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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안에 불이 나도 매운 맛이 좋다고?

입안에 불이 나도 매운 맛이 좋다고?

캡사이신은 신경독으로 농도가 아주 높을 경우 발작과 심장마비, 심지어 사망할 수도 있어
세계에서 가장 매운 고추로 알려진 ‘부트졸로키아’를 짧은 시간에 많이 먹으면 목숨을 잃을 수 있다. / 사진:WIKIMEDIA COMMONS
매운 음식을 먹을 때 경험하는 강렬하고 때로는 감당하기 힘든 효과는 고추에 들어 있는 캡사이신이라는 화합물이 일으킨다. 우리 몸이 다량의 캡사이신을 섭취할 때 고통을 느끼는 것은 과잉 섭취를 막기 위한 자연적인 반응이다. 하지만 그런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마다하지 않고 매운 고추를 먹는 사람들은 단순한 불쾌함을 느끼기는 데 그칠 수도 있지만 심할 경우 죽음에까지 이를 수 있다.

매운 양념은 음식에 특별한 풍미를 내기 위해 사용된다. 연구자들은 매운 음식을 먹는 데는 고통이 따르는 것은 불가피한 사실이지만 매운 맛이 일부 문화권의 생존을 보장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믿는다. 세계를 여행하다 보면 열대 지방과 가까운 곳에 사는 사람일수록 더 매운 음식을 먹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1998년 미국 코넬대학의 연구팀은 그런 현상이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는 점을 밝혀냈다.

더위는 음식을 상하게 한다. 냉장고가 보편화되기 전엔 더위에 쉽게 상하는 음식이 열대 지방 주민의 건강을 크게 위협했다. 약 20년 전 코넬대학 연구팀은 음식에 맛을 내는 양념 중 다수가 식중독을 일으키는 박테리아와 곰팡이의 성장을 막는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특히 캡사이신은 음식에서 성장하는 모든 박테리아의 75%를 죽이거나 발붙이지 못하게 막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추는 세계 전역의 음식에 흔히 사용되지만 캡사이신은 사실 신경독의 일종이다. 섭취한 캡사이신의 농도가 아주 높을 경우 발작과 심장마비, 심지어 사망할 수도 있다.

세계에서 가장 매운 고추는 ‘부트졸로키아’(bhut jolokia)다. ‘부트’는 인도 신화에 나오는 악령이라는 말이고 ‘졸로키아’는 인도 아삼의 언어로 고추라는 뜻이다. 부트는 자살 및 사형 등으로 죽은 인간의 영혼을 가리키는데, 인간을 공격해 육체를 먹는 두려운 존재로 알려져 있다. 유령처럼 맵고 강한 맛을 가졌다는 의미에서 ‘유령고추(ghost chilli)’로 불리기도 한다. 인도 동북부 아삼 지방에서 재배되던 그 고추를 발견한 미국 뉴멕시코대학의 폴 보슬란드 교수에 따르면 부트졸로키아를 짧은 시간에 많이 먹으면 목숨을 잃을 수 있다.

보슬란드 교수는 과학 전문매체 라이브 사이언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1980년 실시된 연구는 부트졸로키아 같은 아주 매운 고추를 분말로 한꺼번에 1.36㎏을 섭취하면 몸무게 68㎏인 사람이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이론적으로 계산해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건 이론일 뿐 대부분의 경우 우리 몸은 그보다 더 빨리 반응해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막아준다.”

물론 캡사이신의 ‘분노’를 맛보려고 그 매운 ‘유령 고추’를 반드시 먹을 필요는 없다. 영국에서 활동하는 프리랜스 언론인 루아리 버래트는 인도산 피리피리 칠리소스를 듬뿍 뿌린 햄버거를 먹다가 병원에 실려가면서 캡사이신 과잉 섭취의 효과를 제대로 체험했다. 버래트는 햄버거를 한번 깨문 즉시 입안에서 고통스런 통증을 경험했으며 시간이 흐를수록 고통은 더 심해졌다고 설명했다.

“내가 삼킨 햄버거 조각이 위에 닿기도 전에 다리에 경련이 일어났고 손을 움직일 수도 없었다. 과호흡 증상이었던 듯하다. 눈이 머리 속으로 기어들어가면서 얼굴이 창백해졌다. 말하기도 어려웠다.”
태국식 그린 커리는 녹색이지만 매운 청고추로 만들어 아주 매운 음식이다. / 사진:GETTY IMAGES BANK
버래트의 고통은 약 3시간 동안 지속됐다. 후유증이 남진 않았지만 매운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그의 자부심은 이제 약간 퇴색했다. 그렇다면 캡사이신이 들어올 때 우리 몸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살펴보자.

 입, 코, 눈
태국식 그린커리(녹색이지만 매운 청고추를 갈아 만들어 매우 맵다)가 맛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우리 몸은 캡사이신이 들어오면 즉시 씻어내야 하는 고약한 물질로 인식한다. 온라인 매체 슬레이트가 보도했듯이 캡사이신은 우리 몸의 점액샘을 뒤집어 놓는다. 그 결과 눈물과 콧물이 흐르고 타액이 증가한다.
 뇌
매운 음식을 먹으면 체온이 올라가지 않는 데도 거의 즉시 열기를 느낀다. 이런 허위 열감이 생기는 것은 캡사이신이 TRPV1이라는 통증 수용체와 결합하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경우 TRPV1은 뜨거운 것이 있을 때만 활성화한다. 슬레이트에 따르면 열에 민감한 이 수용체가 활성화하면 실제 온도 변화가 없는데도 신경은 우리 몸이 열기에 너무 가까이 다가갔다고 느끼도록 하는 메시지를 뇌로 보낸다
 땀샘
열에 민감한 통증 수용체가 활성화하면 뇌는 몸이 과열된다고 믿고 그 현상을 역전시키려고 최선을 다한다. 결과적으로 우리 몸은 열에 맞서는 최선의 방어 기저 중 하나를 작동시킨다. 발한을 말한다. 미국의 과학잡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은 우리 중 다수가 매운 음식을 먹을 때 평소보다 땀을 더 많이 흘리는 것이 바로 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TRPV1의 활성화는 모세혈관 확장도 일으킨다. 열기를 신체 표면으로 밀어내 더 쉽게 발산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매운 음식을 먹으면 얼굴과 손이 붉어지는 사람이 많다.
 소화기관
매운 음식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캡사이신이 과다하게 들어간 음식을 먹으면 소화관이 충격을 받을 수 있다. 눈, 입, 코에서처럼 캡사이신은 장에서도 점액 분비를 촉진한다. 또 캡사이신은 심한 장 수축을 일으킬 수 있다. 최대한 신속하게 그 불쾌한 물질을 배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런 작용이 주로 효과가 있지만 때로는 설사나 구토를 일으킬 수도 있다.

- 데이나 더비 아이비타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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