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엘리트 계층 일부까지 포함해 거의 모든 사람의 일자리 빼앗을 것 구글 AI 딥드림 기술로 만들어낸 환각 유발 이미지. AI가 인간의 지능에 얼마나 접근했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 사진:GOOGLE인공지능(AI)이 부상하면서 지금껏 자동화가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던 직종을 위협한다. 옥스퍼드대학 연구팀은 일련의 논문을 통해 자동화의 표적이 되리라고 예상되는 일자리의 순위를 매겼다. 가장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 받은 직종으로는 부동산 중개인, 보험 손해사정인, 스포츠 심판이 꼽혔다(AI가 갈수록 저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는 일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대량실업에 무슨 좋은 일이 따를 수 있을까?
역사를 돌이켜보면 사람들이 기술의 압박으로 일자리를 잃게 되면 저항운동이 일어난다. 예컨대 19세기 잉글랜드의 공업화로 러다이트(신기술 반대) 운동이 일어났다. 불행히도 비주류 그룹의 항의로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실 또한 역사는 말해준다. 영국 군대가 러다이트를 진압하고 정부는 공장설비 보호법을 발효해 공업화는 계속됐다. 마르크스가 설파했듯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정부는 유산계급 편에 선다.
하지만 숙련기술을 가진 그 상류계급이 일자리를 잃으면 어떻게 될까? AI 기반의 대량 실업이 바로 그런 문제를 제기한다. 고학력의 변호사·기자·관료·기업경영자와 기타 창의적인 지식노동자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AI의 부상이 화이트칼라 노동자의 반란을 초래할 수 있을까?
1990년대 중반 박사 과정생으로 컴퓨터 비전(computer vision, 컴퓨터에서 사람의 눈과 같은 역할을 하는 시각정보처리기술)이라는 AI 하위 분야를 연구할 때 자의적인 이미지를 입력하면 그것을 묘사하는 문장을 출력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의 개발이 이 분야의 커다란 과제라고 생각했다. 당시의 컴퓨터는 사진에 담긴 이미지가 사람 얼굴인지, 마카로니 그릇인지, 치즈인지 식별하지 못했다. 내 생전에 그 문제가 해결되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불과 20년 만에 하드웨어·빅데이터·병렬처리(컴퓨터의 데이터 처리방식) 그리고 신경망의 발전이 맞물려 놀라운 발전을 이뤄냈다. AI 시스템이 갈수록 사진 콘텐트를 묘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언어번역·에세이·작문평가·작곡 분야에서도 상당히 입지를 넓혀나간다. 현대의 AI 시스템은 금융분석, 뉴스기사 작성, 판례검색을 처리한다.
컴퓨터는 인간의 특정한 기능(창작·감정표현·공감)을 대신할 수 없다는 낡은 신화가 하나 둘씩 무너져 내린다. 구글 AI 딥드림(DeepDream)의 그림을 보면 AI가 인간의 지능에 얼마나 가까이 접근했는지 뼛속 깊이 절감할 수 있다. 숙달된 신경망이 정말로 독창적이고 섬뜩할 정도로 인간적인 기묘하고 꿈 같은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이를 비롯한 관련 기술의 발전이 예고하는 미래는 아무리 과장해도 지나치지 않다. AI의 미래로 향하는 길을 개척하며 큰돈을 벌어들인 기술전문가들도 경종을 울리기 시작했다. 테슬라의 엘론 머스크 CEO는 인류의 실존을 위협하는 최대 요인으로 AI를 꼽았다(테슬라의 자율주행차 기술에는 AI가 다수 포함된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는 그 위기가 자명하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사람들이 왜 걱정하지 않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미래학자 레이 커즈웨일의 말이 맞다면 2045년에는 컴퓨터 지능이 모든 면에서 인간의 능력을 따라잡거나 능가하게 된다. 그가 말하는 이른바 ‘기술적 특이점(singularity)’이다.
그러나 일자리의 종말에 서광이 비칠지도 모른다. 1800년대의 러다이트의 실패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그들은 정치적으로 아웃사이더였다. 조직이 갖춰지지 않았다. 기술 또는 고용주의 문제라고 오판했다. 그리고 적어도 일부의 설명에 따르면 대중의 지지를 거의 받지 못했다.
반면 화이트칼라 운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사회 주도층과 탄탄한 유대관계를 구축하고 체계적으로 조직을 구성한다. 불완전한 경제 시스템이 더 큰 문제이며 기술은 그 병리현상을 확대할 뿐이라는 점을 이해한다. 그리고 역시 실업자일 수 있는 대중으로부터 공감을 이끌어낼 웅변술도 보유할 것이다.
다른 노동자 반란과 달리 화이트칼라 반란은 권력의 지렛대를 움직여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부를 집중시키고, 격차를 확대하고, 기업의 공적 책임의식을 면하게 하고, 부와 국가를 분리하지 못하는 정치경제 시스템 말이다.
AI의 일자리 점령이 문제가 되는 것은 일차적으로 기술을 소유하는 극소수가 그 혜택을 챙기면서 나머지 사람에게는 해악만 남겨주기 때문이라고 예상된다. 이는 정치적인 문제이지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다. 내 생각엔 기술이 자본주의의 불평등을 키운다. AI가 과거 엘리트에 속하던 일부까지 포함해 거의 모든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다.
- 켄타로 토야마
※ [필자는 미시건대학에서 기술과 글로벌 발전을 연구하는 부교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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