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지배구조 어디로 가나] 당분간 원점에서 재검토 가능성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어디로 가나] 당분간 원점에서 재검토 가능성
의결권 자문사 등의 반대에 지배구조 개편 작업 연기...6가지 카드 있지만 제각각 문제 소지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심기일전하는 마음으로 지배구조 개편 방안을 보완해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5월 21일 현대모비스의 분할·합병으로 요약되는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의 연기를 발표하면서다. 현대차의 묘수는 뭘까.
현대차 내·외부 전문가 의견을 종합하면 향후 현대차그룹이 내놓을 수 있는 카드는 6가지 정도가 거론된다. 우선 현대모비스가 분할하기로 했던 사업(모듈·AS부문)의 가치를 재산정하는 방안이다.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와 의결권 자문사인 ISS는 현대모비스가 분할하는 사업의 가치를 저평가했다고 지적했다. 이를 반영해 분할 사업의 가치를 높여 현대글로비스와 합병비율을 조정하는 시나리오다. 이렇게 할 경우 지배구조 개편을 반대한 자문사·투자자의 요구를 수용하면서 기존 지배구조안 재추진이 가능하다. 하지만 쉬운 선택은 아니다. 현대모비스 가치가 상승하는 만큼 현대글로비스의 가치가 낮아지게 된다. 이번엔 현대글로비스 주주들이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 또 기존 합병비율 산정 방식이 주먹구구였다고 인정하는 모양새가 된다. 한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합병 비율은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에 반대하기 위해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선택한 명분일 뿐”이라며 “현대모비스 분할사업 가치를 조정하더라도, 기대했던 시세차익을 누리지 못하면 수정 개편안을 계속 반대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모비스 분할사업의 가치평가와 이와 관련한 합병비율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분할사업을 아예 증시에 상장하는 방법도 거론된다. 비상장사인 현대모비스의 정확한 시장가치를 확인하자는 의도다. 이 경우 합병비율 논란은 사라질 수 있지만 시간이 걸린다. 코스피 상장기업은 상장 자문사를 선정한 이후 실제 상장까지 평균 1~2년이 걸린다. 연내 현대차 그룹이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건 불가능해진다.
다른 계열사를 등장시키는 방법도 있다. 예컨대 현대모비스 분할사업 가치가 상승해 현대글로비스 주주가 반발하면, 다른 계열사가 이 사업부문을 인수하는 형태다. 현대글로비스의 최대주주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23.3%)이다. 금융 투자사가 반대하는 배경엔 이번 개편안이 사실상 승계와 관련이 있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하지만 현대글로비스가 아닌 타 계열사가 인수하면 이번 지배구조 개편이 승계와 무관하다는 현대차그룹 주장에 힘이 실린다. 이 경우 현대모비스 분할사업부문의 사업상 시너지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점이 문제다. 현대모비스의 모듈사업은 협력사에서 부품을 조달해서 완성차에 모듈을 넘기고, AS사업은 부품 사후 정비를 담당한다. 사업구조상 물류·유통과 연관성이 큰데, 현대차그룹에서 유일하게 현대글로비스만 이 업종에 종사한다.
아예 복잡한 지배구조 개편 없이 순환출자만 해소하는 카드를 뽑을 가능성도 있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는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현대차로 이어진다. 이 화살표(→) 중 1개만 끊어버리면 순환출자 문제는 사라진다. 이 중 현대차→기아차(33.88%, 4조3000억)나 현대모비스→현대차(20.78%, 6조6000억원)보다, 기아차→모비스(16.88%, 3조9000억원) 출자 고리를 끊는 게 비용상 가장 유리하다.
걸림돌은 3조9000억원이라는 인수대금이다. 순환출자고리와 무관한 현대차그룹 계열사 중 당장 이 정도 현금을 들고 있는 기업은 없다. 유동성이 풍부한 특정 사업부문을 매각해서 현금을 확보해야 한다. 시장에서 이를 사들일 인수자를 찾는 것도 관건이고, 이 기업이 상장사일 경우 또 다시 사업 매각 안건에 대한 주주 동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또 이노션처럼 대주주 지분율이 높더라도 내부거래가 많은 계열사는 곤란하다.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는 기업은 현대차그룹의 지배회사로 올라서는데, 지배회사가 공정거래법상 일감몰아주기 규제에 휘말리면 그룹 전체 신뢰도가 타격을 입는다.
대주주가 이 인수자금을 마련하는 시나리오도 그려볼 수 있다. 손쉽게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다. 물론 대주주가 당장 막대한 현금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현대엔지니어링이 상장한다면 완전히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다. 정몽구·정의선 부자가 현대글로비스 지분(29.9%, 5월 21일 종가 기준 1조7000억원)뿐만 아니라 현대엔지니어링 지분(총 16.4%)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28일 현대엔지니어링 비상장주식은 주당 74만5000원에 거래됐다. 이를 기준으로 대주주 부자가 보유한 현대엔지니어링 지분은 9300억원 가치가 있다. 이 경우에도 시간이 발목을 잡는다. 상장까지 평균 1~2년이 걸리다 보니 연내 지배구조 개편이 어려워진다. 그래서 나온 아이디어가 우회상장이다. 사업영역이 같은 현대건설과 합병해 우회상장하는 방법이다. 대주주가 보유한 계열사 지분(현대제철·현대위아·이노션 지분)과 연봉·배당으로 확보한 현금도 추가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한편 기존 증권가 예상대로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가 각각 사업부문·투자부문으로 분할하고, 3사 투자부문을 합병해 지주사를 설립하는 방안도 다시 거론된다. 이번 개편안을 적극 반대한 투자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시나리오다.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 지분을 들고 있는 엘리엇매니지먼트 등 투자자가 막대한 시세차익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현대차그룹이 백기를 든다는 점에서 가장 후폭풍이 큰 시나리오다. 글로벌 기업 경영진이 헤지펀드 입맛대로 지배구조를 개편한 선례로 남는다. 더구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런 방식이 “금산 분리를 규정한 공정거래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지주회사가 현대차투자증권·현대카드·현대캐피탈 등 금융사를 자회사로 보유하게 되기 때문이다.
결국 어떤 시나리오를 선택하더라도 또 다시 새로운 문제가 떠오른다. 현대차그룹이 추진했던 기존 시나리오가 그나마 합리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이런 이유로 당분간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을 중단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할 가능성도 있다. 물론 이런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의 지배구조 개편 요구에 부응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또 불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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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내·외부 전문가 의견을 종합하면 향후 현대차그룹이 내놓을 수 있는 카드는 6가지 정도가 거론된다. 우선 현대모비스가 분할하기로 했던 사업(모듈·AS부문)의 가치를 재산정하는 방안이다.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와 의결권 자문사인 ISS는 현대모비스가 분할하는 사업의 가치를 저평가했다고 지적했다. 이를 반영해 분할 사업의 가치를 높여 현대글로비스와 합병비율을 조정하는 시나리오다. 이렇게 할 경우 지배구조 개편을 반대한 자문사·투자자의 요구를 수용하면서 기존 지배구조안 재추진이 가능하다.
“심기일전하는 마음으로…”
현대모비스 분할사업의 가치평가와 이와 관련한 합병비율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분할사업을 아예 증시에 상장하는 방법도 거론된다. 비상장사인 현대모비스의 정확한 시장가치를 확인하자는 의도다. 이 경우 합병비율 논란은 사라질 수 있지만 시간이 걸린다. 코스피 상장기업은 상장 자문사를 선정한 이후 실제 상장까지 평균 1~2년이 걸린다. 연내 현대차 그룹이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건 불가능해진다.
다른 계열사를 등장시키는 방법도 있다. 예컨대 현대모비스 분할사업 가치가 상승해 현대글로비스 주주가 반발하면, 다른 계열사가 이 사업부문을 인수하는 형태다. 현대글로비스의 최대주주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23.3%)이다. 금융 투자사가 반대하는 배경엔 이번 개편안이 사실상 승계와 관련이 있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하지만 현대글로비스가 아닌 타 계열사가 인수하면 이번 지배구조 개편이 승계와 무관하다는 현대차그룹 주장에 힘이 실린다. 이 경우 현대모비스 분할사업부문의 사업상 시너지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점이 문제다. 현대모비스의 모듈사업은 협력사에서 부품을 조달해서 완성차에 모듈을 넘기고, AS사업은 부품 사후 정비를 담당한다. 사업구조상 물류·유통과 연관성이 큰데, 현대차그룹에서 유일하게 현대글로비스만 이 업종에 종사한다.
아예 복잡한 지배구조 개편 없이 순환출자만 해소하는 카드를 뽑을 가능성도 있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는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현대차로 이어진다. 이 화살표(→) 중 1개만 끊어버리면 순환출자 문제는 사라진다. 이 중 현대차→기아차(33.88%, 4조3000억)나 현대모비스→현대차(20.78%, 6조6000억원)보다, 기아차→모비스(16.88%, 3조9000억원) 출자 고리를 끊는 게 비용상 가장 유리하다.
걸림돌은 3조9000억원이라는 인수대금이다. 순환출자고리와 무관한 현대차그룹 계열사 중 당장 이 정도 현금을 들고 있는 기업은 없다. 유동성이 풍부한 특정 사업부문을 매각해서 현금을 확보해야 한다. 시장에서 이를 사들일 인수자를 찾는 것도 관건이고, 이 기업이 상장사일 경우 또 다시 사업 매각 안건에 대한 주주 동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또 이노션처럼 대주주 지분율이 높더라도 내부거래가 많은 계열사는 곤란하다.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는 기업은 현대차그룹의 지배회사로 올라서는데, 지배회사가 공정거래법상 일감몰아주기 규제에 휘말리면 그룹 전체 신뢰도가 타격을 입는다.
대주주가 이 인수자금을 마련하는 시나리오도 그려볼 수 있다. 손쉽게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다. 물론 대주주가 당장 막대한 현금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현대엔지니어링이 상장한다면 완전히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다. 정몽구·정의선 부자가 현대글로비스 지분(29.9%, 5월 21일 종가 기준 1조7000억원)뿐만 아니라 현대엔지니어링 지분(총 16.4%)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28일 현대엔지니어링 비상장주식은 주당 74만5000원에 거래됐다. 이를 기준으로 대주주 부자가 보유한 현대엔지니어링 지분은 9300억원 가치가 있다. 이 경우에도 시간이 발목을 잡는다. 상장까지 평균 1~2년이 걸리다 보니 연내 지배구조 개편이 어려워진다. 그래서 나온 아이디어가 우회상장이다. 사업영역이 같은 현대건설과 합병해 우회상장하는 방법이다. 대주주가 보유한 계열사 지분(현대제철·현대위아·이노션 지분)과 연봉·배당으로 확보한 현금도 추가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한편 기존 증권가 예상대로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가 각각 사업부문·투자부문으로 분할하고, 3사 투자부문을 합병해 지주사를 설립하는 방안도 다시 거론된다. 이번 개편안을 적극 반대한 투자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시나리오다.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 지분을 들고 있는 엘리엇매니지먼트 등 투자자가 막대한 시세차익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이 백기 들까?
결국 어떤 시나리오를 선택하더라도 또 다시 새로운 문제가 떠오른다. 현대차그룹이 추진했던 기존 시나리오가 그나마 합리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이런 이유로 당분간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을 중단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할 가능성도 있다. 물론 이런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의 지배구조 개편 요구에 부응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또 불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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