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난 비전과 집중력으로 사람들을 이끌었던 모습 조명하는 새 다큐멘터리 나와 “보위는 상당히 수줍고 사생활을 잘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었다”고 웨이틀리 감독은 돌이켰다.2013년 BBC 다큐멘터리 ‘데이비드 보위: 5년(David Bowie: Five Years)’을 제작한 프랜시스 웨이틀리 감독은 2016년 1월 11일 보위가 간암으로 사망하자 여느 사람들처럼 깜짝 놀랐다. 웨이틀리 감독은 보위의 최측근을 제외한 모든 이들이 그랬듯이 그가 아팠는지 몰랐다. 수십 년에 걸친 보위의 음악 커리어 중 가장 대담한 앨범 ‘Blackstar’가 막 발표됐던 때라 시기적으로도 짜맞춘 듯 섬뜩한 느낌을 줬다.
돌이켜 보면 보위가 죽음을 앞두고 있었다는 사실을 짐작할 만한 단서들이 있었다. ‘Blackstar’에 끊임없이 등장하는 죽음(그리고 생명의 유한함)의 이미지가 한 예다. 보위는 한 수록곡의 첫머리에 ‘이 위쪽을 봐요, 난 천국에 있어요’라고 노래한다. 보위가 사망하기 한 달 전 웨이틀리 감독에게 보낸 알쏭달쏭한 메시지도 마찬가지다. “보위는 새 앨범이 무척 마음에 든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내게 보냈다”고 웨이틀리 감독은 말했다. “그는 또 자신의 인생에 만족한다는 말도 했다. ‘어떻게 이보다 더한 걸 바랄 수 있겠느냐?’고 그는 말했다.”
웨이틀리 감독은 그 메시지가 좀 이상한 느낌을 주긴 했지만 보위답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보위는 가끔 이상한 글을 쓰곤 했다. 그의 이메일은 재미있으면서도 별났다. 그가 세상을 떠나고 나서야 그 메시지가 작별 인사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지금 와서 보면 보위는 이메일과 노래를 통해 남모르게 작별 인사를 하고 있었다. 웨이틀리 감독의 다큐멘터리 ‘데이비드 보위: 지기 스타더스트 마지막 날들(David Bowie: The Last Five Years)’(국내에서는 지난해 8월 EBS에서 방영됐다)은 또 하나의 작별 인사다. 보위가 2014년 간암 진단을 받기 전후의 마지막 몇 년 동안 그를 이끌었던 음악적 영감을 재현했다.
영문 제목엔 ‘마지막 5년(The Last Five Years)’이라고 돼 있지만 이 다큐멘터리는 2004년에서 시작한다. 당시 보위는 독일 공연 중 무대 위에서 심장마비를 일으켰다. 이로써 그의 생애 마지막이 될 뻔했던 세계 순회공연이 갑자기 막을 내렸다. 다큐멘터리에서 밴드 멤버들은 보위가 노래를 할 수 없게 된 참담했던 순간을 돌이켰다.
보위는 응급 혈관성형술을 받은 후 투어를 중단하고 뉴욕으로 돌아가 칩거에 들어갔다. 그로부터 몇 년이 흘렀고 보위는 60세를 훌쩍 넘겼다. 팬들은 ‘팝의 카멜레온’이 음반 활동을 완전히 접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2011년 밴드 멤버들에게 ‘보위는 다시 일할 준비가 됐다’는 이메일이 도착했다.
웨이틀리 감독의 다큐멘터리는 그때 나온 앨범 ‘The Next Day’의 녹음 과정을 가까이서 들여다본다. 하지만 보위는 녹음을 마치 미 중앙정보국(CIA)의 작전처럼 비밀리에 진행했다. 녹음에 참여하는 뮤지션들은 관련 사항을 발설하지 않겠다는 합의서에 서명할 것을 요구 받았고 스튜디오 안에서는 카메라도 허용되지 않았다. 자료 화면 없이 어떻게 다큐멘터리를 만들 수 있을까? 그게 웨이틀리 감독의 딜레마였다.
웨이틀리 감독은 녹음에 참여했던 뮤지션들을 불러모아 녹음 과정을 재현하기로 했다. “그들에겐 그 음악을 다시 연주하는 게 일종의 카타르시스였던 듯하다”고 웨이틀리 감독은 말했다. 오랫동안 보위의 기타리스트로 활동했으며 이 녹음에 참여했던 게리 레너드는 보위가 어떻게 노래들을 완성해 나갔는지를 설명했다. “보위는 그 스튜디오 안의 거인이었다”고 레너드는 말했다. “뛰어난 비전과 집중력, 엄청난 영향력으로 사람들을 이끌었다. 그는 골리앗 같은 아티스트였다.” 보위의 마지막 앨범 수록곡 ‘Lazarus’의 뮤직 비디오 장면. 보위는 죽음의 이미지를 풍기는 노래를 통해 세상에 작별을 고하고 있었다. / 사진:YOUTUBE.COM‘마지막 날들’은 보위의 그 다음 앨범 ‘Blackstar’의 녹음 과정도 유사한 방식으로 재현한다. 수수께끼 같은 분위기의 이 앨범은 전통적인 록 밴드의 백 뮤직 대신 더 펑키하고 실험적인 사운드를 택했다. 당시 보위는 병이 깊었지만 스튜디오에 있을 때는 건강하고 활기차 보였다. ‘Blackstar’와 ‘Lazarus’의 뮤직 비디오를 감독한 요한 렝크는 당시 보위가 스카이프 통화에서 자신이 많이 아프며 죽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했다고 돌이켰다. “그때 잠깐 그가 겁먹은 것처럼 보였다.”
공교롭게도 렝크는 ‘Lazarus’ 뮤직 비디오에서 보위가 임종을 맞는 장면을 설정했다. 보위의 병을 상징하려는 의도는 없었다. 렝크는 나중에야 이 비디오를 촬영하던 바로 그 주에 보위가 자신의 암이 불치라는 통보를 받았다는 걸 알았다.
‘마지막 날들’은 보위의 창작 과정을 궁금하게 여기는 팬들에겐 놓쳐서는 안 될 영화지만 그의 암 투병에 얽힌 이야기를 기대한 사람들에겐 실망스러울 것이다. 웨이틀리 감독은 이 다큐멘터리에 보위의 가족 이야기는 포함시키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는 공인으로서 보위의 모습과 그의 사생활 사이에 세워졌던 벽을 허물어뜨리려는 어떤 시도도 하지 않았다.
“내가 좋아한 건 그의 음악이지 사생활이 아니었다”고 웨이틀리 감독은 말했다. “그는 상당히 수줍고 사생활을 잘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었다.” 웨이틀리 감독은 어린 시절 보위의 6집 정규 앨범 ‘Aladdin Sane’의 대담한 커버를 보고 섬뜩하면서도 가슴 설렜던 그날 이후 줄곧 그의 팬이었다. 따라서 웨이틀리 감독에게 이번 다큐멘터리는 40년 팬 생활의 정점인 셈이다.
웨이틀리 감독은 보위가 쇼맨십이 넘치던 겉모습과 달리 명성과 소외, 영성 같은 더 큰 문제와 씨름했으며 이 다큐멘터리에서도 그런 측면을 조명하려 했다고 말했다. “내가 생각하기에 레너드 코언을 제외하면 인생의 막바지에 최고의 작품을 내놓은 아티스트는 보위밖에 없는 듯하다.”
- 잭 숀펠드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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