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일본 이통사 요금제 살펴보니] 무제한 요금제 부활로 무한 경쟁 돌입
[미국·일본 이통사 요금제 살펴보니] 무제한 요금제 부활로 무한 경쟁 돌입
T모바일 맹추격에 꼬리 내린 버라이즌...SNS 이용 때 속도 저하 없는 요금제 인기 미국 최대 통신사인 ‘버라이즌’은 지난해 2월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부활시켰다. 2011년 무제한 요금제를 폐지한 이후 6년여 만이다. 신규 가입자는 물론 기존 고객도 한 달 80달러(약 9만원)를 내면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쓸 수 있다. 가족요금제를 적용해 4명이 함께 사용할 경우에는 1인당 월 45달러(약 5만원)에 무제한으로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게 했다. 버라이즌은 불과 1년 전만 해도 월 데이터 사용량이 100기가바이트(GB)를 초과할 경우 서비스를 강제로 차단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데이터 사용을 엄격히 규제해왔다. 이 회사는 그동안 TV 광고를 통해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가 소비자의 통신요금 부담을 가중시킨다”며 “사용하지도 않을 데이터에 대한 비용을 감당하게 한다”고 강조했다.
LTE나 4G 등의 셀룰러 데이터 품질이 한국보다 낮은 미국의 경우 상대적으로 와이파이 네트워크가 풍부한 편이다. 이 때문에 저가 데이터 요금제를 이용하더라도 일상 생활에는 큰 지장이 없다. 그러나 도시가 아닌 지역을 여행하거나 공항·호텔 등에서는 비싼 가격의 와이파이를 유료로 이용할 수밖에 없다. 이조차 품질이 떨어져 불편한 상황이 많이 발생한다. 버라이즌이 무제한 요금제를 본격적으로 출시하기 이전 짧은 시간 동안에만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상품을 먼저 내놓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요금제의 경우 30분에 2달러, 1시간에 3달러를 과금해 정해진 시간 동안만 무제한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이같은 추가 서비스를 3~4번 이용하면 결국 고가 요금제와 가격차가 나지 않는 상황이었다.
업계 1위인 버라이즌이 하루 아침에 태도를 바꾼 이유는 3위 업체인 ‘T모바일’이 무섭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T모바일은 버라이즌에 한 달 앞서 무제한 요금제를 출시했다. 이후 T모바일의 가입자가 폭발적으로 늘자 버라이즌도 더 이상 손 놓고 있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 밖에 다른 이동통신사 역시 네트워크 서비스 품질을 개선하는 등 1위 자리를 넘보고 있는 상황이다. 버라이즌은 전파 범위나 속도, 안정성 등으로 업계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지만 이마저 경쟁사들이 기술력으로 따라잡은 상황이다. IT 전문 매체 ‘시넷’은 “미국 내 스마트폰 이용이 늘기 시작한 지난 2011년부터 통신사들이 무제한 요금제를 폐지하고 데이터 사용량에 따라 각각 다른 요금을 적용해 왔다”며 “그러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보편화 되고 고객들이 사진과 동영상을 SNS에 올리는 것이 생활화하면서 고객들이 점차 데이터 사용량 제한에 큰 불편을 느끼게 됐다”고 보도했다. 무선 네트워크가 더 많은 용량을 처리할 수 있게 되면서 GB 데이터 전송 비용이 40~50%가량 감소한 것도 배경이 됐다.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하던 버라이즌이 백기를 들자 나머지 업체도 뒤늦게 유사한 요금제를 출시했다. 업계 2위인 ‘AT&T’ 역시 명목상 데이터 무제한을 허용하는 요금제를 내놓으며 미국 4대 이통사의 ‘데이터 무제한 전쟁’이 본격화됐다. 이전까지 AT&T는 유료 TV 가입 고객에 한해서 무제한 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했다. 미국 IT전문지 ‘버지’는 “정체된 이통사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버라이즌마저 업계 1위 자리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며 “T모바일이 다른 경쟁자보다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한 덕분에 소비자의 선택권이 넓어졌다”고 분석했다.
당초 후발주자였던 T모바일이 버라이즌을 위협할 정도로 급성장한 배경도 차별화된 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한 덕분이다. T모바일은 2015년부터 이용자들이 이동통신 서비스와 함께 필수적으로 이용하게 되는 인기 동영상과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해 데이터를 차감하지 않는 ‘제로 레이팅(zero rating)’ 서비스를 도입했다. 또 미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넷플릭스’를 무제한 요금제 가입자에게 무료로 제공해 기존 통신사업자들을 위협하고 있다.
T모바일은 5월 업계 4위인 스프린트와 합병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두 회사는 6월 18일(현지시간) 미 연방통신위원회(FCC)에 합병 승인을 요청하는 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병한 회사의 이름 역시 T모바일로, 지분 42%는 T모바일 대주주인 도이체 텔레콤이, 27%는 일본 소프트뱅크(스프린트 지분 85% 보유)가 갖는 데 합의했다. 두 회사가 합병 작업을 완료할 경우 미국 고객만 1억 명을 거느리는 미국 2위 통신사로 거듭날 전망이다. 미국 1, 2위 통신사 버라이즌과 AT&T는 각각 1억1600만명, 9300만명의 가입자를 보유 중이다.
일본의 경우 ‘NTT도코모’ ‘KDDI’ ‘소프트뱅크’와 같은 메이저 3사 외에도 다양한 이통사가 있다. 이들 역시 서비스 품질이 대형 이통사에 비해 뒤지지 않아 많은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라인 모바일’도 비슷한 경우다. 네이버 일본 법인 라인이 제공하는 모바일 서비스다. 1110엔(약 1만1000원)부터 시작하는 이 요금제는 제공하는 데이터량에 따라 3, 5, 7, 10GB로 구분된다. 요금제 서비스 중 눈에 띄는 부분은 ‘카운터 프리 서비스’다. 카운터 프리란 이용 가능한 데이터량을 모두 사용한 후에도 계속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으나 속도가 현저하게 느려지는 요금제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대부분의 나라에서 이 같은 전략을 취한다. 그런데 라인 모바일의 카운터 프리 요금제는 라인·페이스북·인스타그램·트위터에 한해서는 예외가 된다. 즉 이같은 SNS를 이용할 때 드는 데이터는 속도 저하 없이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이 요금제는 10~20대를 비롯해 SNS 이용 비중이 높은 젊은층에게 인기를 끌며 가입자가 급증했다.
au는 ‘가변 정액제 요금제’를 제공한다. 일정한 데이터량을 고정해 계약하는 방식이 아니라 실제로 사용한 양에 따라 요금이 정해지는 방식이다. 한달 데이터 사용량이 1GB 미만이면 2980엔, 2GB 3980엔, 3GB 4480엔, 5GB 5480엔, 20GB는 6480엔으로, 최고가 요금제를 적용해도 약 6만 5000원에 불과하다. 데이터를 적게 사용한 달은 그만큼 적은 통신비로 이용할 수 있고, 불필요한 데이터 낭비를 막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NTT도코모·KDDI에 이은 3위 이동통신 사업자인 소프트뱅크는 2008년 애플 아이폰 도입과 함께 3G 무제한 데이터 정액제를 출시하는 등 차별화된 요금제와 마케팅을 선보이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일본 이동통신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가입자 수와 실적 개선이 둔화된 모습이다. 이에 소프트뱅크는 차세대 통신인 5G의 조기 상용화에 주력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통신 사업자는 네트워크(망) 설비투자를 우선한 후 비싼 서비스 이용료를 받아 이익률을 높인다. 소프트뱅크를 비롯해 NTT도코모와 KDDI는 오는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5G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2023년부터는 일본 내 전국 서비스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5G는 현재 상용화된 4G(LTE)보다 100배 빠른 통신 서비스를 제공해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며 “초고속 통신이 제공되면 대용량 데이터가 자유자재로 송수신될 수 있어 이통사 간 새로운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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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E나 4G 등의 셀룰러 데이터 품질이 한국보다 낮은 미국의 경우 상대적으로 와이파이 네트워크가 풍부한 편이다. 이 때문에 저가 데이터 요금제를 이용하더라도 일상 생활에는 큰 지장이 없다. 그러나 도시가 아닌 지역을 여행하거나 공항·호텔 등에서는 비싼 가격의 와이파이를 유료로 이용할 수밖에 없다. 이조차 품질이 떨어져 불편한 상황이 많이 발생한다. 버라이즌이 무제한 요금제를 본격적으로 출시하기 이전 짧은 시간 동안에만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상품을 먼저 내놓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요금제의 경우 30분에 2달러, 1시간에 3달러를 과금해 정해진 시간 동안만 무제한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이같은 추가 서비스를 3~4번 이용하면 결국 고가 요금제와 가격차가 나지 않는 상황이었다.
업계 1위인 버라이즌이 하루 아침에 태도를 바꾼 이유는 3위 업체인 ‘T모바일’이 무섭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T모바일은 버라이즌에 한 달 앞서 무제한 요금제를 출시했다. 이후 T모바일의 가입자가 폭발적으로 늘자 버라이즌도 더 이상 손 놓고 있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 밖에 다른 이동통신사 역시 네트워크 서비스 품질을 개선하는 등 1위 자리를 넘보고 있는 상황이다. 버라이즌은 전파 범위나 속도, 안정성 등으로 업계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지만 이마저 경쟁사들이 기술력으로 따라잡은 상황이다.
스프린트 합병으로 업계 2위로 올라선 T모바일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하던 버라이즌이 백기를 들자 나머지 업체도 뒤늦게 유사한 요금제를 출시했다. 업계 2위인 ‘AT&T’ 역시 명목상 데이터 무제한을 허용하는 요금제를 내놓으며 미국 4대 이통사의 ‘데이터 무제한 전쟁’이 본격화됐다. 이전까지 AT&T는 유료 TV 가입 고객에 한해서 무제한 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했다. 미국 IT전문지 ‘버지’는 “정체된 이통사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버라이즌마저 업계 1위 자리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며 “T모바일이 다른 경쟁자보다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한 덕분에 소비자의 선택권이 넓어졌다”고 분석했다.
당초 후발주자였던 T모바일이 버라이즌을 위협할 정도로 급성장한 배경도 차별화된 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한 덕분이다. T모바일은 2015년부터 이용자들이 이동통신 서비스와 함께 필수적으로 이용하게 되는 인기 동영상과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해 데이터를 차감하지 않는 ‘제로 레이팅(zero rating)’ 서비스를 도입했다. 또 미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넷플릭스’를 무제한 요금제 가입자에게 무료로 제공해 기존 통신사업자들을 위협하고 있다.
T모바일은 5월 업계 4위인 스프린트와 합병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두 회사는 6월 18일(현지시간) 미 연방통신위원회(FCC)에 합병 승인을 요청하는 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병한 회사의 이름 역시 T모바일로, 지분 42%는 T모바일 대주주인 도이체 텔레콤이, 27%는 일본 소프트뱅크(스프린트 지분 85% 보유)가 갖는 데 합의했다. 두 회사가 합병 작업을 완료할 경우 미국 고객만 1억 명을 거느리는 미국 2위 통신사로 거듭날 전망이다. 미국 1, 2위 통신사 버라이즌과 AT&T는 각각 1억1600만명, 9300만명의 가입자를 보유 중이다.
일본의 경우 ‘NTT도코모’ ‘KDDI’ ‘소프트뱅크’와 같은 메이저 3사 외에도 다양한 이통사가 있다. 이들 역시 서비스 품질이 대형 이통사에 비해 뒤지지 않아 많은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라인 모바일’도 비슷한 경우다. 네이버 일본 법인 라인이 제공하는 모바일 서비스다. 1110엔(약 1만1000원)부터 시작하는 이 요금제는 제공하는 데이터량에 따라 3, 5, 7, 10GB로 구분된다. 요금제 서비스 중 눈에 띄는 부분은 ‘카운터 프리 서비스’다. 카운터 프리란 이용 가능한 데이터량을 모두 사용한 후에도 계속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으나 속도가 현저하게 느려지는 요금제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대부분의 나라에서 이 같은 전략을 취한다. 그런데 라인 모바일의 카운터 프리 요금제는 라인·페이스북·인스타그램·트위터에 한해서는 예외가 된다. 즉 이같은 SNS를 이용할 때 드는 데이터는 속도 저하 없이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이 요금제는 10~20대를 비롯해 SNS 이용 비중이 높은 젊은층에게 인기를 끌며 가입자가 급증했다.
au는 ‘가변 정액제 요금제’를 제공한다. 일정한 데이터량을 고정해 계약하는 방식이 아니라 실제로 사용한 양에 따라 요금이 정해지는 방식이다. 한달 데이터 사용량이 1GB 미만이면 2980엔, 2GB 3980엔, 3GB 4480엔, 5GB 5480엔, 20GB는 6480엔으로, 최고가 요금제를 적용해도 약 6만 5000원에 불과하다. 데이터를 적게 사용한 달은 그만큼 적은 통신비로 이용할 수 있고, 불필요한 데이터 낭비를 막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5G 조기 상용화에 주력하는 일본 이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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