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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의 역사를 빛낸 첨단 기술들] VCR·컴퓨터·자율주행차로 미래 수놓다

[CES의 역사를 빛낸 첨단 기술들] VCR·컴퓨터·자율주행차로 미래 수놓다

51년 역사의 최신 ICT 경연장 … 올해 약 150개국, 4000여 업체, 18만 명 참가



소비자가전전시회(CES, Consumer Electronics Show)는 해마다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가전·IT 박람회다.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국제가전박람회(IFA)와 더불어 세계 3대 정보통신기술(ICT) 행사로 꼽힌다. 그만큼 세계 각국의 내로라하는 기업이 참가해 첨단 기술을 뽐내며 자웅을 겨룬다. 그중 1967년 시작해 5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CES는 ICT의 미래상을 미리 그려볼 수 있는 대표적인 무대로 자리매김했다. 올해는 어떤 신기술이 등장했는지 CES의 역사와 함께 짚어봤다.
세계 최대 가전·IT 박람회인 ‘CES 2018’ 개막 이틀째인 1월 10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에서 참관객이 CES 조형물 앞을 지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 1월 8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몬테카를로호텔에 마련된 ‘소비자가전전시회(CES) 2018’ 개막 기조연설 현장. 기조연설을 맡은 인텔의 암논 샤슈아 수석부사장이 무대에 등장하자 객석이 술렁거렸다. 이날 그는 12개의 센서를 장착한 자율주행차량에 탑승한 채로 무대에 올랐다. 이 차량은 최근 인텔이 상용화를 준비 중인 자율주행차의 시험용 모델이다. 샤슈아 부사장은 인텔이 인수한 자율주행 업체 ‘모빌아이’의 공동 창업자다. 이날 공개된 인텔의 새 자율주행 플랫폼은 레벨 3에서 5까지의 자율주행을 지원한다. 통상 레벨 4가 사람(운전자)의 개입이 없어도 주행 가능한 수준이라면 레벨 5는 완전 자율주행을 의미한다.
 가전 넘어 모든 신기술의 무대로
CES 2018의 인텔 전시장에서 참관객이 인텔의 5G 터널을 체험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이에 앞서 첫 번째 기조연설자로 나선 브라이언 크러재니치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CES에서 볼 수 있는 가상현실(VR), 스마트시티, 그리고 자율주행 기술 모두 ‘데이터’에서 시작된다. 모래나 물과 같은 자원은 한정됐지만 오는 2020년이면 자율주행차 한 대당 4테라바이트(TB)의 데이터를 생성할 것”이라며 데이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100년에 한두 번 볼 법한 사회·경제적 변화가 데이터에서 촉발될 것이라는 얘기다. 지난 반세기 동안 PC용 반도체로 막대한 부를 쌓아온 인텔은 이미 데이터 기업으로의 변신을 선언했다. 자율주행차는 그 매개물 중 하나다. 현재 인텔은 그래픽처리장치(GPU) 분야 최강자인 엔비디아와 함께 미래 인류의 일상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자율주행차 부문에서 글로벌 2강 구도를 형성한 것으로 평가된다.

자동차 박람회나 소프트웨어 박람회가 아닌 가전 박람회임에도 자율주행차·데이터가 무대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CES에선 더 이상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4년 전 CES 2014 때부터 자율주행 업체들은 CES에 본격적으로 참가, 내로라하는 가전 업체의 틈바구니 속에서도 전시 부스를 확장해왔다.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CES의 주인공은 TV나 오디오 같은 전통적인 소비자가전(CE)이었지만, 이제 주인공은 ICT 관련 모든 신기술이 된 분위기”라고 말했다. 기술 발전으로 소비자가전과 소프트웨어의 융합이 필수불가결한 시대가 된 만큼 CES 역시 그에 걸맞은 행사로 변모하고 있다는 것이다. CES를 주최하는 전미소비자가전협회(CEA)는 아예 단체 이름을 2016년부터 전미소비자기술협회(CTA)로 바꾸기도 했다.

이처럼 CES가 가전을 넘어 ‘미래를 위한 모든 기술’을 망라하는 무대로 자리매김한 데는 세계적인 규모가 작용했다. CTA에 따르면 2013년 세계 3000여 기업, 약 15만 명의 관람객이 참가했던 CES는 올해 4000여 기업, 약 18만 명의 관람객이 150여개국에서 참가한 행사로 규모가 한층 커졌다. 이러다 보니 ICT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세계인의 시선을 사로잡을 만한 핵심 기술을 CES에서 선보이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이들은 올해 인텔이 그랬던 것처럼 CES에서 신기술을 공개하고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리기를 희망한다. 삼성전자·현대자동차그룹·LG전자 같은 한국 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이라는 세계 최대 시장에서 열리는 행사라는 점, 한 해 계획을 선포하는 연초라는 시기적 특성 등도 한몫을 한다.
 비디오 시대, PC 시대도 CES에서부터
무엇보다 CES의 전통과 역사가 수많은 기업 그리고 관람객의 마음을 움직인다. CES는 1967년 휴대용 라디오로 시작해 51년째인 올해에 이르기까지 당대를 사로잡고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낸 숱한 ‘히트작’을 쏟아냈다. 예컨대 1970년 필립스가 CES에서 선보인 비디오카세트녹화기(VCR) ‘N1500’은 가정용으로 크기를 줄이고 가격을 대당 2000달러(기존 VCR은 7만 달러)로 낮춘 획기적인 VCR로 세계적인 비디오 시대의 도래를 알렸다. 1982년 CES에 모습을 보인 ‘코모도어64’ 컴퓨터는 1994년까지 세계에서 약 1700만 대가 팔리면서 PC 시대가 왔음을 알렸다.

종전의 아날로그 전송 방식에서 벗어난 고화질(HD) TV도 1998년 CES에 등장해 뜨거운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위성 디지털 방송 시대가 열렸다. 이는 세계 TV 시장을 장악한 한국과 일본의 TV 대전(大戰), 즉 치열한 기술 경쟁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2008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2009년 3차원(3D) TV, 2011년 스마트TV가 모두 CES에서 선을 보였다. 오늘날 산업계 다방면에서 활용도가 높아진 무인항공기 드론도 CES 출품을 계기로 발전했다. 2010년 패럿이라는 프랑스 업체가 CES에서 처음 공개한 드론이 지금처럼 4개의 프로펠러를 장착한 형태였다. 당시만 해도 ‘값비싼 장난감’에 불과했지만 이젠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제품이 됐다.

이 밖에 세계 게임 역사에 한 획을 그은 ‘테트리스’ 게임(1988년), 스티브 잡스가 극찬했던 태블릿(2010년)과 스마트워치(2012년)도 CES 무대를 빛냈다. 그런가 하면 CES는 ‘당분간 대체할 만한 기술이 없을 것으로 보였던’ 신기술이 예상보다 빨리 쇠락할 수 있음을 보이는 무대로도 기능했다. 1981년 CES에 등장했던 CD플레이어가 15년 후인 1996년 CES에선 다른 신기술인 DVD플레이어로 대체돼 영원한 승자는 없음을 보여줬다.
 사물인터넷·인공지능으로 하나 된 CES
최근 수년 간은 단연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 같은 소프트웨어 기술의 독무대였다. 올해 역시 마찬가지다. CES 2018의 주제는 ‘스마트시티의 미래’다. 지난해 각광을 받은 스마트홈에서 한층 확장된 개념이다. 스마트시티에 기업과 관람객 모두 마음을 뺏겼다. 4000여 참가 업체들은 이번 CES에서 IoT·AI 관련 2만개 이상 제품을 공개하면서 열띤 분위기를 형성했다. 1월 10일 CES 현장을 둘러본 업계 관계자는 “IoT·AI를 통해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도 각종 가전을 제어하면서 풍요로움을 누리는 도시생활이 눈앞에 성큼 다가왔음을 체감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올해로 이어진 CES의 이 같은 51년 역사는 각종 신기술의 흥망성쇠와 맞물려 글로벌 산업계와 소비자들에게 풍부한 생각거리를 안겨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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