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대만을 침공할까
중국은 대만을 침공할까
시진핑 주석은 ‘하나의 중국’ 아래 통합 꿈꾸지만 전면전에 의한 합병은 옵션이 아닐 듯 지난 한 해 동안 중국은 대만 주변에서 군사훈련을 강화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곧 대만을 무력으로 점령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촉발됐다. 중국 인민해방군(PLA)은 지난해 대만 부근에서 16차례의 훈련을 실시했다. 중국 정부는 통상적인 훈련이라고 말하면서도 대만의 독립 선언 시도를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는 경고를 반복했다. 가장 최근엔 하이난성 동부 해역에 랴오닝 항공모함 전단을 동원해 대규모 군사훈련과 해상 열병식을 한 데 이어 지난 4월 18일 대만해협 부근의 중국 취안저우 앞바다에서 실탄사격 훈련을 실시했다.
이런 훈련은 중국이 최근 통상 분쟁 중인 미국과 함께 차이잉원 정권 출범 후 독립노선을 강화하는 대만을 겨냥한 무력시위로 보인다. 중국 대만판공실도 이번 대만해협 실탄훈련과 관련해 “중국은 줄곧 대만 독립에 결연한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며 “어떤 형식의 대만 독립 분열행위도 좌절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3월 개최된 전국인민대표대회의 폐막 연설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강조한 내용과 다르지 않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하고, 어떠한 국가 분열 행위도 이겨낼 수 있다. 중국의 국가 주권과 영토를 수호하고 조국의 완전한 통일을 실현하는 것은 전체 중화민족의 공통된 바람이자 근본 이익이다. 이런 민족의 대의와 역사적 조류 앞에 어떠한 분열 행위와 꼼수도 반드시 실패할 것이고 인민의 규탄과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다. 중국 인민은 어떠한 국가 분열 행위도 굴복시킬 능력이 있다. 위대한 조국의 한 치의 영토도 절대로 중국에서 분리할 수 없고, 분리될 수도 없다.”
시 주석의 이런 언급은 그 얼마 전 제정된 미국의 ‘대만여행법’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깨는 행위라고 인식하며, 이를 묵과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1979년 중국과 수교하고 대만과 단교하면서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공직자 상호 방문을 못하고 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3월 16일 미국-대만 고위 공직자의 상호교류를 허용하는 대만여행법에 서명했다. 이 법에 따르면 미국 정부 관리자의 대만 방문 뿐 아니라 대만 고위급 정부 인사의 미국 방문이 허용된다. 대만 독립노선을 지향하는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미국 워싱턴을 방문할 수 있다는 의미다.
대만은 마오쩌둥이 1949년 공산주의 중국의 건국을 선포했을 때 그의 내전 상대인 국민당이 그곳으로 탈출해 정부를 세우면서 중국에서 떨어져 나왔다. 그럼에도 중국은 시종일관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고 강조하며 ‘하나의 중국’ 정책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중국이 과연 전면전을 통해 대만을 무력 합병하고 싶어 할까? 개인적인 견해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또 그런 시도를 한다고 해도 중국이 승리하리라는 보장이 없다.
런던대학 동양아프리카연구학원(SOAS) 산하 중국 연구소 소장인 정치학자 스티브 창은 뉴스위크와 가진 인터뷰에서 “중국은 앞으로 5년 안에는 그럴 능력이 없다”고 말했다. “만약 대만을 침공할 경우 대부분의 전선에서 첨단 장비와 병력 등의 큰 피해를 입을 것이다.” 그는 시 주석 아래서 중국 정부는 비교적 위험 감수를 피하려고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개입을 막기 위해 트럼프 정부와 거래를 하지 않고선 PLA가 군사공격을 감행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는 설명이었다.
런던정경대학(LSE)의 크리스토퍼 휴즈 국제관계학 교수도 창 소장의 견해에 동의했다. 대만의 군사력이 대단하진 않지만 그 섬은 천연요새화됐기 때문에 침공하는 적에 상당한 피해를 가할 수 있다고 그는 논평했다. “만약 침공했다가 실패하면 중국 공산당 정권의 존립이 위태로워진다.”
중국 남동부 해안에서 177㎞ 떨어진 작은 섬나라인 대만은 확고한 방어망을 구축했다. 해안선을 따라 포대와 첨단 지뢰, 대함 미사일이 배치됐고 첨단 조기경보 시스템을 갖췄다. 대만 해안선의 약 10%에 해당하는 상륙 적합 지역을 이런 장비가 방어하고 있다. 그 외에도 대만은 만일의 경우 요새 침투에 성공한 적군들로부터 섬을 방어하기 위해 15만 명의 병력을 신속히 배치할 수 있다. 이번 중국 해군의 실탄사격 훈련에서도 대만 국방부는 그에 대비해 해군 함대에 출동대기 명령을 하달했다. 또 대만군은 미사일 부대에 신속한 전투준비 태세를 갖추도록 지시하는 한편 육군과 공군에는 각각 정보감시망 강화와 감시범위 확대에 만전을 기하라고 명령했다. 중국이 만만하게 볼 상대는 아니라는 뜻이다. 휴즈 교수는 “따라서 중국으로선 침공보다는 심리전을 계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중국은 오래 전부터 다른 나라들이 대만을 독립국가로 인정하지 않도록 하려고 위협과 강요만이 아니라 때로는 실제로 힘도 사용했다. 지난 1월 세계적인 호텔 체인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은 자사 홈페이지에서 실수로 티베트·대만·홍콩·마카오를 각각 별도의 독립국으로 표기했다. 그러자 곧바로 메리어트의 중국어 웹사이트가 폐쇄됐다. 중국 당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한 것으로 받아들이면서 엄정 대응에 나선 것이다. 메리어트 측은 ‘모든 관련 콘텐트를 내리고 부정적인 영향을 없애라’는 중국 당국의 요구에 따라 중국 최대의 SNS 플랫폼인 웨이보에 사과문을 게재했다. 중국 정부와 네티즌 수색대가 나서 중국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이 이 원칙을 준수했는지 조사에 나서면서 그런 적발 사례가 급증한다. 그들은 다국적기업의 웹사이트를 정기적으로 검토하면서 메리어트처럼 대만을 독립국으로 표기하는 기업체를 발견하면 강도 높게 비난하거나 그들의 중국 사업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통보한다.
휴즈 교수는 “그처럼 중국은 대만에 계속 압력을 가해 그들이 협상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생각하도록 만들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창 소장은 이를 두고 “살라미 슬라이싱(salami slicing)”이라고 부른다. 훈제 소시지를 조금씩 잘라 야금야금 다 빼앗아 먹는다는 뜻으로 상대방이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때까지 보복 강도를 조금씩 높여가는 전략을 가리킨다. “그들은 여러 수단을 하나씩 동원해 계속 대만을 압박한다. 외교적으로 고립시키거나 다른 나라들에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도록 강요하거나 대만의 동맹국들을 하나씩 줄여나가는 방식을 사용한다.”
대만 경제를 중국과 통합함으로써 정치 통합을 이루겠다는 중국의 전략은 지금까지 역효과만 냈다. 지난 몇 십년 동안 중국이 대만에 압력을 가할 때마다 더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가 나타났다. 2016년 총선에서 대만은 중국의 압박에 맞서 대만 독립을 주장하는 민진당(DPP)을 지지하고 차이잉원 후보를 총통으로 선출했다.
휴즈 교수에 따르면 DPP는 총선에서 완승을 거뒀다. 젊은 세대가 중국에 대한 저항의 표시로 대거 투표한 결과였다. 그는 “중국은 자국 시스템을 손상시킨다”며 “대만의 젊은 세대는 민주주의 아래서 성장했고 중국인이 아니라 대만인이라는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창 소장에 따르면 대만은 중국이 홍콩을 어떤 식으로 대하는지 지켜보고는 그와 비슷한 거래를 거부하게 됐다. 중국은 1997년 영국으로부터 홍콩을 돌려 받을 때 홍콩과 ‘일국양제’를 유지하기로 합의하고, 홍콩에 어느 정도의 자치권과 보통선거권을 부여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20년 뒤인 지금 홍콩 시민은 직접 투표로 수반인 행정장관을 선출할 순 있지만 후보는 중국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창 소장은 “일국양제를 보는 대만의 시각은 아주 단순하고 직설적”이라며 “그들은 그런 제도를 처음부터 원치 않는다며 한마디로 ‘노’라고 잘라 거절한다”고 말했다.
협상이 불가능하다면 중국은 궁극적으로 대만을 무력으로 점령할 수밖에 없을지 모른다. 중국은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발발할 수 있는 전쟁에 대비하기 위해 군의 현대화를 급속도로 진행 중이다. 하지만 중국과 대만의 군사적 충돌이 벌어질 경우 미국이 개입할 게 분명하다. 미국은 1979년 대만과 공식적인 외교 관계를 단절한 뒤 중국 지도부가 유지해 온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해왔지만 ‘대만관계법’ 조항에 따라 대만과 모호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무역 관계를 지속하고 무기도 판매한다. 이 법에 따르면 백악관은 대만에 방어 목적의 무기와 서비스를 제공하고, 미국이 대만에서 중국의 위협을 효과적으로 막아낼 수 있는 군사적 능력을 유지해야 한다.
그러면서 미국은 ‘하나의 중국’ 정책에 모호한 입장을 취해왔다. 미국은 대만에 대한 중국의 주권을 인정하지 않으며, 대만의 지위가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받아들인다. 다른 한편으로 미국은 대만과 ‘활발한 비공식적 관계’를 유지하지만 대만을 독립국가로 인정하지도 않는다.
미국이 중국과 대만의 양안 전쟁에 개입한다면 중국은 대만을 합병하겠다는 뜻을 관철할 가망이 없어진다. 랜드연구소의 지난해 보고서는 미국이 잠수함만으로 중국의 대만 상륙침공팀 중 40%를 제거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따라서 중국은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과 협상을 통해 미국이 대만관계법을 발동하지 않도록 설득하지 않고서는 대만을 무력으로 점령하는 방안을 고려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창 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실제로 그가 어떤 행동을 할지 알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런 거래의 결과는 북한 문제와 미국-중국 사이에서 벌어질 수 있는 무역전쟁 같은 다른 여러 요인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창 소장에 따르면 미국 정부의 정책 입안자들 중에 매파가 있지만 결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종 결정을 내릴 것이다. “(독자적인 행보를 하다가 해임된)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이 뼈저리게 깨달은 점이 바로 그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에 관해 부정적인 말을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최근 세계 양대 경제대국인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무역 전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긴장이 고조되는 와중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을 친구라고 부르며 서로의 돈독한 관계를 자랑했다.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가시 돋친 발표를 서로 주고받으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이렇게 선언했다. “시 주석과 나는 언제나 친구일 것이다. 무역을 둘러싼 우리의 분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도 우리가 친구라는 사실은 변함 없다.”
이런 기이한 언행과 국내외의 정치적 선결과제를 고려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근본적으로 대만 문제를 크게 중시하지 않는 듯하다.
- 크리스티나 자오 뉴스위크 기자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런 훈련은 중국이 최근 통상 분쟁 중인 미국과 함께 차이잉원 정권 출범 후 독립노선을 강화하는 대만을 겨냥한 무력시위로 보인다. 중국 대만판공실도 이번 대만해협 실탄훈련과 관련해 “중국은 줄곧 대만 독립에 결연한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며 “어떤 형식의 대만 독립 분열행위도 좌절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3월 개최된 전국인민대표대회의 폐막 연설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강조한 내용과 다르지 않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하고, 어떠한 국가 분열 행위도 이겨낼 수 있다. 중국의 국가 주권과 영토를 수호하고 조국의 완전한 통일을 실현하는 것은 전체 중화민족의 공통된 바람이자 근본 이익이다. 이런 민족의 대의와 역사적 조류 앞에 어떠한 분열 행위와 꼼수도 반드시 실패할 것이고 인민의 규탄과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다. 중국 인민은 어떠한 국가 분열 행위도 굴복시킬 능력이 있다. 위대한 조국의 한 치의 영토도 절대로 중국에서 분리할 수 없고, 분리될 수도 없다.”
시 주석의 이런 언급은 그 얼마 전 제정된 미국의 ‘대만여행법’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깨는 행위라고 인식하며, 이를 묵과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1979년 중국과 수교하고 대만과 단교하면서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공직자 상호 방문을 못하고 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3월 16일 미국-대만 고위 공직자의 상호교류를 허용하는 대만여행법에 서명했다. 이 법에 따르면 미국 정부 관리자의 대만 방문 뿐 아니라 대만 고위급 정부 인사의 미국 방문이 허용된다. 대만 독립노선을 지향하는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미국 워싱턴을 방문할 수 있다는 의미다.
대만은 마오쩌둥이 1949년 공산주의 중국의 건국을 선포했을 때 그의 내전 상대인 국민당이 그곳으로 탈출해 정부를 세우면서 중국에서 떨어져 나왔다. 그럼에도 중국은 시종일관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고 강조하며 ‘하나의 중국’ 정책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중국이 과연 전면전을 통해 대만을 무력 합병하고 싶어 할까? 개인적인 견해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또 그런 시도를 한다고 해도 중국이 승리하리라는 보장이 없다.
런던대학 동양아프리카연구학원(SOAS) 산하 중국 연구소 소장인 정치학자 스티브 창은 뉴스위크와 가진 인터뷰에서 “중국은 앞으로 5년 안에는 그럴 능력이 없다”고 말했다. “만약 대만을 침공할 경우 대부분의 전선에서 첨단 장비와 병력 등의 큰 피해를 입을 것이다.” 그는 시 주석 아래서 중국 정부는 비교적 위험 감수를 피하려고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개입을 막기 위해 트럼프 정부와 거래를 하지 않고선 PLA가 군사공격을 감행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는 설명이었다.
런던정경대학(LSE)의 크리스토퍼 휴즈 국제관계학 교수도 창 소장의 견해에 동의했다. 대만의 군사력이 대단하진 않지만 그 섬은 천연요새화됐기 때문에 침공하는 적에 상당한 피해를 가할 수 있다고 그는 논평했다. “만약 침공했다가 실패하면 중국 공산당 정권의 존립이 위태로워진다.”
중국 남동부 해안에서 177㎞ 떨어진 작은 섬나라인 대만은 확고한 방어망을 구축했다. 해안선을 따라 포대와 첨단 지뢰, 대함 미사일이 배치됐고 첨단 조기경보 시스템을 갖췄다. 대만 해안선의 약 10%에 해당하는 상륙 적합 지역을 이런 장비가 방어하고 있다. 그 외에도 대만은 만일의 경우 요새 침투에 성공한 적군들로부터 섬을 방어하기 위해 15만 명의 병력을 신속히 배치할 수 있다. 이번 중국 해군의 실탄사격 훈련에서도 대만 국방부는 그에 대비해 해군 함대에 출동대기 명령을 하달했다. 또 대만군은 미사일 부대에 신속한 전투준비 태세를 갖추도록 지시하는 한편 육군과 공군에는 각각 정보감시망 강화와 감시범위 확대에 만전을 기하라고 명령했다. 중국이 만만하게 볼 상대는 아니라는 뜻이다. 휴즈 교수는 “따라서 중국으로선 침공보다는 심리전을 계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중국은 오래 전부터 다른 나라들이 대만을 독립국가로 인정하지 않도록 하려고 위협과 강요만이 아니라 때로는 실제로 힘도 사용했다. 지난 1월 세계적인 호텔 체인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은 자사 홈페이지에서 실수로 티베트·대만·홍콩·마카오를 각각 별도의 독립국으로 표기했다. 그러자 곧바로 메리어트의 중국어 웹사이트가 폐쇄됐다. 중국 당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한 것으로 받아들이면서 엄정 대응에 나선 것이다. 메리어트 측은 ‘모든 관련 콘텐트를 내리고 부정적인 영향을 없애라’는 중국 당국의 요구에 따라 중국 최대의 SNS 플랫폼인 웨이보에 사과문을 게재했다. 중국 정부와 네티즌 수색대가 나서 중국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이 이 원칙을 준수했는지 조사에 나서면서 그런 적발 사례가 급증한다. 그들은 다국적기업의 웹사이트를 정기적으로 검토하면서 메리어트처럼 대만을 독립국으로 표기하는 기업체를 발견하면 강도 높게 비난하거나 그들의 중국 사업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통보한다.
휴즈 교수는 “그처럼 중국은 대만에 계속 압력을 가해 그들이 협상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생각하도록 만들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창 소장은 이를 두고 “살라미 슬라이싱(salami slicing)”이라고 부른다. 훈제 소시지를 조금씩 잘라 야금야금 다 빼앗아 먹는다는 뜻으로 상대방이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때까지 보복 강도를 조금씩 높여가는 전략을 가리킨다. “그들은 여러 수단을 하나씩 동원해 계속 대만을 압박한다. 외교적으로 고립시키거나 다른 나라들에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도록 강요하거나 대만의 동맹국들을 하나씩 줄여나가는 방식을 사용한다.”
대만 경제를 중국과 통합함으로써 정치 통합을 이루겠다는 중국의 전략은 지금까지 역효과만 냈다. 지난 몇 십년 동안 중국이 대만에 압력을 가할 때마다 더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가 나타났다. 2016년 총선에서 대만은 중국의 압박에 맞서 대만 독립을 주장하는 민진당(DPP)을 지지하고 차이잉원 후보를 총통으로 선출했다.
휴즈 교수에 따르면 DPP는 총선에서 완승을 거뒀다. 젊은 세대가 중국에 대한 저항의 표시로 대거 투표한 결과였다. 그는 “중국은 자국 시스템을 손상시킨다”며 “대만의 젊은 세대는 민주주의 아래서 성장했고 중국인이 아니라 대만인이라는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창 소장에 따르면 대만은 중국이 홍콩을 어떤 식으로 대하는지 지켜보고는 그와 비슷한 거래를 거부하게 됐다. 중국은 1997년 영국으로부터 홍콩을 돌려 받을 때 홍콩과 ‘일국양제’를 유지하기로 합의하고, 홍콩에 어느 정도의 자치권과 보통선거권을 부여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20년 뒤인 지금 홍콩 시민은 직접 투표로 수반인 행정장관을 선출할 순 있지만 후보는 중국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창 소장은 “일국양제를 보는 대만의 시각은 아주 단순하고 직설적”이라며 “그들은 그런 제도를 처음부터 원치 않는다며 한마디로 ‘노’라고 잘라 거절한다”고 말했다.
협상이 불가능하다면 중국은 궁극적으로 대만을 무력으로 점령할 수밖에 없을지 모른다. 중국은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발발할 수 있는 전쟁에 대비하기 위해 군의 현대화를 급속도로 진행 중이다. 하지만 중국과 대만의 군사적 충돌이 벌어질 경우 미국이 개입할 게 분명하다. 미국은 1979년 대만과 공식적인 외교 관계를 단절한 뒤 중국 지도부가 유지해 온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해왔지만 ‘대만관계법’ 조항에 따라 대만과 모호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무역 관계를 지속하고 무기도 판매한다. 이 법에 따르면 백악관은 대만에 방어 목적의 무기와 서비스를 제공하고, 미국이 대만에서 중국의 위협을 효과적으로 막아낼 수 있는 군사적 능력을 유지해야 한다.
그러면서 미국은 ‘하나의 중국’ 정책에 모호한 입장을 취해왔다. 미국은 대만에 대한 중국의 주권을 인정하지 않으며, 대만의 지위가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받아들인다. 다른 한편으로 미국은 대만과 ‘활발한 비공식적 관계’를 유지하지만 대만을 독립국가로 인정하지도 않는다.
미국이 중국과 대만의 양안 전쟁에 개입한다면 중국은 대만을 합병하겠다는 뜻을 관철할 가망이 없어진다. 랜드연구소의 지난해 보고서는 미국이 잠수함만으로 중국의 대만 상륙침공팀 중 40%를 제거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따라서 중국은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과 협상을 통해 미국이 대만관계법을 발동하지 않도록 설득하지 않고서는 대만을 무력으로 점령하는 방안을 고려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창 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실제로 그가 어떤 행동을 할지 알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런 거래의 결과는 북한 문제와 미국-중국 사이에서 벌어질 수 있는 무역전쟁 같은 다른 여러 요인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창 소장에 따르면 미국 정부의 정책 입안자들 중에 매파가 있지만 결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종 결정을 내릴 것이다. “(독자적인 행보를 하다가 해임된)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이 뼈저리게 깨달은 점이 바로 그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에 관해 부정적인 말을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최근 세계 양대 경제대국인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무역 전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긴장이 고조되는 와중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을 친구라고 부르며 서로의 돈독한 관계를 자랑했다.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가시 돋친 발표를 서로 주고받으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이렇게 선언했다. “시 주석과 나는 언제나 친구일 것이다. 무역을 둘러싼 우리의 분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도 우리가 친구라는 사실은 변함 없다.”
이런 기이한 언행과 국내외의 정치적 선결과제를 고려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근본적으로 대만 문제를 크게 중시하지 않는 듯하다.
- 크리스티나 자오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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