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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인 강소기업의 조건] 연봉보다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 … 대기업 부럽잖은 복지도

[매력적인 강소기업의 조건] 연봉보다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 … 대기업 부럽잖은 복지도

코웨이·에스티유니타스·비스텔·모트렉스 등 인기 … 올해 채용 규모 확대하는 곳 많아
대기업 취업만이 답은 아니다. 대기업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탄탄한 강소기업에 입사해서 전문성을 쌓아나가는 것도 바람직한 길이다. 특히 ‘저녁이 있는 삶’을 꿈꾸는 최근 취업준비생들은 높은 연봉을 받되 그만큼 많은 일을 하면서 여가시간이 부족한 생활을 해야 하는 직장보다는, 규모가 작아도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을 뜻하는 영어 ‘work and life balance’를 우리말로 줄여 만든 신조어) 면에서 상대적으로 나은 기업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채용 전문 포털 잡코리아가 취업준비생 1294명을 대상으로 올해 취업 준비 계획을 설문조사한 결과 48.1%가 ‘중소기업을 목표로 준비 중’이라고 응답했다. 같은 조사에서 공기업(23.2%), 대기업(21.8%), 외국계 기업(6.9%)을 목표로 준비 중이라는 응답보다 훨씬 많았다.

물론 취업준비생들이 출신 학교와 학점 등 스펙(취업용 경력·자격)에 맞춰 현실적으로 입사 가능한 경우를 고려하는 과정에서 나온 응답인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이를 감안해도 규모가 작은 기업에 대한 거부감 자체가 과거 세대에서보다 그만큼 줄어든 결과로 풀이된다. 워라밸이 대기업에 비해 일반적으로 나은 것으로 인식되는 공기업에 대한 선호도가 대기업보다 높게 나온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해석된다. 일과 생활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중견·중소기업이라면 취업준비생들도 ‘오케이’라는 얘기다.
 취업준비생 48.1% “중소기업 목표로 준비”
문제는 이처럼 근무환경이 좋고 복지제도가 잘 갖췄으며, 재무적인 안정성과 미래 발전 가능성까지 겸비한 강소기업을 어떻게 선별해낼 수 있느냐다. 올해 취업준비생이라면 지난해 중앙일보와 기업 평가 업체 잡플래닛이 공동으로 선정한 ‘2017 임직원이 뽑은 일하기 좋은 기업’ 목록을 참고할 만하다. 기존의 외부 인증제도와 달리, 각 기업에서 내부 사정을 그만큼 잘 아는 임직원들이 전년도에 잡플래닛을 통해 직접 점수를 매기는 방식이었다는 점에서 신뢰도가 있다. 이에 따르면 일하기 좋은 중견기업으로 코웨이·에스티유니타스·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이, 일하기 좋은 중소기업으로는 비스텔·한국리서치·엔이능률(구 능률교육)·모트렉스 등이 각각 선정된 바 있다.

정수기와 공기청정기 생산·대여로 유명한 코웨이는 국내 각종 조사에서 워라밸 만족도가 높은 기업으로 단골 선정되는 중견기업이다. 서대곤 코웨이 기업문화팀장은 “코웨이는 여직원 수가 전체 직원의 70%에 육박하는 만큼 남녀 모두 일하기 좋은 기업문화를 일구는 데 적극적”이라며 “육아휴직 후 복직 비율이 95%에 달할 정도로 눈치 보지 않고 갖가지 복지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했다. 코웨이는 공개채용 계획을 아직 구체화하지 않았지만 전국의 일부 지사들에서 영업직과 영업관리직 위주로 상반기 수시채용을 진행 중이다. 전체적으로는 방문판매 조직 규모와 인력을 계속 확대할 방침이라 올해 취업준비생들에게 기회의 문이 열릴 전망이다.

온·오프라인 교육 기기·콘텐트 개발 업체인 에스티유니타스도 주목할 만하다. 연매출 3000억원이 넘는 이 회사는 개인의 자유를 최대한 중시하는 분위기 속에 매년 급성장 중인 것으로 입소문이 났다. 이 회사 김영재 사원(지난해 입사)은 “당분간 복사 같은 잡무만 할 거라 생각했는데 다른 선배들과 똑같이 큰 프로젝트의 기획을 맡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놀랐다”며 “직급과 관계없이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있는 분위기라 하루하루 성장하는 걸 느낀다”고 했다. 복지제도도 직원들을 열광시킨다. 만 3년 근속자에게는 2주간 ‘방학’이라며 유급휴가를 제공하고, 업무 아이디어 확장을 위한 여행 계획을 제출해 통과(2개월마다 1개 팀 선발)되면 1인당 200만원의 여행비를 지원해준다. 에스티유니타스는 온라인 콘텐트 기획자와 상품 기획·운영자(이상 경력 무관)를 모집 중인 가운데, 연내에 약 100명의 직원을 새로 채용하기로 했다. KAI는 비록 지난해 임원진의 분식회계 의혹과 각종 비리 의혹으로 홍역을 치른 바 있지만, 아직까지 내부 직원·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선 일하기 좋은 기업으로 꼽힌다. 국내 유일 항공기 제조사인 만큼 다른 기업에선 쌓기 힘든 전문성을 사내에서 쌓아나갈 수 있어서다. KAI 경영진은 올해 전체 임직원의 15%가량인 약 700명의 직원을 새로 채용할 계획이다. 회사 설립 이래로 최대 채용 규모라 평소 관심이 있던 구직자라면 기회로 삼을 만하다.

중소기업 중 2000년 설립된 비스텔은 반도체 엔지니어링 자동화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분야에서 국내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강자다. 세계 10대 반도체 생산 기업 중 8곳이 이미 비스텔의 솔루션을 도입했거나, 도입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연매출은 300억원대다. 직원들은 “수평적인 업무 구조로 자기 업무만 제대로 하면 야근이 없는 곳” “꾸준한 인재 채용으로 체계적인 업무 분담이 가능하며 복지체계가 잘 갖춰져 있는 곳”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에 대해 최운규 비스텔 대표는 “인재 중심 경영으로 비슷한 규모의 다른 기업들보다 장기 근속자가 많다”며 “분야별 맞춤형 인재 위주로 채용하며, 보여주기 식의 업무보다는 효율적으로 성과를 내는 일에 집중하는 분위기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으로 이 회사는 출퇴근 시간이 탄력적인 유연근무제를 일찌감치 도입, 시행 중이다. 또 자녀 대학 학자금으로 1인당 최고 600만원까지 지원하며, 남자 직원도 눈치 안 보고 출산휴가를 쓸 수 있다. 비스텔은 신입·경력 엔지니어·개발자를 모집 중이다. 대부분 3월까지 원서 접수를 진행한다.

마케팅 여론 조사 업체인 한국리서치도 직원들의 호평을 받았다. 고용노동부가 인증하는, 임금과 복지 수준이 우수한 ‘청년친화 강소기업’에도 포함됐다. 직원들의 어학 교육비와 명절 때 귀향 비용을 지원하며 사내에 수면실과 안마기를 갖췄다. 현재 수시채용으로 마케팅 조사 연구원(경력직)을 뽑고 있다. 역시 연매출이 500억원대인 교육 서비스 업체 엔이 능률도 주목 받고 있다. 자녀를 둔 직원에 대한 복지 혜택이 좋으며, 프로젝트 종료 후 장기 휴가를 보장할 만큼 수평적 업무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는 전언이다. 수시채용으로 수학 콘텐트 개발과 영업·영업관리 직군에서 경력자를 모집하고 있다.
 유연근무제에 어학 교육비, 명절 귀향 비용까지
이보다 조금 더 규모가 큰, 연매출 2600억원대의 코스닥 상장사 모트렉스도 직원들이 추천하는 중소기업이다. 미래형 자동차인 자율주행차와 커넥티드카 등에 들어가는 부품을 개발·제조하는 업체다. “경력직이 많고 권위적이지 않은 분위기, 영업이익률이 높고 매년 급성장하고 있으며 호봉제로 꾸준한 연봉 상승이 진행 중.” 잡플래닛 이용자들이 이 회사에 대해 남긴 평가다. 모트렉스는 해외영업 경력자를 모집 중이다. 이형환 모트렉스 대표가 지난해 언론 인터뷰에서 “현재 80~100명인 연구개발(R&D) 부문 인력의 50% 이상을 2018년에 더 채용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어 곧 R&D 인력의 대거 채용도 예상된다. 경영 컨설팅 업체 콜미티제이의 이택준 대표는 “대중적으로 덜 알려졌어도 일하기 좋은 기업이 국내에 적지 않다”며 “취업준비생들이 기업 규모를 떠나 이런 알짜배기 기업에 주목하는 트렌드가 갈수록 확산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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