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건 어디에도 없어!”
“이런 건 어디에도 없어!”
국제가전박람회에서 선보인 카메라 장착 인공지능 스피커, 스마트 프로젝트 내장스피커 등을 소개한다 제임스 보즈웰의 전기 ‘새뮤얼 존슨의 생애’가 국제가전박람회(CES)와 무슨 관계가 있을까? 사람들이 가질 법한 의문이다. 맹세컨대 이 기사를 작성하기 시작할 때 존슨 박사(18세기 영국 시인 겸 평론가)의 재치 있는 명구를 인용하려 하지 않았다. 진짜 책을 읽으며 CES 관람 중 휴식을 취하다가 문제의 그 문장과 맞닥트렸다.
보즈웰에 따르면 존슨이 지인과 마주쳤는데 그는 판테온(1772년 축조된 근사한 ‘공공 엔터테인먼트’ 궁전)이 사치와 여가를 조장해 도덕적 해이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했다. 존슨이 답했다. “선생, 나는 공공 엔터테인먼트의 열성 팬이라오. 사람들이 악을 멀리하게 만들기 때문이지요. 당신이 오늘밤 여기 있지 않았다면 매춘부와 함께 있었을 게요.”
존슨 박사가 말한 명언을 접하지 않았다면 서양 문명의 지속적인 쇠퇴에 관한 매우 비관적인 기사를 들고 라스베이거스를 떠났을지 모른다. 기사는 샌프란시스코에서 고안된 뒤 ‘최저임금’이라는 어구가 최악의 금기어로 간주되는 중국 선전 같은 곳에서 노동착취를 통해 생산되는 엄청나게 많지만 거의 쓸모 없는 디지털 기호품을 다룬 내용이었다.
24만여㎡ 전시장 통로를 거니는 동안 해마다 다를 바 없는 과정의 반복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누군가 2017년 버전의 CES 개최지라고 말했더라도 차이점을 말하기가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무인기가 곳곳에 널려 있고 스마트폰은 아주 약간 더 스마트해졌고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음성인식 비서 알렉사 또는 구글 어시스턴트 기기에 명령을 내리는 동안 또 다른 불쌍한 인간들이 다소 날렵한 몸매의 대만 로봇과의 스크래블(영어 단어 보드 게임) 대국에서 지고 있었다. 그 로봇은 적수들에게 뜨거운 커피를 부어주며 손과 눈의 협응능력(hand-eye skills)을 과시하기도 했다.
구글 vs 아마존의 구도에 관해 말하자면 구글은 레노보 같은 제3의 제조사와 제휴해 동영상을 지원하는 아마존 에코쇼(터치스크린 장착 인공지능 스피커) 경쟁제품을 만들어냈다. 알려진 대로 구글은 최근 자사 동영상 서비스 유튜브를 아마존 에코쇼에서 제거했다. 고양이 동영상 스트리밍에 관한 한 시장을 독점하려는 노림수다. 레노보 스마트 디스플레이(8인치 또는 10.1인치 버전 모두)는 아마존 쇼보다 훨씬 선명하다. 그리고 자신의 파자마 취향을 전 세계에 방송하기를 원한다면 500만 화소 카메라도 포함한다.CES에는 요즘 워싱턴 정가에서 들려오는 백색소음(TV나 라디오 등의 잡음)을 뒤덮을 만큼 무선 블루투스 스피커가 많이 출품됐다. 그러나 맥주캔 크기 케이스에 스마트 프로젝터를 내장한 것은 하나뿐이다. 충전 기기로 더 잘 알려진 앵커 이노베이션스의 네뷸라 캡슐은 넷플릭스나 유튜브의 콘텐트를 최대 2.5시간 동안 스트리밍할 수 있다. 조도와 음질도 놀랍도록 선명하지만 가격은 400달러 미만. 안드로이드 7.0이 내장돼 캡슐을 스마트폰에 연결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다양한 유무선 이어폰·헤드폰 속에서도 어쿠스틱 리서치의 최신 모델이 가장 깊은 인상을 남겼다. 록에 빠져 있던 십대 시절 이 회사의 스피커가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AR-E100 고음질 인이어 이어폰은 고급 오디오 애호가 부품을 이용해 작은 사이즈에 실제 같은 소닉붐(초음속 비행 항공기의 충격파로 발생하는 대음향)을 전달한다. 게이머뿐 아니라 음악 애호가 특히 M2 또는 M200 등 AR의 고음질 오디오 플레이어들을 사용하는 사람들도 수긍할 것이다. 가격 대비 사운드가 훌륭하다.
카타나-에어 기타 앰프를 선전하는 보도자료를 잘못 읽곤 누군가 실제로 ‘에어 기타’(기타 연주 흉내) 플레이어 용 앰프를 고안했을 것이라 생각해 롤랜드 전시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러나 에릭 클랩턴 따라쟁이들의 판토마임 동작을 들을 수 있게 하는 엔지니어링의 기적 같은 것은 없었다. 그래도 칸타나-에어는 인상적이었다. 이 배터리 지원 무선 풀사운드 앰프는 앞으로 여러 해 동안 지하철역 연주자의 필수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엄마 아빠를 잠에서 깨우지 않고 조용히 연습할 수 있게 하는 헤드폰 잭을 갖춰 거리의 악사에게는 꿈의 기기다.벨킨은 기기 세계에선 알아주는 이름이다. CES에서 게임 체인저가 될 만한 제품 두어 종을 선보였다. ‘부스트 업듀얼 와이어리스’ 충전 패드는 애플과 삼성전자 제품을 모두 지원한다. 각 제품에 맞춤 조율돼 초고속 무선 충전을 최적화할 수 있다. 자매회사 링크시스는 그들의 ‘벨로프 AC 1300 듀얼-밴드’ 메시 네트워킹(mesh networking, 단말기가 직접 연결해 통신하는 네트워크) 시스템의 저가 모델을 선보인다. 홈 와이파이 설정의 사각지대를 제거해주고 필요할 경우 알렉사와 대화도 가능하다.
IT 마니아로서 나의 가장 깊숙하고 간절한 기도에 응답한 장치를 만난 일은 CES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 중 하나였다. 스마트 TV의 부속 기기 카보(Caavo)다.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찾으려 여기저기 돌려볼 필요가 없다(그리고 리모컨을 여러 개 사용할 필요도 없다. 나는 현재 4개를 사용한다). 카보에는 8개의 HDMI(고선명멀티미디어인터페이스) 인풋과 음성 작동 원격조종장치가 있다. ‘CNN 보자’ ‘X-파일 보자’고 하면 즉시 명령에 따른다. 좋아하는 프로그램 있는 곳이 넷플렉스인지 아마존인지 또는 신만이 아는 어느 곳인지 기억해낼 필요가 없다. 케이블이든 위성이든 메모리 스틱이든 스트리밍 박스든 카보는 숲 속을 뒤져 바늘을 찾아내 건네준다. 훌륭한 기술이 제때 나왔다.
그리고 끝으로 성능이 좋을 뿐 아니라 좋은 일도 하는 기기다. 부이(Buoy)를 자택의 급수관에 부착하면 얼마나 많은 물을 사용하는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얼마나 낭비하는지에 관한 확실한 데이터를 제공해준다. 부이는 잠재적인 누수를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위기 시 전용 앱을 통해 즉시 급수를 차단할 수 있다. 또한 어떤 용도(변기·설거지 등)로 정확히 얼마나 많은 물을 사용하는지도 세분화해 기록한다. 케리 워터스 CEO는 가구 당 평균 10%를 누수로 잃는데 돈이 하수구로 빠져나가는 격이라고 말했다.
- 데이비드 와이스 뉴스위크 기자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보즈웰에 따르면 존슨이 지인과 마주쳤는데 그는 판테온(1772년 축조된 근사한 ‘공공 엔터테인먼트’ 궁전)이 사치와 여가를 조장해 도덕적 해이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했다. 존슨이 답했다. “선생, 나는 공공 엔터테인먼트의 열성 팬이라오. 사람들이 악을 멀리하게 만들기 때문이지요. 당신이 오늘밤 여기 있지 않았다면 매춘부와 함께 있었을 게요.”
존슨 박사가 말한 명언을 접하지 않았다면 서양 문명의 지속적인 쇠퇴에 관한 매우 비관적인 기사를 들고 라스베이거스를 떠났을지 모른다. 기사는 샌프란시스코에서 고안된 뒤 ‘최저임금’이라는 어구가 최악의 금기어로 간주되는 중국 선전 같은 곳에서 노동착취를 통해 생산되는 엄청나게 많지만 거의 쓸모 없는 디지털 기호품을 다룬 내용이었다.
24만여㎡ 전시장 통로를 거니는 동안 해마다 다를 바 없는 과정의 반복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누군가 2017년 버전의 CES 개최지라고 말했더라도 차이점을 말하기가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무인기가 곳곳에 널려 있고 스마트폰은 아주 약간 더 스마트해졌고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음성인식 비서 알렉사 또는 구글 어시스턴트 기기에 명령을 내리는 동안 또 다른 불쌍한 인간들이 다소 날렵한 몸매의 대만 로봇과의 스크래블(영어 단어 보드 게임) 대국에서 지고 있었다. 그 로봇은 적수들에게 뜨거운 커피를 부어주며 손과 눈의 협응능력(hand-eye skills)을 과시하기도 했다.
구글 vs 아마존의 구도에 관해 말하자면 구글은 레노보 같은 제3의 제조사와 제휴해 동영상을 지원하는 아마존 에코쇼(터치스크린 장착 인공지능 스피커) 경쟁제품을 만들어냈다. 알려진 대로 구글은 최근 자사 동영상 서비스 유튜브를 아마존 에코쇼에서 제거했다. 고양이 동영상 스트리밍에 관한 한 시장을 독점하려는 노림수다. 레노보 스마트 디스플레이(8인치 또는 10.1인치 버전 모두)는 아마존 쇼보다 훨씬 선명하다. 그리고 자신의 파자마 취향을 전 세계에 방송하기를 원한다면 500만 화소 카메라도 포함한다.CES에는 요즘 워싱턴 정가에서 들려오는 백색소음(TV나 라디오 등의 잡음)을 뒤덮을 만큼 무선 블루투스 스피커가 많이 출품됐다. 그러나 맥주캔 크기 케이스에 스마트 프로젝터를 내장한 것은 하나뿐이다. 충전 기기로 더 잘 알려진 앵커 이노베이션스의 네뷸라 캡슐은 넷플릭스나 유튜브의 콘텐트를 최대 2.5시간 동안 스트리밍할 수 있다. 조도와 음질도 놀랍도록 선명하지만 가격은 400달러 미만. 안드로이드 7.0이 내장돼 캡슐을 스마트폰에 연결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다양한 유무선 이어폰·헤드폰 속에서도 어쿠스틱 리서치의 최신 모델이 가장 깊은 인상을 남겼다. 록에 빠져 있던 십대 시절 이 회사의 스피커가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AR-E100 고음질 인이어 이어폰은 고급 오디오 애호가 부품을 이용해 작은 사이즈에 실제 같은 소닉붐(초음속 비행 항공기의 충격파로 발생하는 대음향)을 전달한다. 게이머뿐 아니라 음악 애호가 특히 M2 또는 M200 등 AR의 고음질 오디오 플레이어들을 사용하는 사람들도 수긍할 것이다. 가격 대비 사운드가 훌륭하다.
카타나-에어 기타 앰프를 선전하는 보도자료를 잘못 읽곤 누군가 실제로 ‘에어 기타’(기타 연주 흉내) 플레이어 용 앰프를 고안했을 것이라 생각해 롤랜드 전시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러나 에릭 클랩턴 따라쟁이들의 판토마임 동작을 들을 수 있게 하는 엔지니어링의 기적 같은 것은 없었다. 그래도 칸타나-에어는 인상적이었다. 이 배터리 지원 무선 풀사운드 앰프는 앞으로 여러 해 동안 지하철역 연주자의 필수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엄마 아빠를 잠에서 깨우지 않고 조용히 연습할 수 있게 하는 헤드폰 잭을 갖춰 거리의 악사에게는 꿈의 기기다.벨킨은 기기 세계에선 알아주는 이름이다. CES에서 게임 체인저가 될 만한 제품 두어 종을 선보였다. ‘부스트 업듀얼 와이어리스’ 충전 패드는 애플과 삼성전자 제품을 모두 지원한다. 각 제품에 맞춤 조율돼 초고속 무선 충전을 최적화할 수 있다. 자매회사 링크시스는 그들의 ‘벨로프 AC 1300 듀얼-밴드’ 메시 네트워킹(mesh networking, 단말기가 직접 연결해 통신하는 네트워크) 시스템의 저가 모델을 선보인다. 홈 와이파이 설정의 사각지대를 제거해주고 필요할 경우 알렉사와 대화도 가능하다.
IT 마니아로서 나의 가장 깊숙하고 간절한 기도에 응답한 장치를 만난 일은 CES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 중 하나였다. 스마트 TV의 부속 기기 카보(Caavo)다.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찾으려 여기저기 돌려볼 필요가 없다(그리고 리모컨을 여러 개 사용할 필요도 없다. 나는 현재 4개를 사용한다). 카보에는 8개의 HDMI(고선명멀티미디어인터페이스) 인풋과 음성 작동 원격조종장치가 있다. ‘CNN 보자’ ‘X-파일 보자’고 하면 즉시 명령에 따른다. 좋아하는 프로그램 있는 곳이 넷플렉스인지 아마존인지 또는 신만이 아는 어느 곳인지 기억해낼 필요가 없다. 케이블이든 위성이든 메모리 스틱이든 스트리밍 박스든 카보는 숲 속을 뒤져 바늘을 찾아내 건네준다. 훌륭한 기술이 제때 나왔다.
그리고 끝으로 성능이 좋을 뿐 아니라 좋은 일도 하는 기기다. 부이(Buoy)를 자택의 급수관에 부착하면 얼마나 많은 물을 사용하는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얼마나 낭비하는지에 관한 확실한 데이터를 제공해준다. 부이는 잠재적인 누수를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위기 시 전용 앱을 통해 즉시 급수를 차단할 수 있다. 또한 어떤 용도(변기·설거지 등)로 정확히 얼마나 많은 물을 사용하는지도 세분화해 기록한다. 케리 워터스 CEO는 가구 당 평균 10%를 누수로 잃는데 돈이 하수구로 빠져나가는 격이라고 말했다.
- 데이비드 와이스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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