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불황 다시 찾아올까
대불황 다시 찾아올까
집값과 소비자 부채가 또 다시 기록적인 수준 … 소득 증가는 미미해 미국 가구의 구매력 크게 감소 지난 2월 초 인플레이션과 금리인상 우려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지면서 다우 지수가 하루 최대폭의 하락을 기록했다. 주가는 그 뒤로 어느 정도 낙폭을 만회했다. 정확히 10년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2008년 2월 잘 알려지지 않은 시장의 실패로 비슷한 투매사태가 촉발됐다. 당시 이 같은 투매를 더 심각한 문제의 전조로 인식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주가가 곧바로 회복됐기 때문이다.
2008년에 세상사람들이 방심하지 말았어야 했듯이 이번에도 안심해선 안 된다. 두 사건 모두 속담에서 말하는 탄광 속 죽은 카나리아(갱내의 유독 가스를 감지해 위험을 예고한다)이기 때문이다. 그 근거는 양쪽에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는 데 있다. 둘 다 차입비용 증가로 부채 부담이 커진 소비자·주택시장 그리고 궁극적으로 미국 경제가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에서 비롯됐다는 점이다.
곧 발표될 우리 조사에선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대 금융시장 붕괴를 초래했던 그런 문제들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건재하다. 2005년을 전후해 미국 경제는 호황을 맞는 듯했다. 그러나 저변에 두 가지 핵심적인 문제가 도사리고 있었다. 과도한 가계 부채와 주택 거품이다.
첫째 문제 중 일부는 물가상승을 반영한 실질 가계소득이 1990년대 후반보다 오히려 낮았다는 데 있었다. 미국인은 비교적 낮은 차입비용과 융자기관들 사이의 느슨한 보증 기준 덕분에 더 많이 대출 받아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다. 총 가계부채는 2004년 8조 달러 남짓에서 2008년 12조6900억 달러로 50% 이상 크게 불어났다.
둘째 문제도 여기서 비롯됐다. 문제는 대부분 주택담보대출이었다. 주택거품은 집값을 지속 불가능한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주택가격이 소득수준을 능가하면서 은행들은 사람들이 결국에는 갚지 못할 돈을 끌어다 쓰도록 창의적인 방안들을 고안해 냈다.
거의 같은 시기인 2004~2006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 인상하면서 신용대출 이자부담이 커지기 시작했다. 가뜩이나 줄어드는 실질 가계소득 중 부채상환 비중이 커지면서 개인소비 지출이 감소했다. 그에 따라 경제성장과 주택시장이 침체됐다.
일부 전문가는 경기후퇴 나아가 더 심한 불황까지도 시간문제라고 봤다. 뭔가 크게 잘못됐음을 말해주는 최초의 중대한 신호 중 하나는 2008년 전성기 때 약 3300억 달러에 달했던 경매채권(auction rate securities, 경매방식으로 금리를 결정하는 장기 채권) 시장에서 나왔다. 경매채권은 기본적으로 모기지·학자금대출 그리고 기타 중장기 채권의 패키지다. 2008년 당시 중개인 딜러들이 매주 실시하는 역경매(Dutch auctions)에서 이들 단기증권들의 손바뀜이 이뤄졌으며 경매절차 이후 금리가 정해졌다. 신용평가 기관들은 이 증권에 최우량인 AAA 등급을 부여했다.
경매채권은 다른 AAA 등급 단기증권보다 훨씬 높은 금리를 지급했기 때문에 투자자에게 인기가 높았다. 그만큼 빨리 팔렸기 때문에 차입자는 융자를 더 쉽게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2008년 2월 7일 대형 투자은행들이 빠져나가면서 시장이 얼어붙기 시작했다. 원래 수요가 저조할 경우 이들이 채권을 매입해 시장에 풍부한 ‘유동성’을 제공하는 역할을 맡고 있었다. 그러나 부채를 상환하지 못하는 가구가 증가하면서 채산성에 압박을 받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뭔가 잘못되고 있음을 감지한 투자자들의 심리가 크게 얼어붙었다. 월말이 되자 경매가 끊기고 수십억 달러의 채권이 동결됐다. 경매채권 시장은 지금도 여전히 닫혀 있다. 2월의 거래중단 후 몇 개월 만에 전체 금융시장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살아났다. 5월에는 다우 지수가 연중 최고치에 이르렀다. 그러나 그 사건으로 투자자가 모기지 관련 자산을 계속 기피하면서 경제 전반에 여파를 미쳤다. 2008년 9월 이 같은 증권 문제로 인해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면서 대불황이 본격화됐다. 현재로 다시 돌아와보자. 경제는 금융위기로부터 거의 회복됐다. 실업률은 2009년 10%에서 지난 1월 4.1%로 하락하고 실질 가계소득 중앙값은 2016년 말 기록적인 수준으로 상승했다.
희소식 아닌가? 우리의 최근 조사에선 이들 장밋빛 통계에 10년 전과 똑같은 두 가지 연관된 문제가 숨어 있었다. 과도한 소비자 부채(소득 대비)와 턱없이 높은 집값이다.
첫째, 부채와 소득. 대불황의 여파로 줄었던 부채가 다시 예전의 높은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모기지를 제외한 가계부채(학자금 융자와 신용카드)가 급증해 현재 2008년 전고점의 41%를 넘어섰다는 점이 특히 걱정스럽다. 우리 추산으로는 결과적으로 비(非) 모기지 가계부채 상환부담으로 인해 2008년 이후 평균적인 가구의 생활수준이 3.1% 하락한 것으로 추산된다. 그에 따라 소비가 줄거나 또는 가계부채가 갈수록 늘어나는 악순환이 지속된다.
그러나 상황은 이보다 더 심각하다. 소득 데이터에는 최근의 인구구성 변화가 반영되지 않았다. 예를 들어 3세대 이상 동거 가구(multi-generation households)의 증가와 대학생들이 부모 밑에서 더 오래 거주하는 추세 등이다. 동거자가 많을수록 같은 생활수준을 유지하는 데 더 많은 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가족 규모를 반영해 가구 소득을 조정했다. 우리 데이터에 따르면 이로 인해 평균 생활수준이 3.3% 낮아졌다. 비모기지 채무에 대한 이자 상환 증가로 인한 3.1% 하락과는 별개의 추가적인 요인이다.
둘째로 현재 큰 주택거품은 없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10년 전과 다름없다. 평균적인 소득 수준으로는 평균 시세의 주택을 구입해 거주할 수 없다. 저금리가 주택시장의 회복에 도움을 줬지만 또한 전례 없는 수준으로 가격 거품을 키우는 데도 일조했다. 2008년 금융 위기 이전과 똑같이 소득이 집값 상승을 따라가지 못한다. 주택을 구입할 수 없는 사람이 너무 많다. 이는 모두 무엇을 의미하는가? 집값과 소비자 부채가 또다시 기록적인 수준을 향한다. FRB는 이제 1년 넘게 기준 대출금리를 꾸준히 인상해 왔다. 앞으로 그 과정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의 감세로 인플레이션 상승 가능성이 커지면서 금리를 올려 물가상승을 억제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주택시장에 타격을 줘 집값을 떨어뜨리고 주택소유자의 모기지와 기타 부채의 상환을 어렵게 만든다.
한편 소득 증가는 미미해 우리 조사에서 나타나듯 평균적인 미국 가구의 구매력은 10년 전 글로벌 금융 시스템이 붕괴하기 전보다 6~7% 감소했다. 이런 식으로는 오래가지 못한다. 얼마간 생활수준을 유지하려고 더 많은 빚을 끌어 쓰지 않으면 지출을 크게 줄이는 방법밖에 없다.
어느 쪽이 되든 미국 경제는 또 한 번의 경기침체를 맞게 된다. 이는 만일의 문제가 아니라 시기의 문제라고 본다.
- 스티븐 프레스먼, 로버트 H 스콧
※ [스티븐 프레스먼은 콜로라도주립대학 경제학, 로버트 H. 스콧 3세는 몬머스 대학 경제·재무학 교수다. 이 글은 온라인 매체 컨버세이션에 먼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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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에 세상사람들이 방심하지 말았어야 했듯이 이번에도 안심해선 안 된다. 두 사건 모두 속담에서 말하는 탄광 속 죽은 카나리아(갱내의 유독 가스를 감지해 위험을 예고한다)이기 때문이다. 그 근거는 양쪽에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는 데 있다. 둘 다 차입비용 증가로 부채 부담이 커진 소비자·주택시장 그리고 궁극적으로 미국 경제가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에서 비롯됐다는 점이다.
곧 발표될 우리 조사에선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대 금융시장 붕괴를 초래했던 그런 문제들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건재하다. 2005년을 전후해 미국 경제는 호황을 맞는 듯했다. 그러나 저변에 두 가지 핵심적인 문제가 도사리고 있었다. 과도한 가계 부채와 주택 거품이다.
첫째 문제 중 일부는 물가상승을 반영한 실질 가계소득이 1990년대 후반보다 오히려 낮았다는 데 있었다. 미국인은 비교적 낮은 차입비용과 융자기관들 사이의 느슨한 보증 기준 덕분에 더 많이 대출 받아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다. 총 가계부채는 2004년 8조 달러 남짓에서 2008년 12조6900억 달러로 50% 이상 크게 불어났다.
둘째 문제도 여기서 비롯됐다. 문제는 대부분 주택담보대출이었다. 주택거품은 집값을 지속 불가능한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주택가격이 소득수준을 능가하면서 은행들은 사람들이 결국에는 갚지 못할 돈을 끌어다 쓰도록 창의적인 방안들을 고안해 냈다.
거의 같은 시기인 2004~2006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 인상하면서 신용대출 이자부담이 커지기 시작했다. 가뜩이나 줄어드는 실질 가계소득 중 부채상환 비중이 커지면서 개인소비 지출이 감소했다. 그에 따라 경제성장과 주택시장이 침체됐다.
일부 전문가는 경기후퇴 나아가 더 심한 불황까지도 시간문제라고 봤다. 뭔가 크게 잘못됐음을 말해주는 최초의 중대한 신호 중 하나는 2008년 전성기 때 약 3300억 달러에 달했던 경매채권(auction rate securities, 경매방식으로 금리를 결정하는 장기 채권) 시장에서 나왔다. 경매채권은 기본적으로 모기지·학자금대출 그리고 기타 중장기 채권의 패키지다. 2008년 당시 중개인 딜러들이 매주 실시하는 역경매(Dutch auctions)에서 이들 단기증권들의 손바뀜이 이뤄졌으며 경매절차 이후 금리가 정해졌다. 신용평가 기관들은 이 증권에 최우량인 AAA 등급을 부여했다.
경매채권은 다른 AAA 등급 단기증권보다 훨씬 높은 금리를 지급했기 때문에 투자자에게 인기가 높았다. 그만큼 빨리 팔렸기 때문에 차입자는 융자를 더 쉽게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2008년 2월 7일 대형 투자은행들이 빠져나가면서 시장이 얼어붙기 시작했다. 원래 수요가 저조할 경우 이들이 채권을 매입해 시장에 풍부한 ‘유동성’을 제공하는 역할을 맡고 있었다. 그러나 부채를 상환하지 못하는 가구가 증가하면서 채산성에 압박을 받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뭔가 잘못되고 있음을 감지한 투자자들의 심리가 크게 얼어붙었다. 월말이 되자 경매가 끊기고 수십억 달러의 채권이 동결됐다. 경매채권 시장은 지금도 여전히 닫혀 있다. 2월의 거래중단 후 몇 개월 만에 전체 금융시장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살아났다. 5월에는 다우 지수가 연중 최고치에 이르렀다. 그러나 그 사건으로 투자자가 모기지 관련 자산을 계속 기피하면서 경제 전반에 여파를 미쳤다. 2008년 9월 이 같은 증권 문제로 인해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면서 대불황이 본격화됐다.
데자뷔?
희소식 아닌가? 우리의 최근 조사에선 이들 장밋빛 통계에 10년 전과 똑같은 두 가지 연관된 문제가 숨어 있었다. 과도한 소비자 부채(소득 대비)와 턱없이 높은 집값이다.
첫째, 부채와 소득. 대불황의 여파로 줄었던 부채가 다시 예전의 높은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모기지를 제외한 가계부채(학자금 융자와 신용카드)가 급증해 현재 2008년 전고점의 41%를 넘어섰다는 점이 특히 걱정스럽다. 우리 추산으로는 결과적으로 비(非) 모기지 가계부채 상환부담으로 인해 2008년 이후 평균적인 가구의 생활수준이 3.1% 하락한 것으로 추산된다. 그에 따라 소비가 줄거나 또는 가계부채가 갈수록 늘어나는 악순환이 지속된다.
그러나 상황은 이보다 더 심각하다. 소득 데이터에는 최근의 인구구성 변화가 반영되지 않았다. 예를 들어 3세대 이상 동거 가구(multi-generation households)의 증가와 대학생들이 부모 밑에서 더 오래 거주하는 추세 등이다. 동거자가 많을수록 같은 생활수준을 유지하는 데 더 많은 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가족 규모를 반영해 가구 소득을 조정했다. 우리 데이터에 따르면 이로 인해 평균 생활수준이 3.3% 낮아졌다. 비모기지 채무에 대한 이자 상환 증가로 인한 3.1% 하락과는 별개의 추가적인 요인이다.
둘째로 현재 큰 주택거품은 없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10년 전과 다름없다. 평균적인 소득 수준으로는 평균 시세의 주택을 구입해 거주할 수 없다. 저금리가 주택시장의 회복에 도움을 줬지만 또한 전례 없는 수준으로 가격 거품을 키우는 데도 일조했다. 2008년 금융 위기 이전과 똑같이 소득이 집값 상승을 따라가지 못한다. 주택을 구입할 수 없는 사람이 너무 많다.
먹구름이 몰려온다
한편 소득 증가는 미미해 우리 조사에서 나타나듯 평균적인 미국 가구의 구매력은 10년 전 글로벌 금융 시스템이 붕괴하기 전보다 6~7% 감소했다. 이런 식으로는 오래가지 못한다. 얼마간 생활수준을 유지하려고 더 많은 빚을 끌어 쓰지 않으면 지출을 크게 줄이는 방법밖에 없다.
어느 쪽이 되든 미국 경제는 또 한 번의 경기침체를 맞게 된다. 이는 만일의 문제가 아니라 시기의 문제라고 본다.
- 스티븐 프레스먼, 로버트 H 스콧
※ [스티븐 프레스먼은 콜로라도주립대학 경제학, 로버트 H. 스콧 3세는 몬머스 대학 경제·재무학 교수다. 이 글은 온라인 매체 컨버세이션에 먼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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