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일론 머스크는 어린 시절 우주 과학과 독서, 컴퓨터에 탐닉했다. 금융 시스템 혁명을 일으킨 페이팔 설립과 매각, 오직 꿈을 이루기 위해 수천억 달러의 재산을 쏟아 부어 설립한 스페이스 엑스의 로켓 개발 과정, 자동차산업의 판도를 바꾼 테슬라 모터스의 성공까지 우리는 그가 멋진 사업가이자, 순수할 정도로 목표에 몰입하는 모험가임을 알 수 있다.

남아공 출신의 일론 머스크는 꿈을 안고 기회의 나라 미국으로 간다. 그는 가장 존경받는 IT 기업의 대가이다. 전기차를 만들고 화성에 가는 꿈을 가지고 자기만의 세계에서 불가능은 없다고 생각하는 그를 보면서 현재의 그를 이룬 비결은 무엇인가 생각해 본다.

“독서의 힘은 위대해요. 나는 어린 시절 책벌레였어요. 백과사전까지 몇 번씩 읽을 정도로 책에 열중했죠. 그렇게 사색을 하고 공상도 하며 어린 시절을 보냈어요. 좋은 책은 아무리 많이 읽어도 넘침이 없습니다.”
 불우한 유년기 보냈지만 하루 10시간씩 책 읽어
사실 그는 불우한 유년기를 보냈으며, 학교 생활에도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 다만, 하루에 10시간씩 독서할 정도로 스스로 배우는 학생이었다. 4학년 때는 브리태니카 백과사전에 빠져서 지냈다. 사람을 일종의 컴퓨터라고 생각했다. ‘학습’은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뇌에 다운로드하는 프로세스라고 여겼다. 학교에서 선생님이 가르쳐주는 것을 배우는 것은 우스울 정도로 느린 다운로드 속도라고 생각했다. 9살 때 컴퓨터를 처음 접하고, 보통 완성하는 데 6개월이 걸리는 프로그램 가이드를 3일 만에 끝냈다. 12살에 ‘블래스터(Blaster)’라는 비디오게임을 만들어서 컴퓨터 잡지사에 비싼 가격에 팔기도 했다. 사람이 하나의 직업을 가지고 사는 것도 매우 바쁠 것 같은데 일론 머스크는 여러 가지 일을 한꺼번에 한다. 불가능은 없다고 믿는 그의 신념이 성공을 가능케 하고, 또 새로운 것에 도전하게 할 힘을 주는 것 같다. 본인에 대한 믿음이 철철 넘치는 그를 보며 비결은 무언가 곰곰이 생각을 하게 된다. 많은 사람은 그의 꿈 덕분에 화성으로의 여행을 꿈꾸고 있다. 어느 인터뷰에서 그는 자아실현을 위한 그의 성공의 법칙에 대해 5가지를 말한다. 회사의 경영자이기에 그의 이야기는 좀 더 현실적으로 들린다.



“1. 깨어있는 시간에 정말 일을 열심히 하세요(Work super hard. Every waking hour).

2. 주변에 많은 사람이 당신을 좋아하게 만드세요. 회사란 게 함께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서 모인 집단이잖아요(Attract great people around you. A company is only a group of people gathered together to create a product or service).

3. 소음을 줄이고 신호에 집중하세요. 자기의 핵심을 지켜야 합니다(Focus on ‘signal over noise’-keep to your central task).

4. 트렌드에 민감하지 마세요. 정말 의미 있는 것을 하고 계신가요? 단지 다른 사람이 하고 있어서 그런 것을 하는 것은 아닌가요? 유추해서 추론하지 마세요. 근원적인 진실을 발견하고 거기에서 출발해 일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Don’t follow the trend. Does what you are doing really make sense? Or is it just what everyone else is doing? Don’t reason by analogy; find fundamental truth and work backward from there).

5. 여러분이 젊다면 모험을 하세요. 훗날 여러분 곁에 의무감을 갖게 하는 사람이 있게 됩니다(Now, when you are young, is the time to take risks. Later on you have obligations to others besides yourself).”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 이상과 현실의 절묘한 조화가 느껴진다. 그는 맨 처음 형과 회사를 운영할 때 아파트를 얻는 대신 작은 사무실을 임대해 소파에서 자고 YMCA에 가서 샤워를 했다. 컴퓨터 하나를 가지고 오전에는 형이, 밤에는 동생인 그가 사용한 어려운 시기였다. 그는 그렇게 줄곧 일주일을 일했다고 한다.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은 그런 자세를 가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여기서 생존과 이상의 문제가 생긴다고 누군가 말할 수 있겠다. 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에게는 시간은 아낌없이 바치는 것이다.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는 경우 시간이 아까운 것이지 하고 싶은 일은 지칠 수 없게 하는 열정을 샘솟게 한다.

그래서 그는 무슨 일을 하든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을 하라고 충고한다. 하기 싫은 일을 하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다는 것이다. 우리가 일을 좋아한다면 일하지 않는 시간에도 그걸 생각하게 된다는 게 그의 요지다. 좋아하지 않은 일을 계속한다면 그걸 해내기 어려운 것이다. 당신이 머스크와 일하고 싶다면 포기해야 할 것이 있다. 시간이다. 그래서 그가 무서워질 수도 있다. 업무에 대한 애정이 넘치는 그는 그가 운영하는 회사의 직원들에게도 유사한 삶의 패턴을 강요한다. 그가 운영하는 회사 중 하나인 스페이스 X의 직원이 주 90시간 일한다고 누군가 말한다. 그래서 그들의 성공방식이 꼭 운으로 얻어진 것만은 아니란 이야기다.
 “무엇을 하든 진정 좋아하는 일을 하라”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인 일론 머스크가 8월 27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호손에 있는 스페이스X 하이퍼루프 트랙에서 ‘하이퍼루프 팟 경연대회 2’에 참여한 팀들을 격려하고 있다. / 사진 : AP=뉴시스
팀원으로 한 방향으로 응집된 힘을 발휘하는 것은 회사의 성공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하다.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은 문제 해결의 경험을 결코 잊지 않는다. 그래서 문제 해결능력을 갖춘 훌륭한 사람을 모으기 위해 그가 최선을 다하는 것은 회사 경영을 위해 중요함은 당연하다. 테슬라는 광고에 한 푼의 돈도 지불하지 않고 고객에게 더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본질의 문제와 관련해 그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그가 어린 시절부터 좋아하던 물리학의 원리를 그는 사고 추론의 출발점으로 선택한다. 우주를 좋아하는 그가 물리학에 빠진 것은 당연하다. 그는 직관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증명된 틀을 가지고 사고를 한다. 그게 위험을 줄이고 확률을 높이는 길이기 때문이다.

덧붙여 결혼하면 아이가 생기고 많은 의무감이 생겨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현실까지 고려한다. 하고 싶어도 가족을 위해 위험을 줄일 수밖에 없는 인간의 속박을 말해 주는데 그가 왜 이렇게 인간적으로 느껴지나! 그래서 나이가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모험을 즐기라는 그의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그는 테슬라를 시작할 때도 그게 성공하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가치가 있기에 한 것이라고 한다. 가치가 있다면 실패하더라도 의미 있는 것이라는 그의 말은 사실 우리에게 완전히 와 닿지는 않는다. 하루하루 생계를 걱정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만한 용기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가 정말 좋은 사람이라고 느껴지니 않나. 그래서 그의 자아실현을 위한 꿈 이야기를 계속 들어보고 싶다.

“나는 미치광이 취급을 받고 싶지 않아요. 내 친구 중에서 로켓이 폭발하는 장면을 계속 보여주며 내 재산을 잃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이가 있어요. 그러나 나는 개의치 않아요. 미래를 설계하는 사람으로서 후대에 유익한 것이 가장 가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어렸을 때 이 다음에 커서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몰랐습니다. 사람들이 내게 뭘 하고 싶은지 묻는데 그냥 뭐 근사한 것을 하고 싶다고 했어요. 그 이유를 내가 읽은 글귀를 인용하면서 말하죠. 아서 클락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충분히 진보된 기술은 마법과 구별할 수 없다’고요. 맞는 말이죠. 우리가 300년을 거슬러 올라간다면 지금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문명의 이기들이 당연한 게 아닙니다. 날 수 있다는 것도 미친 것이라 취급 받았을 겁니다. 인터넷도 마찬가지고요. 이 모든 게 과거에는 마법과 같은 것이었겠죠. 내가 기술을 진보시킬 수 있다면 그건 정말 멋진 일 아닌가요. 설사 내가 죽더라도 누군가 바통을 이어 받을 수 있잖아요. 저는 그렇게 살고 싶어요.”

세상의 지식의 범위를 넓혀 가는 것은 인간 의식의 범위와 규모를 확대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올바른 질문을 할 수 있고 깨달음에 이르게 된다. 그가 물리학과 경영학을 공부한 것은 우주의 원리와 경제의 원리를 알아야 무언가를 창조하고 함께 일할 사람을 구할 수 있다고 믿은 신념 때문이다. 훌륭한 기술은 한 사람만의 힘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훌륭한 지도자는 원리를 알고 그를 따르는 사람의 잠재력을 충분히 활용하는 인물이다. 일론 머스크는 인터넷 금융서비스 통합 시스템인 ‘페이팔(paypal)’을 만들었다. 그러나 그는 돈만이 그의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 것으로 보지 않았다. 그는 페이팔을 판 돈으로 억만장자가 되었으나 미래를 향해 용기 있게 모험에 나선다. 그를 움직이는 추동력은 무엇일까? 세상을 향해 의미 있는 공을 우주로 쏘아 올리는 것! 바로 그것이 그를 움직이는 힘이다.
 미래를 향해 자아를 쏘다
일론 머스크가 2015년 9월 29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에서 테슬라의 첫 SUV인 모델 X를 선보이고 있다. / 사진:AP=뉴시스
인류 멸종에 대비한 화성 식민지 프로젝트를 들으면 황당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는 100년 내 화성에 문명을 건설하겠다는 구체적인 화성 개발 계획을 공개했다. 이를 통해 인간을 ‘다행성(multiplanetary) 거주종’으로 만들겠다는 것이 그의 당찬 계획이다. 그는 화성 이주에는 1인당 약 20만 달러의 비용이 필요할 것이라고 본다. 로켓 재활용 등을 통해 최대 10만 달러로 비용을 줄일 계획이다. 머스크는 첫 유인선 발사 후 40년~100년 내에 화성에 문명이 들어설 수 있다고 본다. 첫 이주민은 ‘죽을 각오’를 하고 엄청난 위험 속에 임무를 수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첫 화성 이주민이 되려는 걸까?

“나는 완벽히 프로젝트를 운영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계획이 성공하고 회사가 자리를 잡으면 그 때 화성에서 죽겠습니다.”

화성에서 생을 마감하는 것은 그의 오랜 꿈으로 알려져 있다. 당신은 지금은 그에게 의구심을 표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그의 꿈이 이루어질지 않을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그래도 테슬라 전기자동차를 이용한 지속가능한 에너지 사업은 그나마 실현 가능한 목표라며 씩 웃을지 모르겠다. 테슬라가 만년 적자이고, 차를 많이 팔지 못하는 회사임에도 기업 가치는 미래 잠재력을 믿는 투자자 덕에 미국에서 자동차를 생산하는 업체 중 주식 시가총액이 가장 많기도 했다. 그는 젊은이들에게 이런 충고를 하며 그의 이야기를 마무리 한다.

“나는 대학 때 ‘인류의 미래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치는 게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고, 5개의 답을 찾았습니다. 그것은 인터넷, 지속가능한 에너지, 지구를 넘어선 우주에서의 인류 생명 연장을 위한 우주 탐사, 인공지능, 인간 유전코드 재생프로그래밍입니다. 여러분들은 21세기의 마법사가 되어야 합니다. 멈추거나 위축되지 마세요. 기술은 그냥 두면 퇴보합니다. 고대 이집트 피라미드를 보세요. 인류는 피라미드를 짓는 법을 잊었습니다. 그들의 마법이 우리에게 전수되지 않은 것이지요. 로마의 수로와 도시 문명을 보세요. 인류는 그만큼 기술력 측면에서 위대했습니다. 기술로 이루어지는 상상력은 끝이 없습니다. 이제 밖으로 나가서 여러분의 마법을 창조하시길 바랍니다.”

그의 말을 듣고 있으니 인류가 가끔 어떤 이유에서 문명을 퇴보시키는 측면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법의 규제가 어떤 산업의 발전에 얼마나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19세기 말 영국에서 시행된 레드 플래그법(Red Flag Act) 혹은 적기조례(赤旗條例)라 불린 기관차량 조례(Locomotive Act)이다. 다행히 이 법은 약 35년 간 유지되다가 1896년에 폐지된다. 이 법은 당시의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터무니없었다. 규제의 내용을 오늘의 관점에서 보면 웃음이 나온다.



-속도는 4mph(6.4km/h)(시내에서는 2mph) 이하이어야 한다.

-승무원은 최소 3명(운전자·화부·조수)이어야 한다.

-조수는 60야드(55m) 앞에서 붉은 깃발(밤에는 붉은등)을 들고 걸어가며 말이나 마차의 통행을 도와주어야 한다. 조수의 신호에 따라 말이나 마차가 지나갈 때 차는 멈춰야 한다.

-차량 중량은 14t을, 차량 폭은 9피트를 넘어서는 안 된다.


1878년 개정법에서 붉은 깃발은 필요 없는 것으로 하고 조수의 위치(전방 60야드)는 20야드로 단축되었지만, 말과 조우하면 차량이 정지하여야 하고, 말을 놀라게 하는 연기나 증기의 발생은 금지됐다. 왜 이렇게 터무니없이 과도한 규제가 생겼을까? 자동차의 출현으로 위태로워진 기존 마차산업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자동차의 출현으로 불안을 느낀 마차산업 종사자들이 강력하게 로비했고, 그게 먹힌 것이다. 약 30년 간 유지된 이 법은 영국 자동차산업을 초기 태동기에서부터 철저히 구속하는 역할을 했다. 이로 인해 영국의 자동차산업은 독일이나 프랑스에 비해 현저히 뒤처지게 되었다. 가혹한 규제가 산업의 싹을 애초에 눌러 성장을 억제한 결과이다. 혹시 우리 주변에 우리의 상상력을 제한하는 규제는 없나? 아니 규제보다 더 무서운 것은 자아를 억제하는 관습이다. 모험을 터부시하는 환경, 안정성을 제일로 여기는 사회 분위기야 말로 규제 이상의 보이지 않는 규제이다.

일론 머스크의 이야기를 들으면 행운의 여신이 놀랍도록 그의 손을 들어준 것처럼 들린다. 이와 달리 그의 가정사는 순탄하지 못했다. 남아공 전기 엔지니어 출신 아버지와 캐나다 모델 출신 어머니의 이혼은 물론이고, 아버지가 키우는 동안에는 입 밖으로 내지 못할 정신적 상처를 받았다고 했다. 캐나다 시민권자였던 어머니와 함께 17살에 남아프리카를 떠나서 캐나다로 이주하고 퀸즈대학교에서 경영학을 공부한 후 미국 펜실베니아대학으로 편입했다. 훗날 스탠퍼드대 대학원에 입학했지만 동생 킴벌과 창업의 길로 들어서면서 2일 만에 학교를 자퇴한다. 그의 첫 번째 아이는 생후 10주 만에 영아돌연사증후군으로 사망했다. 첫째 부인 소설가 저스틴 머스크는 블로그에 알리고 싶지 않았을 일론 머스크의 사생활을 낱낱이 기록했다. 둘째 부인 라일리와도 이혼, 재혼, 이혼을 거듭했다. 모든 사람은 그렇게 성공과 실패를 맛보는 삶의 굴곡진 삶을 사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를 보며 일과 삶의 균형을 생각하는 워라밸(Wok-Life Balance)의 평범한 인생이 좋아 보일 수도 있다.
 생명의 미래 연구소에 거액 기부
우리가 유독 성공한 자들의 이야기를 좋게 보는 것은 그들의 다른 실패를 너무 축소해서 보는 우리의 시선 탓도 분명 작용한다. 하지만 일론 머스크에게서 우리는 인류를 사랑하는 마음을 꼭 배우고 자신의 꿈을 어떻게 실현하는지를 느껴보아야 한다. 일론 머스크는 지구를 지키기 위해 거금을 기부했다. ‘생명의 미래 연구소(The Future Of Life Institute)’가 바로 그 곳이다. 이 연구소는 ‘인간성에 대해 현존하는 위험의 완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을 목적으로 과학자들이 설립한 비영리단체이다. 그가 이렇게 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미래의 인공지능과 로봇을 인간이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기부금의 대부분은 인공지능 연구자에게 제공된다. 인공지능이 가져올 잠재적인 문제를 완화시키기 위해, 아이러니하게도 인공지능의 연구에 비용을 지원한 것이다. 인공지능이 인간 친화적이 되도록 제대로 연구해 인간이 행복한 세상을 기대해 본다.

“우리는 인공지능 문제에 대해 신중하여야 하며, 우리에게 현존하는 가장 큰 위협이 있다면 이 문제일 수 있다. 우리는 인공지능이라는 악마를 소환하고 있다.” 인공지능에 한해서 스티븐 호킹을 닮은 그의 이야기가 자신의 견해와 다르다 하더라도 그의 인류애와 성공을 향한 열정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미래 세대의 번영을 위해 애쓰는 그에게 경의를 표한다.



※ 필자는 연세대(경제학과)와 미국 미시간주립대(파이낸스 석사)를 졸업했다. 행시(재경직) 34회 출신으로 재무부·재정경제원·재정경제부·기획재정부에서 관세·물가·복지·국제금융·통상 등의 분야에서 일했다. 저서로는 [명작의 경제] [법정에 선 경제학자들] [식탁 위의 경제학자들] [경제적 청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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