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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잔이 과음 부른다?

큰 잔이 과음 부른다?

와인 잔 300년 전보다 거의 7배나 커져 … 매출 증가 노린 주류판매 업체의 영향인 듯
“1700년 평균 66㎖였던 와인잔 용량이 2017년엔 거의 7배인 449㎖로 커졌다.” / 사진:PIXABAY.COM
300년 전 크리스마스 등 서양의 축제 음식에 곁들였던 와인의 양은 요즘보다 훨씬 적었던 듯하다. 예전의 와인잔 크기를 기준으로 볼 때 그렇다는 말이다. 영국 의학회 저널(BMJ)에 실린 연구에서 케임브리지대학 연구팀은 “1700년 평균 66㎖였던 와인잔 용량이 2017년엔 거의 7배인 449㎖로 커졌다”고 말했다 .

“유리 와인잔은 1700년경부터 와인을 담아 마시는 보편적인 용기로 자리 잡았다”고 연구의 저자 조래나 주팬이 말했다. “17세기 말 조지 레이븐스크로프트가 납 크리스탈 유리를 개발한 덕분이다. 그 후 차츰 이전보다 더 강하고 큰 유리잔을 만들게 됐다.”

1960년대 이후 알코올의 소비가 현저하게 증가했다. 다양한 제품의 개발과 소비자 경제력 향상, 알코올 마케팅의 증가, 주류판매허가 규정의 완화가 그 요인이다. 특히 와인 소비가 널리 확산되면서 1960~1980년 거의 4배나 증가했고, 1980~2004년 다시 2배로 늘었다. 이 기간 동안 와인잔은 와인의 종류에 따라 모양과 크기가 다양하게 나오기 시작했다. 이런 경향은 와인 시장의 성장을 반영할 뿐 아니라 거기에 기여하기도 했다. 20세기 전반기에는 맥주와 증류주의 소비가 가장 많았고 와인은 상류층에서만 소비됐다.

잔의 크기가 음주량에 영향을 미치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그 가설을 뒷받침하는 몇몇 증거가 있다. 마찬가지로 음식도 큰 그릇으로 먹을 때 식사량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케임브리지대학 연구팀은 와인잔 크기의 증가가 와인 소비 증가에 기여했는지를 조사했다. 연구팀은 1700~2017년 사용된 와인잔 411종을 수집해 비교한 결과 1990년대(이 시기에 와인잔의 크기가 급증했다)까지 잔의 크기가 점차 커졌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더 큰 와인잔이 몇 가지 다른 요인과 함께 와인 소비 증가에 기여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1990년대에 와인잔의 크기가 급증한 것은 미국 시장의 요구에 따른 것이거나 매출 증가를 노린 바와 레스토랑 소유주들의 영향이었을 것으로 설명된다.

영국에서는 바나 레스토랑의 와인 리스트와 메뉴에 나와 있는 와인 주문의 최소 단위가 250㎖인 경우가 갈수록 늘어난다(규정상으로는 더 작은 용량도 판매하도록 돼 있다). 250㎖라면 보통 와인 1병의 3분의1 분량으로 1980년대 와인잔 용량보다 더 크다. 연구팀은 만약 더 큰 와인잔이 알코올 소비 증가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증명된다면 다수의 공중보건 정책을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보고서에서 몇 가지 제안을 했다. 주류판매 허가를 받은 레스토랑이나 바에서 와인잔의 크기를 줄일 것과 소매업자에게 작은 용량의 병에 담긴 와인 판매를 독려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이런 제안에 저항이 있겠지만 1월엔 작은 병의 인기가 (크리스마스가 있는) 12월보다는 훨씬 높을 것으로 내다본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 아리스토스 조르주 아이비타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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