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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혁명의 미래 “우버를 추월하라”

자동차 혁명의 미래 “우버를 추월하라”

자율주행 무인기에 승용차 연결하는 등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 지원하는 자율적이고 스마트한 필수품 될 수 있어
승용차가 이동수단 운영사들이 박한 이윤으로 수천 대씩 구입하는 일상용품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 사진:GENE J. PUSKAR-AP-NEWSIS
기술의 비약적 발전으로 우리 생활에서 자동차가 수행하는 역할에 혁신적인 변화가 일어나려는 참이다. 자동차 업계로선 한 걸음 뒤로 물러나 개인 이동수단(personal mobility)이 앞으로 어떤 의미를 갖게 될지 그 근본적 요소들을 재점검할 때다.

지난 수년 간 우버는 자동차 업계에서 와해성 혁신의 키워드였다. 하지만 다수의 요인이 부상하며 개인 이동수단 그리고 교통수단 전반에 관한 우리의 사고방식을 바꿔놓고 있다. 대중교통 앱 시티맵퍼의 영국 런던 시내 승차공유·대중교통 연결 방안부터 버진 하이퍼루프 원의 초고속 대중교통 구상까지 크고 작은 기업이 이동수단의 개념을 근본적으로 바꿔놓는다. 시속 1300㎞의 속도로 승객을 국토 반대편으로 순식간에 이동시키든(하이퍼루프 원) 또는 단순히 기존 도시교통망의 구멍을 메워주든, 지난 100년 동안 핵심 개념이 거의 바뀌지 않고 유지돼온 교통수단 즉 자동차에 와해성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

신기술과 고객의 기대 변화로 인한 압박이 거세지면서 자동차 브랜드들은 앞으로 몇 년 동안 급격한 변화를 겪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시스템 전반의 변화가 항상 그렇듯 와해성 혁신자와 전통 브랜드 간에 새로운 현실에서 항로를 찾기 위한 레이스가 펼쳐진다.
 탁 트인 도로 vs 탄력적인 생활
도요타의 ‘e-팰릿’은 버스, 배달, 심지어 미니숍과 스파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다목적 자율주행차 플랫폼이다. / 사진:NEWSIS
20세기에는 자동차의 로맨스가 우리의 생활방식 그리고 우리가 열망하는 삶의 핵심을 이뤘다. 탁 트인 도로의 자유, 자아실현, 개인적 자유와 표현 등 승용차는 역사적으로 우리의 분신이나 다름없었다. 오늘날에도 기계적·조각적·직감적 아름다움 때문에 애착을 갖는 자동차광이 많다.

그러나 ‘자동차광’이라는 단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자동차 소유에 주류 사회의 관심이 줄어들기 시작한 지는 꽤 됐다. 영국 운전자·차량기준청(DVSA) 통계에 따르면 지난 10년 사이 신규 운전면허 신청이 28% 감소했다. 한편 미시건대학 조사에선 미국 운전자 감소 패턴이 1983년부터 시작됐다. 이런 변화의 배경으로는 분명 경제·사회적 환경 변화 등이 꼽히지만 근년 들어선 모바일 기술의 영향으로 자동차를 소유할 필요가 많이 줄어든 탓도 적지 않다.

승차공유와 대중교통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도시환경에서 승용차의 필요성이 줄었다. 그리고 자동차가 상징하는 독립·신분·부 등 과거 승용차 구입의 심리적 유인이 요즘엔 과거 어느 때보다 무의미해졌다. 요즘엔 탄력성과 즉시성이 더 중시된다. 스트리밍 콘텐트, 그리고 유연근무 패턴, 온라인 쇼핑의 즉시성, 네트워크 상시 연결, 맞춤화 등이 우리의 가치관을 바꿔놓았다. 이런 관점에서 운전보험·유지관리, 감가자산의 할부금 납부 그리고 물론 운전 책임까지 따르는 승용차 소유가 혜택보다 부담을 더 주는 듯 느껴질 수 있다.

이런 변화에 따라 승용차 그리고 이동수단 전반의 미래에 대한 새로운 비전이 업계 통계에서 명확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지난 2월 우버 CEO 다라 코스로샤히는 지하철망·버스·자전거 그리고 일인용 자율주행 무인기에 승용차를 연결하는 포괄적 교통망 구상을 내비치면서 ‘아마존의 출발점이 책이었듯이 우리에게는 자동차가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우버는 사람·사물의 범도시적인 이동 수단을 온갖 형태로 소유하고자 한다.

도요타의 비전도 비슷한 모델을 따른다. 도요타의 디자인 책임자 사이먼 험프리스는 자동화된 다용도 플랫폼으로 대체되는 대량판매 자동차의 종말을 묘사했다. 이들 ‘e-팰릿(e-palettes)’은 전통적인 자동차 부품(엔진·연료탱크·계기판 등)을 들어내고 버스·배달 심지어 미니숍과 스파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개방형 자율주행차 플랫폼이다. 네트워크 연결 이동수단과 다른 형태의 범용 개체가 결합해 거의 모든 수요를 충족시킨다. 앞으로는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는 판금 소재의 중요성은 떨어지겠지만 디자인과 경험의 가능성은 훨씬 더 커질 수 있다.
 대규모 플랫폼 경쟁?
그러나 이 같은 미래 비전은 전통 자동차 브랜드에 새로운 숙제를 던져준다. 어제의 승용차가 장차 네트워크로 연결되고 스스로 수리하는 자율적인 운반체로 변한다면 어떤 기업이 그것을 만들어내게 될까?

우버의 사례에서 우리는 주도적 플랫폼 앱들과 제휴해 아마존 스타일의 ‘교통 서비스 포털’을 구축하기 위한 레이스를 볼 수 있었다. 그렇게 하면 선발주자의 이점은 얻겠지만 오늘날 주문형 교통체제와의 관계처럼 제3자의 개입으로 자동차 브랜드 가치가 희석돼 일상용품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방금 스마트폰으로 호출한 차량에 올라타면서 제조사와 모델을 알아보는가(또는 신경 쓰는가) 아니면 그냥 우버로 인식하는가?

그런 우선순위의 변화로 자동차 제조 업체가 교통망을 위한 납품업체로 전락할 처지에 놓이게 된다. 이는 업계에는 위험한 전망이다. 갑자기 승용차가 효용성뿐 아니라 심리적 애착에 기초해 대가를 지불하려는 소비자 대신 이동수단 운영사가 박한 이윤으로 수천 대씩 구입하는 일상용품이 된다.

자동차 브랜드 입장에선 그렇게 장밋빛 미래로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희망은 있다. 그것은 최종사용자에게 독특한 경험을 전달하는 브랜드의 역량에 달렸다.
 서비스로서 자동차 브랜드
자동차 산업만큼 브랜드가 명확히 정의된 산업은 거의 없다. 카레이스의 유산, 애국심에의 연계, 공학기술 표준, 그리고 상징적인 선과 색상까지 자동차 제조 업체가 수 세대에 걸쳐 정성스럽게 가꿔온 강력한 브랜드 속성이다. 그러나 미래 세대에도 그런 속성을 계속 내세우면 시대 흐름에 뒤질 위험이 크다.

그러나 브랜드 특성도 맡을 수 있는 역할이 있다. 플랫폼 기업과 경쟁 또는 제휴하도록 여건을 조성하면 강한 브랜드는 그 명성을 발판 삼아 미래에도 계속 가치를 유지할 수 있다. 그 해답은 자동차 브랜드의 근본적인 방향 전환에 있다. 기계보다 사람의 생활 향상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에 초점을 맞추는 방법이다. 자동차 제조 업체는 핵심 고객과 그들이 직면하는 어려움을 이해함으로써 자신들의 제품을 라이프스타일 서비스로 탈바꿈시킬 수 있을지 모른다.

예컨대 포드가 도요타의 뒤를 이어 다목적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면 포드 몬데오 브랜드의 용도가 가족지원 도구로 변경될 수도 있다. 정신없이 바쁜 가정에서 가족의 보급·시간·자원을 총괄 관리하는 운영 시스템, 자동화되고 믿음직한 보모 겸 가사도우미가 되는 셈이다.

또 한편으로 일단의 중역 서비스를 BMW 5 시리즈의 깃발 아래 둘 수도 있다. 안락한 ‘도어 투 도어’(출발지에서 도착지 문 앞까지) 여행을 관리하는 세련된 해외 출장 여행 플랫폼은 시간에 쪼들리는 여행자에게 더 없이 소중할 수 있다.

이 같은 시나리오에서 차량 자체는 승객과 그들의 수요에 맞춤 설계된 더 광범위한 생태계 간의 정보를 중계·분석하는 신경센터가 된다. 자동차의 공학과 역학이 독특한 효용성을 지닌 인터페이스와 결합해 차량을 뛰어넘는 부가가치를 제공한다.

공상과학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그런 미래 비전은 오늘날의 혁신을 토대로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캐나다 토론토의 퀘이사이드 지구에서 사이드워크 랩스가 5000억 달러를 들여 추진하는 재개발 프로젝트처럼 스마트시티 환경에서 구상하고 실험하는 데이터 인프라다. 그들이 제시하는 인프라·기술·건축 시스템은 지역을 신세대 서비스에 대비한 원격측정 기반 네트워크로 탈바꿈시키는 데 맞춰져 있다. 미래에는 그런 네트워크에 연결하는 것이 자동화 차량과 관련 서비스의 활성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신뢰할 만한 토대의 구축
그러나 이런 계획에 대한 일부 역풍이 시사하듯이 특히 데이터와 관련해 IT 기업과 그들의 플랫폼에 대한 불신이 있다. 이들 시스템이 무엇을 수집하고 어떻게 저장하고 누가 그것을 이용하게 될까?

이런 점에서 자동차 브랜드의 신뢰도가 실제로 더 높을지 모른다. 어쨌든 우리는 오래 전부터 이들 기업이 도로 상에서 우리 생명을 지켜주리라고 믿어 왔다. 데이터 수집을 위한 토대가 구축되고 있지만 필시 대중이 데이터를 기꺼이 제공하도록 하는 데 필요한 문화적 기반의 조성이 더 시급할 듯하다.

자동차 브랜드는 숫자에서 우위를 누릴 수 있다. 여러 브랜드가 함께 활동하는 데에 따라 쌓이는 신뢰와 이점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앞서 언급한 가족지원 도구 사례의 경우 이론상 몬데오 플랫폼에서 포드가 소매유통업체 마크스&스펜서와 제휴해 식료품과 의류를 배달하고, 출장여행자 플랫폼에선 항공사와 호텔을 끌어들여 여행 정보를 공유하면서 고객에게 매끄러운 ‘도어 투 도어’ 이동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무엇이 언제 필요한지를 정확히 예상해 공급하는 데 모든 기능이 맞춰져 있어야 한다.

갑자기 자동차가 다시 중심에 서게 된다.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지원하는 믿음직하고 자율적이고 스마트한 장치, 새로운 필수품이다. 스마트폰이 단순한 ‘전화’가 아니듯이 ‘자동차’를 훨씬 뛰어넘는 의미를 갖는다. 많은 자동차 브랜드가 새로 떠오르는 그런 기회에 눈뜨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생활에서 그들이 떠맡을 수 있는 새로운 일자리다. 그러나 그것은 새로운 도약이며 그 여정은 출발이 빠를수록 좋다.

- 딜런 스튜어트



※ [필자는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컨설팅 업체 라핀콧의 파트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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