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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도소득세 중과 그 후] 눈치보기 장세 이어지며 숨고르기

[양도소득세 중과 그 후] 눈치보기 장세 이어지며 숨고르기

5월 들어 강남 아파트값 하락세…6월엔 보유세 개편안 대기
매물이 달리던 서울 강남권 주택시장에 급매물이 등장했다. / 사진:연합뉴스
서울 주택시장은 요즘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사려는 사람도, 팔려는 사람도 많지 않다. 서울 강남구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사장은 “매도자들은 호가를 내리지 않고, 매수자는 급매물만 찾거나 가격 동향만 알아보고 발을 뺀다”며 “양쪽 다 (팔거나 사는데) 적극적이지 않다”고 전했다. 당장 거래 가능한 물건 자체가 절대적으로 감소한 데다 매수·매도자 간 눈치보기 장세를 이어가면서 거래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울 강남은 연초까지만 해도 집을 사려는 사람이 몰리면서 아파트값이 다락같이 오르던 곳이다.

그랬던 곳이 요즘 한가하다 못해 썰렁해진 것이다. 아파트값 상승세를 견인하던 강남권 재건축시장도 마찬가지다. 강남구 개포동 A부동산 관계자는 “양도세 중과(重課)가 시행되면서 매수·매도자 모두 문의가 뜸하다”며 “거래 자체가 없으니 호가도 없고 그냥 눈치 보기만 계속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재건축 대장주로 꼽히는 강남구 대치동 은마,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도 매수세가 붙지 않는다. 잠실동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매수자들은 가격이 더 빠지길 기다리고 있지만 매도자들은 가격을 쉽게 내리지 않고 있다”며 “시장 분위기 자체가 가라앉아 매수·매도자 발길이 많이 끊긴 상태”라고 전했다.
 매수·매도자 발길 끊겨
전문가들은 주택시장이 가라앉고 있는 이유로 4월 시행된 양도소득세 중과를 첫손에 꼽는다. 양도세 중과는 정부가 지난해 과열된 주택시장을 식히기 위해 내놓은 것으로, 현행 양도세 기본세율 6~42%에 10~20%포인트 중과세하는 게 핵심이다. 2주택 이상 다주택자가 서울 전역을 비롯해 전국 40여 곳의 조정대상지역에 있는 주택을 매도할 때 적용된다. 2주택 보유자는 양도세율이 10%포인트, 3주택 이상 보유자는 20%포인트 중과된다.

예컨대 아파트 3채를 가진 사람이 서울에서 6억원에 매입한 아파트를 9억원에 판다면 이전에 비해 양도세를 6000만원 더 내야한다. 3주택 이상 보유자는 양도차익의 최대 62%까지 세금을 내야 할 수 있다. 조정대상지역은 서울 전역과 경기 과천·성남·하남·고양·광명·남양주시, 동탄2신도시, 세종, 부산 해운대·연제·동래·수영·남·기장·부산진구 등지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양도세 시행 후 한 달(4월 6일∼5월 4일) 간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0.37%다. 상승세를 이어가긴 했지만 직전 한 달(3월 2∼30일) 간 상승률(1.44%)과 비교하면 상승폭이 확 줄었다. 경기도 아파트값도 같은 기간 0.37%에서 0.02%로 상승폭이 급감했다.

특히 강남구의 아파트값 상승률은 한 달 새 1.53%에서 0.1%로 줄어 서울에서 감소폭이 가장 컸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의 아파트값 상승폭이 눈에 띄게 둔화했다. 3월에 1.53% 올랐던 강남구의 아파트값은 양도세 중과 시행 후 한 달 간 0.1% 오르는 데 그쳤다. 송파구의 아파트값 상승률도 한 달 새 1.03%에서 0.11%로 둔화했다. 이 기간 강남구와 송파구의 상승률 감소폭은 각각 93%와 89%로 서울 25개 구 중 1, 2위를 차지했다. 서초구의 아파트값 상승률도 1.7%에서 0.57%로 줄었다.

한국감정원이 내놓은 4월 집값 동향 결과도 비슷하다. 강동구를 포함한 강남 4구의 집값은 4월 0.2% 상승하는 데 그쳐 상승폭이 전월(0.73%)의 3분의 1 수준으로 둔화했다. 서초구가 3월 0.44%에서 4월 0.11%로 한 달 새 4분의 1 수준으로 상승폭이 꺾인 것을 비롯해 강남구(0.77→0.20%), 송파구(0.81→0.20%), 강동구(0.86→0.3%) 등도 오름세가 일제히 대폭 줄었다. 5월 들어서는 하락세로 전환했다. 5월 첫째 주 강남구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05%, 서초구는 0.06%, 송파·강동구는 각각 0.05% 내렸다. 강여정 감정원 주택통계 부장은 “서울은 가격 선도지역이던 강남 4구가 급등에 따른 피로감, 금융비용 증가, 재건축 규제와 양도세 중과 시행 등 정책 효과가 맞물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기에 올해 1월 신(新)총부채상환비율(DTI), 3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도입 등 강화된 대출 규제의 효과가 나타나면서 매수 심리가 더 위축됐다는 분석이다. 서울 서초구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3월까지만 해도 급매물을 찾는 수요가 있었는데 4월 들어서는 매수 문의가 뚝 끊겼다”고 전했다. 이 같은 현상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4월 서울의 아파트 매매거래량(5월 6일까지 신고 건수)은 6313건으로 3월(1만3880건)보다 55% 줄었다. 지난해 4월(7735건)과 비교해도 18% 이상 감소했다. 지역별로 보면 강남 3구와 마포 용산 성동구 등 인기 지역의 거래량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강남(-76%), 성동(-73%), 서초(-70%), 용산(-68%), 송파(-67%), 마포구(-63%) 순으로 거래량 감소 폭이 컸다.
 주택시장 실수요시장으로 재편
오는 6월에는 보유세 개편을 담은 재정개혁특별위원회의 권고안도 정부에 제출된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5월 3일 “현재 재정개혁특위에서 보유세 개편 방안을 논의 중이고 여론조사, 공청회 등 공론화 과정을 거쳐 6월 말까지 권고안이 나올 것”이라며 “필요하면 올해 세제개편안과 중장기 조세정책에도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때문에 당분간 아파트값은 안정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윤지해 부동산114 책임연구원은 “정부가 투기 수요를 억제하고 실수요자는 지원하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투자자 유입으로 변동폭이 크게 나타나던 주택시장이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재편되는 분위기”라며 “특히 수도권을 중심으로 입주물량이 크게 늘어나고 시세보다 저렴한 급매물도 시장에 나오고 있어 아파트값이 안정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는 의지가 워낙 강해 매수자 입장에서는 시장 리스크가 큰 상황”이라며 “당분간 집값을 끌어올릴 만한 호재가 없어 거래 위축 분위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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