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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타이어 어디로 가나] 채권단·정부 “중국으로 매각이 현실적 대안”

[금호타이어 어디로 가나] 채권단·정부 “중국으로 매각이 현실적 대안”

노조 “쌍용·한국GM 전철 밟는다” 반발 ... 3월 말까지 해법 못 찾으면 파국 맞을 수도
금호타이어 노조가 해외 매각 반대 등을 요구하며 3월 14일 오후 광주광역시 광산구 영광통사거리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법정관리를 가더라도 해외 매각만큼은 안 된다.” 3월 14일 광주광역시 광산구 영광통사거리에서 총파업에 들어간 금호타이어 노조의 주장이다. 금호타이어 광주·곡성·평택공장 노조원들은 이날 아침부터 15일 아침까지 파업을 이어갔다. 노조 측이 해외 매각을 반대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자칫하면 쌍용자동차나 한국GM(옛 대우자동차)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것이다. 노조 측은 “인수 기업이 일정 기간 고용을 보장한다고 해도 그 기간이 지나면 한국GM이나 쌍용자동차 사례에서 보듯이 해외 자본은 언제든 철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쌍용자동차 사태는 해외 자본이 국내 기업을 인수한 후 구조조정 등 대량 해고 사태를 불러일으키고 ‘기술 먹튀’만 했던 최악의 인수합병 중 하나로 꼽힌다. 중국 상하이차는 2004년 쌍용차를 인수한 후 기술을 확보하고 인수 5년 만인 2009년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상하이차는 인수 당시 자금 지원을 약속했으나 결국 이행하지 않았고, 운영하는 동안 대규모 구조조정을 통해 전체 직원의 37%에 달하는 2700여 명을 해고했다.

현재 논란을 빚고 있는 한국GM 사태 또한 또 하나의 해외 매각 후폭풍 사례로 꼽힌다. 2002년 대우자동차를 인수한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한국GM에 차입금 이자로 ‘고리대금’을 일삼았고, 경영 상황이 악화하자 정부에 군산 공장 폐쇄 등 국내 시장 철수를 미끼로 자금 지원을 요청하면서 먹튀 논란이 일고 있다. 금호타이어 역시 쌍용자동차나 한국GM의 전철을 밟지 말라는 법은 없다. 특히 금호타이어는 874개의 독자기술과 세계 특허 50여건을 갖고 있는 세계 타이어 시장 12위 회사다. 하지만 금호타이어 인수를 추진 중인 중국의 더블스타는 세계 타이어 시장 32위 수준이다. 금호타이어 노조의 한 관계자는 “중국 타이어 업체들이 기술력을 공유하면 세계 타이어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며 “중국의 자동차산업 육성 정책에 편승해 세계 시장에서 국내 타이어 업체를 위협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해외 매각 기정사실화한 채권단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정부는 금호타이어를 중국 더블스타에 매각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산은은 3월 2일 금호타이어 해외 매각 방침을 밝힌 후 해외 매각을 기정사실로 하고 있다. 마침 더블스타는 채권단에 유상증자 형태로 금호타이어에 자금을 투입하고, 3년 간 고용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이 덕에 채권단은 외부 자금 유치를 통해 회사를 살리는 동시에 ‘지역 일자리 보전’이라는 명분도 얻을 수 있게 됐다. 해외 매각에 반대하던 정부의 입장도 바뀌고 있다.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산업혁신실장은 3월 13일 금호타이어의 경영 정상화와 관련해 “일자리 유지를 위한 차선책으로 현재 상황에서는 해외 매각이 불가피하지 않으냐고 공감한다”고 밝혔다. 문 실장의 이 같은 발언은 금호타이어 문제에 대한 정부의 입장으로 해석되고 있다.

사실 금호타이어 채권단으로서는 해외 매각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단 금호타이어가 워크아웃 졸업 3년 만에 존폐 위기에 몰린 터라 또 워크아웃을 추진하기 어렵다. 산은은 지난해 12월 법무법인 광장을 통해 금호타이어 P-플랜(프리패키지드 플랜)을 신청하기 위한 서류까지 마련했지만 무산됐다. ‘호남 일자리’를 중시하는 정치권과 정부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P-플랜이 어렵다면 남은 대안은 매각뿐이다. 그런데 국내엔 마땅한 후보가 없다.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금호타이어에 관심을 보였던 SK그룹은 주식 감자 요구 등 까다로운 인수 조건을 내걸었다. 채권단으로선 지분 가치가 대거 쪼그라드는 감자를 받아들이면 향후 배임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 국내 기업이라는 점은 유리하지만 인수 조건을 바꾸지 않는 한 SK그룹에 매각하기는 힘들다는 분석이다. 마침 더블스타가 고용 보장을 제시하면서 채권단으로서는 아킬레스건인 고용 절벽 우려도 회피할 수 있게 됐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 인수 기업을 찾다가 시간만 허비한다면 금호타이어의 기업 가치만 하락할 것”이라며 “더블스타로의 매각이 채권단 입장에서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외 매각에 걸림돌이 없는 건 아니다. 금호타이어는 국내 타이어 기업 중 유일하게 방산 업체로 지정돼 있다. 금호타이어에서 생산하는 타이어는 한국 공군의 주력 기종인 F-16과 F4·5, 고등훈련기인 T-50 등에 장착된다. 금호타이어는 1975년 전투기 타이어 개발을 시작해 1999년 레바논에 T-41 타이어를 첫 수출했고, 같은 해 필리핀 공군에 F-5타이어를 공급했다. 방산 업체로 지정돼 있다 보니 외국인투자촉진법상 외국 기업이 방산물자 생산 기업을 인수하려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등 절차가 까다롭다. 무엇보다 군 기술이 유출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방산 부문을 제외한 분리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방위사업청은 2월 22일 금호타이어 광주 공장을 방문해 항공기 타이어 전용 설비 등을 둘러본 후 대한타이어산업협회와 한국타이어, 넥센타이어 등에 방산 부문 인수 의향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 법정관리 배수진
쟁점은 노조의 반대다. 노조는 해외 매각 방침을 철회하지 않으면 자구안(경영정상화 계획)에 동의할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채권단은 노조를 압박하고 있다. 채권단은 3월 말까지 자구안 이행 약정서를 체결하지 못하면 법정관리를 신청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산은 이대현 수석부행장은 3월 2일 “자구안 합의는 필요조건”이라며 “법정관리라는 표현을 가급적 쓰지 않고 싶지만, 마지막까지 이에 대한 수용이 이뤄지지 않으면 불가피하게 파국으로 갈 수밖에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말로 노조를 압박했다. 3월 말까지 회사 측이 노조를 설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더블스타가 제시한 ‘3년 고용보장’ 역시 노조를 설득하기엔 한계가 있어 보인다. 3년 후에는 대량 해고를 각오하라는 말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조도 “법정관리를 가더라도 해외 매각만큼은 안 된다”며 총파업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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