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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용로가 만난 사람(11) 김도진 기업은행장] “동반자 금융모델 완성하겠다”

[윤용로가 만난 사람(11) 김도진 기업은행장] “동반자 금융모델 완성하겠다”

필리핀 지점 1년 만에 흑자전환 … 4번째 내부 출신 행장으로 취임 1주년
사진:전민규 기자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은 김도진 기업은행장을 “상황 파악이 빠르고 총명한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윤 전 행장이 지난 2007년 기업은행장 자리에 오른 후 3년 간 함께 일했던 직원 중에 잊을 수 없는 사람 가운데 한 명이다.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기획재정부는 경영자율권 확대 공공기관 선정을 위한 공모를 실시했다. 윤 전 행장은 기업은행이 공공기관이지만 다른 은행과 경쟁하려면 조직, 인력 운영, 예산 등을 자율적으로 행사하는 경영자율권이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경영자율권 공공기관에 선정되기 위해 윤 행장은 동분서주했다. 그때 함께 뛰어다닌 사람이 바로 당시 대외협력팀장이었던 김도진 행장이다. 여러 노력 끝에 기업은행은 경영 성과 등을 인정받아 2009년 말 경영자율권 확대 시범 공공기관으로 선정됐다.

윤 전 행장은 “김 행장이 그때 나를 옆에서 많이 도와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윤 전 행장은 김 행장을 이듬해 7월 은행의 핵심 부서로 불리는 전략기획부장으로 발령을 냈다. 윤 전 행장이 퇴임한 후로도 그는 ‘도진스키(거침이 없고 업무 능력도 뛰어나다는 뜻으로 직원들이 지었다)’라는 별명에 걸맞은 성과를 내면서 남중지역본부장과 경영전략담당 부행장을 거쳐 지난해 12월 28일 25대 기업은행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기업은행의 4번째 내부 출신 은행장이다.

김 행장은 지난 10월부터 기업은행 제 2본점인 ‘IBK파이낸스타워’ 23층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IBK파이낸스타워가 들어선 이곳은 아이러니하게도 2009년 윤 전 행장 때 매입을 검토한 부지다. 윤 전 행장 시절 기업은행 본점 건물이 작아 일부 부서는 건물 일부를 빌려 쓰고 있었다. 그때 명동 일대를 재개발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소식을 들은 윤 전 행장은 부지를 매입해 임대를 하거나, 제 2의 기업은행 본점으로 사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실무자들에게 매입 검토를 해볼 것을 주문했다. 이후 2015년 8월 을지로 본점 맞은편에 있는 땅을 3800억원을 주고 특수목적법인 명동도시환경정비사업주식회사회로부터 매입했다. 지난해 말 완공된 IBK파이낸스타워에는 올 3월부터 기업고객그룹·개인고객그룹 등 일부 부서가 이곳에 입주했다. 김 행장은 “제가 모신 행장과 함께 이 건물에 함께 있으니 감회가 남다르다”며 “행장에 취임한 지도 1년이 됐는데 참 시간이 빠르게 흘러간다”고 말했다.

김 행장은 취임 후 ‘동반자 금융(중소기업 성장단계별 맞춤 지원)’이라는 경영 로드맵을 내세웠다. 동반자 금융의 첫 시작을 위해 지난 12월 19일 창업지원센터인 ‘창공센터’ 마포지점 문을 열었다. 물론 내실 경영에도 힘썼다. 취임 후 비이자이익이 늘고, 관리비 절감, 대손충당금 감축 등으로 3분기 누적 순이익은 전년보다 31% 늘어난 1조2476억원을 기록했다. 또 임기 동안 전국 630개 영업점을 한 번씩 가보겠다고 공언한 후 1년 동안 전국 180개 지점을 찾았다. 1년을 바쁘게 살았지만 아쉬움이 남는다고 회고했다. 그는 “임기 2년차에 들어가는 2018년은 기업은행에게도, 나 자신에게도 중요한 해”라고 말한다. 전직 기업은행장이 취임 1년차를 맞는 현직 김 행장에게 기업은행 현안을 물었다. 대담은 지난 12월 19일 서울 을지로 IBK파이낸스타워에 자리한 김 행장 집무실에서 진행됐다.
사진:전민규 기자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이하 윤용로):
여기로 오는 차 안에서 생각해 보니 지난 2007년 12월 21일 기업은행장 임명장을 받고 크리스마스 다음날 취임식을 했던 거 같아요. 그게 벌써 10년 전 일이네요. 윤용로가 만난 사람을 통해 후임 행장하고 만나니까 참 좋네요. 제가 있을 때도 김 행장이 일을 잘했어요. 제가 나가고 나서는 더 승승장구했네요. 취임한 지 벌써 1년이 됐다고 하는데 시간이 참 빨라요.



김도진 기업은행장(이하 김도진):
꽃피는 봄이 2번 더 오면 집에 가야 합니다(웃음). 제가 모신 분과 대담을 하게 되니까 어색하기도 하고 영광입니다(그는 선배 행장과 대담한다는 게 난처했는지 다소 긴장된 모습이었다).



윤용로:
김 행장과는 자주 연락도 하고, 전직 행장 모임이 있을 때도 봐요. 근데 이런 일로 현직 행장에게 보자고 하는 건 실례에요. 현장도 가야하고, 국책은행이니까 감독당국 사람도 만나야 하고 머리 아프고 할 일이 너무나 많거든요. 그래도 이렇게 시간 내줘서 고맙습니다. 질문지는 있지만 편안하게 할게요(윤 행장은 인터뷰를 하기 전 본인이 직접 작성한 질문지를 인터뷰 대상자에게 보내준다).



김도진:
자료도 있고 하니까 제가 아는 범위 내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그는 인터뷰 질문지에 빼곡히 답변을 적어왔다).



윤용로:
저는 외부에서 와서 은행 현안을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렸어요. 근데 김 행장은 1985년에 입사해서 지금까지 기업은행에서 지내고 있으니까 취임 후 빨리 업무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김도진:
제가 윤 행장님 모실 때 전략기획부장을 하고 그 후 전략담당부행장을 3년 간 했어요. 권선주 전 행장이 퇴임하기 전인 2016년 가을에 본부조직개편, 영업점 조직개편, 경영평가 제도에 대한 방향 준비를 다 해놨어요. 누가 오더라도 빨리 결재를 받으려고요. 왜냐하면 새 행장이 오면 사람과 조직을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리니까 미리 준비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제가 되니까 따로 업무보고를 받을 필요가 없어졌어요. 그래서 그동안 연구·검토했던 것들 좀 보고, 수평적 조직 관계와 4차 산업혁명 대응을 하기 위한 조직개편을 몇 일 뒤에 했어요. 또 2016년 겨울에 중소기업연구원장에게 기업은행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연구를 부탁했습니다. 그 연구보고서 내용 중에 창업지원 정책 내용이 담겨 있기에 그걸 차용해서 동반자 금융을 기업은행의 핵심 모토로 내세웠죠. 저는 연초에 시무식도 하지 않고 업무 보고도 받지 않았습니다.



기업은행이 내세운 동반자 금융은 중소기업 성장을 단계별로 지원하는 사업이다. 스케일업(Scale-up·성장 금융), 레벨업(Level-up·재도약 금융), 사이클업(Cycle-up·선순환 금융) 등 ‘쓰리업(3-up)’ 플랫폼을 완성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 9월 ‘창업벤처지원단’을 신설하고, 창업지원센터 건립을 추진해왔다.




윤용로:
기업은행은 그동안 중소기업의 성장을 견인해왔지만 동반자 금융이라는 모델은 처음이잖아요. 잘 될 거라고 보세요?



김도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동반자 금융을 시작할 때 제가 미국 실리콘밸리에 가보고 싶었는데 못 갔어요. 대신 은행 전략 담당자와 IT, 핀테크 담당자 10여 명을 보내서 실리콘밸리 뱅크 CEO을 만나서 우리가 벤치마킹할 수 있도록 노하우를 배워오라고 했습니다. 스타트업을 어떻게 선발하고 발굴하는지, 엑셀러레이터(스타트업 육성기관)·벤처캐피털(VC)에서 자금을 유치받는 방법까지 자세히 듣고 오라고 했어요. 드디어 오늘(12월 19일) 오후에 기업은행 마포지점에 1호 ‘IBK 창공 센터‘의 문을 엽니다. 창공은 ‘창공(創工)을 발판으로 창공(蒼空)으로 날아오르라’는 말의 줄임말이에요. IBK창공 1기에는 20개 기업을 모집하는데 399개 기업이 지원했어요. 1기에 뽑힌 기업은 기업은행이 1단계로 초기투자를 하고, 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받으면 저리로 대출을 해줍니다. 어느 정도 성공하면 해외 진출이나 판로, 홍보 지원까지 해줄 생각입니다. 가보지 않은 길이라 걱정되지만 누군가는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2018년 1분기 안에 실리콘밸리에도 가보려고 합니다.



윤용로:
우리나라는 은행의 비중이 커서 자본시장이 제대로 역할을 많이 못해요. 특히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어려울 때는 자본시장이 더 움직이지 않아요. 선진국에서는 벤처캐피털에서 창업 기업을 지원하는 데 우리나라는 그런 지원도 많지 않아요. 그렇다 보니 기업금융에 가장 강한 은행이 창업시장에 뛰어들어 기업을 지원한다는 건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김도진:
동반자 금융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첫 번째는 성장금융인데 창업·성장 초기 기업 지원을 위해 매년 20조원씩, 앞으로 5년 간 100조원을 지원할 계획입니다. 재도약 금융에서는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거나 국내 근로 여건을 개선하는 데 지원합니다. 예컨대 중소기업 거래 기업체 근로자 자녀를 위해 어린이집을 만드는 거에요. 최근 남동공단에 어린이집을 만들려고 신청자를 받았는데 신청자가 대단히 많았습니다. 마지막인 선순환 금융입니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20%는 창업 1세대가 운영하는 회사이고, 10~12%는 물려받을 자녀가 없거나 (자녀가) 물려받기 싫어하는 회사입니다. 경영승계가 되지 않는 회사는 경영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부모가 만들어 놓고도 후계자가 없어서 어려움에 처한 회사를 저희가 인수하는 겁니다. 전문경영인을 앉히고, 기업은행 직원을 최고재무책임자(CFO)로 보내요. 2~3년 간 경영 정상화가 되면 인수자를 물색합니다. 지금까지 3개 회사를 매입했습니다.



윤용로:
기업은행이 동반자 금융이라는 컨셉트도 그렇고 젊고 활동적인 이미지로 가려고 하는 것 같아요(기업은행은 5년여간 모델로 활동한 탤런트 송해(91)씨와 계약을 끝내고 영화배우 이정재(46)씨를 새 모델로 발탁했다).



김도진:
요즘 인터넷뱅크, 4차 산업혁명, 핀테크 같은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기업은행도 이에 맞춰서 가는 게 좋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송해 대사께 식사 대접하면서 여러 상황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어요. 그랬더니 흔쾌히 이해를 해주셨습니다. 이정재씨를 새 모델로 쓰면서 좀 젊어진 거 같아요. 모델 나이로만 봐도 50년 가까이 젊어졌으니까요(웃음).



윤용로:
최근 은행들이 점포를 많이 줄이잖아요. 기업은행은 현금자동입출금기(ATM)로 업무를 보는 개인고객보다 기업 고객이 더 많아서 사람 손이 더 많이 필요하지만 그래도 영향을 받을 것 같아요.



김도진:
전국 630개 점포 중에 현재 30개가 적자 점포입니다. 수익률이 현저히 낮은 지점까지 포함하면 40~50개가 됩니다. 사실 서울 당고개 지점은 적자라서 문을 닫고 싶지만 그 지역에 지점이 한 곳밖에 없어서 없앨 수가 없어요. 종로나 을지로 지점 등과 같이 구도심 지역에 있는 점포도 예전보다 수익이 줄어서 인원을 최소한으로 운영할 계획입니다. 구도심에 있거나, 적자 점포는 주변 점포와 통폐합할 계획이에요. 점포가 줄어들어도 직원들은 계속 뽑고 있습니다. 올해 280명을 뽑았어요.



윤용로:
필리핀에 지점을 냈더라고요. 외환은행장 자리에 있었을 때 필리핀에 외환은행 한 곳밖에 없어서 독점적 지위를 누렸거든요. 근데 기업은행 들어오고 나서 외환은행 실적이 줄어서 비상이더라고요. 기업은행의 해외 진출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김도진:
2015년 말에 진출했는데 필리핀은 흑자를 내고 있어요. 베트남은 점포를 지점 형태로 두 개까지만 허용해줍니다. 지금은 하노이·호치민에 하나씩 있는데 세 개 이상 지점을 내려면 법인으로 전환해야 해서 법인 신청을 해놨습니다. 법인 신청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려서 최근에 한국에서 팀장 1명을 더 보냈습니다. 하노이 지점에서 팀장 2명이 두 팀을 이뤄 영업을 하는 겁니다. 호치민도 마찬가지고요. 이렇게 되면 법인 전환 때까지 점포가 4개로 운영되는 형태를 띠게 되니 영업활동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 지점은 정체 상태입니다. 중국에 들어가는 한국 기업이 줄고 있어서 이들 상대로 영업하기가 어려워졌어요. 그래서 현지 기업을 상대로 영업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윤용로:
제가 행장으로 재직할 때 중소기업의 3분의 1 정도가 이자비용이 영업이익보다 많았어요. 기업은행장 자리가 참 어려운 게 기업을 도와줘야 하지만, 상황이 좋지 않을 때는 돈을 회수하겠다는 시그널도 보내야 해요. 기업은행은 기업 구조조정을 어떻게 하나요.



김도진:
신규 기업에 대출하기 전에 현장에 있는 심사부서 12개 센터에서 해당 기업의 재무상태 등을 들여다보고 선별 작업을 합니다. 대출이 나가면 여신기획부에서 기업의 영업활동이나 이자 납부 여부를 모니터링 해요. 만약 회사가 어려워지면 살릴 기업은 살리고 그렇지 않으면 워크아웃을 신청하게 합니다. 워크아웃이란 단어의 어감이 좋지 않아서 ‘체인지 업’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이들에게 대출금 유예, 이자 감면도 해줍니다. 이렇게 하면 통계적으로 약 60% 정상화돼요. 그래도 정상화가 되지 않는 기업은 인수합병(M&A)을 하거나 기업 부실채권(NPL) 작업을 합니다.



금융 공기업은 채용비리 의혹, 코드인사, 낙하산 문제에 늘 시달린다. 최근에도 금융감독원과 우리은행이 경제관료나 고위 임원 친인척 자녀를 특혜 채용한 사실이 적발됐다.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은 자진 사퇴했다. 그래서 윤 행장에게 인사채용 비리 문제와, 은행퇴직임원의 자회사에 대한 인사에 질문을 부탁했다.




김도진:
(머쩍은 웃음을 지으며) 금융위원회에서도 (특혜 채용에 대한 조사) 다녀갔고 다 정리가 됐어요.



윤용로:
이런 질문에 대답하기란 쉽지 않지만 김 행장을 포함해서 기업은행의 전직 행장도 그동안 공정한 인사를 진행해왔습니다. 지난 2009년 일부 공공기관에서 채용비리가 있었어요. 이후에 기업은행 채용 필기 시험이 부활했어요. 시중은행은 서류와 면접으로 이어지는데 금융공기업은 입사할 때 서류심사 통과 후에 필기시험을 봐야 해요. 그래서 청탁을 받을 수가 없어요.



김도진:
그 정도로 정리하시죠(웃음). 그리고 그 부분(자회사에 대한 인사)에 대한 제 생각은 그 자리에 적정한 사람이 간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은행에서 20~30년 간 일을 했다면 소양과 자질이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정무적 판단이 아닌 실무적인 관점에서 일을 한다면 큰 문제는 없다고 봅니다.

※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 - 1977년 행정고시 21회에 합격해 관직을 시작했다. 그 후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외화자금과장·은행제도과장과 금융감독위원회(현 금융위원회) 공보관·감독정책2국장·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부위원장까지 지낸 후 금융인으로 변신했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장(2007~10년)을 거쳐 시중은행인 외환은행장(2012~14년)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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